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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자

수필가

설날을 며칠 앞둔 섣달 그믐께다. 이른 새벽인데 카톡 소리가 요란하다. 궁금하여 핸드폰을 열어보니 넷째 여동생이 신생아를 안고 있는 사진과 손자를 얻었다는 사진과 함께 문자가 보인다. 반가운 소식에 7남매의 톡방은 출산 축하 메시지로 가득 찼다. 곧바로 넷째 동생과 영상통화로 산모와 아가의 건강상태를 물으니 아가도 건강하고 산모도 건강하다고 했다. 동생은 연신 싱글벙글 웃음꽃을 피우며 얼떨결에 할머니가 되었다고 계면쩍어 하며 좋아하는 모습이다.

그 모습을 보니 12년 전 내 모습이 떠올랐다. 특히 첫째 외손녀가 태어났을 때는 나 혼자만 손녀를 얻은 것처럼 황홀하고 감격하여 어쩔 줄 몰랐다. 곧바로 날아가 산바라지를 하면서 신생아를 씻기고 먹이는 일이 서툴고 힘들어도 그저 좋기만 했다. 그 후 2년 터울로 둘째, 셋째 손녀를 안겨 주었을 때도 마냥 좋았다. 지금도 튼튼하고 씩씩하게 무럭무럭 자라주는 재롱둥이 손녀들이다. 예쁜 손녀들은 고사리 손으로 그림을 그리고, 만들고, 악기연주를 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내온다. 이렇게 할미에게 늘 기쁨과 웃음꽃으로 삶의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행복 바이러스다. 새 생명의 탄생은 소중하고 신비로운 존재다. 계묘년 새해 벽두부터 새 생명의 탄생으로 우리 가족들에게 기쁨을 안겨 준 조카 딸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농경사회 때는 가정 형편이 어렵고 힘든 가운데서도 생기는 대로 출산해서 보통 7~8남매를 두었다. 그렇게 부모 슬하에 여러 형제들로 구성 된 대가족이 옹기종기 살 부비며 생활했다. 생각해보면 우리 부모님들은 참 대단한 분들임에 틀림없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저 먹을 것은 갖고 태어난다'는 생각으로 생기는 대로 출산했으니 출산율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인구는 자연히 증가되어 비좁은 공간에서 학급당 4~50여 명의 아동들이 수업을 해야만 했다. 책상과 책상 사이에 통로가 없어 심지어 책상 위를 밟고 다니기 일쑤였다. 교실은 비좁고 아동 수는 줄지 않아 늘 시끌시끌했던 교실 분위기였다. 과밀학급으로 2부제 수업으로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누어 교실을 사용해야만 했으니 그 고충이 말 할 수없이 컸다. 그러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조용히'라는 말을 입에 달고 생활지도를 하며 지냈다. 지금은 시끌벅적대던 그들의 목소리는 그리움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산아제한을 목적으로 한 가족계획을 통해 출산율을 낮추는 정책에 심혈을 기울였다. 산아제한 정책으로 40여 년도 안되어 인구절벽의 시대가 되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는 초저출산국가라는 꼬리표를 달았고 날로 초고령 사회로 치닫는 현실이다 보니 빨라도 너무 빠르다.

문학 지도로 학교를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일이다. 복도를 지날 때마다 너무 조용해서 유리창 너머로 살짝 엿보면 쉬는 시간인데도 아이들 소리는 별로 나지 않는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이 웅성웅성 거리고 떠들썩했던 교실모습이 아련히 떠오른다. 지금은 한 학급에 24명의 아동들이니 그 소리를 들으려 해도 들을 수 없다. 전에 비하면 절반 정도의 인원이라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낄 따름이다.

얼마 전 고향에 볼일이 있어 가던 중 우회도로 한 쪽에 있는 현수막에 눈길이 갔다. 그 곳에 있는 플래카드에 "엄마 아빠에게 와줘서 고마워" 이런 문구였다. 궁금하여 보은군 홈피를 열어보았더니 '새 생명 탄생 광고는 출산에 대한 사회 인식 개선을 위해 보은군에서 올해부터 추진하는 제도'란다.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심각한 문제해결을 위해 군 당국에서도 노력하는 출산장려정책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정책이 구호로만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결혼 적령기에 있는 젊은이들이 결혼, 출산, 취업, 주택, 자식 등을 포기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진다. 가난한 국가일수록 출산율이 선진국보다 훨씬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을 보면 저 출산 문제는 경제성장과 고도화 된 사회변화에 따르는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관 등이라 생각된다. 이 어려움을 우리 모두가 지혜롭고 슬기롭게 대처하여 보다 살기 좋은 환경이 되도록 힘을 모을 때다. 사람살기 좋은 환경이 된다면 힘차고 우렁찬 어린이들의 소리가 이 강산 곳곳에 희망의 꽃이 되어 아름답게 피어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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