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쯤이면 어김없이 그리워지는 것들이 있다. 추위에 움츠려들고 삶에 지친 발걸음을 경쾌하게 만들어주던 크리스마스 캐럴. 텅 빈 주머니 속의 휑한 마음을 데워주던 구세군 종소리. 먼 고향의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던 군밤과 군고구마 냄새. 집안에 들어서면 발개진 콧등을 시큰하게 만들던 어머니표 배추된장국. 그리고 졸린 눈을 부비며 기다리던 주말의 명화 벤허, 십계, 쿼바디스, 사운드 오브 뮤직…. 묻혀있던 화롯불이 되살아나듯 기억의 저편에서 연기처럼 폴폴 일어나는 이 그리움은 거의 조건반사적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일은 추수마당에서 풍구를 돌리는 것과 같다. 지난 한 해 동안의 일들이 갈무리할 알곡이 아니라 대부분 죽정이로 날아가 버리는 공허함을 확인하는 일이다. 바쁘게 살아왔지만 결코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의 결핍이 이것저것에 대한 그리움으로 나타나는 게 분명하다. 사실 그것들도 당시에는 그저 스치며 지나치던 죽정이 같은 일상이었다. 흔한 일상이 맨 앞쪽에 내려앉은 알곡이 되어 그리워지기까지는 시간의 반복이라는 묵은 때가 켜켜이 쌓여있다. 손때가 묻어 반들반들해진 것에는 내 영혼의 일부가 깃들어 있다. 어저께도 밤늦은 시간에 하릴없이 TV 채널 속을…
1998년 12월에 치러진 의사 국가시험에 통과한 필자는 이듬해 봄, 모교병원 인턴지원 대신 수원 51사단 신병교육대에 입소하여 군사훈련을 받았다. 근시에 난시가 겹쳐 의무사관후보생 신체검사에서 탈락한 경우에는 군의관 지원이 불가하고, 전공의 수련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공중보건의사로 편입한다는 병무 규정에 따른 조치였다. 4주간의 군사훈련(군의관 장교 훈련 기간은 8주 이상임)을 마치면서 나의 소속은 국방부에서 당시 내무부로 이관되었고, 그때부터 만 36개월의 의무 복무기간이 시작되었다. 이후 열흘간의 성남 공무원연수원 교육을 통한 연수 평정과 군사 훈련 성적을 합산한 결과로 3년간의 근무지가 결정되었는데, 이렇게 하여 배정된 첫 근무지는 경상북도 울릉보건의료원, 근무부서는 응급실이었다. 전년 대비 의료원 응급실 근무 의사 T/O가 다섯에서 두 명으로 줄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울릉도에 도착한 직후였다. 월요일 아침부터 수요일 저녁까지 응급실 콜을 받으며 나의 의사로서의 인생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온통 새로움으로 가득 찬 그해 봄이 지나고 여름이 다가왔다. 오전 오후로 포항과 묵호항에서 출발한 선플라워호와 오션플라워호가 하루 천오백 명이 넘는 여행
[충북일보] 기업의 신규 채용 인원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청년들의 직장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워졌다. 취업 재수·삼수생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충북지식경영포럼 조찬세미나에서도 '정부의 친기업 정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청주상공회의소는 지난 17일 그랜드플라자 청주호텔에서 '충북지식경영포럼 84차 조찬세미나'를 가졌다. 이화여자대학교 최병일 교수가 '무역전쟁의 시대, 뉴 노멀(New Normal)과 한국'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면서 정부의 친기업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열강들의 보호무역주의가 팽배한 시점에서 한국이 무엇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미·중과 한·일 무역 분쟁의 공통점도 분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 중반기 이후 최대 과제는 '친기업 정책'이다. 한국경제는 지금 저성장 기조에 빠져들고 있다. 국가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싫든 좋든 친기업 정책을 펴야 한다.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노동정책의 상당 부분을 수정해야 한다. 때마침 정부가 내년 1월부터 주 52시간제 시행에 들어가는 50~299인 규모의 중소기업에 한해 법정 노동시간 위반의 처벌을 유예하는 계도기간을 부여키로 했다. 정부는 300인…
[충북일보 최준호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때 내 건 구호 '사람이 먼저다' 에는 '서울'이란 수식어가 붙었어야 한다. '12·16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까지 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겠다며 내 놓은 대책은 열 손가락으론 셀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그 동안 서울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른 반면 지방 대부분의 주택시장은 죽었다. 마이너신문 기자로 30년간 집 없이 살던 전 청와대 대변인이 서울 변두리에서 10억여 원을 대출받아 산 상가에서 1년 5개월 만에 난 시세차익이 8억여 원이다. 같은 신문사 출신 청와대 비서관이 서울과 과천에서 소유한 아파트 2채 값은 2년 10개월 새 11억 원에서 22억 원으로 뛰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청와대 비서실장이 "수도권에 집을 2채 이상 가진 청와대 고위 공직자는 한 채만 남기고 나머지를 처분하라"고 지시했다는 뉴스에 비아냥 댓글이 쏟아진다. '지방소멸시대'란 용어는 이제 평범한 지방 사람에게도 낯설지 않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지방 14개 시·도민 1천308명을 대상으로 '지역경제 현황 및 전망'에 대한 인식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전체의 61%는 10년 이내에 자신이 사는
지난달 17일 서울 중구 덕수궁 중명전에서 제 80회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이튿날 신문에는 "알고 계셨나요 어제 순국선열의 날" 한 줄의 글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참석자들에게 인사하는 사진 한 장 이었다. 이 신문의 기사처럼 후손들은 잊어가고 있다. 2020년은 4·19혁명 60주년이다. 필자는 혁명이 일어나던 당시 중앙대학교 정치외교학과 3학년으로 앞장섰다. 4·19혁명 때 대학생 중 중앙대학교에서 가장 많은 6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그 중에는 충청도 출신이 3명으로 청주고 김태년 열사, 단양공고 지영헌 열사 그리고 금산에 대전고 조병래 열사가 산화했다. 지금까지도 무거운 마음이 가슴을 짓누른다. 그래서 어느 누구보다 4·19혁명사를 후세에 제대로 남기고자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23년 전 필자는 서울 수유동 4.19민주묘지에 떨어져있었던 4.19혁명 영혼부부 김태년 열사와 경기 용인 출신 여학생 서현무 열사를 합장시켜 메스컴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열사들의 뜻과 정신을 기리는 것이 살아 남은 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초 수소문 끝에 후배인 전남 순천고등학교 출신 송규석 위령비 (고흥 과역초교 정문 앞)를 찾아 참배했다. 선배가 아닌…
울주 반구대 벽화는 우리나라 선사시대 암각화 중에서 가장 오래 된 것이다. 국보 제285호로 지정되었으며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바위에 이처럼 많은 선사시대의 다양한 생활상이 어떻게 그려지게 된 것일까. 바위에는 약 300여점의 그림들이 새겨져 있다. 고래를 사냥하는 매우 사실적인 그림은 약 7000년 전 신석기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구상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 그림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런데 이 중요한 유물이 1971년 전 충북대 이융조 교수 등이 발견한 것을 아는 이들은 드물다. 불교유물 전문가인 전 동국대 문명대 교수, 고대사를 하는 고대 김정배 교수도 이 유적을 찾는데 공을 세웠다는 기록이 있다. 그런데 필자에게는 아무래도 하단에 기록 된 300여자의 명문이다. 바로 신라시대 젊은 남녀들의 이름이 나타나는 것이다. 학자들은 이들을 화랑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과연 바위에 새겨진 이름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이 가운데 매우 흥미로운 글이 나타난다. "을사년에 갈문왕이 놀러 와서 처음으로 골짜기를 보았다. 오래된 골짜기인데도 이름은 없다. 좋은 돌을 얻어 글을 짓고 계곡을 '서석곡'이라 하고 글자를 새기게 하였
"교장선생님은 산이 왜 좋으세요?" 젊은 박선생님은 매주 등산가는 내가 궁금한가 보다. 주말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산에 다닌 지 10년이 되었다. 왜 산이 좋은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냥 좋다 하며 다녔다. 산이 왜 좋지· 새로운 장면을 만나는 기쁨이 있다고 했다. 비슬산 1000m 고지에 펼쳐진 진달래 융단을 만났을 때 얼마나 감탄했는지 모른다. 연보라색 얼레지 꽃이 펼쳐진 봄 산에는 마음이 설레었다. 겹겹이 산 능선이 이어져 바다로 흘러가는 모습을 보면 속이 확 트였다. 살얼음 동동 막걸리를 마실 수 있어서 좋다 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오르막을 겨우겨우 올라 만나는 첫 능선에는 골바람이 기다리고 있다. 온 길을 뒤돌아보며 휴~하고 고개를 내밀면 골바람이 시원하게 이마의 땀을 식혀준다. 그 때 남편이 건네주는 살얼음 동동 막걸리 한 컵을 마시면 힘들었던 순간은 어느새 사라진다. "힘들지 않으세요?" 물론 힘들다. 오랫동안 등산을 했다고 하면 날렵하게 산에 오르는 장면이 상상하는데 사실 나는 힘들지 않았던 날이 없다. 체력이 안 될 때, 바람도 없이 더울 때, 그늘 길도 없는 쨍쨍 햇볕이 내리쬐는 길을 걸을 때…
국토정보원이 발표한 새로운 산맥도와 우리 조상들이 만든 산경도에 의하면 우리 충북을 가로지르는 대표적인 산맥은 차령산맥과 소백산맥이 아니라 한남금북 정맥이 된다. 한남금북 정맥은 백두대간의 속리산 천왕봉에서 분기하여 북으로는 한강과 남으로는 금강의 분수계를 이루며 충청북도를 북서방향으로 연결하고 경기도 안성의 칠장산까지 백두대간에서 남한의 정중앙을 잇는 큰 산줄기인 것이다. 속리산 천왕봉(1057.7m)에서 보은의 말티고개를 거쳐 시루산과 구봉산, 청주의 선도산과 상당산성, 괴산의 좌구산, 칠보산, 보광산, 음성의 보현산, 소속리산, 마이산을 지나 안성의 칠장산에서 한남정맥과 금북정맥으로 분기하게 된다. 이 정맥은 한강과 금강의 분수계를 이루고 있으므로 산줄기의 동북쪽은 남한강으로 흘러가는 달천의 지류들이 괴산과 음성, 충주 지역의 젖줄이 되고 있고 남서쪽은 괴산, 보은, 음성, 진천, 청주 지역을 흐르는 미호천이 젖줄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 충북의 대표적인 산맥이라 할만하다. 미호천은 그야말로 충북의 곡창이라 할 수 있는 중부 지역을 흐르는 중요한 물줄기다. 미호천의 발원지는 음성군 삼성면의 마이산이다. 마이산 정상에서 솟은…
댓돌 박종혁 충북시인협회 한평생을 나직이 엎드려 세월의 발자국을 받아 칼날 같던 모서리도 마름질하며 대청 툇마루도 부러워 아니하고 그렇게 순응하며 그대 마음 같은 내 안의 댓돌 하나
거미 2 나순옥 충북시인협회 예쁜 집 지어놓고 누가 오길 기다려도 저물도록 아무도 찾아와주지 않는다 거미는 우리 할머니처럼 혼자 잠을 자겠다
[충북일보] 올 한 해 충북 4-H회원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청소년과 농업인지도자 회원 모두 골고루 활약하면서 성과를 냈다. 충북농업기술원은 지난 16일 2019년 한해를 마무리하는 청년농업인들의 잔치인 '40회 충북4-H대상 시상식'을 가졌다. 김성규 괴산군4-H연합회 부회장이 영농기술개발분야 대상을 차지했다. 같은 분야의 '지혜상'은 박진영(26·음성), '헌신상'은 박준우(30·옥천), '봉사상'은 남종우(30·진천), '근면상'은 신은석(30·단양) 회원이 수상했다. 유준형(24·증평), 권명중(30·청주), 장성호(32·충주) 회원은 각각 본상을 수상했다. 우수학교4-H회 분야 대상은 증평군 형석고등학교가 받았다. 4-H 발전 유공자에 대한 시상도 이어져 모두 8명이 도지사와 도의회의장 표창을 받았다. 충북 4-H는 올해 전국적으로도 인정을 받았다. 우선 충북4-H연합회가 지난 10월 20일부터 23일까지 열린 48회 4-H중앙경진대회에서 6개 분야 중 4개 분야에서 수상했다. 같은 기간 대전에서 열린 2019강소농(작지만 강한 경쟁력을 갖춘 농업인)대전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경기호 충북도4-H본부 회장은 농업인지도자(4-H) 육성…
미호천을 따라 물안개가 하얗게 피어오르고 있다. 수변 공원에는 햇살을 받은 코스모스가 하늘거리고 들녘에는 익어가는 벼들이 황금물결을 이룬다. 청주의 최고층 아파트가 한눈에 들어오고 뒷산 국사봉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더없이 시원하다. 풍수 지리학상 '배산임수(背山臨水)' 라고 하던가. 팔만 여 평의 넓은 부지위에 지은 건축물. 대단위 아파트 2500여 세대가 자연과 조화되고 휴식과 운동시설이 어우러진 여유로운 공간이 나의 보금자리이다. 외곽에서 보기에는 여느 아파트 단지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삼십년 넘게 공인중개사 활동을 하면서 빌라, 빌리지, 고급아파트, 설계가 잘된 집, 인테리어를 예쁘게 해놓은 집, 수많은 아파트를 보아도 느낌이 없었다. 평소 나는 세련되지 못하고 오밀조밀한 솜씨로 집안을 꾸미지도 못한다. 그래서 아파트생활은 나와 맞지 않는다고 치부 해왔던 터여서 이곳으로 보금자리를 마련하리라고는 정말 나도 몰랐다. 우연한 기회에 집을 팔자 허전한 마음을 잡기위해 택한 일 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번화한 시내에서 십 여분 거리에 있는 공사현장을 몇 번 오고 가다보니 포시러운 아기의 뺨처럼 점점 좋아지기 시작했다. '제 눈에 안경'이라고. 드디어 건물
며칠 전 서울에 다녀왔다. 모처럼 간 서울은 미세먼지로 숨조차 쉴 수가 없었다. 지하철을 타고 내리면서, 꽉 막힌 거리에서 경적을 울려대는 차들을 보면서 의아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곳에서 서민으로 사느니 아파트를 팔아서 지방으로 내려가면 부자로 떵떵거리고 살 수 있을 텐데, 왜 서울을 고집하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신문 한 장을 발견했다. 그 신문을 읽으면서 그 많은 사람이 서울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청와대에서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던 김수현 전 정책실장의 아파트 가격이 10억 넘게 뛰었다는 것이다. 경실련 조사에 의하면 청와대 전·현직 참모 65명을 조사한 결과 집값이 몇 억씩 뛴 사람이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청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지난 세월을 회상해 보았다. 맨 처음 한 칸짜리 전세로 출발해서 30평짜리 아파트에 정착하기까지 18번이나 이사했다. 직장에 출근하기 좋은 곳으로 쫓아다닌 게 대부분이었다. 셋방에서 내 집으로, 작은 집에서 좀 더 큰 집을 찾아다니다가 보니까 그렇게 된 것이다. 청주에서 서울로, 분당에서 청주로, 충주를 거쳐서 다시 청주로 돌아왔다. 청주에서
우리 주변에는 많은 공유경제가 운영되고 있고, 생겨나고 있다. 유아 장난감 구매 부담 해소를 위한 '장난감 도서관', 취업 정장 등을 공유하는 '모두의 옷장', 경단녀 등의 단절된 재능에 경제적 기회를 제공해 주는 각종 재능 기부도 공유경제의 일부로 널리 활약(?)하고 있다. 경제에 대한 인식과 소비활동의 변화로부터 등장해 성장 가능성과 분야별 발전 가능성에 주목을 받고 있는 공유경제의 핵심은 무엇일까? 아마도 IT 기반 소프트웨어 기업의 융성과 긱(GIG) 경제로 불리는 임시 노동자의 일반화라고 볼 수 있다. 전자인 IT 기업은 기술은 활용해 플랫폼을 구성하고 노동과 물건 등의 공유를 생산해 내기 때문이다. 반면에 이들 핵심요소 중 후자인 노동은 그에 대한 평가가 공유경제의 성공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공유경제에서 노동문제 해소를 이슈로 다루는 측에 따르면 공유경제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우버(UBER)는 본인들이 택시 등과 같은 운송 사업자가 아니라 IT 사업자이며, 따라서 그들이 주장하는 개인 운송수단을 활용한 혁신은 운송사업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친다. 또한 우버와 계약을 맺고 영업에 종사하는 자들 역시 IT 시스템을 통해 영업
[충북일보] 프랑스 혁명 당시 참수형에 처할 죄수들에게 단두대는 귀족들의 특권이었다. 죄수의 고통 감소를 위한 단두대는 두개골에 큰 충격을 주지 않는 데다, 짧은 시간에 목숨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었다. 단두대가 처음으로 사형도구로 쓰인 것은 프랑스 혁명 4년째 되던 1792년 4월 25일이었다. 단두대에서 최초로 처형된 수형자는 강도 살인범인 페르체였다. 단두대는 1792년 정식 사형 도구가 된 이후 1977년까지 사용되다가 1981년 프랑스에서 사형제도 폐지 후 폐기됐다. 기요틴의 현대적 의미 귀족들에게만 허용됐던 단두대는 당시 파리대학 의학부 교수였던 기요틴(J. Guillotine) 박사가 기계를 이용해 사형수를 처형해야 한다는 논문을 제출하고 관련 법률이 통과되면서 시행됐다. 이전의 처형 방법은 매우 잔혹해 죽기 직전까지 고문을 가하기도 했고, 화형이나 사지를 찢어 죽이는 거열형 등이었기 때문에 목을 베는 것은 오히려 가벼운 형이었다. 오늘 날 기요틴 박사의 단두대는 '규제 기요틴'으로 이해되고 있다. 즉 단두대처럼 불필요한 규제를 건별이 아니라 한꺼번에 처리하는 규제개혁 방식이다. '규제 기요틴'은 1980년대 일부 유럽국가가 대
[충북일보] 지방의회 의원들의 국외연수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대부분 과거 관광성 외유에서 보여준 질 떨어지는 행동 때문이다. 지방의회의 환골탈태 외엔 답이 없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국외연수는 해외 선진지의 각종 시책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만큼 직접 경험이 가장 큰 효과를 냈던 시절이었다. 눈으로 보지 않으면 접목이 어려웠다. 정보 취득에 어려움이 많았던 시절의 이야기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전 세계 각국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는 시대다. 인터넷 등 온라인을 통해 해외 각종 기관과 교류가 가능하다. 직접 방문 없이도 다양한 선진 시스템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도 지방의원들의 국외연수 결과는 아주 실망스러웠다. 충북도의회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실효성 떨어지는 연수가 많았다. 그러나 내가 달라지면 조직도 달라진다. 충북도의회 역시 변하고 있다. 공무국외 연수·출장 결과를 조례 제·개정 등 의정활동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지난 13일엔 도의회 회의실에서 정책복지위원회 등 3개 위원회가 실시한 공무국외 출장 결과를 공유하고 의정 발전 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결과보고회를 가졌다. 공무(公無) 국외연수
충북에는 향교가 18곳이 있다. 향교는 조선시대 유림들이 모여 유학을 공부하였던 학교였다. 오늘날에 중등학교에 해당하여 서당에서 학동들이 천자문, 동몽선습, 계몽편, 명심보감, 소학 등을 공부한 후에 향교에 모여 기숙을 하면서 사서(四書 : 대학, 논어, 맹자, 중용)삼경(三經 : 시경, 서경, 주역)을 공부하여 청운의 꿈을 품고 유일했던 국립대학이었던 성균관에 입학하여 학문을 더욱 깊게 연구하며 수신제가하여 벼슬길에 올랐다. 인류의 스승이며 유교학문을 창시하신 성인(聖人)에 이르신 공자님의 철학사상은 오늘날에도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침으로 남겨서 따르고 있다. 흔히 공자를 "중국 사람인데 왜, 받들어 모시나요?"하는 분들이 있는데 중국 노(魯)나라 분인 것은 맞는데 선사시대 우리의 조상과 같은 동이족의 후예(後裔)라는 것입니다. 세계4대문명의 하나인 황하문명보다 2천여 년이나 앞선 요하문명의 유적이 발굴되면서 중국에서 오랑캐라 불릴 정도로 진취적이고 강력한 정신과 문명을 일으킨 위대한 민족이었던 동이족(東夷族)의 세력이 중국대륙 쪽으로 이동하여 동이족이 만들어서 사용하던 한자를 근간으로 황하문명을 일으키는데 기여하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동양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로수는 이파리마다 수채화를 그리고 있었다. 붉은색의 파스텔 톤으로 변해가는 단풍을 바라보며 오래오래 아름다운 모습으로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자연의 순환은 흐르는 물과 같아서 속살을 드러낸 채 나목으로 서 있었다. 신호등이 있는 건널목을 건너고 있을 때 멀리서 무단횡단을 하며 천천히 걸어오는 노인을 발견하였다. 큰 키에 걷는 걸음걸이며 낯익은 모습이었다. 건널목을 건너가서도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노인이 도로를 다 건너갈 때까지 바라봤다. 나는 누군가 내 다리를 붙들고 있는 것처럼 붙박이가 되어 한 걸음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노인은 구루마를 밀며 매우 천천히 걷고 있었다. 구루마 위에는 종이 박스 두 개가 올려져있었다. 다리가 불편한지 절룩거린다. 검은 옷에 검정 모자를 쓰고 검은 안경을 썼다. 형편없이 남루한 차림이었다. 평소 내가 알고 있던 노인의 모습이 아니어서 내 눈을 의심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 노인은 불행하게도 옆집에 세 들어 살던 할아버지였다. 혼자 살고 계셨던 할아버지는 원룸에서 사셨다. 가끔 쓰레기를 버리러 밖에 나올 때면 우연히 만나 이야기를 하곤 하였다. 젊은 시절엔 수학선생님도 하셨다고…
[충북일보] 한 해가 갈 즈음 내놓은 교수사회의 일갈(一喝)이 거세다. 2019년을 대표하는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가 뽑혔다. 상대를 죽이면 함께 죽는다는 뜻이다. 분열된 사회를 반영하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이다. *** 교수사회의 거센 일갈 21대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 하루 전이다. 여야 상생의 비전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정치권의 분열과 갈등은 변치 않는 현상이 됐다. 교수사회가 내놓은 사자성어가 작금의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웅변하고 있다. 물론 공명조(共命鳥)는 현실에는 없는 상상의 새다. 불교 경전에 등장하는 몸 하나에 머리가 둘인 새다. 한 머리는 낮에 일어나고, 다른 하나는 밤에 일어나곤 했다. 몸은 하나인데 머리가 두 개로 각각 성질이 달랐다. 서로 시기하고 미워했다. 어느 날 한 머리가 맛있는 과일을 혼자 먹었다. 화가 난 다른 머리가 한 머리를 죽일 생각을 했다. 다른 머리가 한 머리 과일에 독을 탔다. 한 머리가 독이 든 과일을 먹어버렸다. 독이 온몸으로 퍼졌다. 그런데 한 몸의 두 머리가 함께 죽었다. 공명지조는 목숨의 공유를 망각한 화(禍)를 가르친다. 한국 정치의 현재 상황을 알리는 강력한 메타포다. 어느 한쪽
산림청의 1973년 1차 산림기본계획 등 성공적인 산림경영으로 우리나라는 세계 4대 조림국가로 평가받게 되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6차 산림기본계획은 일자리가 나오는 경제산림, 모두가 누리는 복지산림, 사람과 자연의 생태산림을 모토로 하고 있다. 그동안 조림과 목재생산에 치중을 하던 산림사업에서 잘 가꾸어진 산림을 고부가가치로 활용하는 휴양림, 치유의 숲, 유아숲체험 등의 산림복지 쪽으로 국민적 관심이 증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따라서 이제는 산림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역할의 비중이 높아지고 특히 울창하고 잘 가꾸어진 산을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드는 산불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대형 산불이 매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이에 산림청에서는 산불진화의 체계화와 전문화를 위해 2016년부터 산불재난특수진화대(이하 특수진화대)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필자도 2016년 4월부터 특수진화대에 선발돼 올해로 4년차에 접어들었다. 보은국유림 특수진화대로 첫 출동한 2016년 4월 5일의 충주 수안보 산불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오후에 발생한 산불이라 늦은 야간에 도착한 뒤 다른
아버지 3 - 생신- 김옥배 충북시인협회 2019년 10월 30일은 96세 정정한 아버지의 생신이었다 자식들이 모이기 편한 날 택일은 일요일로 정했다 각 지방에서 모인 자식들은 예약 식당으로 시간 맞춰 오고 전날 도착한 외아들이 아버지를 모시고 오기로 약속했다 웬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아들은 시무룩 혼자서 왔다 간신히 현관까지만 나오시다 신발을 신지 못하고... 당신의 축하 시간을 포기 하셨단다 아픈 곳은 없다고 하신다 그저 거동이 힘들어서일 뿐이라 하니 그나마 다행으로 여기고 자식들은 잠시 아버지를 잊었다 아버지가 바람처럼 스쳐 지나는 주인 없는 잔치상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그 속절없는 시간 아버지는 혼자 먼저 간 아내를 그리워 하셨을려나.
조선왕조실록에는 '태풍'을 '대풍(大風)'으로 표현해 기록하고 있는데 태풍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음이 곳곳에 기록돼 있다. 유럽에 한반도를 최초로 알린 '하멜표류기'에서 하멜 일행은 태풍을 만나 제주도로 표류할 수밖에 없었다. 태풍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낯선 동양의 나라에서 하멜은 무려 13년간 억류생활을 한다. 과거에도 '태풍'은 조상들에게 위협적인 존재였다. 과학기술이 놀랍도록 발전한 오늘 날에도 태풍의 위력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기상위성이 개발되기 전까지 우리는 태풍의 존재에 대해 잘 알고 있었지만 실체를 직접 본다거나 관측 장비가 있는 지점에 상륙하기 전까진 그 위력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특히, 드넓은 북태평양 해상에 위치한 태풍의 존재를 확인하고 그 이동 상황을 추적할 수 있는 방법은 전무했다. 선진국에서는 기상관측선과 항공기를 투입하여 태풍 주변과 중심부근을 관측하기도 했지만 위험부담이 컸으며 한시적일 수밖에 없었다. 태풍의 눈 안에 들어간 지역에서는 태풍이 급속도로 약해지고 때론 하늘이 개는 상황이 나타나곤 한다. 과거에는 태풍의 눈 중심에 들어섰음을 모르고 태풍이 약해졌거나 태풍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것으로 판단할 수도 있는 오류를…
[충북일보] 블랙 아이스가 겨울철 도로 위의 폭탄으로 떠올랐다. 지난 14일 새벽 경북 군위군 소보면 상주-영천고속도로 양방향에서 각각 연쇄추돌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7명이 숨지고 32명이 다쳤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44분께 경북 군위군 소보면 달산리 상주-영천고속도로 상행선 영천 방향 26km 지점에서 화물트럭 등 차량 10대가 연쇄 추돌했다. 이 사고로 6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쳤다. 비슷한 시각 사고 지점에서 2㎞ 떨어진 하행선에서도 20여대가 연쇄 추돌해 1명이 숨지고 18명이 부상했다. 이날 사고는 모두 새벽에 내린 비로 노면에 '블랙 아이스(Black Ice)'가 생겨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날 하루 동안 비슷한 추돌사고가 전국 곳곳에서 발생했다. 충북에서도 크고 작은 블랙 아이스 관련 사고가 잇따랐다. 새벽 5시30분께 영동군 심천면 도로에서 화물차와 승용차 등 차량 6대가 잇따라 부딪쳤다. 이 사고로 2명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출동 구급차를 다른 승용차가 들이받는 사고도 있었다. 오전 8시20분께 음성군 생극면 도로에서는 빙판길 교통사고 처리를 위해 갓길에 정차 중이던 경찰 순찰차를 승용차가 들이박아 경찰관 1명
빌어먹을 내리사랑 김성순 충북시인협회 늦가을 무서리가 검은머리 몰아내고 내천川자 가로 누운 이마 고운 티 간데없고 합죽이 된 입술 옆에 팔자주름 깊게 패어 누가 봐도 기운 없는 망백(望百:91세)지난 내 어머니 바스러진 낙엽처럼 쓸모없는 몸뚱어리 저승사자 뭣 하는가 한시바삐 날 데려 가제 고이 기른 육남매 효자효부 소용없네. 땅 꺼지게 한숨지어 내뱉으신 탄식 소리 자식도리 다 못하나 이년 가슴 갈기갈기 태산보다 높은 사랑 바다보다 깊은 사랑 부모은혜 갚기도 전 자식손자 자라나니 늙은 아기 갓난아기 나란히 눕혀놓고 까꿍까꿍 어르느니 몹쓸 것이 내리사랑
몇 년 전 스페인의 화랑에서 그림 속 인물의 눈이 나를 계속 바라보고, 이동을 할 때마다 그림 속의 탁자가 내 쪽으로 찌그러져서 신기했다. 가이드의 설명으로는 그림에 원근법을 적용한 때문이란다. 서양에서는 13세기 이후 원근법이 시각론에 기초하여 1417년 건축가 브루넬레스코가 투시 원근법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완성하였고 저 유명한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에서도 그 기법이 드러난다. 동양화에서는 동진 고개지의 「여사잠도」에서 원근 개념이 나타났으며, 유송의 화가 종병이 산수화론에서 원근법을 설명했다고 한다. 시기로는 동양의 원근법이 이른 편이나 대부분 동양화에서는 원근법을 수묵담채의 농담으로 나타내는데 머물렀다. 이는 동서양의 자연을 대하는 인식 차이 때문이라고 한다. 서양은 인간중심적 사고에 의하여 자연을 객체로 인식하고 정복 지향적으로 대하였으나 동양인은 자연을 전일적 조화론 적으로 인식하는 이른 바 인간과 자연을 일체시하여 자연 자체를 주인으로 여겼다. 때문에 서양에서 원근법이 더 발달하였다고 한다. 서양은 자연을 극복대상으로 여겼으므로 지구라트나 바벨탑 같은 건축물이 나오고, 동양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려 하므로 가급적 자연친화적인 건축을 으뜸으로 여긴다.
[충북일보] 충북도내 시·군 중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은 보은·영동·증평·진천·괴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없는 곳은 괴산·단양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시군구 및 전문과목별 활동의사인력 현황'에 따르면 2024년 7월 기준 우리나라 전체 인구 1천명당 의사는 3.2명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의사 2.1명, 치과의사 0.6명, 한의사 0.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1천명당 활동의사수가 가장 적은 지역은 '강원 고성'으로 인구 천명당 1.0명으로 전국 평균의 3분의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강원 양양(1.0명)·강원 인제(1.1명)·강원 정선(1.3명)·강원 횡성(1.3명) 순이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은 229개 시군구 중 66개 지역이나 됐다. 충북에서는 보은, 영동, 증평, 진천, 괴산 등 5개 군이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도 229개 시·군·구 중 14개 지역이나 됐다. 충북에서는 괴산, 단양군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도 11개 지역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산부인과 전문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에서 자궁출혈 증상이 있는 임신 15주차 임신부가 병원을 전전하다 신고 접수 2시간 만에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5시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임신 15주차 산모인데 복통이 심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임신부가 하혈과 함께 복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등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구급대는산모를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로 이송했으나, 응급 수술이 필요하단 이유로 상급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구급대는 청주권 주요 병원 6곳의 수용 가능 여부를 알아봤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며 이송을 모두 거절했다. 소방당국은 충북 권역까지 넓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수소문 했다. 이후 진천의 한 병원에서 산모를 수용할 수 있단 답변을 받았고 119 신고 접수 2시간 만인 오전 7시 10분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당시 산모는 자궁출혈이 심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었다"며 "안타깝게도 태아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재 산모는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되찾았다. /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