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의 방울

김경수

시조시인

어느 날 호랑이가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그때 그 옆을 지나던 개가 호랑이의 꼬리를 밟았다. 깜짝 놀란 호랑이가 벌떡 일어나 개를 후리쳤다.

"어느 놈이 감히 나의 꼬리를 밟는거냐?"

개가 비명을 지르며 저만치 나 뒹굴며 대답했다. "가다가 보지 못해 모르고 밟았습니다."

호랑이가 말했다. "정말이야· 앞으로 조심해"

개가 돌아서서 투덜거렸다. "내가 일부러 밟은거야· 그렇다고 때리다니, 호랑이면 다야?"

개는 호랑이에게 골탕이라도 먹여야 얻어맞은 분이 풀릴 것 같았다.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

그때 어디선가 방울소리가 들려왔다. 고양이가 먹잇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방울 소리에 놀란 먹잇감들이 잽싸게 도망치는 바람에 잡을 수가 없었다. 곧바로 개는 고양이를 쫓아가 만났다. "누가 너에게 방울을 달아 준거니?"

고양이가 대답했다. "방울을 떼어주면 말할게"

개가 방울을 떼어 주었다. "이젠 말해봐"

고양이가 대답했다. "나도 처음엔 쥐가 한 짓인 줄 알았는데, 여우가 한 짓 이더라구"

개가 말했다. "여우가 왜?"

고양이가 대답했다. "내 걸 차지하려고 그러지"

다음 날 개는 여우를 찾아갔다. "왜 왔니?"

개가 말했다. "호랑이 목에 방울을 달아 줄래?"

여우는 깜짝 놀라 대답했다. "야, 고양이는 들켜도 어찌 할 수가 있지만 호랑이에게 들키면 죽음이야 알겠니? 쥐라면 혹시 모르지"

개는 곧장 쥐를 찾아갔다. "너라면 혹시 호랑이 목에 방울을 달아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왔어"

쥐가 대답했다. "방울을 달아주면 뭘 줄건데?"

개가 말했다. "네가 원하는 건 뭐든 해줄게"

얼마 후 호랑이가 한참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쥐는 호랑이가 너무 무서워 안절부절 하다가 꼬리 끝에 방울을 달고 달아났다. 잠에서 깨어난 호랑이가 일어나 몸을 흔들었다. 방울소리가 요란하게 숲을 울렸다. 그 순간부터 호랑이가 먹잇감을 잡으려고 달려가면 동물들은 이미 방울소리를 듣고 달아나 버렸다. 화가 난 호랑이는 방울을 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방울은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 호랑이가 동물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동물들은 방울 소리만 들어도 달아났다. 호랑이가 먹지도 못하고 몹시 지쳐 있을 때 까치가 나타났다. "내가 도와주면 뭘 줄래?"

호랑이가 대답했다. "원하는 건 뭐든 해줄게"

까치가 호랑이의 방울을 떼어 자기 목에 걸었다. 까치가 호랑이에게 말했다. "앞으로 방울소리를 잊으면 안돼, 방울소리가 들리면 내가 온다는 표시야, 그럼 먹이를 갖다놔"

호랑이가 대답했다. "알았어, 걱정마"

까치가 말했다. "만약에 약속을 안 지키면 내가 너를 쫓아다니며 방울소리를 울리고 다닐거야"

까치는 날아가 버렸다. 호랑이는 누가 방울을 달았는지 궁금했다. 그때 여우를 만났다. "누가 내 꼬리에 방울을 달았는지 혹시 너는 아니?"

여우는 말도 없이 개가 고양이의 방울을 뗀 것과 공짜로 묻기만 하고 가버린 개가 얄미웠다.

여우가 대답했다. "글쎄? 개한테 물어봐"

호랑이가 말했다. "뭐? 개가 꾸민 짓이야?"

호랑이가 여우를 시켜 개를 불렀다. 방울소리를 듣지 못한 개는 안심하고 문 밖으로 나오다 호랑이게 목덜미를 잡혔다. 그러자 개가 말했다. "꼬리에 방울을 달아 놓으면 다음에 지나갈 땐 꼬리를 밟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

호랑이가 대답했다. "야, 임마! 까불지마! 그걸 말이라고 해· 그런 변명 따위는 용서치 않아"

개는 실컷 두들겨 맞고 숲 밖으로 쫓겨났다.

약자는 강자를 못 마땅해도 두려워 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때론 지혜로 요구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