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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11.28 14:23:05
  • 최종수정2022.11.28 14:23:05

안소현

지역발전연구소함께 대표

[충북일보] 요즘 들어서 자주 제안받는 강의 주제가 있다.

그것은 '배리어 프리(barrier free)'다.

처음엔 생소했다. 여기저기 자료를 찾아보면서 공부를 해야 하고 대상에 맞는 자료를 준비한다. 어르신들에게는 나이 듦의 장벽을 허물어야 하고, 청소년들에게는 주어진 환경의 장벽을 허물어야 하고, 몸이 불편한 분들에게는 장애는 불편할 뿐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곰곰이 나를 들여다본다.

오히려 내 안에 장벽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1974년 유엔의 '장애인 생활환경 전문가 회의'에서 '장벽 없는 건축 설계(barrier free design)'에 대한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생긴 개념이다. 성별, 연령, 국적, 문화적 배경, 장애의 유무에 상관없이 모두를 위한 디자인(universal design)에서 출발해서 대중교통 손잡이, 일용품, 서비스, 주택, 도로, 설계까지 범용(汎用)화 되었다. 건물이나 거주환경에서 층을 없애는 등 장애가 있는 사람이 사회생활을 하는 데 물리적인 장벽(barrier)를 제거한다는 의미로 건축학계에서 처음 사용되었는데 최근에는 주택이나 도로 등에서의 물리적 장벽뿐 아니라 자격과 시험 등을 제한하는 제도적이고 법률적인 장벽, 텔레비전이나 신문 등 커뮤니케이션의 문화정보 전달장벽, 차별과 편견 그리고 장애인 자신의 의식상 장벽까지 제거하자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이슈화되고 있다.

◇배리어 프리 영화는 기존의 영화

화면을 설명해주는 음성해설과 화자 및 대사, 음악, 소리 정보를 알려주는 배리어 프리 자막을 넣어 모든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영화를 말한다. 장벽 없는 영화축제, 제12회 '서울 배리어프리영화제'가 11월 9일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에서 막을 올렸다. 3년 만에 오프라인 개막식이라 의미가 깊다. 우리 지역에서도 관련 영화제가 열리길 소망한다. 장애인 가족 관점에서, 장애인 가족이라는 장벽을 허물고 포기했던 자신의 꿈을 위해 도전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가슴 울리는 영화 '코다'를 소개하겠다.
◇영화 '코다'(Child of deaf adult: 귀가 들리지 않는 양친이나 후견인에게서 자란 청인)는 세상에서 소외된 사람들에 주목하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훌륭하게 완성한 작품들을 통해 칸 영화제, 미국 배우 조합상,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에서 크게 주목받은 '션 헤이더' 감독이 제작했다. 2015년 '에릭 라튀쥬' 감독의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를 각색해서 만든 작품으로 '션 헤이더' 감독은 아카데미 각색상을 거머쥔다. 이 영화는 '베로니크 풀랭'의 자서전 '수화, 소리, 사랑해!'를 원작으로 한 2014년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의 영어 리메이크 버전이다.

'코다'는 푸른빛 대서양과 마주하는 케이프 앤(Cape Ann)의 글로스터를 배경으로 어업에 종사하는 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아빠 프랭크 로시(트로이 코처), 엄마 재키 로시(말리 매트린), 오빠 레오 로시(다니엘 듀런트)는 모두 청각 장애인이다.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서 배를 타고 고기를 잡고 경매하기까지 유일하게 듣고 말할 수 있는 딸, 고등학생 루비 로시(에밀리 존슨)가 동참해야 한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가족들을 세상과 연결하는 코다 '루비'는 하루하루가 벅차다. 어느 날 짝사랑하는 '마일스'를 따라 합창단에 가입하면서 노래하는 기쁨과 숨겨진 재능을 알게 된다. 합창단 선생님의 도움으로 '마일스(퍼디아 월시 필로)'와의 듀엣 공연도 하게 되고 버클리 음대 오디션의 기회까지 얻게 된다. 학교 합창 콘서트에서 노래를 부르는 루비를 보게 되는 가족들은 소리를 들을 수 없지만,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보고 루비의 재능을 처음으로 알게 된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루비와 마일스의 듀엣 공연 중 1분 정도 소리가 멈추는 장면이다. 관객들이 청각장애인의 입장에서 영화를 관람해 보라는 감독의 의도이다. 순간 관객들은 소리가 들리지 않는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그날 밤 아빠는 루비에게 공연에서 부른 노래를 다시 불러 주길 부탁한다. 루비가 수화를 섞어가면서 노래를 하자 아빠 프랭크는 손을 루비에 목에 가만히 올려놓는다. 딸의 노래를 들을 수 없는 아빠가 유일하게 노래를 듣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니 진한 감동이 몰려왔다. 들을 수 없는 프랭크가 떨리는 목청을 느끼는 장면을 클로즈업했다. 프랭크의 눈물 맺힌 얼굴은 그동안 고기잡이배에서 혼자 소리 질러 부르던 딸의 노랫소리를 듣지 못한 속상함과 얼마나 잘 부르는지도 모르고 무조건 버클리음대 진학을 반대했던 미안함을 고스란히 화면에 담아냈다.

루비는 자신이 없으면 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될 가족과 노래를 향한 꿈 사이에서 갈등한다.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부담감으로 가족과 갈등을 겪은 루비가 고기잡이배를 타지 않은 어느 날. 가족들은 감시선의 방송을 듣지 못해서 감시관에게 벌금을 물어야 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루비는 가족과 함께하지 못한 죄책감으로 버클리 음대 진학을 포기할 것을 결정하지만 가족들이 루비 몰래 버클리음대에 지원서를 넣고 버클리음대 오디션에서 노래하게 된다. 루비는 가족들 앞에서 수어를 섞어서 감사와 사랑의 마음으로 '당신은 나에게 필요한 전부'라는 노래를 부른다.

이 영화는 2022년 아카데미 수상식에서 각색상(션 헤이더감독), 남우조연상(트로이 코처)을 받았다. 특히 루비의 가족을 연기한 배우들이 모두 청각장애인이었다. 장애인이 직접 연기를 하고 출연한 것은 현실의 장벽을 허물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이렇게 다양성을 추구하려는 노력으로 아카데미가 작품상을 준 이유라고 생각된다. 장애가 있는 가족의 현실과 나의 꿈 사이에 고민하는 마음을 잘 표현했고 장애인 가족이 때로는 짐 같고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언제나 내 편이고 또 힘이 되는 존재라는 걸 보여주는 감동적인 영화였다. 루비의 장애인 오빠가 "우리는 약하지 않다."라고 당당하게 한 말이 오래도록 남는다. 우리가 장애인을 돌봄의 대상을 생각하지만 어쩌면 생활하기에 조금 불편할 뿐이고 마음은 더 단단할지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다. 장애와 비장애의 구분이 꼭 필요할지에 대한 의문을 던져주는 영화이다.

그냥 불편할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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