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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자

수필가

낯선 세계를 찾아 떠났다. 가도 가도 끝날 것 같지 않은 사막도로다. 이곳은 미국의 서부에 있는 모하비 사막으로 사막 중에서 가장 건조하다고 하는 곳이다. 모래벌판 사이로 난 도로 위를 가다 보니 어찌나 지루하고 삭막한지 심한 갈증을 느낄 정도다. 물병을 입에 대고 꿀꺽꿀꺽 마셔보았으나 갈증은 해소되지 않는다. 끝 간 데 없이 드넓은 모래밭 위로 아지랑이 현상이 혼란스럽게 보인다. 눈을 닦고 보아도 여전히 현기증이 날 정도로 심하다.

얼마쯤 가다 보니 도로 양편 모래벌판에는 사람 키만큼 자란 굵은 선인장에 붉게 핀 꽃이 참 화려하게 보인다. 사막에 핀 선인장 꽃을 처음 보는지라 더욱 아름다웠다. 물 한 방울 없는 모래 벌의 자연환경에서 적응하는 선인장의 끈질긴 생명력에 그저 놀랄 뿐이다.

가끔가다 보면 바위산이나 초원이 약간 있는 곳에는 인가가 드문드문 보인다. 이처럼 척박한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참 대단하다. 특히 물과 전기가 가장 시급한 문제라 생각했는데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이해가 되었다. 까마득히 보이는 높은 산 위에 쌓인 하얀 물체가 빙하란다. 그 빙하가 녹아내린 물을 저장해 두었다가 전기를 발전시키고, 부족한 것은 먼 거리에 있는 댐에서 수력발전을 하여 전기와 생활용수를 공급받는다고 한다. 전 세계의 부호들이 찾는 도박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도 이 사막 위에 세워진 계획된 도시라 한다.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며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미국인들의 개척정신에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저 멀리 산허리를 달리는 기차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기차의 길이가 무려 1.6㎞나 된다는 말에 입이 쩍 벌어졌다. 기르면 기차라 하지만 이처럼 긴 기차는 난생처음 본다. 긴 기차로 이동되는 컨테이너 속에는 동부에서 생산된 많은 물건을 싣고 서부 쪽으로 운송 중이란다.

몇 시간을 달려 대자연이 만들어 낸 협곡, 신이 내린 축복의 땅 그랜드캐니언에 들어섰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인 그랜드캐니언을 보는 순간 떨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깊고 웅장한 계곡의 수려함에 입이 저절로 벌어진다. 대협곡은 붉은색과 황토색이 가로줄 무늬로 형성되어 있어 마치 시루떡을 켜켜이 쌓아 놓은 것처럼 보인다. 그곳의 모습은 지층에 따라, 계절에 따라, 오전과 오후, 아침과 저녁, 그리고 운무의 짙고 옅음에 따라 변화무쌍한 경치를 뽐낸다고 한다. 특히 오전에 보이는 풍광이 가장 아름답고 장엄하게 보인다니 때맞춰 잘 왔다고 생각했다.

계곡 아래로 까마득히 보이는 짙푸른 콜로라도강은 해발고도가 2천m에 이른다니 그 깊이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대협곡은 오랜 세월 동안 콜로라도강의 급류가 만들어 낸 걸 작품이란다. 광활한 대자연의 경관은 빙하기에 시작해 오랜 세월 속에서 형성된 지구의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경비행기를 탔다. 운전석 옆에 '한국말 방송은 채널 2'라고 써 놓았다. 그것을 보고 헤드폰을 쓰니 우리 말로 설명이 나와 반가웠다. '한국인이 얼마나 많이 관광을 왔으면 우리 말로 설명을 입력해 놓았을까. 역시 세계 속의 한국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느낌은 땅 위에서 본 느낌과는 전혀 달랐다. 찬란한 대자연의 신비로움과 황홀함에 또다시 광활하게 펼쳐진 자연에 빠져본다.

협곡 위로는 마치 융단을 펼쳐놓은 듯 끝없이 펼쳐진 자연림과 하얀 눈이 쌓인 곳도 있고, 푸릇푸릇한 색과 붉은빛의 수풀도 보인다. 신비로운 협곡은 아름답고 수려하게 장관을 이루고 있다. 상공을 날면서 자연의 위대함과 태초의 신비로움을 고스란히 간직한 웅장함을 보면서 그저 감탄사만 나올 따름이다.

거대한 대자연 앞에서 나 자신이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지 다시 생각해 보는 순간이다. 남은 인생길에 건방 떨지 말고 좀 더 겸손한 자세로 살아가겠노라 가슴 깊이 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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