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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5.15 15:20:52
  • 최종수정2022.05.15 15:20:52

임경자

수필가

신록의 계절 오월이다. 오월은 가정의 달로 행사가 참 많은 달이다. 그 많은 행사 가운데 어버이날 못지않은 스승의 날이 있다. 부모님은 낳아준 육체적 존재로서의 나의 삶을 이끌어 주신분이고, 스승은 정신적 존재로서의 나의 삶을 가르쳐 주신 분이다. 그렇게 부모님과 스승님의 은혜는 같다고 볼 수 있다. 누구나 어린 시절의 '존경하는 스승' 한두 분쯤은 마음속에 지니고 있지 않을까 한다. 언제나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보고 싶고 그리워지는 잊지 못할 스승님이 생각난다. 그 분은 내 인생의 길잡이가 된 고등학교 때 국어 선생님이다. 국어 시간에 처음 만난 선생님의 첫인상은 우유 빛깔의 살결과 보름달처럼 둥글고 환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첫인상처럼 온화한 성품을 지닌 선생님은 날이 갈수록 넉넉하고 푸근한 마음씨로 다정다감하게 우리를 대해 주었다. 좋아하는 사람의 언행을 닮고 싶은 본능처럼 나 또한 선생님을 좋아하게 되었고 국어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생님은 국어 시간만 되면 어김없이 읽고 쓰기 어려운 한자 숙제를 냈다. 한자 10개를 가지고 10개의 낱말을 만들어서 뜻을 달아 10번씩 쓰는 숙제다. 내가 다닌 학교는 농촌지역의 학교라서 시청각 자료도 부족하고 참고서도 제대로 없는 실정이었다. 그런 환경이었기에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너무 어렵고 힘들어서 숙제하기가 싫어 불평만 늘었다. 열악한 환경이라는 것을 알만한데 왜 어려운 숙제를 내는지 선생님이 야속하고 원망스러웠다. 선생님은 잘못하는 일에 대해서는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호되게 야단을 치는 엄격한 성격을 지녔다. 만약 숙제를 안 해 가면 반 친구들 앞에서 야단맞을 것을 생각하면 부끄러운 일이다. 고민 끝에 한자 숙제 해결을 위해 아버지께 말씀드렸더니 나의 부탁을 들어주셔서 한자 숙제를 문제없이 해결할 수 있었다. 매일 아버지께서 써 놓은 한자 단어를 보고 열심히 쓰다 보니 기초한자 실력이 차츰 늘어 자신감이 생겼다. 한자를 익혀갈 즈음 신문의 사설만 읽어도 신문을 다 읽는 것과 같고,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알게 된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신문 구독을 시작했다. 지금과는 달리 그때의 신문은 온통 한글과 한자가 혼용되어 있고 모르는 한자가 너무 많아 읽기가 매우 어려웠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옥편을 찾아가며 익혔다. 점차 아는 한자를 읽을 때는 재미도 있고 자부심 같은 것을 느끼기도 했다. 지금 알고 있는 한자는 순전히 국어 선생님과 아버지의 관심으로 형성된 실력이다. 그렇게 한자공부를 하지 않았더라면 일상생활을 하면서 참 부끄러운 일을 많이 당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때 신문 읽던 습관이 있어서인지 지금도 신문이 있으면 주저 없이 신문을 펼쳐드는 버릇이 있다. 지금은 순 한글로 된 신문이라서 누구나 편하게 읽을 수 있어서 너무 좋다.

그뿐만 아니라 학교의 도서실이라고 해야 좁은 공간에 책도 많이 부족하고 책 분류도 안 된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선생님의 지도로 책을 분류하고 정비하느라 힘은 들었지만 즐거웠다. 그렇게 도서실을 꾸미다 보니 책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독서는 취미가 되었으며, 문학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고2 때는 학예부 활동으로 3학년 선배들과 여러 기관을 찾아다니며 스폰서를 받아 첫 학교문집을 발간하는 일을 돕기도 했다. 어렵사리 발간된 첫 문집을 들고 얼마나 기뻐했는지 그 때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훌륭한 선생님의 가르침이 밑거름이 되어 교직생활을 하며 글짓기 지도와 학교신문을 발간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 또한 퇴직 후에 수필로 등단해 문학의 길을 걷게 된 것도 순전히 선생님 덕분이다.

인생길에서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삶의 모습이 달라진다고 한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부모님과의 만남, 선생님과의 만남, 친구와의 만남, 그밖에도 많은 사람들과 만나면서 살아간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만남이라 생각된다. 그렇다고 보면 나의 인생길에 많은 가르침과 길잡이가 되어 주신 국어 선생님과의 만남은 좋은 만남이었다. 반세기가 훨씬 지난 오늘 존경과 사랑의 마음으로 선생님을 뵙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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