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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자

수필가

전국 각 처에는 온갖 꽃들로 꽃대궐을 이룬다. 꽃샘추위를 견디며 봄날에 피어난 예쁜 꽃들을 보면 보는 사람의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을 곱고 아름답게 가꾸어 주는 환희의 선물이기도 하다. 꽃구경 하는 시간 내내 웃음이 저절로 나오고 행복해지기 마련이다. 그 기쁨 때문에 꽃축제나 꽃박람회를 찾아 몸 고생 마음고생을 하면서도 집을 떠나는 모양이다.

몇 해 전 황매산 철쭉꽃 구경을 갔다가 실망하고 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목적지는 멀기만 한데 꽃구경 가는 차량들이 좁은 도로를 꽉 메워 오도 가도 못하고 버스 안에서 긴 시간을 낭비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참고 또 참으며 인내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었다. 이름난 관광지나 축제장을 가보면 어디를 가나 이런 현상이다. 산 입구에 도착하여 부지런히 산등성이로 올라가는 길옆에 철쭉꽃이 막 피어나다가 얼어서 시든 모습만 보게 되어 황당했다. 이틀 전에 갑자기 밀려 온 꽃샘추위와 강풍에 일찍 핀 꽃들이 된서리를 맞았기 때문이란다. 철죽꽃의 아름다움을 볼 수 없게 되었다며 지역 주민들은 전국각지에서 찾아온 구경꾼들을 보면서 안쓰럽다는 말과 함께 울상이 되었다. 사람의 힘으로 어찌 할 수 없는 일이다. 해마다 꽃이 필 때쯤이면 찾아오는 꽃샘추위가 야속하기만 할 뿐이었다.

금년 봄에는 진달래꽃으로 유명하다는 강화도 고려 산으로 가는 길 여행이다. 강화도는 국난 극복의 역사가 서린 곳이기도 하다. 그곳으로 꽃구경을 간다는 기대 때문에 며칠 전부터 마음은 싱숭생숭 마냥 부풀어 올랐다. 꽃동산에 올라 상큼한 봄꽃향기에 취해볼까 하여 먼 길 마다하지 않고 무미한 일상생활에서 소소한 여유를 누리고자 떠났다.

고려 산은 높이 436m로 고려시대 때 몽고의 침략을 피해 강화도로 도읍을 옮긴 뒤 고려 산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진달래꽃나무로 가로수처럼 심어놓아 지천으로 피어난 꽃을 가까이서 보며 시멘트 길로 계속 돌고 돌아 걸었다. 아담한 백련사를 지나고 보니 진달래꽃밭과 점점 가까워졌다. 먼빛으로 보이는 산 능선과 산비탈에는 진달래꽃으로 뒤덮여 마치 수채물감을 칠해 놓기라도 한 듯 연신 감탄사만 연발했다.

같이 걷던 지인이 길 옆에 핀 진달래꽃잎을 따서 씹으며 '꽃잎이 달다'고 했다. 그 말에 호기심이 발동하여 꽃잎을 입에 넣고 씹어보니 이상하게도 달착지근한 맛이다. 그 꽃잎 맛에 옛 생각이 떠올랐다.

자연적으로 피어나는 꽃들이 지천으로 피던 어린 시절이다. 뒷동산에 올라가 진달래꽃을 따서 입술이 보라색으로 물드는 것도 모르고 입 안 가득 넣고 먹고 또 먹었다. 진달래꽃 찾아 낯선 산속까지 올라갔을 때는 겁이 덜컥 나기도 했다. 깊은 산에는 사람을 잡아먹는 문둥이가 있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걸음아, 나 살려라'하며 뜀박질을 하다가 나자빠지기도 하고 경사진 비탈길을 내려오다 미끄러져 곤두박질을 쳐도 아픈 줄도 몰랐다. 철부지 시절의 기억을 떠올려 이야기꽃을 피우며 걷다보니 꽃동산이 가까워졌다.

마침내 우리나라의 대표 시인 김소월의 진달래꽃 시비 앞에 섰다. 이미 많은 이들이 시비를 에워싸고 저마다의 추억을 남기기 위해 폼 잡는 통에 발 디딜 틈이 없다. 간신히 사람들 틈을 비집고 서서 인증 샷을 했다. 뒤돌아서서 바라보이는 산빛이 온통 연분홍과 진분홍색으로 곱게 핀 진달래꽃으로 물들었다. 그것을 본 내 마음도 분홍빛 물이 든 것만 같다.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그곳을 향해 많은 사람들이 꽃이 핀 산등성이를 걸어가는 행렬이 까마득히 보인다. 그 황홀한 아름다움은 색다른 풍경이다.

아름다운 꽃을 보면 마음이 아름다워지고, 좋은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새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즐거워지고, 물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맑아진다. 그 순수한 마음을 얻고자 진달래꽃의 유혹에 이끌려 꽃향기를 온 몸과 마음에 듬뿍 담아 본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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