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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자

수필가

아주 오랜만에 떠나는 길 여행인지라 들뜬 마음은 마냥 즐겁기만 하다. 잔잔한 바다 위를 20여 분 동안 아주 편안한 자세로 지심도에 도착하여 기념사진을 찍었다. 범바위에 우아하게 앉아있는 인어공주가 우릴 반겨주는 듯하다. 마치 동화나라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산 입구부터 동백꽃이 빨갛게 핀 것을 보고 아주 적기에 잘 왔다고 생각하며 지인과 느린 걸음으로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길바닥은 미끄럼방지용 마대를 깔아놓아 안심하고 편하게 걸을 수 있어 좋았다. 길 양옆으로는 빽빽하게 자란 키 큰 동백나무가 마치 수문장처럼 우람하게 서 있다. 짙은 푸른 잎 사이로 활짝 핀 붉은 꽃들이 어우러진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이 동백 숲은 우리나라에서 원시 상태로 가장 잘 유지되어온 곳이라 한다. 남쪽바다 위에 자리한 이 곳은 그야말로 원시림 그 자체로 천혜의 보고를 간직한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백나무 아래에는 핏빛 동백꽃잎이 수북이 쌓였다. 동백의 붉은 꽃들이 연속으로 피어났다가 미련 없이 꽃송이 채 떨어지는 마지막 모습을 보고 우리네 인생살이와 비교하며 동백꽃의 삶을 예찬해 보았다. 숲속에는 어린 동백나무들과 아이비뿐만 아니라 이름 모를 식물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모든 식물들의 잎에 기름을 발라 놓은 것처럼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아마 식물들이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고 자연스럽게 영양을 충분히 흡수해서 그런 모양이다.

길을 따라 느릿느릿 걷다보니 나무사이로 보이는 너른 바다의 풍광이 너무 아름답다. 보일까 말까 하게 내려다보이는 저 바닷물에 하얀 천을 담그면 금방 푸른 물이 들것 같은 고운 빛깔로 빛났다. 시원하고 황홀하기만 한 짙푸른 빛에 바다는 잔잔하게 숨고르기를 하는 모양이다. 바닷물은 그렇게 맑고 푸르다. 눈으로 직접 보아야 자연이 만들어 내는 신비로운 색을 느끼고 맛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 대자연의 오묘한 빛에 내 마음도 한 자락 적셔본다. 가끔 아직 잎이 나지 않은 나뭇가지 끝에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떨어진 동백꽃을 꽂아놓아 마치 꽃이 피어난 것 같아 눈길을 끌게 했다.

이 섬의 대표 새라 하는 동박새는 동백꽃 꿀을 유난히 좋아한다고 한다. 동박새 소리가 궁금하여 귀를 쫑긋해 보았지만 간혹 까마귀소리만 들릴 뿐이다. 동박새 소리를 한 번도 듣지 못했으니 새 소리가 난들 어찌 그 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동백 하우스' 앞길 가운데 흰 꽃을 피운 동백나무가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흰 동백은 처음 본다. 떨어진 붉은 동백꽃을 가지고 흰 동백꽃 나무 밑에 하트 모양으로 예쁘게 장식해 놓았다. 여기서 인증샷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이정표 따라 오솔길로 접어드니 민박집 담장 밑에 푸르고 싱싱하게 쑥 올라온 이름 모를 꽃대를 발견했다. 안쪽으로 들여다보니 돌 담 밑에 싱그럽게 핀 샛노란 수선화 꽃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어쩌면 저리도 고운 색깔로 사람들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금세 고아지는 내 마음이다. 그 집 뒤란으로 이어지는 산기슭에는 매화꽃도 활짝 피어 휘날리는 꽃비 사이로 여행객들이 인증샷하기에 바쁘다.

오래된 듯 허술한 건물 벽에 '창고'라는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알고 보니 일제강점기 때 설치된 탄약고란다. 이 건물뿐만 아니라 포대를 설치하여 일본군 1개 중대가 주둔하던 곳으로 아픈 상처와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섬이기도 하다. 아직도 우리나라 곳곳에 일본의 잔악한 잔재가 남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오솔길 따라 걷다보니 해맞이 전망대이자 활주로가 나왔다. 바다가 보이는 벤치에 앉아 원시적인 아름다움에 젖어 햇빛에 반짝이는 수면의 속살거림에 넋을 놓았다. 아름다운 동백꽃이 우려낸 황홀한 향기로 가득 채우고 나니 짓눌렸던 기분도 가벼워진다. 봄의 꽃소식을 한 아름 안고 선상에 올라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노래를 흥얼거리며 귀향길에 올랐다. 한 동안 지심도는 내 마음에 자리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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