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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인문학 - 프로스트 vs 닉슨(Frost vs Nixon)

4일간 펼쳐진 저널리즘의 진수

  • 웹출고시간2021.07.19 16:19:49
  • 최종수정2021.08.02 09:42:18

안소현

정치학 박사 / 지역문화커뮤니티 '함께' 대표

우리는 TV나 인터넷, 신문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서 수없이 많은 기사들을 접하게 된다.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가끔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팩트도 체크되지 않은 기사들이 있다. 정치 편향적인 기사들, 지자체와 정부 밀착형 기사들, 근거도 없는 개인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로 이목을 집중시켜서 더 중요한 이슈를 불식시키는 사례들도 비일비재하다. 진실 추구가 소명인 저널리즘을 소재로 한 2008년 론 하워드 감독이 제작한 '프로스트 vs 닉슨'을 소개하고 현대 저널리즘의 창시자인 조셉 퓰리처(Joseph Pulitzer)의 언론인 정신을 되새기려고 한다. 가장 불행한 대통령은 임기를 마치지도 못하고 불명예 퇴진을 해야 했던 미국의 37대 대통령 닉슨일 것이다. 그는 1968년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1972년 재선 되었다. 하지만 재선 당시 워터게이트 사건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1974년 임기 도중 사임해야만 했다. 미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임기 중 사임이다. 닉슨은 어느 대통령보다 가장 불명예스럽게 퇴임한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워터게이트 사건: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었던 1972년 6월 17일 공화당의 닉슨 재선 위원회가 상대 후보인 민주당 본부의 워터게이트 빌딩에 불법 침입해서 도청하려 했던 사건. 이 사건으로 닉슨 대통령은 1974년 8월 8일 사임) 닉슨 대통령은 워싱턴 포스트의 기자들이 진실을 파헤치고 여론에 밀려서 퇴임할 당시에도 자신이 워터게이트 사건에 어떻게 연루된 것인지 정확한 진실을 국민들에게 밝히지 않았다. 국민에게 아무런 진실도 밝히지 않은 채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사임한 전직 대통령 닉슨(프랭크 랑겔라)의 사임 장면 생방송이 높은 시청률을 올리자 이미 많은 방송사에서 닉슨과 인터뷰를 요청한다. 닉슨은 뉴스 진행 경험이 없고 정치인과의 인터뷰 경험이 없는 오락 프로그램 진행자 프로스트(마이클 쉰)를 선택한다. 프로스트는 닉슨과의 인터뷰를 성사시키기 위해 거액을 후원받으려는 예상과 달리 스폰서가 나타나지 않자 자신의 사재까지 동원해서 인터뷰를 진행한다. 뉴욕 방송국으로 복귀하여 과거의 인기를 되찾으려는 토크쇼 진행자 프로스트와 어설픈 프로스트를 제압하고 정치계로 복귀할 기회를 노리는 닉슨의 게임이 시작된다.
1977년 여름 모두가 기다린 4일간의 인터뷰 첫날, 미국 뉴스 프로그램 역사상 가장 많은 시청자들이 TV 앞에 모여들었다. 닉슨으로부터 진실과 사죄의 말을 듣고 싶었던 4500만 명이 넘는 시청자들은 4일간 진행된 그의 TV 인터뷰를 숨죽여 지켜본다. 인터뷰는 프로스트와 닉슨의 개인적인 성공을 위한 대결의 장이기도 했지만 언론에 대한 사회적 영향력과 책임을 묻는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되어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베트남 전을 비롯해서 닉슨 재임 시절의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프로스트의 질문을 노련한 정치인 닉슨은 교묘하게 피해가면서 자신의 치적을 늘어놓는다. 프로스트의 강한 질문에도 불구하고 닉슨은 대담하고 치밀한 말솜씨로 프로스트를 속수무책으로 만들어서 닉슨의 승리를 확신하게 된다. 케네디와의 TV토론에서 패했다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베트남과 캄보디아에서의 위기를 닉슨독트린(;아시아의 내전과 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대아시아정책으로 인한 미군 철수로 대다수사상자 발생)으로 모면한 닉슨이 마지막 인터뷰 전날 밤 술이 취해서 프로스트와의 한 통의 전화로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게 된다. 닉슨에게 당하고만 있던 프로스트는 인터뷰 마지막 날에 닉슨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궤적에 대해 '실수'였다는 대답을 끌어낸다.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았던 닉슨은 비통한 표정으로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카메라는 몇 초의 클로즈 업 화면으로 닉슨의 표정에서 반성과 회한을 잡아낸다. 프로스트의 승리다. 프로스트 팀은 샴페인으로 축배를 들며 환호한다. 그 순간 고개를 숙이고 인터뷰 장소를 떠나는 닉슨을 바라보며 승리감 대신 인간 닉슨을 바라보는 프로스트의 복잡한 표정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 영화는 어설프고 인기몰이에 급급한 사회자가 진정한 언론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 준다.
'조셉 퓰리쳐'의 말이 떠오른다.

"진보와 개혁을 위해 싸워라. 부당함과 부패를 결코 묵인하지 말라. 모든 당파의 선동가들과 싸워라. 결코 어떤 당파에도 소속되지 말라. 특권 계층과 공공재산의 약탈에 항거하라. 가난한 사람에 대한 연민이 없어서는 안 된다. 대중 복지에 헌신하라. 단순히 뉴스를 인쇄하는 것만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철저하게 독립적이어야 한다. 약탈적인 금권에 의한 것이건 약탈적인 빈곤에 의한 것이건, 무엇이든 잘못된 일을 공격하는 걸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짧게 써라. 그러면 읽힐 것이다.

명료하게 써라. 그려면 이해할 것이다,

그림같이 써라. 독자를 바른 길로 인도할 것이다."

펜이 칼 보다 강하다. 언론의 힘은 그만큼 강력하다. 혼돈과 무질서 속에서 힘들지만 국민들이 진실을 알 권리를 보장하고 팩트가 체크된 진실만을 보도하는 '저널리즘의 진수'를 보여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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