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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자

수필가

모든 것이 그리워지는 가을의 끝자락이다.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다 보니 도로 한 가운데 까치 한 마리가 앉아있다. 찻소리가 들릴 텐데도 여전히 그 자리에서 떠날 생각을 않는다. 속도를 줄여 천천히 움직여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그 모습이 귀엽고 예뻐보여 넋 놓고 바라보고 있노라니 시간가는 줄 몰랐다. 한참 후에야 제 갈곳으로 기야겠다는 듯 후르륵 날아갔다. 날아가는 까치를 보며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라는 동요를 흥얼댔다. 그리고 보니 까치설날을 정해준 조상들의 여유로운 마음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까치는 아이큐 60~70정도의 지능으로 영리하고 눈이 밝으며 후각도 발달되어 냄새도 잘 맡는다. 우리나라의 텃새로서 예로부터 어느 마을이고 간에 마을입구에 있는 높은 나무에 둥지를 틀고 살았다. 그 까치가 외지인이 마을로 들어오면 얼굴도 낯설고 냄새도 다르게 느껴 경계의 의미로 울어댄다고 한다.

그에 대한 전설도 여러 가지가 있다. 신라시대에 계림동쪽 바닷가에서 까치소리가 들려 가 보았더니 배에 실려 온 상자 안에 잘 생긴 사내아이가 있었다. 그는 자라서 신라의 네 번째 탈 해왕이 되었다는 설화가 있다. 그 후부터 까치가 울면 귀한 인물이나 반가운 손님이 올 것을 알리는 징조로 여겼다. 또 불교설화에서는 '발견하는 행운'을 상징하는데 한 해가 시작되는 설날 아침에 까치소리를 들으면 큰 행운이 찾아든다는 말이 있다. 이러한 설화로 말미암아 사람들은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소식이 있다고 믿어 왔다. 이렇게 까치는 상서로운 새로 그를 좋아하고 위해주는 사람들과 친숙해지게 되었다.

보은으로 가는 도로변의 마을 곳곳에는 미처 따지 못한 감이 가지마다 주렁주렁 탐스럽게 달려있다. 대부분의 감나무엔 감을 따고 남겨둔 서너 개의 까치밥이 대롱대롱 매달려 조류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파란 하늘빛에 더욱 고아 보이는 모습이 마치 한 폭의 그림과 같다. 찬바람 속에 익어간 달달한 홍시를 바라보며 입맛을 다셔본다. 늦가을의 훈훈한 인심이 높다랗게 달려있는 까치밥을 보니 내 마음도 푸근해진다.

수많은 새종류 중에서 유독 까치밥이라 불리어진 것은 까치가 반가움을 전해주는 길조였기 때문인가 한다. 우리 조상님들의 나눌 줄 아는 넉넉하고 따뜻한 마음씨는 아직도 변함없이 진행 중이다. 이것이 동물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아닌가한다.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나눌 줄 아는 사람들을 생각하니 추웠던 내 마음까지 훈훈해지는 듯하다. 지난날 남보다 더 가지려고 욕심 부렸던 나 자신이 부끄럽게 생각되어 얼굴이 붉어짐을 느낀다.

이른 아침 까치소리 때문에 늦잠도 못 잤던 어릴 때 생각이 난다. 그 소리가 왜 그리 야속하게 들렸는지 모른다. 때로는 잠을 깨우는 까치란 놈이 얄미워 '쑥떡 먹어라'하며 주먹을 불끈 쥐고 팔을 치켜들기도 하고 장대를 들어 올려 화풀이를 했다. 그 모습을 본 어머니는 "아침에 우는 까치소리는 반가운 손님이 오거나 기쁜 소식을 전해 준다"는 말씀을 해 주었다. 그 후부터는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다가 편지를 주고받는 나이가 되어서야 그 말에 확신 같은 걸 느꼈다. 공교롭게도 까치가 우는 날에는 대부분 편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까치가 울면 자전거 타고 빨간 가방 멘 집배원 아저씨가 언제쯤 오려나 동구 밖을 바라보며 서성대던 때도 많았다. 잠을 깨우는 까치소리가 시끄럽게만 여겼던 그 소리가 음악소리로 들리기까지 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제는 아침에 우는 까치소리를 듣고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기다리는 낭만과 정서가 깃든 소중한 가치나 정스러움도 잃어버린 지 오래다. 빨간 가방 메고 다니던 집배원 아저씨도 또 그를 기다리던 순수했던 마음도 아련한 추억속의 한 장면이 되어 아쉬울 따름이다.

가끔은 그 소리가 그리워질 때가 있다. 그래서 그동안 그려두었던 민화 중에 까치와 호랑이 그림을 찾아 들었다. 소나무 가지에 까치가 앉아 있고 나무 아래엔 호랑이가 앉아 있는 그림으로 나쁜 기운을 물리친다는 속설이 있는 세화(歲畫)다. 경자년 한해에도 반갑고 기쁜 일만 가득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까치설날 아침에 까치와 호랑이 그림을 현관에 붙여 놓고 두고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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