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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숙

관기초등학교 교장

"교장선생님은 산이 왜 좋으세요?"

젊은 박선생님은 매주 등산가는 내가 궁금한가 보다. 주말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산에 다닌 지 10년이 되었다. 왜 산이 좋은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냥 좋다 하며 다녔다. 산이 왜 좋지·

새로운 장면을 만나는 기쁨이 있다고 했다. 비슬산 1000m 고지에 펼쳐진 진달래 융단을 만났을 때 얼마나 감탄했는지 모른다. 연보라색 얼레지 꽃이 펼쳐진 봄 산에는 마음이 설레었다. 겹겹이 산 능선이 이어져 바다로 흘러가는 모습을 보면 속이 확 트였다.

살얼음 동동 막걸리를 마실 수 있어서 좋다 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오르막을 겨우겨우 올라 만나는 첫 능선에는 골바람이 기다리고 있다. 온 길을 뒤돌아보며 휴~하고 고개를 내밀면 골바람이 시원하게 이마의 땀을 식혀준다. 그 때 남편이 건네주는 살얼음 동동 막걸리 한 컵을 마시면 힘들었던 순간은 어느새 사라진다.

"힘들지 않으세요?"

물론 힘들다. 오랫동안 등산을 했다고 하면 날렵하게 산에 오르는 장면이 상상하는데 사실 나는 힘들지 않았던 날이 없다. 체력이 안 될 때, 바람도 없이 더울 때, 그늘 길도 없는 쨍쨍 햇볕이 내리쬐는 길을 걸을 때 등 힘들고 어려운 순간이 많기도 했다. 제일 싫어하는 것 중에 하나는 봉우리 하나를 힘들게 올라갔는데 다시 내려갔다가 다른 봉우리를 올라가는 길이다. 그 봉우리를 쳐다보면 도대체 언제 저기를 오르나 하는 생각에 한숨이 나기까지 한다.

"어떨 때 제일 좋으세요?"

힘들어 보이는 저 산도 묵묵히 걷다 보면 어느새 중턱에 올라서 있고 또 금방 그 봉우리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는 그 순간이다 했다. 까마득한 저 산도 한걸음 한걸음 걷기만 하면 다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내려가는 길이 더 길고 험난할 수도 있지만 또 그렇게 내려가면 된다는 것도 안다.

짧은 대화였는데 산에 오를 때마다 그 물음이 떠오르곤 한다. 나는 왜 산에 오르지?

산에 오르는 것은 우리의 일, 삶과 같다. 산길과 같이 우리가 하는 일 하나하나가 다 힘들지는 않다. 걱정은 실체가 없는 생각 속에 있는 것이다. 정작 일의 과정에는 걱정이 없다. 걱정할 시간에 책상에 앉아 일을 시작하다 보면 생각보다 훨씬 빨리 해낼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일은 그 어떤 일보다 즐겁고 행복한 순간들이 많다. 아이들의 엉뚱한 질문에 웃고 다정한 표정에 행복해질 수도 있다.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는 일은 그 무엇보다도 흐뭇하다. 산길에서도 그렇다. 앙증맞은 작은 꽃 하나에 감동하고, 뾰로롱 산새소리에 경쾌한 발걸음이 된다.

산이 내가 가고 걷기 좋아하는 길로만 되어 있을까? 너덜 길도 마사토로 미끄러운 길도 지나야 한다. 예상치 못한 비가 내려 점심 먹을 공간도 못 찾기도 하고 눈 위에서 동동거리며 요기를 할 때도 있다. 우리의 일도 삶도 그렇게 힘든 일 하나씩 해나가는 것이다. 그 속에 작은 행복들을 느끼면서 말이다.

뚜벅 뚜벅 걷는 산길처럼 학생들, 선생님들과 함께 1년을 걸어왔다. 산꼭대기에 있는 행복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산길 구석구석에서 만나는 작은 이야기들과 같은 과정을 함께 했다. 한 걸음 한 걸음 자체가 즐거움이고 행복이었다. 교육과정 평가 설문에서 '올해 관기초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이라는 질문에 "행복"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쓴 것을 보면 아이들도 행복했나 보다.

내가 산에 오르는 이유는? 걷는 것 그 자체가 행복하기 때문이다. 산을 오르고 내리며 인생을 배우고 그 속에 행복과 즐거움 그리고 어려움을 견디는 인내를 배운다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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