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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인문학 - 평범한 일상 가져오는 비범한 행복 '패터슨'

  • 웹출고시간2021.12.06 16:24:34
  • 최종수정2021.12.06 16:24:34

안소현

지역발전연구소함께 대표

"삶의 아름다움이란 대단한 사건이 아닌 소소한 것들에 있다." 짐 자무시

창 사이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이 포근한 잠을 방해하고 아직 덜 깬 눈을 비비며 커피머신을 누른다. 크레마가 가득한 커피는 향기만으로도 황홀한 일상의 단편이 되고 레트로 LP 턴테이블로 아말리아 로드리게스(Amalia Rodrigues)의 파두( Fado Portugues )라도 듣게 되면 그야말로 완벽한 아침이 되겠지만 언제나 서둘러 맞이하는 아침 공기와 잊지 않고 기다리는 바쁜 스케줄을 하루라도 빨리 청산하고 싶었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서 푹 쉬면서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하고 싶은 일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매일 되풀이 되는 일과 매일 마주치는 사람들이 지루해지기 시작하면서 의도적으로 일을 줄여갔다. 처음엔 자유를 온몸으로 만끽하면서 설레임으로 가득한 하루를 기획했다. 자유로운 여행, 맛집 검색, 전시회와 공연 관람, 백화점 쇼핑, 카페에서의 주제 없는 수다. 점점 깊은 잠을 설치고 새벽에 일어나서 무엇을 할까 부스럭대기 시작한다. 냉장고 정리를 하다가 날이 새기도 하고 리모콘을 눌러 대며 몇 편의 영화를 보기도 한다. 푹 자고 싶은데 잘 안된다. 생각이 많아서일까, 나이듦의 현상일까. 분명 불특정한 사람들과의 만남, 어색하고 낯선 일들 때문일 것이다.

작지만 소소한 '반복의 일상'을 다시 찾고 싶다.

불행하고 비루해 보이는 우리의 삶조차 '행복'이라고 말해 주는 2016년 영화 패터슨(Paterson)을 소개한다.
◆ 짐 자무쉬 감독(1953년~)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미국 인디 영화계의 거장인 짐 자무쉬를 알아야 한다. 미국의 영화감독, 시나리오작가, 배우, 프로듀서, 콜롬비아 대학(Columbia University) 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뉴욕대 대학원 영화과 출신이다. 영화 '천국보다 낯선'(Stranger Than Paradise)이 호평을 받음으로써 1980년대에 등장한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미국 독립영화 감독으로 자리를 잡았다. 미니멀한 세트, 움직임 없는 카메라로 촬영된 롱테이크기법, 가끔 등장하는 단속적인 암전, 자연스러운 시공의 흐름으로부터 인물들을 분리시키는 점프 컷(Jump Cut)이 이색적이다. 프랑스 누벨바그 감독들의 작품, 특히 장 뤽 고다르(Jean- Luc Godard)의 영향을 받았다. 헐리우드의 전통적인 방식을 거부하고 위트가 있으면서 시적인 대사, 감각적인 영상미와 사운드 트랙, 익숙함도 낯설게 만드는 독특한 영화 장르를 구축했다. '천국보다 낯선', '커피와 담배',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등의 영화로 유명한 짐 자무쉬는 거창한 사건보다는 소소한 일상의 순간들을 감각적인 영상으로 표현하는 작가이자 감독이다.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만드는 방식에 대하여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아내고 디테일을 첨가하기보다 디테일을 모으고 나서 이야기의 퍼즐을 구성하려 한다. 테마와 일종의 분위기와 캐릭터들이 있을 뿐 전체를 관통하는 줄거리(plot-line)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 영화 패터슨(Paterson,)

뉴저지주의 소도시 '패터슨'에 사는 버스 운전사 '패터슨'의 무덤덤한 일상을 통해 특별한 전율을 느끼게 하는 영화로 세계적인 거장 짐 자무쉬 감독 작품이다.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시인을 존경했던 짐 자무쉬 감독은 시인이 살았던 도시 패터슨을 여행하면서 폭포수가 보이는 자리에 앉아 패터슨 시에 살며 시를 쓰는 노동자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 보려는 영감을 떠올렸다. 그리고 20년 뒤에 영화·패터슨·을 제작한다. 매일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서 간단한 아침을 먹은 뒤 출근을 하고 동료와 안부를 나눈 후에 23번 버스를 운전하는 남자 '패터슨'과 컵케이크 사업을 하고 싶고, 그림도, 패션도, 요리도 좋아하고 갑자기 기타를 사달라고 조르는 꿈이 많고 엉뚱한 아내. 아내가 싸 준 소박한 도시락 점심을 먹으며 틈틈이 시를 쓰고 퇴근 후 아내와 저녁을 먹으며 하루의 일을 이야기한다. 저녁 식사 후, 애완견과 산책을 하고 작은 바에서 맥주 한 잔으로 마무리하는 정해진 버스 노선처럼 비슷한 일상이지만 날마다 다르다. 바에서의 난동, 버스 고장, 반려견의 비밀 노트 파손 등의 사건들을 겪으며 평온한 일상이 깨지는 경험을 한 패터슨은 우연히 만난 일본 시인으로부터 "때론 텅 빈 페이지가 가장 많은 가능성을 선사하죠"라는 신비로운 말과 함께 새 노트를 선물 받는다. 그리고 깨달음을 얻고 나지막이 '아하'라고 외치면서 다시 새로운 그의 하루가 시작된다. 월요일로 영화를 시작해서 화, 수, 목, 금, 토, 일을 거쳐서 다시 월요일로 돌아오는 플롯이다. 아담 드라이버의 무덤덤하지만 진지한 연기는 제 42회 LA비평가협회상 남우주연상을 안겨 주었고 아내역의 신비로운 이란 테헤란 출생의 여배우 골쉬프테 파라하니는 비현적인 꿈을 꾸지만, 아마추어 시인인 남편의 재능을 진심으로 인정해 주고 패터슨에게 시집을 낼 것을 권유하며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지지하는 태도가 인상적이다. 반려견 마빈의 그럴듯한 연기, 영화에 삽입된 ost도 귀담아듣고 가슴속에 간직하길 바란다.

영화를 보면서 묘한 안도감과 희망이 느껴진다. 새벽에 수영이나 영어학원에서 강의를 듣고 출근을 해서 늘 보는 동료들과 익숙한 일상을 보내는 우리들의 지루함이 행복일지도 모른다. 시계만 바라보는 퇴근을 임박한 시간 후에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이 행복일지도 모른다. 지긋지긋한 잔소리로 투덜대는 아내가 끓여준 김치찌개와 소주 한 잔이 행복일지도 모른다. 주인의 인기척 소리에 꼬리를 흔들며 깜깜한 거실에서 달려오는 반려견이 최고의 행복일지도 모른다. 영화 '패터슨'은 우리가 평범한 삶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하루가 시작될 것이라는 '소박한 희망'을 안겨 준다.
연애시 -패터슨

우리 집엔 성냥이 많다.

항상 손이 닿는 곳에 있다.

우리가 좋아하는 성냥 브랜드는 오하이오 블루팁이다.

예전에 우리가 좋아했던 브랜드는 '다이아몬드'다.

그건 우리가 오하이오 블루팁을 발견하기 전이었다.

성냥들은 확성기 모양의 글씨가 쓰인 흰색 상표와 진한 청색의

튼튼하고 작은 성냥곽에 잘 포장되어 있다.

마치 세상에 이렇게 외치는 것 같다.

'이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냥이야.'

3.8cm길이의 오돌토돌한 암자색 머리에 덮힌 연한 소나무 성냥개비.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집요하게 첫사랑 여인의 담배에

처음으로 불을 붙이는 불꽃으로 타오를 준비가 됐다.

그 후엔 전혀 같지 않겠지.

당신이 내게 줬던 모든 걸 당신에게 준다.

난 담배가 되고 당신은 성냥. 아니면 난 성냥, 당신은 담배.

입맞춤으로 이글거리며 하늘을 향해 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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