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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애

공인중개사

미호천을 따라 물안개가 하얗게 피어오르고 있다. 수변 공원에는 햇살을 받은 코스모스가 하늘거리고 들녘에는 익어가는 벼들이 황금물결을 이룬다. 청주의 최고층 아파트가 한눈에 들어오고 뒷산 국사봉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더없이 시원하다. 풍수 지리학상 '배산임수(背山臨水)' 라고 하던가. 팔만 여 평의 넓은 부지위에 지은 건축물. 대단위 아파트 2500여 세대가 자연과 조화되고 휴식과 운동시설이 어우러진 여유로운 공간이 나의 보금자리이다. 외곽에서 보기에는 여느 아파트 단지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삼십년 넘게 공인중개사 활동을 하면서 빌라, 빌리지, 고급아파트, 설계가 잘된 집, 인테리어를 예쁘게 해놓은 집, 수많은 아파트를 보아도 느낌이 없었다. 평소 나는 세련되지 못하고 오밀조밀한 솜씨로 집안을 꾸미지도 못한다. 그래서 아파트생활은 나와 맞지 않는다고 치부 해왔던 터여서 이곳으로 보금자리를 마련하리라고는 정말 나도 몰랐다. 우연한 기회에 집을 팔자 허전한 마음을 잡기위해 택한 일 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번화한 시내에서 십 여분 거리에 있는 공사현장을 몇 번 오고 가다보니 포시러운 아기의 뺨처럼 점점 좋아지기 시작했다.

'제 눈에 안경'이라고. 드디어 건물이 완공되고 점등식이 있던 날의 설래 임으로 입주허가를 받았다. 선두주자로 입성을 하고 백일이 지났다. 아기가 세상에 태어 난지 백일이 되면 뒤집기를 시작하듯이 내 스타일이 아니라고 했던 아파트생활에 낯을 익히며 첨단시스템의 피트니스 센터, 전자 도서관을 들락거려 본다. 아파트 주위를 둘러 싼 운동기구도 이용해 보고 오늘같이 햇볕이 좋은날에는 중앙 잔디밭에서 푸르른 자연의 냄새를 맡아보기도 한다. 동간(同間)거리가 넓어 사생활 보호가 되고 집안에 손님이 여러 명이 왔을 때는 게스트하우스가 있으니 걱정이 없다. 특히 내가 보금자리를 더 좋아하게 된 이유는 주차장 시설이다. 주차장 특유의 갇힌 공기, 차에서 나오는 냄새와 소음이 무척 싫었는데... .

보금자리의 거대한 주차장은 말만 지하 주차장이지 지대가 높아 산과들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채광, 흐린 날이면 LED 조명이 낮처럼 밝게 비추어주고, 대당 바닥면적도 크니 주차장은 내게 선물이었다.

요즈음 집이 어디냐고 묻는 상대방에게 '옥산이에요' 하면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밀집 되어있는 주택가와 빌딩, 아파트 숲을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내리다 보니 지인들은 아마도 내가 당연하게 근처에서 보금자리를 정하리라 생각했나 보았다. 육층 건물을 짓고 집들이를 하였을 때 남편의 직장동료 한분은 '역사를 이루셨군요' 했다. 이번에는 '변혁을 하셨군요' 할 거다. 옳은 말이다. 내 인생의 대변혁을 한 셈이다. 혁신적인 주거문화와 휴게공간이 아침저녁으로 산책을 나서게 하는 이유가 있고, 덜 세련된 주변 환경은 세상살이의 소음을 걸러서 들려준다. 아파트단지 둘레만 걸어도 한 시간이 소요되니 운동을 못하는 내게는 안성맞춤이다.

나는 총명하지 못하고 둔보(鈍步)였다. 영민하지 못한 더딘 걸음으로 어느 순간에 고리 던지기 게임 하듯이 목표를 정해 놓고 자신을 재촉하며 다그쳐 왔다. 본의 아니게 부동산 중개업계의 윗자리를 맡고는 '무사히 하산 할 수 있을까' 괴로운 밤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니 심신이 얼마나 고달팠으랴. 이런저런 많은 날들이 저만치 가고 이제야 보금자리로 돌아왔다. 리버 (river) 파크(park) 자이 아파트. 나는 이 보금자리에서 이제는 누구에게 보이려고 애를 쓰기보다 내 안의 자신을 보며 원래의 모습으로 조금은 편안하게 숨을 고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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