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경수

시조시인

어느 동물학교 교실에서 여우의 작은 물건이 없어졌다. 염소선생이 어린 동물들에게 말했다.

"지금 솔직히 내 놓으면 모든 걸 용서하겠다."

아무 반응이 없었다. 염소선생은 어린 동물들에게 가방과 호주머니를 열어보라고 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염소는 늑대에게 의심이 갔다. 어린 늑대는 가난했고 동물들과 자주 싸우며 공부도 못하는 말썽꾸러기였다.

개가 염소선생을 슬며시 찾아왔다.

"선생님, 늑대가 수상해요"

염소가 대답했다. "뭐가 수상하다는 거냐?"

개가 말했다. "동물들이 밖에서 놀고 있을 때 늑대가 여우가방에 손을 넣는 것을 봤어요"

개가 가고 난 후 염소는 늑대를 불렀다.

염소가 말했다. "물건을 네가 훔쳤느냐?"

늑대가 대답했다. "아니요 전 훔치지 않았어요"

염소가 말했다. "자꾸만 시치미를 뗄거냐?"

늑대가 울며 대답했다. "전 안 훔쳤어요"

염소가 말했다. "왜 여우가방에 손을 넣었지?"

늑대가 대답했다. "여우가방에 손을 넣지 않았어요. 제 물건을 꺼내러 온 거란 말이에요"

화가 난 염소는 늑대를 야단치며 마구 때렸다.

"바른대로 말해, 훔친 물건이 어딨어!"

늑대는 온몸이 멍이 들고 피가 날 정도로 맞았다. 염소가 소리치며 말했다. "넌 퇴학이야!"

늑대는 분하고 억울했다. 울어도 끝이 없었다.

늑대가 나무에게 말했다. "난 훔치지 않았다구"

늑대는 울면서 발톱에서 피가 나도록 나무에 이렇게 새겼다. '난 훔치지 않았다'

늑대는 학교를 떠났다. 다음 날 늑대 가방에서 여우가 잃어버린 물건이 발견되었다. 염소는 늑대의 짓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개가 늑대가방에 물건을 넣는 것을 여우는 보았다. 그러나 여우는 염소에게 말하지 않았다. 늑대가 떠난 뒤에도 물건이 종종 없어지는 일이 있었다.

어느 덧 시간이 흘러갔다. 늑대는 부자가 되었지만 가난하고 불우한 이웃을 돕느라 부자로 살지 않았다. 겉보기엔 보잘 것 없는 행색이었다.

어느 날 늑대는 학교에서 우연히 염소를 만났다. 염소가 늑대를 훑어보면서 거만하게 말했다.

"오랜만이구나. 그래, 넌 무슨 일을 하느냐?"

늑대가 대답했다. "조그맣게 장사를 합니다"

염소가 말했다. "그러면 그렇지, 별수 있을려구 뻔할테지. 아직도 손버릇은 여전하냐?"

늑대가 대답했다.

"그때 그 일을 아직도 저라고 의심하세요?"

염소가 말했다. "너 말고 누구겠냐?"

늑대가 약간 흥분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전 아니에요, 전 훔치지 않았어요"

염소가 말했다. "어디서 언성을 높이는게야!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왜 나겠냐? 흥!"

염소가 가고 난 뒤 늑대는 나무에 새겨놓은 글을 보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난 훔치지 않았다'

얼마 후 염소는 여우를 만나 늑대 얘기를 했다.

"그놈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여전하더구나. 안 훔쳤다고 바락바락 대드는 꼴이라니"

여우가 말했다. "늑대 말이 맞아요"

염소가 깜짝 놀라 대답했다. "뭐?"

여우가 말했다. "늑대는 훔치지 않았어요"

염소가 물었다. "누구냐· 누가 훔쳐간거냐?"

여우가 대답했다. "늑대는 아니에요, 제가 봤어요. 그리고 또 한가지 있어요"

염소가 물었다. "뭐냐?"

여우가 말했다.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후원금을 늘 보내주는 동물이 늑대였어요"

얼마 후 늑대에게 편지가 왔다. '미안하구나'

그릇된 편견은 남의 진실을 왜곡하거나 유린할 수 있으며, 커다란 상처를 안겨줄 수도 있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