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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시조시인

눈보라 치는 겨울 밤, 개가 사는 숲으로 토끼가 갑자기 찾아왔다. 다짜고짜 갈 곳이 없다고 간청하면서 숲 한구석을 차지했다. 이듬해 여우가 찾아와 간청했다. 한 숲에서 개와 토끼와 여우가 함께 살게 되었다. 여우는 주인행세를 하는 개를 미워했다. 하지만 토끼에게 다가가 먹을 것을 주며 개 흉을 보다가 개가 나타나면 얼른 달아났다. 그러던 어느 날 밤 토끼는 새끼를 찾아 밤새 쏘다니다가 숲 울타리를 망쳐놓았다. 다음날 화가 난 개가 토끼를 나무랬다. 토끼는 자기 심정을 몰라주는 개가 얄미웠다.

며칠 지나 문 앞에 나뭇잎 편지가 수두룩 쌓여있었다. 편지통이 부숴져 있었다. 화가 난 개가 토끼와 여우에게 물어 보았다. "편지통을 누가 부숴놓았니·"

토끼와 여우가 대답했다. "몰라"

사실은 여우에게 다녀간 늑대가 편지통을 부숴놓은 것을 여우는 알면서도 시치미를 뚝 떼고 모른다고했고 토끼는 보고도 외면하면서 모른다고 자리를 피했다. 개는 의심이 갔지만 증거가 없어 어쩔 도리가 없었다.

얼마 후 개가 밤 늦게까지 숲을 살피다가 여우가 놓아둔 먹이를 실수로 걷어차게 되었다. 개는 그것이 여우의 먹이인지 몰랐다. 그때 덤불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토끼가 어렴풋이 그 광경을 보았다. 다음날 여우가 큰소리로 떠들었다. "내 먹이 어디갔어?"

토끼가 여우에게 덤불속을 찾아보라고 귀뜸해 주었다. 망가진 먹이를 보고 화가 난 여우가 말했다.

"어떤 놈이야? 누가 그랬어?"

토끼가 여우에게 눈짓으로 개가 있는 곳을 가리켰다. 여우가 극성을 부리며 말했다. "야. 이놈아! 어떡할거야?"

듣다 못한 개가 뛰쳐나와 말을 했다. "조용히 못해!"

여우가 말했다. "보고도 몰라?"

개는 보고도 무엇인지 모르는 듯 했다. 개가 큰소리로 말했다. "내가 그랬다는 증거 있어?"

여우가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순간 개가 눈치를 채고 소리를 쳤다.

"시치미를 떼더니 이제는 뭐가 어째?"

토끼가 여우에게 망가진 먹이에 묻은 개털과 개의 발자욱을 보여 주었다. 어두웠던 여우의 얼굴이 밝아지고 개는 금새 어두워졌다.

개가 말했다. "조금 더 큰 먹이로 변상해 줄게"

여우가 대답했다. "안돼! 이건 금덩이를 주고도 못구해"

개가 말했다. "도데체 얼마를 물어달라는 거야?"

여우가 말했다. "양 10마리 내놔"

개가 대답했다 "도둑놈, 너무하는 것 아냐?"

여우가 말했다. "알아서 해! 안되면 모두 니 책임이야!"

개는 결국 양 10마리를 물어주어야 했다.

개가 토끼에게 물었다. "넌 여우에게 무얼 받았니?"

토끼는 고개를 돌리며 달아났다. 토끼는 겨우내 끼니 걱정을 해야 했다. 지금도 그들은 그 숲을 떠나지 않고 살고 있다.

어제와 오늘이 어긋날 때 은혜를 복수로, 우정에서 배신으로 숲속의 그들은 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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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