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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숙

미술평론가·수필가

르네상스 3대 거장인 미켈란젤로는 시스티나 성당의 벽화 '최후의 심판'을 그렸다. 단테의 '신곡'을 읽고 그 내용을 벽화로 그린 것으로 작품 속에는 천국과 지옥의 심판을 받는 391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등장인물은 미켈란젤로가 살아가며 겪었던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했다. 많은 수의 등장인물들의 특성에 알맞은 얼굴을 실존 인물 가운데 찾아 실재감을 높이고자 했다.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사람을 겪는다. 욕심이 많은 사람, 배려심이 깊은 사람, 자기중심적인 사람 등 나이가 들수록 그 사람이 가지는 분위기는 더욱 확고해지는 듯하다. 예를 들어 지혜로운 사람은 세월이 흐르며 더 지혜로워진다. 나이가 많다 해서 모두가 지혜롭지는 않다. 아집이 있는 사람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그렇게 된다. 살아온 모습이 고스란히 얼굴에서 드러난다. 미켈란젤로도 이러한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인물의 특성에 알맞은 얼굴을 그려 넣으려 노력하지 않았을까?

'최후의 심판'에는 미켈란젤로 자신의 얼굴도 그려져 있다.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인 바르톨로메오의 모습에 자신의 얼굴을 그렸다. 바르톨로메오는 아르메니아 지역에서 선교 활동을 하다 가죽만 남겨진 채 처참하게 처형된 인물이다. 따라서 가죽만 남겨진 모습으로 그려졌다. 미켈란젤로는 삶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자신의 위치에서 소임을 다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노년에 이르러 '최후의 심판'을 작업하며 건강이 쇠약해졌고 언젠가 본인 역시 심판을 받을 날을 기다리는 순수한 자기연민도 드러난다.

작품 속에서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을 비난했던 비아조 추기경의 얼굴도 찾을 수 있다. 악마의 얼굴에 당나귀 귀를 한 지옥의 심판 미노스의 모습에 비아조의 얼굴을 그려 넣었다. 이 사실을 안 비아조는 당시 교황이었던 바오로 3세에게 지워달라고 애원하지만 결국 '최후의 심판'은 명작으로 남아있고 비아조 추기경의 모습은 지워지지 않은 채 지금까지 남아있다.

한편, 천사와 악마의 모습을 한 모델을 찾아 헤맨 어느 화가의 일화가 있다. 화가는 천사의 주인공을 찾아 헤매다 마침내 깨끗하고 아름다운 천사의 모습을 한 소년을 발견하고 기뻐하며 그림을 그린다. 시간이 흘러 화가는 악마의 모습을 한 사람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어느 죄수에서 악마의 모습을 발견한다. 추악하고 기괴한 악마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화가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오래전 천사의 모습을 모델로 삼았던 소년이 시간이 지나 악마의 모습으로 변한 것이다.

세월이 지나며 얼굴이 변하는 사례가 있다. 한 남성이 추녀와 결혼을 했다. 주위에서는 그 결혼을 만류했지만, 남성은 추녀를 사랑했기에 많은 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 결혼이었다. 시간이 흘러 부인과 함께 부부동반 모임에 참석했고 지인들은 모두 놀랐다. 모두가 추녀라 말했던 그 여인이 가장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오랜 시간 동안 남편의 사랑을 받으며 점점 아름다워진 것이다. 얼굴은 살아온 세월을 반영한다. 그렇기에 성형이나 물리적 변형을 가하지 않더라도 얼굴이 충분히 변할 수 있다.

미국의 대통령 링컨은 '40세가 넘으면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나 역시 젊은 시절 거울을 보면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세월이 흐르며 개인의 얼굴에는 그 사람만의 고유한 분위기가 담겨있음을 알게 되었다.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따라 인상이 달라진다는 것도 절감한다. 지금은 외모를 가꾸는 것보다 링컨의 명언 따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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