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영화로 보는 인문학 - '첨밀밀: Comrades: Almost a Love Story'

그리운 사람을 만나고 싶을 때

  • 웹출고시간2023.06.26 16:43:27
  • 최종수정2023.06.26 16:43:27

안소현

사) 여성문화예술기획 충북지부장

有緣千里來相會, 無緣對面不相逢

인연이 있다면, 천 리에 떨어져 있어도 만나지만

인연이 없다면, 얼굴을 마주하고 살아도 만나지 못한다.

가끔 과거를 회상해 보면 궁금한 인연들이 있다.

학교 가는 버스 안에서 자리를 내어줬던 친절한 공대 선배.

복사실에서 만나 끝까지 따라와 집 전화번호를 물어봤던 고시생.

누구에게나 궁금한 인연들이 있다.

추운 겨울을 지나 봄꽃이 흐드러지더니 여름을 기다리는 연꽃들이 카페 앞 저수지에 연초록 잎을 활짝 피우고 있다.

겨울이 가고 봄, 여름이 오듯이 과거 속 인연들을 우연히라도 만날 수 있을까.

'인연이 있다면 언제 어디서고 만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1996년 개봉한 홍콩영화 '첨밀밀'을 다시 소환하겠다.
◇운명적인 만남

중국 본토의 톈진 출신 소군(여명)과 광저우 출신인 이교(장만옥)는 홍콩에서 우연히 만난다.

대만 최고의 가수 등려군을 좋아하는 공통점을 가진 두 사람은 낯선 홍콩에서 서로 의지하고 사랑에 빠진다.

소군은 홍콩에서 돈을 벌면 결혼하기로 한 소정이라는 약혼녀가 있었고, 이교는 돈을 벌어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겠다는 꿈이 있었다.

이교는 등려군 노래가 해금되면 본토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을 것이라는 확신으로 그간 모은 돈을 등려군 해적판 앨범을 사들이는 데 쓰지만, 이미 홍콩인들에게 등려군의 인기는 하락하고 알란 탐의 인기가 더 높아진 상황이다.

유행이 지난 등려군의 앨범이 팔리지 않자 이교는 손실을 만회하려 애쓴다.

모아둔 돈을 주식에 투자하는데 그 또한 1987년 홍콩 경제 위기로 손해를 본다.

결국 이교는 피 같은 3만 달러를 다 날리고 안마 시술소에서 일하게 된다.

소군은 이런 이교를 위로하지만, 이교는 너무나 순진한 소군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이교에게 돈 많은 폭력조직의 보스 표형(증지위)이 나타나고, 불안한 미래 속에 갈등하던 이교는 소군의 곁을 떠나고 만다.

소정과 결혼을 하게 된 소군의 청첩장을 받고 결혼식에 참석한 이교.

두 사람은 세월을 비켜간 듯 서로 사랑의 감정이 남아 있음을 확인한다.

자신들의 사랑을 위해 새로운 곳으로의 도피하려는 계획은 표형이 경찰의 추적으로 이교를 데리고 미국에 밀입국하면서 무산된다.

이교가 떠나버렸으나 소군은 약혼녀 소정에게 이교를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소정과 헤어지게 된다.
◇심장을 조이듯 스쳐가는 만남

소군은 소정과 헤어진 후 뉴욕의 차이나타운에서 식당 일을 하고 도피 생활 중인 표형과 이교도 뉴욕에서 머물지만 안타깝게도 서로 마주치지 못한다.

우연한 다툼으로 총을 맞고 사망한 표형의 죽음으로 만료된 비자 때문에 48시간 내에 미국에서 추방당하게 된 이교가 이민국 직원들과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가던 중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소군을 본다.

택시에서 도망쳐서 소군의 뒤를 쫓아가지만 번화한 뉴욕 한복판에서 결국 그를 놓치고 만다. 이 장면에서 안타까움으로 심장이 내려앉는다.

이교는 뉴욕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여행가이드 일을 한다. 소군도 뉴욕에서 계속 일하며 살아가지만 서로 만나지 못한다.

진가신 감독은 소군과 이교가 만날 듯 스쳐가는 장면에서 아쉬움을 증가시킨다.

◇만날 사람은 흐르는 물처럼 한 곳에서 기어코 만난다.

어느 날 이교는 거리를 걷다가 가게 쇼윈도에 틀어놓은 TV를 통해 등려군의 사망 소식을 접하게 된다.

그 순간 옆에 서서 TV를 함께 바라보는 소군이 있다.

등려군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그 자리에서 두 사람은 운명적으로 재회한다.

소군과 이교는 마주보며 환하게 웃는다.
◇세월이 지나서 다시 보면 더 깊어지는 명작

20대에 본 첨밀밀과 50대에 본 첨밀밀이 다른 느낌이다.

지금 더 뭉클하고 애잔한 이유는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생각나서 일 것이다.

우리는 또 한 명의 소군과 이교일 수도 있으니까.

사랑이라는 감정 이외에 말로 표현하지 못할 그리움을 가슴 속에서 끄집어내는 영화 '첨밀밀'을 보면서 그리운 이들을 소환하길 바란다.

그리고 따뜻한 차를 마시며 말해라.

"30년을 너에 대한 기억으로 살았노라."

애교스러운 과장일지라도.

마음속엔 첨밀밀 주제가 '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이 울려 퍼질 것이다.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저 달이 내 마음을 말해 줍니다.' ♬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기업 돋보기 5.장부식 씨엔에이바이오텍㈜ 대표

[충북일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이 있다. 국내 시장에 '콜라겐'이라는 이름 조차 생소하던 시절 장부식(60) 씨엔에이바이오텍㈜ 대표는 콜라겐에 푹 빠져버렸다. 장 대표가 처음 콜라겐을 접하게 된 건 첫 직장이었던 경기화학의 신사업 파견을 통해서였다. 국내에 생소한 사업분야였던 만큼 일본의 선진기업에 방문하게 된 장 대표는 콜라겐 제조과정을 보고 '푹 빠져버렸다'고 이야기한다. 화학공학을 전공한 그에게 해당 분야의 첨단 기술이자 생명공학이 접목된 콜라겐 기술은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분야였다. 회사에 기술 혁신을 위한 보고서를 일주일에 5건 이상 작성할 정도로 열정을 불태웠던 장 대표는 "당시 선진 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일본 기업으로 선진 견학을 갔다. 정작 기술 유출을 우려해 공장 견학만 하루에 한 번 시켜주고 일본어로만 이야기하니 잘 알아듣기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장 견학 때 눈으로 감각적인 치수로 재고 기억해 화장실에 앉아서 그 기억을 다시 복기했다"며 "나갈 때 짐 검사로 뺏길까봐 원문을 모두 쪼개서 가져왔다"고 회상했다. 어렵게 가져온 만큼 성과는 성공적이었다. 견학 다녀온 지 2~3개월만에 기존 한 달 생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