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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시조시인

고양이가 큼지막한 고깃덩이를 물고 가다가 비좁은 숲길에서 개를 만났다. 개는 고양이를 보는 순간 그 앞에서 길을 막고 버티고 있었다.

고양이가 말했다. "길 좀 비켜줄래?"

개가 대답했다. "물고 있는 걸 주면 비켜주지"

고양이가 말했다. "그렇게는 못해"

개가 대답했다. "그럼 하는 수 없지"

갑자기 개가 고양이를 향해 무섭게 덤벼들었다. 고양이가 몸을 피해 달아났지만 고깃덩이를 그만 놓치고 말았다. 고깃덩이를 빼앗긴 고양이는 화가 났다. 궁리 끝에 개에게 맞서 도와줄 동물들을 생각해 보았지만 떠오르지 않았다.

멀리서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고양이는 생각했다. '호랑이가 도와주면 좋을텐데'

고양이는 고민에 빠져 들었다. 그 길목을 통하지 않고는 먹이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때 지나가던 늑대가 고양이에게 말을 걸었다.

"야, 무슨 일 있었니?"

고양이가 대답했다. "골치 아픈 일이 생겼어"

늑대가 말했다. "뭔데?"

고양이가 늑대에게 그간 얘기를 들려주었다.

늑대가 큰 소리를 치며 말했다. "그깟 일 갖고 뭘 그래? 지금이라도 당장 해결해줄게"

고양이가 대답했다. "정말이니?"

늑대가 말했다. "정말이지, 근데 말야 요즘 며칠을 굶었더니 힘이 없어. 먹을 것 좀 없냐?"

고양이가 대답했다. "알았어, 약속 꼭 지켜!"

늑대가 말했다. "걱정마."

고양이는 자신도 먹을 것이 없었지만 그 일이 해결된다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 날 기다려도 늑대는 그 곳에 오지 않았다.

며칠 후 고양이는 먹이를 물고 또 다시 그 좁은 숲길로 들어섰다. 그러자 개가 나타났다.

고양이가 말했다. "반을 떼어주면 비켜줄래?"

개가 대답했다. "몽땅 내 껀데 그 짓을 왜 해?"

고양이가 말했다. "나쁜 놈, 너는 강도야"

개가 말했다. "뭐· 강도· 먹이는 강자가 보면 강자거야. 너도 강자가 되면 될 거 아냐?"

고양이가 말했다. "너도 언제 가는 후회할거야"

고양이는 먹이를 내어주고 하는 수 없이 돌아섰다. 그리고 허기진 배를 물로 채우려고 시냇가에서 물을 먹고 있을 때 여우가 말을 걸어왔다.

"야, 너 밥 안 먹었니· 물로 배를 채우게"

고양이는 울먹이며 대답했다. "응, 못 먹었어"

여우가 말했다. "너같이 작은 체구에 먹고 말고 할게 뭐 있니? 오며 가며 그걸 못 먹니?"

고양이가 말했다. "방해꾼이 생겼어"

여우가 말했다. "방해꾼· 그게 누구니?"

고양이는 여우에게 그간 얘기를 들려주었다.

여우가 말했다. "좋은 수가 있는데?"

고양이가 대답했다. "그게 뭔데?"

여우가 말했다. "나한테 호랑이 탈이 있거든, 그걸 쓰고 나타나면 개가 무서워 도망 갈거야."

고양이가 대답했다. "도망갈까?"

여우가 말했다. "의심나면 관둬"

고양이는 그렇게라도 하고 싶었다. "좋아"

여우가 말했다. "그런데 그게 좀 비싸"

며칠 후 고양이는 호랑이의 탈을 쓰고 비좁은 숲길로 들어섰다. 변함없이 개가 나타났다.

고양이가 말했다. "야, 내가 누군지 알아?"

개가 대답했다. "난 네가 누군지 관심없어"

고양이가 말했다. "감히 호랑이를 몰라보다니!"

개가 말했다. "너 같은 호랑이는 무섭지 않아"

개는 고양이에게 덤벼들었다. 고양이도 혼신을 다해 싸웠지만 상처만 커져갔다. 더 이상 버티다간 죽을 것 같아 고양이는 간신히 도망쳤다.

약자는 스스로의 현실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지혜로운 판단과 행동을 선택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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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