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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시조시인

세상 나무들은 신전의 나무가 되고 싶어 했다.

어느 숲에 작은 느티나무와 또래 나무들도 신전의 나무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어려 선생님의 가르침이 필요했다. 선생님은 바람과 눈비에 가지가 부러지거나 꺾이거나 휘어지지 않도록 어찌 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었다. 또한 웃자라거나 엇가지가 생기면 반듯하게 다듬어 주었다. 하지만 느티는 말을 듣지 않았다. 선생님은 알면서도 웃으셨다. "그래, 네 멋대로 해"

어느덧 각자 떠날 시간이 왔다. 선생님은 또래 나무들에게 말했다. "최선을 다해 살아라"

하지만 느티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느티가 중얼거렸다. "나 같은게 보이겠어?"

그렇지만 느티는 그때부터 방황이 시작되었다. 거센 비바람과 눈보라에 나뭇가지는 휘어지고 꺾어지고 때론 부러졌다. 느티는 몰골이 엉망이 되어 형편없었다. 누구든 느티를 보면 비웃었다.

"쟤를 좀 봐, 몰골이 저게 뭐야? 형편 없군"

느티는 엉엉 울기 시작했다. 느티는 선생님이 미웠다. 느티는 모든 걸 포기하고 죽고 싶었다.

그때 날개가 부러진 나비가 지나가며 말했다.

"야, 포기하지마. 그건 어리석은 짓이야"

느티가 말했다. "포기가 뭔데?"

나비가 대답했다. "갈 길을 잃어버리는 거야"

느티가 말했다. "내가 갈 길이 어떤 길인데?"

나비가 대답했다. "그건 네가 찾아야 해"

하지만 느티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따뜻한 바람을 만났다. "신전의 나무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해?"

바람이 대답했다. "너도 신전으로 가고 싶니?"

느티가 말했다. "응, 나도 신전으로 가고 싶어"

바람이 대답했다. "신전의 나무도 훌륭하지만 너 혹시 푸른 나무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니?"

느티가 말했다. "푸른나무? 아니, 못 들어봤어"

바람이 대답했다. "그 나무도 예전에는 신전의 나무였는데 어느 날 지치고 힘든 이를 위해 저 거친 언덕에서 그들을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대"

하지만 느티는 그 말이 들려오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느티는 바람과 눈비를 만나 수많은 경험을 겪으며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

어느 덧 느티도 굵은 나이테를 안고 있었다.

어느 날 언덕위에 노인이 땡볕 아래 쓰러져 있었다. 느티는 노인을 시원한 그늘로 덮어주었다.

노인이 눈을 뜨며 대답했다. "이렇게 시원한 나무 그늘이 있었다니, 정말 고맙구나"

느티는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할아버지, 미안해요. 저는 지금 여기를 떠나야 해요"

드디어 느티는 신전 앞에 도착했다. 하지만 느티는 망설이고 있었다. 신들이 말했다. "왜 들어오지 않느냐? 신전의 나무가 되기 싫은거냐?"

느티가 대답했다. "아닙니다. 다만, 오는 길에 몹시 지쳐있는 노인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은 신들이 말했다. "여기는 신이 아니면 절대 들어올 수가 없단다. 어떡할거냐?"

느티는 신전을 뒤로하고 노인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이 느티가 있는 언덕으로 오셨다. 선생님은 느티를 알아보지 못했다. "이런 곳에 훌륭한 나무가 있었다니 신기하군"

느티는 그 말을 듣고 울음이 쏟아졌다. 하지만 느티는 인사를 할 수가 없었다. 신들과의 약속이었다. 선생님이 말했다. "누가 가르쳤을까?"

훗날 누군가 선생님에게 느티가 어느 거친 언덕에 있다고 일러주었다. 선생님이 깜짝 놀랐다. "말썽꾸러기, 그 녀석 맞아· 그럴리 없어…?"

느티는 어느 거친 언덕에 푸른 나무가 되어 언제나 지친 이들을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었다.

가르침을 포기한 스승은 사랑을 버린 것이며, 배움을 포기한 제자는 스스로를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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