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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인문학 - '당신이어서 고마워요'

나이 듦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띄우는 한 통의 가을편지 '당신이어서 고마워요'

  • 웹출고시간2021.09.13 17:54:14
  • 최종수정2021.09.13 18:02:12

안소현

정치학 박사 / 지역문화커뮤니티 '함께' 대표

"핸드폰을 어디에 뒀지?"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

"왜 그 탤런트 있잖아. 아! 이름이 생각나지 않네."

이러다가 기억상실증에 걸리면 어쩌지?

나이 들면서 누구나 경험하는 걱정거리다.

우아하고 고상하게 나이가 들면 얼마나 좋을까.
요즘은 가족 중 한 분은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연명치료나 치매 치료를 받고 있다. 바쁜 현대인들의 부모님이 편찮으시면 집안에 혼자 방치될 우려가 있어서 의료기관이나 시설에 부모님을 모신다. 어쩔 수 없는 선택 때문에 부모나 자식 모두 죄책감에 시달린다.

사실 몇 년 전에 요양병원에 계신 친구 어머님을 뵈러 갔다가 너무나도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병동에 계신 환자분들 몇 분의 손목을 끈으로 침대에 묶어 둔 것이었다. 자꾸 밖에 나가려고 해서 묶어 두었다고는 했지만 나는 큰 충격을 받았고 앞으로 올 '나이 듦'에 두려움을 갖게 되었다.

얼마 전 '휴머니튜드 케어' 도입이라는 희소식을 듣게 되었다. 휴머니튜드(Humanitude)는 프랑스 치매 전문가인 이브 지네스트와 로젯 마레스커티가 개발한 돌봄 기법이다. 인천시와 인천광역치매센터는 지난 2019년 6월 국내 최초로 휴머니튜드 개발자 이브 지네스트를 초청해 국제 치매 케어 워크숍을 개최하고 워크숍에서 공유된 휴머니튜드 기법을 시립치매요양병원 환자 12명에게 적용했다. 침상 생활을 하던 환자들은 보조기에 의지해 걷는 게 가능해졌고, 기저귀에 의지하지 않는 자가 용변으로 상태가 호전됐다. 이런 과정은 다큐멘터리 '부드러운 혁명'으로 제작·방영됐고, 치매환자 돌봄 기법에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휴먼[Human]+에티튜드[Attitude]=휴머니튜드[Humanitude]

'휴머니튜드 케어'는 인간적인 접근을 치매 치료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치매어르신뿐만 아니라 케어(돌봄)가 필요한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 철학이다. 치매 어르신을 '환자'가 아닌 '사람'으로 보는 것이 핵심인 최선 돌봄 기법이다. 휴머니튜드의 4가지 기법인 보고, 말하고, 만지고, 서는 특성을 바탕으로 400여가지의 돌봄 방법이 메뉴얼로 정리됐다. 프랑스에선 휴머니튜드가 현장에 적용된 지 4개월 만에 신경이완제 투여량이 85%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말하기 반응은 2배 이상 증가하고, 눈 맞춤 반응은 23.8배 증가한 효과도 나타났다고 한다.

이러한 희소식과 함께 우연히 보게 된 2019년 개봉한 영화 '당신이어서 고마워요'를 소개하겠다. 스즈키 코스케 감독은 우리 사회가 주목해야 할 요양 복지, 치매 가족 현실을 과장 없이 그대로 담아내며 세대를 뛰어넘은 눈부신 우정을 관객들에게 아름답게 선사했다.
'내 집처럼'을 사명으로 하는 '모두 요양원'의 신입 요양복지사 '케이'는 치매로 인해 뒤돌아서면 기억을 잃어버리는 어르신들 사이에서 모든 일이 서투르다. 어느 날, '케이'는 길을 헤매던 '케이코 할머니'를 만나게 되고 이를 계기로 요양원에서 그녀의 전임 요양복지사로 함께 하게 된다. 자기소개만 수십 번째, 점점 기억이 희미해져 가는 '케이코 할머니' 곁을 지키며 세대를 뛰어넘은 우정을 쌓아간다. 새끼손가락을 걸며 '여름 축제를 함께 하자'고 하지만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케이코 할머니. 자신이 밥 먹은 것조차 잊어버리지만 '케이'는 '케이코 할머니'와의 추억을 차근차근 쌓아가며 진정한 요양원이 되어간다. 어느 날 밤, 요양원에서 케이코 할머니가 갑자기 사라져버리고, 관리 소홀을 문제로 케이코 할머니가 요양원을 옮기게 되며 헤어지게 될 위기에 처하게 되지만 가족들의 이해로 실마리를 잘 풀어간다. 이 영화에 등장한 '모두 요양원'은 환자복을 입히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옷을 입게 하고, 환자가 과거에 가졌던 직업에 관련된 일을 하게 도와준다. 예를 들면 목수였던 할아버지는 담장을 수리하도록 허락해 주고, 요리사였던 할머니는 요리할 수 있게 허락해 준다. 물론 요양사가 함께 지켜보면서 진행된다.

머리가 기억하지 못해도 몸이 기억한다는 말이 생각나는 장면이었다.

일률적인 프로그램의 노인요양기관들과 너무 다르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면 기억이 사라지는 순간에도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기억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제가 기억할께요"라는 케이의 대사가 아련히 기억된다.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삶과 우정을 아우르는 따뜻한 감동을 전할 '당신이어서 고마워요'를 가족들과 함께 꼭 보길 추천한다. 우리 지역에 휴머니튜드케어 방식을 도입하는 요양기관이 생기길 간절히 소망한다. 나이 듦이 행복과 희망이라는 관점으로 전환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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