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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시조시인

호랑이가 나타났다. 동물들이 보는 앞에서 늑대는 호랑이에게 실컷 두들겨 맞았다. 호랑이에게 감히 대들지 못하고 얻어 맞기만 하는 자신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그동안 그들의 작은 숲에선 늑대가 왕 노릇을 하고 살았다. 그 후로도 자주 늑대는 호랑이에게 두들겨 맞았다. 결국 늑대는 분을 참지 못하고 죽기로 결심했다. 두들겨 맞은 아픔보다 마음의 병이 더 컸다. 늑대가 여우에게 유언을 했다. "여우야, 내 가족을 잘 부탁해"

다음날 늑대와 여우는 높은 절벽을 찾아갔다. 낭떠러지 아래로 시퍼런 물살이 거세게 굽이쳐 흘러가는 것을 보고 아찔해지자 순간 주저하고 있었다.

이때 여우가 말했다. "너 정말 죽을거니?"

늑대가 대답했다. "보면 알꺼 아냐"

늑대가 절벽에서 뛰어내렸다. 갑자기 여우가 깔깔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바보같은 늑대놈, 내 꾀에 잘도 속아 넘어가네. 호랑이도 내가 부른건데 바보같은 놈, 죽긴 왜 죽어"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던 늑대는 여우가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자기가 얼마나 어리석은 짓을 했는지 금방 깨달았다. 순간 살아볼려고 발버둥 쳐 보았지만 물살은 늑대를 사정없이 끌고 갔다. 늑대는 이대로 죽을 수가 없었다.

한편 여우는 유언이라면서 늑대의 재산을 모두 자기 것으로 만들고 늑대가족들은 노예시장에 팔아넘겼다. 늑대가 왕노릇을 하던 숲은 여우의 차지가 되었다.

늑대가 깨어났다. 그 동안 굽신거리며 아양을 떨었던 여우의 본색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여우는 웃음 속에 칼을 숨기고 있었다. 또한 호랑이도 비위를 맞추면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싫었다. 지금 가족들은 어찌 되었는지 궁금했다. 늑대는 하루라도 빨리 숲으로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강자와 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혜가 필요했다. 우선 늑대는 호랑이를 찾아갔다. 호랑이 앞에 큰절을 하고 맛있는 먹이를 내놓았다.

호랑이가 흐뭇해하며 말했다. "웬일이냐?"

늑대가 말했다. "앞으로 호랑이님을 신처럼 모시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숲속에 맛있고 통통하게 살찐 먹이가 많이 있어 알려드리려고 왔습니다"

귀가 번쩍뜨인 호랑이가 대답했다. "어디야?"

호랑이가 늑대를 따라 깜깜한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늑대가 호랑이를 불렀다. "이리로 오세요"

순간 비명소리와 함께 호랑이가 함정에 빠졌다.

소문을 들은 여우가 호랑이를 부르러 갔다. 호랑이는 보이지 않고 늑대가 나타나자 여우가 깜짝 놀라 뒤로 넘어졌다. 늑대는 당장 요절을 내고 싶었지만 그냥 돌아섰다.

어느새 동물들이 몰려왔다. 토끼가 가족이 있는 곳을 말해 주었다. 토끼는 늑대보다 여우가 왕처럼 노는 꼴이 더 싫었다. 늑대는 예전보다 말이 없고 고독하게 살아갔다. 여우는 동물들의 눈총이 따가와 숲을 떠나야 했다.

미우면 미운 대로 미워도 살아야 한다. 세상이 싫다고 내가 세상을 버리면 세상이 먼저 나를 버린다. 궂으면 궂은 대로 빗소리에 젖어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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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