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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2.16 15:01:17
  • 최종수정2020.02.16 15:01:17

임경자

수필가

어디고 떠나고 싶은 가을의 끝자락이다. 마침 동아리 총무가 경주남산 트레킹을 가자는 말에 이유 불문하고 좋다고 했다. 그곳은 몇 해 전 TV를 통해 유홍준교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시청하면서 호기심이 있던 곳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귀중한 문화유산이 보존된 국립공원을 향해 설레는 마음으로 3시간을 달려갔다. 출발할 때 구름만 끼었던 청주와는 달리 도착할 때는 가랑비가 솔솔 내렸다.

차에서 내린 일행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후 모자를 푹 눌러 쓰고 숲길로 향했다. 숲 입구에 '선덕여왕' 드라마 촬영지라는 간판이 보인다. 마치 길손을 반갑게 맞이해 주는 듯하다. 거대하고 우람한 소나무숲 사이로 들어서는 순간 짙은 솔 향이 폐속 깊이 채워지는 듯하여 심호흡이 저절로 되었다.

삼릉(사적 제219호)에 대한 산악대장님의 설명을 듣고 우리 동아리 팀은 갖은 폼 다 잡고 인증 샷을 했다. 몸이 불편해서 도저히 못가겠다는 후배만 두고 다섯 명이 일행들을 놓칠세라 부지런히 걸었다.

데크길로 오르니 길가에 가지런히 진열된 제1사지 탑재와 4개의 불상이 눈에 띈다. 목이 잘려나간 모습과 몸체의 일부가 훼손된 불상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 이렇게 남산 곳곳에 훼손된 불교유적이 널브러져 있는 절터가 112곳이며, 불상은 모두 80체가 되고, 크고 작은 탑들이 61기나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 원인은 조선시대 '억불숭유'로 파손 된 것이라는 문구를 보는 순간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이 많은 문화유산이 인위적으로 망가졌다니 비참하기까지 했다.

가파른 산을 오르다보니 계곡건너 마애불이 보여 그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가까이 가보니 크고 작은 바위에 각양각색의 다양한 불상들이 눈길을 끌었다. 마애불은 바위의 선을 최대한 살려 전혀 다듬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바위면에 섬세하게 새겨져 있다. 마치 바위에 그림을 그린 듯하다. 발길 닿는 곳마다 미소를 머금은 듯한 마애불과 광명을 찾는 여러 종류의 탑등이 보였다. 산기슭의 곳곳에 많은 불교유적들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이 불교문화의 성지였음을 증명해 주었다. 자연과 예술이 조화되어 그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온갖 희로애락에 대하여 지성껏 기원을 했을 것 같다. 호국사상을 정신적 밑바탕으로 삼아 삼국통일을 이룬 찬란하고 아름답게 꽃피운 불교문화에 그저 감탄사만 나올 뿐이다. 많은 미륵불과 불탑을 보는 순간 그 옛날 이곳을 불국토로 여기며 삶을 보냈을 그들이 참으로 위대해 보였고 경건한 마음까지 들었다. 이렇게 황홀한 느낌을 받는 것을 보면 내 가슴속에도 아미타세계가 유유히 흐르고 있는 모양이다. 산 전체가 신기하고 신비로운 보물단지인 이곳에 오면 불자가 아니더라도 불심이 생겨날 것만 같다.

이곳은 2000년 12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그 가치를 보호받고 있다고 한다. 화려했던 신라의 불교문화가 세계만방에 오래도록 빛나게 되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7부능선쯤 오르니 스님의 낭랑한 독경소리가 산울림이 되어 계곡에 울려 퍼진다. 부지런히 올라가 보니 상선암이라는 작은 암자다. 법당 앞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오늘이 섣달 초하루이고 또 사시불공을 올리는 시간이라 법당 앞에 서서 두 손 모아 기도를 하고 발길을 옮겼다.

청주 우암산보다 약간 높은 (486m)산이라 만만하게 생각했는데 경사가 약간 심했다. 숨 가쁘게 낯선 길을 오르고 보니 '금오봉'이라 쓴 표지석이 우뚝 서있다. 그 옆에 서서 산을 정복 했다는 쾌감에 가슴을 활짝 펴고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시야에 펼쳐지는 산과 들과 마을이 비안개 때문에 마치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것만 같이 아름답다.

나무 아래 자리를 펴고 앉아 각자 싸가지고 온 도시락을 열었다. 마호 병의 물이 식어 컵라면이 익지 않은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맛나게들 먹었다.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먹는 썰렁해진 음식도 꿀맛이라 생각하니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비가 오는지라 서둘러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하산길이 더 위험하다며 사뭇 노심초사 신경을 써주는 여행사대표님께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경사가 심하고 험한 비탈길이라 조심하고 조심하며 안전하게 하산했다. 쌓인 낙엽 때문에 미끄러지고 넘어져도 탈 없이 잘 내려온 것은 부처님의 보살핌이었지 싶다. 화려하게 꽃피웠던 마애불의 미소를 오래도록 가슴속에 담아두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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