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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시조시인

어느 날 여우가 도둑질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서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주위를 살폈지만 아무도 없었다. 다만 그림자가 곁에 있을 뿐이었다.

다음 날 동물들이 수근거렸다. "숲속에 도둑이 들었대"

여우가 시치미를 떼고 말했다. "도둑? 도둑이 누군데?"

동물들이 말했다. "누군지 알면 당장 쫓아가서 잡지"

토끼가 여우에게 말했다. "너 오늘 좀 이상하다"

이번엔 늑대가 말했다. "너 어제 밤에 뭐 했니?"

여우가 대답했다. "내가 뭘 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여우는 생각했다. '토끼가 뭔가 알고 있는거 아냐?'

이번엔 늑대를 생각하며 중얼거렸다.

'늑대 이 녀석 나한테 엉뚱한 말로 떠 보려는거 아냐?'

여우는 누구보다 토끼에게 가장 의심이 갔다. 여우는 토끼를 찾아가 다짜고짜 말했다. "뭐가 이상하는 거야?"

토끼가 대답했다. "도둑이 누군지 알면 가만 있겠어?"

여우는 순간 움찔했다. 여우가 태연한 척 말했다.

"네 말이 맞는거 같다. 아무튼 말 조심해! 알겠어?"

하지만 여우는 토끼에게 의심이 자꾸만 커져갔다.

'혹시 나한테 거짓말 한 것 아냐?'

며칠 후 토끼가 동물들과 이야기 하는 것을 보고 여우는 도저히 보고 있을 수가 없어 토끼를 꾀어 시장에 팔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 늑대를 만났다.

늑대가 말했다. "그날 어디 갔었니?"

여우가 깜짝놀라 대답했다. "그날이라니?"

늑대가 말했다. "파티하려고 너희 집에 갔었거든"

여우가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그랬었니?"

늑대가 말했다. "너 지금 어디가니? 나도 같이 가자"

여우는 생각했다. '늑대는 얼마만큼 알고 있는걸까?'

여우가 말했다. "그래 같이 가자. 그날 바빴어"

늑대가 대답했다. "그래, 근데 어디 가는거니?"

여우가 말했다. "가 보면 알아"

여우는 늑대를 데리고 어둡고 깊은 숲속으로 들어갔다.

얼마 후 늪을 지날 때 갑자기 여우가 늑대를 늪속으로 밀어넣고 달아났다. 이제 여우는 모든 것이 홀가분하게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직도 누군가 바짝 붙어 뒤를 쫒는듯 했다. 여우는 또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바람소리에 환청이 들려왔다. "도둑놈, 난 다 알아"

여우는 미쳐버릴 것 같아 숲속을 달려갔다. 그림자도 따라갔다. 여우가 소리쳤다. "넌 누구냐? 나와라!"

그림자가 말했다. "난 너야"

여우가 말했다. "싫어, 내 몸에서 떨어져!"

그림자가 말했다. "난 네가 죽기 전에는 안 떨어져"

여우가 말했다. "싫어, 난 안 죽어"

여우는 그림자를 떼어내려고 몸부림쳤다. 갑자기 천둥소리와 번개가 휘몰아치고 폭풍이 불면서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순식간에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여우는 발을 그만 헛디뎌 낭떠러지에 떨어지고 말았다.

하늘을 가리고 세상을 속일 수는 있어도 자신을 가리고 속일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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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