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1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9.12.15 15:36:16
  • 최종수정2019.12.15 15:36:16
몇 년 전 스페인의 화랑에서 그림 속 인물의 눈이 나를 계속 바라보고, 이동을 할 때마다 그림 속의 탁자가 내 쪽으로 찌그러져서 신기했다. 가이드의 설명으로는 그림에 원근법을 적용한 때문이란다. 서양에서는 13세기 이후 원근법이 시각론에 기초하여 1417년 건축가 브루넬레스코가 투시 원근법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완성하였고 저 유명한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에서도 그 기법이 드러난다. 동양화에서는 동진 고개지의 「여사잠도」에서 원근 개념이 나타났으며, 유송의 화가 종병이 산수화론에서 원근법을 설명했다고 한다. 시기로는 동양의 원근법이 이른 편이나 대부분 동양화에서는 원근법을 수묵담채의 농담으로 나타내는데 머물렀다. 이는 동서양의 자연을 대하는 인식 차이 때문이라고 한다. 서양은 인간중심적 사고에 의하여 자연을 객체로 인식하고 정복 지향적으로 대하였으나 동양인은 자연을 전일적 조화론 적으로 인식하는 이른 바 인간과 자연을 일체시하여 자연 자체를 주인으로 여겼다. 때문에 서양에서 원근법이 더 발달하였다고 한다. 서양은 자연을 극복대상으로 여겼으므로 지구라트나 바벨탑 같은 건축물이 나오고, 동양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려 하므로 가급적 자연친화적인 건축을 으뜸으로 여긴다. 자연 속에 내가 있다고 생각하므로 자연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본다고 여겨서 우리의 옛 선인들은 풍광 좋은 곳에 대(臺)와 루(樓)나 정자를 지어 자연 속에 동화되고자 하였다. 가히 자연을 바라보는 단계에서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수준으로의 상승이다.

이는 물아일체의 사고로도 연관되어 진다. 사전적 의미로 물아일체란 자연물과 자아가 하나가 된다는 뜻으로 대상에 완전히 몰입된 경지를 나타낸다. 이로써 자연을 바라본다면 자연이 조화를 이루었을 때 더욱 아름다워지고 이에 따라 인간의 삶도 더욱 건강해 진다는 것이다. 자연의 개발을 전면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생태와 미적 균형을 유지하는 한도 내에서 가급적 거스르지 않으려는 논리이다. 이처럼 동양에서는 자연에 동화된 인간이 자연을 스승으로 삼고 자연의 이치를 순리로 여겼다.

인간관계로서 나와 너에 대한 생각도 자연관에 따라 지평이 넓어지게 된다. 우리나라는 유독 '우리'라는 생각이 강하다. 어떤 철학자는 이러한 까닭을 한국인에게는 하늘마음이 있기 때문이라 하였다. 이미 단군의 홍익인간에서 연유가 있으므로 오랜 시간 이어져 내려오는 따스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넓디넓은 이 하늘마음이 한류로 작용하여 세계인을 감동시키고 있으니 자랑스러운 일이다. 한 나라의 국력은 문화의 힘이 최상의 경지라 하는데 대장금, 싸이, 방탄소년단 등으로 한국 문화가 세계만방에 드높여졌다. 그 바탕에는 우리의 높은 정신문화가 깔려 있음을 새겨야 한다.

동학란이 일어났을 때 세도가들의 집이 동학교도들에게 공격을 당했어도 평소 지역주민들에게 인심을 베풀며, 이들의 궁기를 보살펴 나눔을 베풀었던 양반들은 오히려 동학교도들이 겁난을 당하지 않게 보호를 해 주었다. 일제의 잔인한 식민통치기간에도 국내에 들어온 일본인 중에 한국 사람들에게 잘 대해준 사람들은 일본이 패망하게 되자 오히려 한국 사람들의 보호로 안전하게 일본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러한 것도 물아일체의 사고로 배운 것이 아닐까. 정권만 바뀌면 권력 수반에 들었던 사람들이 줄지어 영어(囹圄)의 신세가 되는 우리나라의 현 정치문화 아래에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권 연장을 해야만 신병이 안전하게 된다. 그러므로 선심성 복지정책이 난무하게 되어 예전 로마를 몰락시켰던 '빵과 서커스의 정치'가 다시금 재현되는 것이다.

물아일체의 사고로 주변을 대하면서 '있을 때 잘해!'라는 말로 항상 자신을 성찰하면 안전하지 않을까.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