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정익현

건축사

한 권의 책이 우리에게 감동을 줄 때가 있다. 젊은 날 《삼국지》, 《어린 왕자》가 그랬고, 나이 들어서는 《논어》, 《코스모스》가 그랬다.

《코스모스》는 1980년 10월 출간되었다. 저자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은 미국의 천체물리학자로 미 항공우주국(NASA) 자문 위원을 하며 우주 탐사 계획에 참여했다. 그는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했고 핵 전쟁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또한 생명의 기원에 흥미를 가졌으며 우주 다른 곳에 생명체가 존재할 것이라고 믿었다.

《코스모스》에는 우주와 지구의 탄생, 인류의 기원, 우주의 미래 등 다양한 주제가 13장에 걸쳐 이해하기 쉽게 쓰여 있다. 칼 세이건은 책에서 '인류라는 존재는 코스모스라는 찬란한 아침에 떠다니는 한 점 티끌에 불과하다. 코스모스는 대부분이 텅 빈 공간이고 그 공간은 참으로 괴이하고 어두운 공간이라서 그곳에 있는 행성과 별과 은하들이 가슴 시리도록 귀하고 아름다워 보인다'고 했다.

《코스모스》의 마지막 13장에서 칼 세이건은 의미심장한 경고를 한다. '인간은 상호 불신이라는 최면 상태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하나의 종(種)으로서의 인류에 대한 염려 같은 것은 아예 할 줄 모른다. …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나 자신이 속한 사회와 조금이라도 다른 성격의 사회를 믿을 수 없는 기괴한 존재로 간주하며 심히 혐오하고는 한다'

지금부터 46년 전 1977년 9월 5일 미국의 무인 우주 탐사선 보이저(Voyager) 1호가 발사되었다. 2012년 태양계를 벗어나 성간우주로 들어섰다 한다. 1990년 2월 보이저 1호는 칼 세이건의 요청으로 지구에서 61억 km 떨어진 곳에서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려 우주에 외롭게 떠 있는 지구를 찍는다. 이 사진이 지구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준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다. 칼 세이건은 1994년 발간된 《창백한 푸른 점》에서 천체물리학자라기보다는 지구와 인류를 한없이 사랑하는 휴머니스트인 동시에 선각자로 우리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주었다. 2년 뒤 그는 백혈병으로 이른 나이에 우리 곁을 떠나 광활한 우주로 갔다. 그의 명문(名文) 일부를 여기에 옮긴다.

'저 점을 다시 보라. 저 점이 여기다. 저 점이 우리의 고향이다. 저 점이 우리다. (중략) 우리가 우주에서 대단히 특권적인 위치에 있다는 우리의 망상과 우리의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자만심과 가식은 이 창백히 빛나는 점 때문에 그 정당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의 행성은 거대하게 둘러싼 우주의 어둠 속에 외롭게 떠 있는 작은 반점에 불과하다. (중략) 사람들은 천문학을 통해 겸손함과 인격을 함양할 수 있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들 한다. 우리의 작은 세상을 멀리서 찍은 이 사진보다 인간의 자만심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잘 보여 줄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이 사진은 우리가 다른 이들에게 더 많은 인정을 베풀어야 하고, 우리가 지금껏 유일한 고향이라고 알고 있는 저 창백한 푸른 점을 보호하고 소중히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대량 살상 무기를 제조하고 환경 파괴를 하는 그들, 진실을 왜곡하고 이념 논쟁을 부추 켜 편 가르기에 골몰하여 세상을 어지럽게 하는 그들, 그들은 이 책을 읽었을까? 그들도 이 책을 읽었기를! 서로에게 존중과 겸손함으로 창백한 푸른 점을 더 이상 외롭게 하지 않기를.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