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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인문학- 전쟁을 노래하는 가슴 아픈 아리아 '사마에게'

  • 웹출고시간2021.12.20 15:19:40
  • 최종수정2021.12.20 17:17:18

안소현

지역발전연구소함께 대표

'전쟁'을 노래하는 가슴 아픈 아리아 '사마에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중단과 동유럽에서 나토의 확장 중단을 공식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EU와 미국이 이에 대해 부정적이고, 러시아는 병력 증강을 계속하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미 우크라이나 국경 48㎞까지 병력을 이동시킨 러시아가 화력을 계속 증강하고 있습니다. CNN에 따르면 러시아는 최근 50개가 넘는 전술 부대를 국경 인근에 배치했습니다. 대전차무기와 포, 정찰병력 등으로 무장해 자급 자족적 임무 수행이 가능한 부대들입니다."

저녁 뉴스에서 앵커와 기자가 들려준 내용이다.

불현듯 지구의 어느 곳에선가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는 섬뜩한 상상이 들었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분쟁과 전쟁으로 죽어가는 무고한 시민들과 폭격으로 허물어져 가는 도시들이 마음속을 심란하게 만든다.

지구상에 전쟁만은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인류의 역사 속에서 국가라는 이름으로, 종교라는 이름으로, 인종과 계급과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죄 없는 사람들의 생명을 처참하고 잔혹하게 짓밟아 버렸던 전쟁의 역사가 거듭되지 말아야 한다. 애국심으로 선동해서도, 종교적 신념으로도 인간의 생명을 함부로 해칠 수는 없다.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전쟁의 실상을 말해 주는 2020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사마에게'를 소개한다.
와드 알-카팁 감독은 21세기 최악의 내전으로 알려진 시리아 내전의 참혹한 상황을 알리고 전쟁 난민에 대해서 재인식을 시킨 용기 있는 감독이다.

전장에서 태어난 딸 '사마'에게 가느다란 희망이라도 주고자 캠코더 영상으로 기록했다고 한다.

2019년 칸 영화제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비롯해 전 세계 영화제에서 62관왕을 수상했다.

자유를 꿈꿨지만 전쟁으로 폐허가 돼버린 나의 도시 알레포

사마, 이 곳에서 네가 첫 울음을 터뜨렸단다

이런 세상에 눈 뜨게 해서 미안해

하지만 엄마는 카메라를 놓을 수 없었어

사마, 왜 엄마와 아빠가 여기 남았는지,

우리가 뭘 위해 싸웠는지,

이제 그 이야기를 들려주려 해

사마, 이 영화를 네게 바친다.
◆배경: 2011년 학교 담벼락에 민주화를 요구하는 낙서를 적은 10대들이 체포돼 고문을 당한 사건을 시작으로 알 아사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 알 아사드 정권의 무자비한 진압이 가해지면서 점차 무장 투쟁으로 변모했다. 이로 인해 수십 년에 걸친 아사드 부자의 독재정치와 잔인한 진압에 격분한 시민들로 구성된 반정부군이 정부군과의 정면충돌로 유혈사태가 발생한다. 주변 아랍국가들과 강대국들의 이해관계로 인한 개입이 이어지면서 내전이 계속되고 수백만 명의 무고한 국민이 살해당하고, 천만 명이 넘는 전쟁 난민이 발생했으며, 목숨을 건 탈출이 전 세계로 이어졌다. '사마에게'는 2011년 내전에서 시작해 2016년 알레포를 벗어날 때까지의 5년의 기록을 엮어서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인상적인 시퀀스: 알레포 대학의 민주화 시위에 참가한 대학생 와드는 정부군의 무력진압을 목격하고 내전의 참상을 카메라로 담아낸다. 와드의 촬영은 알아사드 정권에 맞선 적극적인 저항의 의지이며, 무력과 폭력에 대항하는 동지들의 피눈물 나는 투쟁의 기록을 세상에 알리겠다는 저널리스트 지망생으로서의 사명감이다. 같은 학교 의대 졸업을 앞두고 있었던 함자 알-카팁은 전쟁의 사상자들을 구하려는 신념으로 알레포에 남아 있다. 와드와 함자는 폭풍 전야 같은 내전 속에서 동료들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혁명에 대한 의지가 더욱 확고해진다. 가족 같은 동지를 잃게 되고 정부에 굴복하고 알레포를 떠나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앞으로 다가올 고통의 나날을 예감한다. 이러한 소용돌이 속에서도 와드와 함자의 사랑은 결혼으로 이어지고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킨다. 하늘이라는 뜻을 가진 와드와 함자의 딸 '사마'.
요람에 싸인 아기가 있는 방에 갑자기 폭격 소리가 울리고 카메라는 다급하게 지하로 이동한다. 급히 흔들리는 프레임, 굉음과 함께 연기가 차오르는 복도. 동료에게 맡긴 딸을 찾아가는 카메라를 든 감독과 화면에 등장하는 절박한 장면들. 축 늘어진 아이와 인공호흡기를 쓴 환자들. 사마를 찾은 감독은 말한다. "사마. 넌 우리 삶의 단비였다. 하지만 널 이런 곳에서 낳다니. 네가 선택한 것도 아닌데. 엄마를 용서해 줄래?"

폭격과 참상으로 얼룩진 전쟁에 아랑곳하지 않고 해맑은 미소를 보여준다. 한 줄기 희망을 암시하듯이 천사 같은 미소를 짓는다. 사마는 폭탄과 총격의 소리에 무감각하다.

반정부군의 패색이 짙어가는 상황 속에서 와드는 이런 세상에 태어나게 한 자신에 대해 어린 '사마'에게 용서를 구한다.

'사마에게'의 마지막 부분에 결국 알레포를 포기하고 탈출을 감행한 와드가족이 무사히 둘째를 출산하는 장면이 나온다. 죽음이 드리워진 전쟁의 한 복판에서 끝없이 용기를 내고 사마를 지킨 와드와 함자에게 갈채를 보낸다. 그러나 아직도 부모를 잃는 수많은 아동 난민들이 있다. 그들은 굶주림과 추위 속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아동노동 착취와 성매매 대상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도 지구의 어느 곳에서 또 다른 '사마'들이 태어남과 죽음을 반복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딸 사마를 낳고, 전장 속에서 딸을 키운다.

그녀는 '우리가 무엇을 위해 싸웠는지 알아주길 바란다.

시리아의 참상은 지나간 역사가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이다.'

◆생명의 소중함: 함자의 병원에 만삭의 여인이 폭탄으로 인한 파편이 박힌 채로 병원에 실려 온다. 의료진들이 제왕절개술로 산모의 아기를 살리려고 안간힘을 쓰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숨 막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숨이 멎은 줄 알았던 아기가 울음을 토해내는 순간 '생명의 숭고함'을 경험하게 된다.

2016년 12월 정부군에 의해 포위된 알레포를 탈출하기 전까지 촬영된 5년간의 영상은 무차별하게 투하되는 폭탄과 전투기의 습격, 각종 살상 무기가 등장한다. 도시는 점차 폐허로 변해가고, 병원은 폭격으로 사망한 시체들, 바닥의 흥건한 피, 사람들의 울부짖음으로 가득하다. 가장 마음이 아픈 것은 아무 죄도 없는 아이들의 부상과 죽음이다. 폭격으로 움푹 파인 웅덩이에서 수영을 하고, 검게 탄 버스를 색칠하며 즐거워하던 어린아이들이 속수무책으로 죽어가는 장면을 보면서 독재자의 권력욕으로 빚어진 내전에 화가 치밀어 오른다.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 인간의 생명이 사회적 명분 앞에서 무가치하게 평가되는 무수한 역사 적인 순간들을 되돌리고 싶다. 국가가 여러 가지 명분으로 국민을 죽음으로 몰고 간다면 더 이상 존재의 가치와 이유를 상실한 것이다. 일제 침략과 6·25전쟁을 겪었던 우리도 경제성장에 급급해서 남북분단의 상황마저 망각하고 살고 있다. 난민들의 슬픈 소식들이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역사의 상흔들을 다시 되돌아보고 지구공동체라는 용어가 지닌 공존과 공생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잔상: '사마에게'를 보면서 시리아 내전에 관심을 쏠리게 만든 한 장의 사진이 떠오른다. 2012년 가족들과 코스섬으로 이주하던 중 배가 난파돼 터키의 보드룸 해변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3살의 알란 쿠르디의 사진이다. 이 사진 한 장이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고 시리아 내전의 심각성을 널리 알려서 유럽의 난민 정책을 재고하는 계기를 마련했지만, 쿠르디는 영원히 돌아오지 못했다. 어른들의 욕심으로 얼룩진 화려하게 포장된 '국가의 안위와 번영'은 매 순간 또 하나의 '사마'를 또 하나의 '쿠르디'를 만들어 내고 있다.

<사마에게 10.11>
천사의 미소를 가지고 희망을 노래하는 아이들에게

과연 우리는 어떤 세상을 남겨주어야 하는가.

What's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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