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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인문학 - 로봇인가 인간인가 '조 Zoe'

  • 웹출고시간2023.01.30 17:05:45
  • 최종수정2023.01.30 17:05:45

안소현

지역발전연구소함께 대표

영화를 볼 때 감독이나 시나리오를 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주인공 역할의 배우를 보고 그 영화를 볼지를 결정한다. 믿고 보는 배우가 출연하면 무조건 본다. 영화 '조 Zoe'는 레아 세이두와 이완 맥그리거를 만나러 영화관에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믿고 보는 배우, 레아 세이두와 이완 맥그리거

코끝이 둥글고 살짝 벌어진 앞니가 매력적인 레이 세이두.

예술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더 랍스터'와 '가장 따뜻한 색 블루'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다. 굉장히 독특하고 성적 수위가 높았지만, 전혀 성형을 안 한 그녀의 얼굴이 말해 주듯이 영화 속의 주인공은 그녀 자신이었다. 그 뒤로 그녀가 보이기 시작했다. 1985년 프랑스 파리 출생으로 재력가 집안에서 태어났고 유명 의류 브랜드의 모델로도 활약하며 프라다와 루이비통의 광고에도 출연했다. 너무 자연스러운 연기는 특이한 시나리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다른 자아를 보여주는 착각에 빠지게 했다. '007: 노 타임 투 다이', '단지 세상의 끝', '그랜드 부다패스트 호텔', '시스터',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컬', '하녀의 일기', '페어웰 마이 퀸' 등에서 그녀를 만나고 그녀의 연기에 감탄했다. 또한 1971년 스코틀랜드 출신의 이완 맥그리거를 만난 것은 '벨벳 골드 마인'과 '빅 피쉬', '아일랜드','물랑 루즈','스타워즈 에피소드 1: 보이지 않는 위험' 등 수 많은 영화에서였다. 모터사이클을 즐기는 그는 2004년 4월 중순부터 7월 말까지 런던에서 중앙 유럽,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몽골, 시베리아, 캐나다를 거쳐 뉴욕까지 모터사이클 BMW R1150GS를 타고 총거리 35,960km의 여행을 하고 '이완 맥그리거의 레알 바이크'라는 여행 서적을 출판했다. 연극과 뮤지컬에서도 많은 공연을 했고 유니세프의 친선대사로서도 활약한 뼛속까지 연기인인 그의 인생을 다 언급할 수는 없지만, 그의 표정과 말투는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충분한 매력이 있다.

두 배우 때문에 영화'조 Zoe'를 보게 되었고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주인공 '콜'(이완 맥그리거)은 관계연구소의 총책임자이다. 그의 연구 조교인 조(레이 세이두)는 똑똑하고 일 잘하는 연구 동반자이다. 이들은 초보 커플이나 권태기 부부에게 일어날 일들을 예측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상대와 잘 맞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어느 날 '조'가 '콜'에게 프로그램을 체험해 보고 싶다고 하자 검사가 진행된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알려준 두 사람의 가능성은 0%다. '콜'을 좋아했던 '조'는 예상치 못한 결과에 충격을 받는다. 0%의 결과는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콜'에게 결과를 털어놓고 '조'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 자긴 연구소 제품이야. 나와 커플 가능성이 0으로 나온 이유는 기계도 자기가 로봇인 걸 아는 거야."

자신이 로봇이라는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조'를 안쓰럽게 생각하는 '콜'은 그녀를 달래기 시작하고 그녀도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지만, 인간일 수 없는 자신에 대해 괴로워한다. 슬픈데 눈물조차 흘릴 수 없는 '조'

어느 날, 두 사람은 로봇 전시회에 참가하고 어떤 로봇도 '조'와 같이 완전한 사람으로 보이는 로봇은 없다는 것을 확인한다.

'콜'은 자신이 만든 로봇 '조'와 예상치 못한 사랑에 빠지게 된다. "로봇과 진짜 사랑을 할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 고뇌하고 갈등하는 인간적인 모습에 관객들은 몰입하게 된다. '콜'은 과거에 겪었던 이별의 아픔 때문에 항상 함께 할 수 있는 로봇 연구에 매진했고 자신이 로봇인지 몰랐던 '조'가 사랑을 고백하자 숨겨둔 진실을 말한다. '콜'도 서서히 '조'에게 빠져들게 되면서 이상과 현실 사이의 고민을 뒤로 하고 진심으로 사랑한다. '콜'을 연기한 이완 맥그리거의 모습은 지금껏 볼 수 없었던 로맨틱하고 인간적인 매력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물론 감정을 가진 로봇 '조'의 애절함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 서로를 알아가는 사이 '조'가 교통사고에 당하고 조의 몸에서 빠져나온 물질들을 본 '콜'은 자신의 창조물인 '조'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재인식하고 다시는 사랑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콜'이 '조'를 능숙하게 고쳐내지만 그들의 관계는 자연스레 멀어진다.
◇설렘을 만드는 약 '베니 솔'

사랑에 유효기간이 있다고 한다. 아마 설레는 순간을 느끼는 기간일 것이다.

'콜'은 '조'를 그리워하며 긴 방황의 기간을 겪으면서 그가 관여한 프로젝트의 산물인 '베니 솔'이 눈에 들어온다. 사랑의 헤어짐으로 겪어야 할 상처가 두려운 '콜'은 '베니 솔'을 상품화해서 출시한다. 이 약은 사랑을 원하는 두 사람이 동시에 복용하면 첫사랑처럼 설레게 만들고 사랑을 하게 만든다. 외로움에 사무친 '콜'도 역시 어떤 여성과 '베니 솔'을 복용하고 놀라운 사랑을 경험하지만 기억조차 나지 않는 허무함 또한 경험한다. '베니 솔'을 복용하고 사랑을 나누는 영화의 장면에서 서글픔과 쓸쓸함이 느껴진다. '콜'은 사랑에 실패한 후 상실의 아픔으로부터 모든 사람을 자유롭게 하려고 '베니 솔'을 제조하고 연인관계의 성공률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은 약이나 프로그램으로 해결할 수 없는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임을 알게 된다. '조'와의 만남을 통해 로봇에게도 감정이 생길 수 있고 그런 로봇도 사랑을 통해서 상처의 아픔을 갖게 된다는 사실을 인지한 '콜'은 '조 2.0'을 개발한다. '콜'과 사랑에 빠졌던 '조'는 불완전하다고 판단하고 '조'보다 더 똑똑하고 섬세하며 사랑의 대상을 떠나지 않는 '조 2.0' 을 개발한다. '조 2.0'은 상대를 쉽게 용서하고 받아준다. 그러나 상처를 주지 않는 '조 2.0'은 '콜'이 사랑하는 '조'가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감지한다.

결국 '콜'과 '조'가 다시 만났을 때 그녀는 '콜'에게 묻는다.

"나를 진짜라고 말할 수 있어요·"

그녀는 자신의 인조피부를 걷어내고 흐르는 액체와 인공물질들을 보여준다.

"내 앞에 내게 상처를 준 사람이 있어."라고 '콜'이 말한다.
◇사랑은 순간의 달콤함이 가슴을 헤집는 상처를 동반한다.

어떤 사람들은 첫사랑처럼 설레게 하는 사람을 동경한다.

그리고 오랜 사랑을 진부하고 지겹다고 헤어짐을 강행한다.

사랑에 대한 보편적인 명제는 없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새롭고 심장이 떨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감정이 무뎌지고 사랑이 식었다고 판단해서 헤어지고

헤어짐은 상처로 남는다.

'알랭 드 보통'은 사랑의 유효기간에 대해서 언급했다.

나는 사랑이 아니라 설렘의 유효기간이라고 바꾸고 싶다.

설렘이나 달콤함으로 사랑을 정의할 수 없다.

말다툼이나 의견충돌을 통한 이해의 과정이 양념이 되고 그것이 숙성되면 아름답고 깊은 사랑이 완성되는 것이다.

상큼한 봄동 겉절이도 좋지만 곰 삵은 묵은지가 없으면 마음이 허전하다.

사랑의 초반부는 싱싱하고 보기 좋은 봄동 겉절이 같지만 사랑이 무르익으면 마당 한구석에 묻어 둔 장독 안의 김장김치처럼 맛있게 익어갈 것이다.

영화 '조 Zoe'는 '로봇이 인간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가?' 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영화를 보고 나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게 된다. 정답은 없다.

내가 누구를 사랑하든 상처까지 보듬어 줄 수 있으면 그게 사랑이다.

인간인 '콜'을 사랑해서 인간이길 원하는'조'의 애절한 마음.

'조'에게 상처를 준 자신을 책망하며 아파하는 '콜'.

영화에 몰입할수록 무거운 수렁으로 빠져드는 내 마음.

잠이 안 오는 깊은 밤에 영화'조 Zoe'를 추천한다.

나는 신박한 감독 '드레이크 도레무스'의 영화에 몰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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