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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숙

미술평론가·수필가

불혹의 나이를 넘어서면 어른이 될 거라고 믿었다. 전보다 여유로워지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직 대인배가 되기에 나의 그릇이 너무 작다는 것을 느낀다. 이미 반평생을 살아서 스스로에 대한 미련과 욕심이 많지 않다. 말수도 적다. 살면서 이러한 성격을 악이용 하는 일도 겪는다. 말이 없어서인지 불합리한 일을 겪어도 조용히 있을 거라고 으레 짐작하는 듯하다.

항상 믿고 응원했던 상대와 얼마 전 불화가 있었다. 평상시에 불만이 있었지만 믿었던 사람이니 끝까지 기다렸다. 그러다 쌓였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분출되었고 불화로까지 번지게 된 것이다. 상대는 나의 감정의 끝을 건드렸다. 본인 주위의 많은 사람에게 내가 잘못했음을 널리 알리고 이를 기반으로 나에게 모든 것은 내 잘못임을 강력하게 피력했다. 본래 이해관계로 엮인 사람이다 보니 이제 본인에게 이득이 없어졌으니 혹독하게 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섭섭하게 생각하는 내가 잘못된 것일까?

차후 혹여 본인이 잘못이 있는지 반성하기 위해 주위의 조언을 구하고자 한 것이라며 사과의 손길을 내밀어 왔다. 그 이유가 아님을 잘 알지만 좋았던 마음이 조금이나마 남아있었기 때문에 화해하고 싶었다. 마음을 추스르고 좋은 감정을 되찾았다. 그러나 화해를 하고자 한 것 역시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한 행동이었다. 다시 서로를 비난하는 말들이 오갔다. 상대와 일상적으로 했던 대화들이 서늘하고 날카로운 화살이 되어 돌아왔다. 비로소 상대에게 가졌던 좋은 감정들이 완전히 사라졌다. 상대는 나를 인간적으로 생각한 적이 없으니 아무런 타격이 없지만 나는 마음을 많이 다쳤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서 이제 모든 것을 비워내니 괜찮아졌다. 처음으로 인간에 대한 환멸을 느꼈다. 사람을 믿고 좋아하는 것에 두려움이 생겼다. 나는 본래 성선설을 믿었으나 이제 성악설을 믿게 되었다.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이웃이 있다. 내가 허리를 다쳤을 때 아이를 데려다주고 밥을 사주시는 등 항상 도움을 주시는 분이었다. 이번에도 많은 위안이 되었고 감사함을 느낀다. 살아가며 절박하고 힘든 일을 겪을 때 내 옆을 지켜주는 사람이 평생 함께할 사람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일들을 젊었을 때 겪었더라면 생각해 본다. 어쩌면 운이 좋았는지 지금까지 나는 호의와 배려를 받으며 살아왔다. 심지어 처음 보는 사람들도 나에게 친절을 베풀었던 적이 많다. 대부분 나를 좋아해 주고 아껴주는 사람들만 만나왔지만 이제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며 한 발자국 성장한 것 같다.

신체적인 성장은 청소년기에 멈추지만, 마음은 계속 자라고 성장한다. 나 역시 완벽하지 않다. 내가 더 큰 그릇으로 품어줄 수도 있었겠지만 불필요한 감정을 낭비하기 싫다. 상대가 나를 생각하는 만큼만 나도 그렇게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지금까지 사람을 믿고 좋아한 마음은 후회하지 않는다. 이러한 일로 내가 가졌던 아름다운 마음이 퇴색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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