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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인문학 - 너무 사랑해서 헤어져야 하는 '헤어질 결심'

  • 웹출고시간2022.07.11 18:12:19
  • 최종수정2022.07.11 18:12:19

안소현

지역발전연구소함께 대표

"산에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 봐."

남편의 추락사를 조사하는 형사 '장해준'(박해일) 앞에서 한국어에 서투른 중국인 아내 '송서래'(탕웨이)가 처음으로 한 말이다. 사망자의 딸로 착각할 만큼 젊고 아름다운 그녀는 어떤 동요도 보이지 않고 무덤덤한 표정이다. 대화의 문맥이 매끄럽지 않지만 '마침내'라는 단어는 평소에 남편의 죽음을 예측하고 '언젠가 죽을지 알았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처음으로 음식다운 음식을 먹습니다."

경찰은 일반적인 사망사건의 사례와 다르게 사망자의 중국인 아내를 용의선상에 올린다. 남편의 죽음에도 동요하지 않는 '서래'를 잠복 수사하는 과정에서 해준은 점점 그녀에게 빠져든다. 흐트러짐 없고 이성적인 형사 '해준'은 그녀에 대한 의심이 관심으로 바뀌는 자신을 발견한다. 잠복을 통해서 밥 대신 아이스크림으로 끼니를 대충 해결한다는 사실을 알고, 그녀를 취조하는 과정에 비싼 초밥을 사다 주는 장면에서 해준이 서래를 걱정하는 침묵의 애틋함이 보인다. 또한 주말부부인 해준은 자신의 집에 서래를 초대해서 밥을 제대로 먹지 않는다고 중국 음식을 직접 요리해준다. 요리를 맛본 후 배시시 웃는 행복이 스며든 그녀의 미소. '이게 중국 음식입니까?'
"나도"

미제사건 전문가인 해준이 서래를 취조하는 과정에서 남편의 사고 정황을 사진으로 설명할지 말로 설명할지 물어보자 '말씀'이라고 대답한다. 실망하는 듯한 '해준'의 표정을 보고 사진으로 보여달라고 한다. 곧이어서 서래는 산보다 바다를 좋아한다고 말하자 해준은 '나도'라고 대답한다. 짧지만 확실하게 서로의 공감대를 확인하려는 순간이다.

"말러 5번을 틀고 등산을 시작하면 4악장이 끝날 때에 정상에 다다릅니다. 그 정상에서 5악장을 감상한 후에 하산하면 완벽하죠"

41세였던 구스타프 말러가 19세 연하의 작곡가이자 작가 알마 쉰들러에게 바치는 연서로 현악기와 하프로 연주하는 매우 아름다우면서도 처절한 곡으로 애틋함과 절실함 외에도 고독이나 두려움과 같은 복합적인 감정이 내포된 입체적인 곡이다. 클래식 음악 애호가이며 등산이 좋아하는 서래 남편의 영상 채널에 등장하며 서래의 행적을 따라 해준이 등산하는 장면에도 흐른다.

남편으로부터의 상습적인 폭행을 당하는 서래와 심한 불면증에 시달리는 해준의 심경도 표현해 준다. 서로를 알아가면서 서로의 고통을 치유 받지만 떳떳하지 못한 상황을 이 음악이 담아내고 있다.
"붕괴" : 무너지고 깨어지게 되다. 쌓여있던 것이 허물어지다.

해준은 폭력을 참을 수 없었던 서래가 남편을 산 정상에서 떠밀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남편의 실족사로 사건을 해결한다. 해준은 이성적이고 철두철미했던 형사인 자신이 한 여인에게 마음 흔들려서 자신이 붕괴됐다고 말하고 아내가 있는 이포로 전근을 온다. '붕괴'라는 단어를 검색한 서래는 '사랑'이라고 해석을 한다.

"내가 그렇게 만만합니까?"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

우연히 이포의 어시장에서 해준의 부부와 서래의 새로운 부부가 만나게 된다. 서래는 사랑하는 해준을 찾아서 이포로 온 것이다
해준은 서래가 남편을 죽였다는 증거가 될 수 있는 핸드폰을 바다에 빠뜨려서 없애버리라고 했던 말을 사랑이라고 확신하고 해준의 목소리가 담긴 핸드폰을 버리지 않았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새 남편으로부터 폭력에 시달린 서래와 의도하지 않았던 새 남편의 사망으로 서래가 또 용의자로 지목된다.

왜 핸드폰을 버리지 않았는지 따지는 해준과 서래의 대사이다.

사랑을 사랑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둘 사이의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다행히도 새 남편을 살해한 범인이 잡히고 서래는 자유로와 진다.

"나를 미결사건으로 남기겠습니다."

미결사건 전문가인 해준의 곁에서 영원히 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미결사건'으로 남는 것이고 해준이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서래의 사진을 미결사건의 단서를 모아 둔 벽에 붙여두고 영원히 기억하리라고 생각하고 바닷가에 웅덩이를 파고 스스로 그 웅덩이에 눕는다. 안개가 자욱한 해변에 수북히 쌓인 모래가 파도에 휩쓸려서 서래가 누운 웅덩이를 채우고 이 영화의 OST인 안개가 흐른다.
파랑으로 같기도 하고 녹색 같기도 한 원피스처럼

마지막 같기도 영원 같기도 한 애절한 사랑

그를 붕괴되기 전으로 돌려놓으려는 깊은 사랑

미결로 남아서 그에게 영원히 각인되려는 결심

이 영화는 안개로 가득한 침울하고 애잔한 바다에서

파도처럼 심장을 철썩철썩 헤집어 놓는다.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사람도 있고,

잉크가 물에 떨어지듯 서서히 퍼지는 사람도 있다"

박찬욱 감독 외에 정서경 작가, 김지용 촬영감독, 류성희 미술감독, 곽정애 의상감독, 조영욱 음악감독에게 존경의 마음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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