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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인문학 - '부모라는 이름의 사랑'

영화 '아버지의 이름으로'를 통해 본

  • 웹출고시간2021.05.10 17:12:00
  • 최종수정2021.05.10 17:12:00

안소현

정치학 박사 / 지역문화커뮤니티 '함께' 대표

[충북일보] 어버이 날이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캘리그래피로 예쁘게 쓴 문구가 있고 천에 카네이션 LED등이 붙어있는 이젤모양의 작은 액자를 들고 친정에 갔다.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볼 수 없는 엄마.

어버이날에 안 찾아뵈면 내가 불편해지니까 아마 내 맘이 편해지려고 의무감에 갔을지도 모른다.

요즘 소화기능이 떨어져서 함께 식사는 못할 것 같다고 하셔서 용돈만 드리려는데 극구 안 받으시겠다며 손 사레를 치시던 엄마의 수척해진 모습이 하루 종일 잔상으로 남아서 잠만 잤다.

마음이 힘들 때 내가 하는 치유법이다. 그냥 자는 것.

부스스 일어나서 어느덧 부모가 되어버린 거울 속의 내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부모에 대한 사랑이 자식에 대한 사랑에 비해 보잘것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자식을 향해 활짝 열어 둔 마음의 문에 가끔 나의 자식들이 부담스러워하고 간섭이라고 말하면서 받았던 상처들이 생각났다.

그리고 '왜 우리 부모는 더 부유하지 못할까? 왜 더 지적이지 못할까?'하고 원망했던 철없는 내가 생각났다.
부모님을 생각하니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1993년 영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아들 제리 콘론의 심정으로 아버지 주세페 콘론을 그리워한다.

'아버지의 이름으로'(In The Name of The Father, 1993)는 1974년 10월 5일에 발생한 영국의 길포드 펍 폭탄테러 사건의 용의자인 제리 콘론의 자서전을 근거로 짐 쉐리단 감독이 영화로 각색했다.
1970년 아일랜드 공화국군과 영국 정부가 첨예하게 대립했다.

IRA는 아일랜드 독립전쟁을 치른 아일랜드 공화국군이었지만 아일랜드가 독립할 때 북아일랜드 지역은 영국령으로 유지됨에 따라 분쟁의 씨앗이 되었다.

이에 통일 아일랜드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무장투쟁을 추구하면서 PIRA(Provisional Irish Republican Army)가 형성되었다.

철없이 고철이나 훔치는 청년 제리는 어느 날 영국군 저격병으로 오해받아 영국군에게 쫓기고, 폭동을 주도한 인물로 찍힌다.

아들이 걱정되는 아버지는 제리를 영국에 있는 이모 앤 멕과이어에게 보내지만 아버지의 말을 무시하고 히피들과 생활한다.
어느 식당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하던 날 제리는 우연히 주운 매춘부의 열쇠로 그녀의 집에 들어가 돈을 훔치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심문 도중 협박과 폭력으로 허위 진술서에 서명을 하게 된 친구로 인해 폭탄 테러 공범으로 몰린 제리와 친구 폴은 경찰의 고문으로 길 포드 식당의 테러범으로 지목된다.

공교롭게도 구명활동을 하던 아버지 주세페 콘론도 테러 관련 범으로 체포된다.

또한 폭탄물 성분인 글리세린의 흔적이 있다는 터무니없는 증거로 이모 애니 맥과이어 가족과 아버지를 포함하는 7명의 가족이 살인 모의 공범으로 몰린다.

영국의 사법당국조차 빈약한 증거와 허위 자백으로 길 포드 4인에게는 종신형을 맥과이어 가족 7인에게도 역시 중형을 선고한다.

1977년 다른 혐의로 잡힌 IRA 단원들이 자신들이 길 포드 폭탄테러의 진범이라고 자백하지만, 영국 경찰 당국은 자신들의 과오가 드러날까 봐 이를 묵살해 버린다.
철없는 아들 때문에 노심초사하는 아버지 주세페 콘론은 한순간도 아들에 대한 끈을 놓지 않는다.

나 자신도 부모가 된 지금에서야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부모라는 이름이 자식을 향해 무한 사랑을 베풀지만 자식은 그 마음을 다 헤아리지 못한다. 그 자식이 똑같은 자식을 낳고 나서야 조금 이해할 뿐이다.

주세페 콘론은 아들과 감옥에 갇혔어도 아들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는다. 우리의 부모님처럼.

결국 제리 콘론은 무죄를 밝힐 때까지 무려 15년형을 살고 아버지가 수감 중 사망하는 아픔을 겪으면서 제리 콘론은 자신을 위해 끝까지 헌신해 준 아버지의 진심을 알게 되고 아버지와의 오해를 풀고 어른으로서 성숙한 인간으로서 성장하게 된다.
"전 결백합니다. 무고하게 15년을 복역했습니다. 아버지는 감옥에서 돌아가셨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그를 죄인이라 합니다. 전 주장하고 싶습니다. 제 아버지의 결백과 여기 연루된 사람들의 결백과 죄인들이 심판을 받을 때까지 전 싸울 겁니다. 내 아버지의 잃어버린 명예회복과 진실을 위해서!" -제리 콘론(다니엘 데이 루이스)-

15년을 복역한 후 변호사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무죄임을 입증하기까지의 긴 여정을 그린 실화를 더 리얼하게 연기하기 위해서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실제로 감옥생활을 경험했고 9시간의 심문을 보는 등 제리 콘론의 배역을 위해 투혼을 했다.

아일랜드 출신의 세계적 록 스타 U2와 시네드 오코너 등이 참여한 사운드 트랙도 놓칠 수 없다.

하염없는 아버지의 사랑과 헌신을 온 몸으로 느끼게 해 주는 영화 '아버지의 이름으로'가 나에게 숙제를 던져준다.

나의 마음을 자식에게 전달하라고. 그리고 엄마에게 전하라고.

세상의 모든 어머니 아버지는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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