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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시조시인

배가 고프다. 아내가 귀따갑게 퍼붓는다. 거칠다. 욕이 튀어나온다. 책상을 물고 있는 가장이 있다. 10년을 채우려던 책상물림을 7년 만에 접는다. 남산 묵적골 은행나무 아래 사는 허생의 집 풍경이다.

허생은 글을 읽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백수다. 한심한 양반이다. 언뜻 보면 그렇게 보인다. 그의 아내가 불만과 원망 속에서 홧김으로 욕이 묻어났으리라. 그는 내친김에 3년을 앞당겨 실행에 옮기기로 한다.

운종가로가 물었다. 한양 제일 부자가 누구냐. 다방골 변 부자를 일러준다. 허생은 초라하기 그지없는 행색으로 변 부자를 찾아가 뭘 좀 해볼 일이 있으니 돈을 빌려 달라고 한다. 그런 허생의 당당함을 보고 빌려준다. 얘기에 무리가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아주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그들은 돈을 빌려주고 이름도 묻지 않고 또한 돈을 받고 돌아보지도 않았다.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는 것 같다.

큰돈을 갖고 금방 투자대상을 찾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돈이 있어도 돈을 쓸 줄 아는 사람은 흔치 않다. 하물며 물목과 투자장소를 본다는 건 대단한 안목이다. 성패는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집약된 계산과 과감한 배짱을 두고 하는 말이다.

허생은 곧장 안성으로 갔다. 안성은 경기와 충청을 어우르는 곳이며, 삼남의 어귀로써 길목이며 요지이다. 안성을 유통의 맥으로 본 것이다. 그는 제수용품에 없어서는 안 될 모든 과일을 웃돈을 주며 사들인다. 시장마다 물결이 출렁거린다. 소문은 급물살을 타고 방방곡곡으로 향하고 또다시 모든 과일은 안성으로 향한다. 얼마 안 가 나라 안의 과일이 동나고 만다. 허생은 씁쓸해한다. 고작 돈 만 냥에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허생을 찾기 시작한다. 예전의 값이 아니다. 하늘 높은 줄을 모르기에 하는 말이다.

허생은 왜 과일을 노린 걸까. 도거리의 한계를 알고 있었던 걸까. 사실 도거리는 모험이다. 매점매석이라는 상도덕에도 문제는 있지만, 수요와 공급에도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허생은 제도에 비판을 던진다. 절대성에 대한 허점과 약점을 찍은 것이다. 모순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돈을 벌려면 상인의 지혜가 필요하다.

그는 옷감과 농기구를 배에 싣고 제주도로 향한다. 그리고 말총을 산다. 몇 해 안가 말총이 동나고 만다. 망건 없이 어찌 머리를 얹겠는가. 열 배의 값으로 오른다. 허생은 엄청난 부자가 된다. 그는 다시 바다로 향한다.(생략)

허구에 아이러니한 면도 있다. 고전소설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서 본다. 또한, 벗어난 시각은 일축한다. 허생의 눈을 통해 깊은 안목과 통찰력을 보면서 준비된 자가 기회를 만들고 준비된 자가 기회를 얻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7년 공부는 실행의 준비과정이며, 집을 나섬은 실행의 계기이다. 변 부자의 만남은 실행의 바탕을 만들기 위함이며, 안성과 제주는 실행의 현장이다.

요즘 일자리 문제로 아우성이다. 취업이든 창업이든 늘 준비하면서 허생의 눈으로 기회라는 희망을 가져 봄이 좋은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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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