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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7.04 15:18:06
  • 최종수정2021.07.04 15:18:06

임경자

수필가

시원한 아침 공기가 상쾌하다. 청량한 공기가 가슴속 깊이 파고 든다. 장을 보기 위하여 육거리 시장을 가기로 했다. 이때 골목길을 무심코 걷다보니 발밑에 감꽃이 수북이 떨어져 있다. 반가운 마음에 고개를 젖혀 위를 바라보니 감나무 가지에 감꽃이 조롱조롱 달려 있다. 어린 시절 감꽃이 필 때면 사립문 열고 달려가 주워 먹던 추억이 깃든 예쁜 감꽃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감꽃이 정겹게 느껴졌다. 내 어린 날 많이 먹었던 기억이 나서 감꽃을 하나 따서 입에 넣고 씹어 보았다. 달달하지도 않고 떫지도 않은 밋밋한 맛이었으나 끝 맛은 약간 들척지근한 맛이 났다. 꽃 맛은 어린 날 먹던 그 맛이 아니었다. 원래 감꽃 맛이 그런 것 이었나 아니면 세월 따라 내 입맛도 변했는지 모르겠다. 감꽃을 몇 개 주워서 손에 넣고 감꽃 줍던 옛 일을 곰곰이 생각하며 걸었다. 이른 아침 눈비비고 일어나 밤새 떨어져 있을 감꽃을 줍기 위해 그곳으로 달려가곤 했다. 감나무 아래는 늘 내 또래의 아이들이 복작거리고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서로 먼저 많이 주우려고 다투는 일도 있었다. 뾰주리 감꽃은 작지만 떫지 않고 달착지근한 맛이라 즐겨 먹었다. 마치 꽃을 보고 꿀벌이 날아드는 것처럼 감꽃이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어쩌다 먼저 온 또래들이 꽃을 다 줍고 없을 때는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오르기까지 했다. 그럴 때는 '낼 아침에는 내가 먼저 와야지' 하고 속으로 다짐하며 새벽잠도 설쳤던 때도 있다. 먹을 수 있는 감꽃이 피는 뾰주리 감나무는 우리 동네에 딱 한 그루 밖에 없어 인기가 좋았다. 그 때문에 내 또래들이 시샘하며 주워 먹었다. 그뿐만 아니라 감꽃을 실에 꿰어 목에 걸고, 손목에 끼고 친구들과 소꿉놀이를 하며 마냥 즐거워했던 일이 생각난다. 그렇게 자연 속에서 놀이 감으로 쓸 만한 것을 찾아 만들고 꾸미며 즐겁게 놀았다. 감꽃을 이용한 놀이문화를 창조해낸 선조들의 지혜가 아닌가 한다. 그 정서가 내 기억 속에 아름답게 남아 그 때를 그리워하고 있다. 지금처럼 먹거리가 흔하지 않았던 시절에 먹던 감꽃이기에 그에 대한 그리움이 짙다.

특히 감꽃에는 비타민 C 성분이 많이 들어있어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감꽃을 수확하여 그늘에 말려 감잎 차로도 이용되고, 말린 감꽃을 볶아 가루를 만들어 찻 수저 반 정도를 하루에 3회 먹으면 설사에도 효능이 있다고 한다.

고향집 울안에는 약 20m 정도 높이의 감나무 세 그루가 있었는데 모두 월하감나무였다. 감의 종류도 다양한 오늘날과는 달리 그때는 월하, 둥시, 뾰주리 감, 단감 정도였다. 월하 감꽃은 뾰주리 감꽃보다 크고 떫어 먹지 못했다. 꽃은 떫은맛이 강해 먹지 못하지만 감 맛은 감 중에서 최고로 여겼던 월하감이다. 감나무 잎이 푸르러지면 감나무 밑에 멍석 깔고 동생들과 도란도란 모여앉아 소꿉놀이에 이용했던 감꽃이다. 화무십일홍이란 말처럼 감꽃이 잠시 피었다 지고나면 파란 주머니 안에 아기감이 자리 잡는다. 그 아기감이 한여름 태양 볕에 튼튼하게 자라 탱글탱글 살이 오르고 광채가 나기 시작한다. 비바람이 불 때면 감나무 밑에 다 익지 않은 감이 수북이 떨어져 감이 다 떨어진다고 안달했던 적도 있다. 그때다. 탁구공 크기만 한 땡감을 따서 한입 물어 떼면 떫은맛이 입 안 가득 퍼진다. 그래도 끝까지 씹고 씹으면 떫은맛은 간 곳 없고 달착지근한 맛에 먹고 또 먹었다. 가끔은 씹다가 앞자락에 감물을 흘리면 얼룩이 져 빨아도 감물이 지워지지도 않아 겁이 났었다. 그랬던 땡감이 오늘날에는 천연염료로 면직물에 감물을 들여 생활에 활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슬기로운 생각이 든다. 소풍이나 운동회가 다가오면 누렇게 익은 감을 따서 항아리에 넣고 소금물을 끓여 붓고 이불로 푹 덮어 둔 채 하룻밤 삭힌다. 이튿날 저녁 때 꺼내 먹으면 떫은맛은 없어지고 달달한 맛에 먹고 또 먹었다. 또 깎아서 말려두었다가 제사상에 빼놓지 않았던 곶감과 추운 겨울밤에 화롯가에서 먹던 꿀맛 같은 홍시도 있다. 이렇게 두루두루 사랑 받는 감이 아닌가 한다. 그렇게 사소했던 일상의 일들이 꿈결같이 흘러갔다. 지금에 와 생각해 보니 그 때가 더없이 소중하고 아름다웠던 시절이 아니었나 한다. 감은 그 어느 과일나무보다도 잎, 꽃, 열매를 먹거리로 주는 고마운 나무다. 그뿐만 아니라 서리가 하얗게 내리는 계절에 새들의 먹잇감으로 나누어주는 배려심도 지녔다. 맑은 가을 하늘빛에 익어가는 붉은 감만 보아도 왠지 나도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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