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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시조시인

어느 날 양들의 초원에 여우가 나타났다. 여우가 말했다. "여긴 여우의 땅이야, 당장 나가!"

양들이 말했다. "아냐, 여긴 우리 땅이야.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가 먼 옛날부터 살아온 땅을 갑자기 니들 땅이라고 억지로 우기면 어떡해?"

여우가 말했다. "니들 나한테 혼 좀 나볼래?"

양들이 대답했다. "우리가 물러설 줄 알고"

그때 호랑이가 나타났다. "그만두지 못해!"

다음 날 여우는 먹을 것을 들고 호랑이를 찾아가 자기편이 되어달라고 간청했다. 호랑이는 군침을 삼키며 슬그머니 받아두었다. 여우는 그 다음 늑대를 찾아가자 쾌히 승낙했다. 그리고 여러 동물들을 찾아다녔다. 얼마 후 여우가 늑대를 앞세우고 초원에 나타나 양들을 마구 내 쫓았다.

"나가, 당장 나가란 말야! 여긴 여우의 땅이야"

양들이 대답했다. "아냐, 여긴 양들의 땅이야, 여우 네가 지금 하고 있는 짓은 도둑질이야"

여우가 말했다. "빼앗으면 내거야, 내거라구!"

양들은 너무 화가나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곧바로 양들은 호랑이를 찾아갔다.

"여우가 하는 짓은 숲을 어지럽히는 짓입니다."

호랑이가 대답했다. "글쎄 잘 모르겠는데"

양들이 말했다. "글쎄라니요, 모르겠다니요?"

호랑이가 대답했다. "난 신경 쓰고 싶지 않아"

양들이 말했다. "알면서 왜 모른 척 하십니까?"

호랑이가 대답했다. "누구 말을 믿어야 하는 건지? 니들끼리 잘 해결해. 난 잘 모르는 일이야"

다른 동물들도 호랑이처럼 모른 척 외면했다. 양들은 우울했다. 하지만 모두가 여우 편을 드는 것은 아니었다. 그때 토끼와 쥐가 나타났다.

쥐가 말했다.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거야?"

양들이 대답했다. "그럼, 어떡하면 좋겠니?"

쥐가 말했다. "한방 먹여 줘야해, 그래야 함부로 하지 않는다구. 여우가 널 깔보고 있는 거야"

토끼도 거들었다. "그래, 쥐의 말이 맞아, 여우는 저보다 강한 동물 앞에서는 굽실거리면서 저보다 약한 동물들한테는 못되게 굴거든"

양들이 대답했다. "무슨 좋은 수가 있니?"

쥐가 말했다. "이리 가까이 와 봐"

양들이 대답했다. "잘 될까? 하지만 재미있겠다. 그런데 니들은 왜 나를 도와주려는 거니?"

쥐와 토끼가 말했다. "여우에게 땅을 빼앗겼어"

양들이 대답했다. "여우란 놈 정말 못됐구나"

양들이 호랑이를 다시 찾아갔다. "여우와 늑대가 짜고 큰 고깃덩이를 숨겨놓은 걸 아십니까?"

호랑이가 대답했다. "그게 정말이냐? 어디냐?"

호랑이가 양들을 따라 여우의 숲으로 갔다.

호랑이가 말했다. "고깃덩이는 어디 있느냐?"

양들이 대답했다. "저기를 보십시오"

얼마 전에 사냥꾼의 그물에 걸린 산돼지를 쥐와 토끼가 여우가 사는 숲으로 갔다 놓았다.

호랑이가 말했다. "교활한 놈! 저렇게 큰 고깃덩이를 숨겨 놓고 코딱지만한 걸로 나를 놀려!"

양들이 말했다.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보시죠"

얼마 있다 여우가 나타나 큰 고깃덩이를 보자 웃으며 크게 한입 물어뜯었다. 이 광경을 보고 있던 호랑이가 여우에게 달려들었다. "이런 괘씸한 놈! 감히 나를 놀리다니 가만두지 않겠다!"

여우는 죽을힘을 다해 도망쳤다. 하지만 여우는 이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여우와 늑대의 무리가 양들의 땅을 습격했다. 양들은 이럴 줄 알고 미리 수렁을 파고 파수꾼을 세워 놓았다. 여우와 늑대는 수렁에 빠져 곤혹을 치르느라 양들의 땅을 한 치도 밟을 수 가 없었다.

그 후 양들은 저 푸른 초원의 땅은 어느 누구도 지켜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사랑하는 것은 스스로 지켜야 할 것이다. 그 누구도 나를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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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