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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시조시인

어느 날 신전을 떠받치고 있던 한 기둥의 귀퉁이가 부서졌다. 신전은 금세 무너질 것 같았다. 신들은 기둥으로 뽑힌다면 높은 직위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 소식을 들은 세상의 모든 기둥감들이 앞을 다투어 신전으로 달려갔다. 이때 조약돌 앞으로 덩치 큰 돌이 쿵쿵거리며 굴러왔다.

"모두들 어디 가는 건데 야단이니?"

돌이 대답했다. "넌 아직도 모르니? 모두가 신전 앞으로 달려가고 있는 거야"

조약돌이 말했다. "신전 앞으로 왜 가는데?"

돌이 대답했다. "신전의 기둥을 찾고 있대"

조약돌이 말했다. "너도 기둥이 되려고 가니?"

돌이 대답했다. "맞아, 신전의 기둥이 되면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보람을 느낄 것 같아"

조약돌이 말했다. "기둥이 되면 뭐가 다른데?"

돌이 말했다. "신전의 기둥이 된다는 것은 내가 크게 쓸모가 있다는 거야. 너도 같이 안 갈래?"

조약돌이 말했다. "나 같은게 가면 뭘 하니?"

돌이 가고 난 후 작은 나무가 달려왔다.

"너도 신전으로 가니? 신전에는 왜 가니?"

작은 나무가 대답했다. "출세하려고 가는거야"

조약돌이 말했다. "아까 지나간 돌은 기둥이 되면 크게 쓸모가 있는거라고 하던데?"

작은 나무가 대답했다. "쓸모가 있으니까 출세를 하는 거야. 아차! 빨리가야겠다."

얼마 후 누군가 수레가 빠진 땅속으로 조약돌을 밀어 넣었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그러자 조약돌을 도로 집어 던졌다. 조약돌이 말했다.

"집어 갈 때는 언제고· 집어 던지는 건 뭐야?"

수레 끄는 당나귀가 대답했다. "쓸모가 없잖아"

당나귀가 가고 난 후 조약돌은 곰곰이 생각했다. '난 정말 쓸모가 없는 걸까? 쓸모가 있는 놈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한데 구경이나 가볼까?'

벌써 여러 날 지나갔지만 기둥감은 보이지 않았다. 덩치 큰 돌이 앞으로 나아갔다. 신들이 말했다. "너는 왜 신전의 기둥이 되려고 하느냐?"

돌이 말했다. "신전의 기둥이 되면 제가 세상에 태어난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들이 웃으며 말했다. "좋다, 한번 해 보거라"

하지만 덩치 큰 돌은 덩치가 너무 커 신전을 떠받칠 수가 없었다. 한참을 지나 작은 나무가 신전 앞으로 나아갔다. 신들이 말했다.

"너는 왜 신전의 기둥이 되려고 하느냐?"

작은 나무가 대답했다. "출세하고 싶습니다."

신들이 작은 나무에게 말했다. "너 같이 작은 나무가 신전의 기둥이 될 수 있겠느냐?"

작은 나무가 대답했다. "자신이 있습니다."

신들이 웃으며 말했다. "좋다, 한번 해 보거라"

그러나 작은 나무는 모든 것이 너무 작아 미치지 못 하였다. 조급해진 신들은 기둥이 되면 대장군의 높은 직위를 주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아무도 신전을 떠받칠 기둥감은 없었다. 조약돌은 틈새에 끼어 구경만 하고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조약돌 뿐이었다. 신들이 조약돌에게 말했다. "너도 신전의 기둥이 되려고 왔느냐?"

조약돌이 대답했다. "아닙니다. 저 같은게 어찌 감히 신전의 기둥이 되겠습니까?"

신들이 말했다. "그럼 여길 왜 왔느냐?"

그때 갑자기 신전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급한 마음에 조약돌은 신전을 향해 달려가 몸을 던졌다. 신기하게도 신전은 늠름하게 우뚝 서 있었다. 그 순간 깜짝 놀란 신들이 말했다.

"찾았다! 찾았어! 기둥을 찾았어!"

신들은 너무 좋아했다. 또한 모두 조약돌을 부러워했다. 비록 조약돌은 신전을 떠받치는 기둥은 아니지만 기둥 노릇을 하며 대장군이 되었다.

어떤 존재라도 쓸모없는 것은 없다. 다만 만나지 못했을 뿐, 세상도 그대를 찾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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