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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인문학 - 애프터 양 : '양'이 남긴 것

아름다운 디아스포라

  • 웹출고시간2022.08.08 14:41:11
  • 최종수정2022.08.08 14:41:11

안소현

지역발전연구소함께 대표

전 세계의 관심을 받았던 재미교포 이민진 작가의 26년간의 끈질긴 노력의 결실인 '파친코'에서 '디아스포라'는 인종차별, 식민주의, 제국주의, 외국인 혐오의 관점에서 출발해 재일교포 여성의 강한 모성애를 찬양하며 결론지었다.

순전히 외국자본으로 만들어진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콘텐츠로 만든 드라마 '파친코'의 8화 중 1, 2, 3, 7회를 맡은 한국계 미국인 '코고나다 감독'은 또 다른 작품 '애프터 양'에서 인간 사회와 민족의 관점이 아니라 인간과 안드로이드 사이의 기억과 성찰에 초점을 맞춘다.

나는 21세기 '디아스포라'의 범주 안에 인간의 모습으로 따뜻한 마음으로 가족을 돌보아도 이민족처럼 외부인으로 머물러야만 하는 안드로이드를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알렉산더 와인스타인의 단편소설 'Saying Goodbye to Yang'을 원작으로 수명이 다한 안드로이드 '양'에게 저장된 기억을 통해 안드로이드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성찰하고 가족의 정체성에 관한 화두를 던진다.
◇"애벌레에겐 끝이지만 나비에게는 시작이다."

차 상점을 운영하는 백인 남편 제이크, 회사 중역인 흑인 아내 키라는 입양한 중국인 딸 미카에게 중국문화를 알려주기 위해서 동양인 외모의 안드로이드 로봇 '양'을 사 온다. 미카는 '양'을 친오빠처럼 따르고 '양'은 미카를 성심성의껏 돌본다. 백인, 흑인, 동양인, 안드로이드라는 가족의 조합이 독특하다.

그야말로 다문화가족의 통념, 그 자체이다.

안드로이드 로봇 '양'은 두 부부의 아들이자 미카의 오빠이다.

"애벌레에겐 끝이지만 나비에게는 시작이다."라고 말하는 '양'.

애벌레와 나비, 인간과 신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양'은 끝과 시작의 접점에서 갈등했을 안드로이드'양'의 소외를 표현하는 듯하다.

이 나라 저 나라를 떠도는 '디아스포라'와 다를 바 없지 않은가.

가족 같은 '양'이 어느 날 작동을 멈춘다.

애벌레와 나비 사이의 고치와 같은 모습으로 가만히 널브러져 있다.

동생 미카는 큰 충격으로 등교도 거부한다.

제이크와 키라도 당황스러움과 슬픔으로 '양'을 고치기 위해 여기저기를 수소문한다. 코어 고장으로 고칠 수 없다는 말을 듣던 중 수리공 러스를 통해 소개받은 기술박물관을 향한다. 혹시 고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안고.

사생활 침해의 소지가 있지만 '양'의 메모리 뱅크를 발견한 관계자는 테크노 사피언스 연구에 필요하니 박물관에 넘길 것을 제안한다.
◇"제게도 차(茶)가 그냥 지식이 아니면 좋겠어요."

집으로 돌아온 제이크는 '양'에게 저장된 기억과 마주한다.

어쩌면 사랑했던 아들의 기억 속에서 예기치 못한 사실들을 발견할지 모를 두려움으로 기억을 재생하는 안경을 쓴다.

'양'은 일상에서 동생 미카를 다정하고 사랑스럽게 대했으며 인간의 남매 이상으로 행복하다. 제이크는 '양'이 진심으로 그들을 사랑했음을 알고 안심을 한다.

제이크가 녹차를 우리는 모습을 보며 "제게도 차(茶)가 그냥 지식이 아니면 좋겠어요."라고 말한다. 기계에 주입된 프로그램이 아니라 진정으로 인간처럼 느끼고 싶어 하는 대사이다. 그러나 결코 '양'은 인간이 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없다. 이 영화는 인간의 관점에서 기계가 사람이 되고 싶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배제한다. '양'은 중국인 자녀를 위한 테크노 사이언스로서 완벽했다.

제이크 가족에게 오게 되기 이전의 가족과는 유대감을 쌓지 못하고 주변인으로서 맴돌던 기억도 보여준다. 또 '양'의 기억에 자주 등장하는 금발의 소녀가 있다. 둘은 파티를 즐기고 커플티를 입고 있으며 친구인지 애인인지 설정이 모호하지만 깊은 유대감을 쌓아간다. 제이크 부부는 그녀가 카페 직원임을 알아내고 '양'의 죽음을 알린다. 작동을 멈춘 기계 앞에서 '양'과의 추억을 끄집어내며 흐느껴 우는 여자.

이것도 사랑이었구나.
◇결말을 말해주는 첫 크레딧과 한 폭의 그림을 감상하는 듯한 영상미

첫 장면에서 미카의 가족은 댄스 경연대회에 출전한다. 가족의 동작이 일치하지 않으면 탈락이다.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지만 결국 율동이 틀려서 탈락한 미카의 가족은 영원히 함께 할 수 없는 이 가족의 미래를 말해준다.

롱테이크 기법으로 잔잔한 음악을 삽입해서 영화를 보면서 산들바람이 부는 언덕에서 독서를 하는 착각이 들기도 했다.

책꽂이에 꽂아 놓고 두고두고 읽고 싶은 영화다. 화면과 조명 구도, 가구와 소품 하나하나에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 흑인, 백인, 아시아인, 기계가 가족이 되고 공감하고 추억하는 아름다운 영화를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어서 나머지 결론은 독자의 몫으로 남기겠다.

안드로이드를 통해 바라본 인간의 삶.

끊임없이 경계를 짓고 기계를 의심하는 인간들.

필요할 때 사다 쓰고 쓸모없으면 버림당하는 기계도

뇌를 갖게 된 후 인간처럼 상실감과 배신감에 괴로워할까.

'양'은 버림당해도 무표정했다.

그래서 더 먹먹했다.

조용히 울고 싶을 때 이 영화를 추천한다.

영혼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생명이 다해 부패해도 아름다운 기억은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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