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청주에어로폴리스 1지구가 드디어 날개를 달았다. 적절한 활용 방안을 찾아 날 준비를 하고 있다. 충북도는 지난달 31일 도청 소회의실에서 충북도와 청주시, 회전익 정비업체 포커스글로벌, 선진그룹, UI헬리콥터 간 에어로폴리스 1지구 회전익 정비시설 설치를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양해각서 체결로 회전익 정비기업 3개사는 2020년부터 총 2천억 원(포커스글로벌 430억, 선진그룹 1천억, UI헬리콥터 570억)을 투자한다. 회전익 정비를 위한 격납고, 부품창고, 백샵, 훈련시설 등을 설치하기 위해서다. 회전익 정비 전문인력 1천여 명(포커스글로벌 300명, 선진그룹 500명, UI헬리콥터 200명)을 고용해 사업을 확장시켜 나가기로 했다. 청주 에어로폴리스 1지구 개발 청사진이 나온 셈이다. 청주에어로폴리스 1지구는 그동안 우여곡절을 수없이 겪었다. 지난 2013년 2월 충북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다. 2015년 1월 아시아나 항공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차근차근 국내 최고의 항공정비단지 조성이라는 청사진을 그려 나갔다. 2015년 4월 단지 조성 공사를 시작했다. 충북도는 도민들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져 줄 "황금알을 낳아…
늦가을 화단에 백일홍이 피었다. 서리가 내린 뒤 계속 쌀쌀한데도 갓 핀 듯 선명하다. 지난 팔월 초 배추모종을 할 때부터 피기 시작했으니까 이름대로 거의 백일 동안 피는 것 같다. 안존하면서도 꿋꿋하게 살아온 사촌 형님이 떠올랐다. 사촌 형님은 이웃 마을에 사는 종갓집 맏며느리였다. 아버님 형제가 아홉인데 그 중 제일 큰아버지의 며느님이었다. 얼굴이 곱고 손끝이 야무져서 의식 범절에 막힘이 없는 분이다. 마음은 또 얼마나 너그러운지 신혼 시절 나는 답답한 일이 생길 때마다 하소연을 하는 게 일이었다. 그럴 때마다 용기를 돋워주고 격려해 주셨다. 형님 또한 만만치 않은 삶을 살았던 것이다. 이따금 푸념이나 하듯 털어놓는 얘기를 들으면 한 타래의 실을 감는 것 같다. 시집이라고 와 보니 시어머님은 와병 중이었고 시누이 시동생은 그릇에 담은 밤톨마냥 고만고만했다지. 한 이태 병간을 한 뒤 첫 아들을 낳고 백일잔치를 했는데, 얼마 안 있어 시어머님이 딸을 낳는 바람에 산간을 했다니 지금으로서는 믿기지 않는 이야기다. 이 모든 건 내가 오기 전 일이었지만 겪어 보니 능히 그럴 만한 성품이셨다. 명절이면 수십 명 일가가 들끓는데도 항상 웃는 얼굴이시다.
대문 바로 앞에 자그마한 텃밭이 있다. 문전옥답도 아니요 다산 선생이 말한 대로 유인(幽人)의 집 앞에 있는 10평도 안 되는 남포 밭이다. 이 밭을 평생 바람이었던 전원주택의 선물로 여겨 이사한 후 서너 해는 고추, 가지 그리고 파프리카에 호박이랑 오이까지 오밀조밀 심어 주경야독의 모양을 스스로 즐기고자 하였다. 그런데 집 앞을 왕래하는 교통량이 워낙 많다. 무농약 재배이건만 차량의 배기가스와 타이어 분진 등 미세먼지를 옴팡 뒤집어쓰고 자란 가지와 토마토 및 푸성귀를 그냥 먹기에는 영 찝찝하다. 궁리 끝에 환경에 덜 오염될 지중작물로서 고구마를 심으리라 마음먹고 마침 고구마 주산지인 안동을 오갈 참에 싹을 구하여 심었다. 고구마는 그래도 손이 덜 가고 심어 놓기만 하면 저절로 크는 식물이라 신경도 덜 쓰여 좋다. 처음에는 풀과 그런대로 사이좋게 커 가더니 잡초의 생명력이 워낙 강해 장마철만 지나면 하루가 다르게 고구마 잎을 눌러 버린다. 살기 위하여 아스팔트로 가지를 뻗다가 차바퀴에 으스러져버리는 잎은 보기에 참 가여운 모양새라. 전한의 동중서는 삼년동안 휘장을 내리고 열심히 공부를 하여 후원의 채마밭이 망가졌다던데(下帷三年의 고사) 이…
단단한 옥광밤을 푹 쪄냈다. 적당히 식은 밤을 이빨로 동강 자르니 뽀얀 속살이 둘로 나뉜다. 포실한 밤을 입에 넣기도 전에 침이 먼저 마중 나온다. 역시 달다. 단맛 뒤에 쌉싸래한 맛이 입안을 감돈다. 풋밤 같던 아들의 떫은 시절이 떠올라서다. 아들의 고등학교 입학식 날이었다. 터널만 지나면 얼추 다 온 셈이라고 옆에 앉은 이가 말했다. 시간 안에 닿지 못할까 졸였던 마음이 일순 풀어지자 창밖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오른쪽 둔덕에 키 작은 나목들이 간격을 맞춰 서 있고, 기계충 먹은 가르마처럼 삐뚤빼뚤한 임도가 나무 사이로 나있었다. 저 멀리 늙은 할미의 젖무덤 같은 산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골을 품고 있어 동네가 아늑해 보였다. 우묵하게 들어앉은 곳에 아들이 다닐 학교가 있었다. 식을 마친 아들은 3년 동안 기거할 방으로 느릿느릿 발을 옮겼다. 무연히 창밖을 내다보던 아들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고개를 돌리는 아들 눈빛이 백 마디, 천 마디 말을 품고 어미를 바라보았다. 집을 떠나 홀로 지내는 것도, 학업에 대한 부담감도 힘겨울 테지만 무엇보다 하루아침에 집안 살림이 애옥해졌으니 그 마음이 오죽하랴. 물기 번지는 눈을 바라보며 손을 그러잡았다.…
최근 퇴직한 친구를 만났다. 열심히 살아왔지만 행복하지 않았다고 했다. 우리는 잘살기 위해 건강, 돈, 자유, 즐거움, 사랑, 신앙, 권력, 명예, 지혜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것들을 갖추고 아름다움에 대한 가치를 이해한다면 아마 행복할 것이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먼저 살아있어야 한다. 살아있다는 것은 자기보존을 제1원리로 삼는다는 것을 뜻한다. 살아있기 위해서는 건강과 함께 생계수단이 든든해야 한다. 맹자는 '식색성야(食色性也)', 즉 식욕과 성욕은 인간이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유한 본성이라 했다. 살아 있기 위해서는 먹는 문제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때문에 사람을 가리켜 인구, 식구라 한다. 모두 입구(口)가 들어가 있다. 또한 맹자는 '생계수단이 든든해야 마음도 든든해진다(恒有産 恒有心 항유산 항유심)'고 했다. 백성들이 물질적으로 부족하여 살아갈 걱정을 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함을 말한다. 산다는 것은 생존이다. 생존은 existence다. existere는 ex_(로 부터)와 -sistere(존립하다)의 합성어로 생활(life)과는 다른 의미성을 지닌다. 너도 알지· 나는 곧 잊혀질 거야 봄은 자
"여행을 떠나요, 즐거운 마음으로~"와 같이 유명한 노래 가사가 있다. 일상생활 속의 따분함을 벗어나기 위해 떠나는 여행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것이다. 여행은 현대인의 재충전의 시간을 가짐으로써 바쁜 일터 속에서 지친 심신을 달랠 수 있어 많은 이들이 떠난다. 여행사 또한 단순하게 휴양소나 숙박시설을 제공하는 서비스에 안주하지 않고 바쁜 현대인들이 다양한 여행, 레저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는 휴가, 놀이, 쉼의 가치를 담겨있는 여행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처럼 여행은 우리 생활 속에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다. 여행이라 하면 누군가는 거창하게 해외여행이나 전국 일주 등 비행기를 타고, 기차를 타고 자동차를 타고 수일을 따로 시간을 내어 특별하게 준비를 해야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것만이 여행은 아닐 것이다. 소소하게 하루의 시간만이라도, 아니 몇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할 수 있는 여행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아마 90% 이상은 자전거를 타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자전거에 입문하면 운동이나 산책으로 자전거를 열심히 탄다. 자전거로 통근도 하고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자전거 여행을 해보는…
[충북일보] 태양광 발전시설이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법원도 태양광 발전시설을 불허한 지방자치단체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지자체 결정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청주지법은 최근 태양광 발전시설 사업자가 충주시를 상대로 낸 개발행위허가 불허처분 취소 소송에서 충주시의 손을 들어줬다. 이 사업자는 충주시 신니면 문승리 임야 5만1천㎡에 4천㎾ 규모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를 추진했다. 그러나 충주시는 자연경관 훼손, 재해 우려 등을 이유로 허가하지 않았다. 영동군도 지난 8월29일 비슷한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특별2부는 이날 A 태양광발전업체가 영동군수를 상대로 낸 개발행위불허가처분 취소 소송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영동군은 2017년 이 업체가 황간면 서송원리 임야 2만2천430㎡에 설비용량 996㎾급 태양광발전소를 추진하자 자연경관 훼손, 산사태 우려 등의 이유를 들어 불허했다. 태양광은 현 정부의 주요 에너지 정책 분야다. 충북도 여기에 발맞추고 있다. 전체 신재생에너지 보급에서 태양광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다. 최근 3년 사이 2배나 늘었다. 지난 한 해 동안 집중적으로 증가했다. 정부는 2040년까지 현재 7%대의 신재
글로벌의 진전과 인구감소 및 고령화는 농촌지역문화에 변화를 가져왔고 더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민자가족, 외국인근로자, 귀농귀촌인의 지속적인 증가는 기존문화와의 갈등과 대립을 우려하는 시각과 정체되어 있는 농촌의 변화를 이끌어낼 기회로 보는 시각이 공존하며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문화와 관련된 대립과 갈등은 종교갈등, 인종갈등, 문화제국주의 등의 형태로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으로 우리 농촌지역만의 문제가 아닌 전세계가 당면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으며, 유네스코에서도 세계 문화 다양성 선언을 채택(2001)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가져 왔다. 문화 다양성은 언어나 의상, 전통, 사회를 형성하는 방법, 도덕과 종교에 대한 관념, 주변과의 상호작용 등 사람들 사이의 문화적 차이를 포괄하는 개념(유네스코, 2010)으로 낯설고 이질적인 타문화를 편견 없이 바라보고 이해를 증진시킴으로써 문화적 갈등과 대립을 지양하고, 경제자본에 의한 문화독점 및 문화획일화에 대응하고자 하는 것이다. 오늘날 농촌지역은 기본적인 신구세대의 문화차이 이외에도 이국문화와 도시문화의 유입 등 다양한 문화의 만남으로 인하여 혼란을 겪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본질적
신체와 정신이 가장 왕성하게 발달하는 시기를 청년기라 한다. 대개는 남자에게 청년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남녀를 아우르며 청년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청년실업 통계나 조세특례제한법상 청년의 기준은 15~29세란다. 유엔에서는, 전 세계 인류의 체질과 평균 수명 측정 결과를 토대로 새로운 표준을 제시했다고 한다. 유엔이 정한 새로운 나이별 구별에 따르면, 18~65세를 일괄적으로 '청년(Youth)'으로 분류한단다. 유엔의 규정에 따르면, '61년생으로 후년이면 회갑을 맞이하는 나도 청년인 셈이다. 나는 '88. '90, '93년생 세 아이의 아빠다. 아니 세 청년의 아버지이다. 셋 모두는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났다. 첫째를 수술로 분만하여 어쩔 수 없이 둘째, 셋째도 제왕절개 수술로 품에 안았다. 세 차례 수술 후의 아내의 고통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저려온다. 미안함과 고마움이 묵직하게 함께 밀려오는 것이다. 당시 우리 사회의 분위기는, '둘도 많다. 하나 낳아 잘 기르자'였다.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 당시엔 출산 수술에 의료보험 적용이 안되었다. 각종 예방 접종비, 학교 수업료·급식비·교복 지원비·학비 변제 등등은 감히
해거름이 되니 구겨진 바람이 부쩍 차가워졌습니다. 첼로의 낮은 빛깔로 떨리는 낙엽이 가슴에 떨어집니다. 살아가는 것이 세월에 떠밀려가는 것임을 오래 잊고 살았습니다. 너무 아픕니다. 저 혼자의 생각으로 억지를 부려보지만, 매번 그렇게 지고 말았습니다. 비 오는 거리에 빛마저 산란하게 흔들립니다. 어쩌면 삶은 한바탕 꿈일지도 모릅니다. 서성이며 머물다 그렇게 가버린 희망의 날들이지요. 지금 짧은 가을이 그렇게 훅 가버렸습니다. 바람이 흐느껴 웁니다. 컴컴한 거리를 더듬듯 걸어갑니다. 어쩌면 이제 새로움에 대한 설렘은 거두어야 할 듯싶습니다. 우리는 힘들고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내일에 대한 희망의 끈을 잡고 오늘을 위안합니다. 그러나 그 희망은 매번 식어버려 우리를 주저하게 합니다. 독한 슬픔 되어 머리를 내리칩니다. 아프고 아린 마음을 달래줄 따뜻한 손길이 한없이 기다려집니다. 우리가 늘 그랬듯 곁을 내어주는 마음이 필요할 듯합니다. 서로 조용히 자신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마지막까지 살아있음을 느껴봅니다. 살며 누구나 상처를 받고 삽니다. 시간이 스며드는 계절이 되면 바람이 불지 않아도 나뭇잎은 떨어집니다. 소중히 피웠던 꽃들마저 무겁게 툭 떨어집니다
보이스피싱은 개인정보인 전화번호나 신용카드번호, 은행계좌번호, 이메일주소 등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탈취하여 그 정보를 이용하여 금원을 사취해가는 범죄이다. 전화를 걸어서 금융기관이나 수사기관의 직원이라고 속이고, 대출을 빙자하여 입금을 요구하든지, 계좌가 범죄에 이용되어 새로운 계좌로 이체해야 안전하다는 등의 수법이 많고, 귀한 자식을 납치해서 데리고 있다든가, 사고를 당했으니 급히 돈을 보내라고 하는 등의 전화는 고전적인 방법이다. 가족이나 친척, 친한 친구를 사칭하여 급히 돈이 필요하다는 문자를 보내 송금을 받는 수법도 있다. 최근 부산경찰청에서는 중국에 진출하여 보이스피싱을 위한 범죄단체를 만들어 무려 50여명에게서 85억원을 뜯은 조직폭력배 121명을 검거하였다고 한다. 보이스피싱으로 돈을 쉽게 벌 수 있으니 이제는 조직폭력배들까지 진출하여 활동하고 있는 웃지 못할 일이다. 보이스피싱 발생사례를 분석하여 보면, 금년 9월말까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의 피해액이 무려 4817억원이라고 하니, 하루 평균 17억 6천여만원이 보이스피싱범들의 수중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2018년에는 일평균 피해액이 11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피해액의…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마무리 시기이다. 가을처럼 말이나 사람이나 갓 거둔 오곡백과로 풍족하게 즐길 수 있는 좋은 계절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천고마비를 가을의 쾌청함과 풍요로움을 표현하는 말로 쓰고 있으나, 원래 이 사자성어는 가을을 조심하라는 의미를 담은 말이었다. 중국 역사서인 '한서(漢書) 흉노전(匈奴傳)'에 따르면, 중국 황하 유역은 기름진 땅으로 수시로 흉노족의 침입을 받은 곳이다. 북쪽 초원지대에 살고 있는 흉노족은 가을철 풀이 시들기 전에 말을 살찌워 놓고, 남쪽 황하 유역으로 식량을 약탈하는 경우가 많았다. 북방 초원과 황하 유역 사이에는 지형지물이 거의 없어서, 흉노족의 기병을 막기 매우 어려웠다. 중국의 전성기였던 한나라 사람들도 가을 흉노족의 침입이 늘 근심거리였던 것이다. 농부들이 무슨 수로 재빠른 말을 막을 수 있었으랴. 오늘날에도 가을철 여물어가는 곡식을 노리는 흉노족이 있다. 바로 '서리'이다. 서리는 온도가 낮은 물체의 표면에 공기 중 수증기가 얼어붙어서 생긴다. 서리가 생기면 식물에게 필요한 수분과 영양분을 운반하는 물관, 그리고 세포 속 수액을 얼린다. 얼어버린 수액은 해가 뜨고
어떤 부탁 이재숙 충북시인협회 까닭모를 내면이 일렁여 마음 기울이며 부비고 싶어질 때 동무와 이따금씩 찾는 보쌈김치가 일미인 허름한 미니족발집 먼지 뒤집어 쓴 벽걸이 선풍기가 갈근거리며 토해내는 바람 앞에 앉아 조촐한 족발 한접시에 오돌오돌한 고기와 보쌈김치 한 점 곁들인 소주 한 잔에 울컥거리는 습한 마음 잦아질 쯤, 꼬질꼬질한 흰색 페인트 화장실 벽에 퉁명스런 주인장의 어눌한 글씨로 씌어진 글귀에 내 맘은 말갛게 씻기운다 '휴지는 휴지통에 버려주세유, 변기에 버리시면 돈 많이 들어유, 고마워유,부탁해유^^ ' 수도꼭지를 틀어 짧은 호스에 물을 흘려보내며 덩달아 줄줄 새는 웃음을 잠그지 못한다.
페이스북에 포스팅된 타인의 글에 댓글을 달고 뜻하지 않는 반응을 본 적이 있다. 서로의 의도와 상대가 받아들인 의미가 달랐던 탓이다. 눈앞에 보이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아니어서, SNS상에서는 가끔 엇박자가 생기고 그 엇박자는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온라인의 만남은 오프라인 만남보다 민감하다. 상대의 얼굴을 볼 수 없는 까닭이다. 상대의 눈을, 상대의 표정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한다면 말의 의미가 더 정확하게 표현될 것이다. 인간에게는 보디랭귀지라는 몸짓 표현 수단이 있기 때문이다. 슬픔이나, 고통, 혹은 기쁨을 표현하는데 꼭 언어만 필요한 수단이 되는 건 아니다. 손짓과 얼굴 표정, 눈빛만으로도 언어표현이 가능하다. 언어는 꽃잎에 닿자 한 마리 나비가 된다. 언어는 소리와 뜻이 찢긴 깃발처럼 펄럭이다가 쓰러진다. 꽃의 둘레에서 밀물처럼 밀려오는 언어가 불꽃처럼 타다간 꺼져도, 어떤 언어는 꽃잎을 스치자 한 마리 꿀벌이 된다. - 꽃과 언어, 문덕수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했던 문덕수 시인의 시다. 언어라는 추상명사는 시인의 사유 속에서 보통명사가 되고, 꽃잎에 닿아 나비가 되는 마술을 부린다
[충북일보] 고향이 점점 사라질 위기다. 지방소멸 위험 지자체가 전국에 89곳이나 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지방분권특별법이든 국가균형발전특별법(균특법)이든 뭐든 개정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방소멸' 위험 기초지자체는 갈수록 늘고 있다. 2013년 기준 75곳이 2018년 6월 기준 89곳으로 늘었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지방소멸 위험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게 틀림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되고 있다. 물론 그동안 정부가 지방회생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게 아니다. 지난 2003년 지방분권특별법과 균특법을 제정한 것도 획기적 노력이었다. 최근 혁신도시, 기업도시,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효과가 농촌지역 지자체로까지 확산되지는 않았다. 좀 더 획기적이어야 한다. 보다 적극적인 지원책 있어야 지방소멸 위험을 막을 수 있다. '특례시'와 '특례군'으로 지정해달라는 기초지방자치단체들의 목소리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모두 지역 균형발전 촉진과 지방소멸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청주 등 9곳은 '특례시' 지정을 요구하고 있다. 단양군 등 24개 지자체는 '특례군' 지정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16일 단양
최근 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동물원이 나들이 장소로만 남아있는 나에게 동물원을 대상으로 한 다큐멘터리는 대체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궁금했다. 첫 장면부터 익숙한 동물원 풍경이 펼쳐지는데, 바로 그곳은 우리 집 근처에 있는 '청주동물원'이었다. 다른 동물원에 비해 시설이 더 낫다거나 규모가 크지도 않아 청주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놀러온다고 해도 소개해주기에는 좀 꺼려지는 곳이었는데, 이곳을 배경으로 영화를 찍었다는 것만으로도 대체 무슨 내용일지 궁금했다. 동물원을 배경으로 동물들의 일상을 담았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영화는 수의사와 사육사들의 일상과, 야생과 사육장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들의 고민을 그리고 있었다. 야생에서 멀어진 야생동물들이 야생에 좀 더 가까운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동물원을 개선하려는 노력들도 담고 있었다. (영화 관람 이후 동물원을 방문했는데, 좁은 공간에 갇힌 표범을 위해 사육장 간 구름다리를 놓고, 곰사육장의 시멘트 바닥을 흙으로 바꾸는 등 자연과 가까워진 동물원 곳곳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청주동물원이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의 보호‧증식‧복원을 목적으로 하는 '서식지외 보전기관'
소방청 발표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 전국 119종합상황실로 걸려 온 119신고는 총 517만5천251건으로, 하루 평균 2만8천435건이 화재, 구조·구급 등으로 신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119 화재진압대, 구조대, 구급대 등 현장에 출동하는 대원들은 출동 초기 신고자가 제공하는 정보 외엔 다른 정보 없이 응급 상황에서 인명을 구조할 수 있는 금쪽같은 시간, 즉 '골든타임'확보를 목표로 신고 장소로 출동하게 된다. 이때 신고자의 부정확한 정보는 출동부서의 현장 도착 시간을 지연시키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9월 옥천군 청성면에 홀로 거주하는 50대 여성이 복통을 호소하며 119 구급 요청을 신고했다. 이때 신고자는 도로명 주소와 지번 주소를 혼용(00길+지번)해 위치정보를 제공하였고, 이에 따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은 신고자와의 수차례 통화와 인근 주민들의 도움으로 겨우 환자위치를 확인한 끝에 무사히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었다. 긴급하게 출동하는 구급대원이나, 응급 상황에서 구급대원을 기다리는 신고자나 1분 1초가 소중한 것은 모두 마찬가지다. 따라서 위에서 언급한 안타까운 상황을 피하기 위해선 시민들이 평소 119 구
'비밀이 많은 사람은 마음이 부자다'라고 한 어느 소설가 말을 신뢰할 수 없다. 삶을 살며 여럿 비밀이 있었으나 과연 그동안 마음이 부자였을까· 마음이 넉넉하기는커녕 생각날 때마다 가슴이 싸아 하였다. 그중 한 가지 비밀을 꼽는다면 신혼 초 첫아이를 임신했을 때 일이다. 비록 소소한 일이나 당시 상황에 비추어본다면 내 딴엔 비밀임에 틀림없다. 대 기업 간부였던 남편은 직장에서 노조 활동을 이유로 갑자기 해고를 당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첫아이 임신에 의한 심한 입덧은 나의 생기(生氣)를 앗아갔다. 이를 안 시어머니께서 내 처지가 안쓰러웠나보다. 우리 내외가 새로운 직장을 찾아 시댁을 떠날 무렵, 시어머니는 남편 모르게 몇 푼 안 되는 돈을 내게 쥐어주었다. 시댁을 떠날 때 수중에 전셋돈만 지니고 타향살이를 시작했다. 그 때 모 도시 근교에 손바닥 만 한 전세방을 한 칸 얻어 생활 했다. 마침 계절은 가을이었다. 날이 갈수록 심한 입덧은 나를 몹시 괴롭혔다. 한바탕씩 토악질을 하고나면 눈앞이 노래지고 현기증마저 일었다. 만추로 치닫던 어느 가을날, 꽃보다 고운 단풍에 유혹돼 집안을 나서자 건너편 길가에 손수레 한 대가 보였다. 그 곁에 노점
가을 순리 박별 충북시인협회 뚱보여인 엉덩이만한 늙은 호박을 얻어온 날 아흔 넘은 노모 살펴보며 나오는 말 ‘저절로 늙어야지’ 억지로 되는 게 아니란다 ‘참 잘 생겼네’ 황토 빛도 고루 배었단다 후욱 솟는 푸른 무지개 순리와 진리가 마주친 가을
[충북일보] 행정안전부가 30일 세종시 어진동 지방자치회관에서 '7회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을 열기로 했다. '주민이 주인 되는 힘, 자치분권'이 주제다. 당초 29~31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던 '7회 지방자치박람회'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방지를 위해 취소됐다. 지방자치의 날은 매년 10월29일이다. 지방자치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만들었다. 1952년 처음 시행된 이래 1961년 중단됐다가 1991년 부활했다. 지방자치 실시의 계기가 된 1987년 9차 헌법개정일인 10월29일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됐다. 2013년 1회 기념식을 연 이래 올해 일곱 번째를 맞았다. 그러나 지방자치의 현실은 초라하기만 하다. 진정한 지방자치를 위한 지방분권에는 아직까지 의문 부호가 찍히고 있다. 지방4대 협의체장들은 이날 실질적인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실현을 위한 '자치분권 세종선언'을 발표한다. 17개 시·도 부단체장들은 같은 날 중앙·지방정책협의회에 함께 모여 자치분권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사업 추진 전략 마련 등에 머리를 맞댄다. 지방분권 전국회의는 지난 24일 부산시청에서 지방분권 대개혁과 올바른…
무심천은 청주를 남북으로 관통할 뿐만 아니라 동서까지 포용할 수 있는 중심에 있다. 아마 그 땅값을 시가로 환산한다면 평당 수백만 원은 충분할 것이다. 그 넓은 땅값을 돈으로 계산한다면 천문학적인 금액일 것이다. 만약 그 엄청난 재산을 개인이 갖고 있다면 저렇게 방치하진 않을 것이다. 무심천도 여느 하천과 비슷한 과정을 거치면서 오늘에 이르렀을 것이다. 지저분한 무심천을 콘크리트로 포장해서 길을 내고 주차장을 만들면서 흡족했을 것이다. 도심의 교통난과 주차난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꿈도 부풀었을 것이다. 그게 어제 같은데 지금은 다시 자연 상태로 복원하자는 소리가 높다. 아무리 자연형으로 복원한다고 해도 쾌적한 시민공원으로 거듭날 수가 없다는 게 문제다. 소음 때문이다. 무심천 제방 양쪽에 도로가 있고, 그 도로로부터 나오는 자동차 소음은 사람을 질리게 만든다. 아무리 돈을 들여 공원을 만들어놓아도 사람이 꼬이지 않는 이유다. 그렇다고 도로를 없앨 수도 없다. 환경단체가 그렇게 아우성을 치는데도 여태 하상도로를 없애지 못한 이유다. 그 한계를 극복하는 게 바로 지하도로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무심
「열성만이 인생을 영원하게 만든다.」는 이 훌륭한 금언을 남긴 사람은 누구일까. 지금은 독일에서 두 번째쯤 큰 도시 프랑크푸르트의 시장의 외손자로 태어나고, 천재로 칭송받고, 뛰어난 미남으로 주목을 받은, 훗날 독일 최대의 작가로 명성이 드높고, 만년에는 바이마르 공화국의 명재상을 지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25세에 쓰고, 그런가하면 50년쯤 걸쳐 희곡 「파우스트」를 완성 시킨 시인이고 소설가이며 희곡작가인 문호 괴테(1749-1832)가 바로 그 사람이다. 당시 그는 83세까지 건강하게 장수한 행운도 누렸다. 영국 시인 바이런은 「어느 날 아침 눈을 뜨니 나는 문득 유명한 시인이 되었노라」라는 명언을 남겼는데 괴테의 데뷔작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그렇게 하루 아침에 일약 세계적인 유명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그 또한 큰 행운이 아니겠는가. 프랑스의 나폴레옹은 전쟁터에서 그 소설을 7번이나 읽었다 한다. 훗날 그 두 사람은 만나서 서로 깊은 존경심을 표했다. 「나는 오늘 참다운 진인眞人을 만났다」고 나폴레옹은 말했고 「나는 오늘 참다운 영웅을 만났다」고 괴테는 나폴레옹을 칭찬했다. 나는 프랑크푸르트를 여행하면서 한사코 괴테의 생가를 찾아갔다.…
바람 한 줌 날아오니 힘없이 떨어진 나뭇잎이 길가에서 바스락바스락 노래를 한다.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작은 몸짓으로 마지막 삶을 몸부림치는 소리일까. 제법 쌀쌀한 날씨와 함께 생명이 다한 낙엽이 몸을 움츠리게 한다. 길가 찻집에 들어가 따뜻한 커피로 마음을 달래 본다. 가만히 앉아 바라보는 거리의 가을 풍경이 한 폭의 그림 같다. 길가에 놓인 화분에는 가을 전령인 국화꽃이 소복소복 피어있다. 그윽한 향기와 온화한 미소가 전해져 온다. 며칠 전 함께 저녁식사를 하시던 노교수가 내게 물어왔다. 공자님이 말씀하시는 "어질 인(仁)"을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이었다. 말로 설명할 필요도 없다며 식사를 서둘러 마치고 일행을 한 공원으로 안내했다. 그 길을 몇 번이고 지나갔어도 한 번도 들른 적이 없었던 신율봉공원이다. 노교수는 낙엽 속에서 페트병 두 개를 꺼내 물을 가득 담는다. 보여 줄 게 있다며 계단을 오르신다. 이제 막 시작한 운동하는 모습을 보여주시는 건가· 새로운 운동법을 개발하신 건가· 왜, 페트병 두 개를 들고 오르시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계단을 올랐다. 160여 개가 넘는 계단을 한 번에 오르기엔 숨이 가쁘신 듯 힘겨워하신다. 그러고 보면 운동
친정엄마는 공무원인 남편의 박봉으로는 세 딸을 키우기가 벅차 30년 넘게 옷 수선집을 운영하셨다. 장사를 오래 해서 세상사에 밝고 슈퍼우먼 같던 엄마도 노안이 오면서 30년 바느질 인생을 마치셨다. 은퇴 후 교회에서 봉사도 열심히 하고, 외손녀도 열성적으로 키우셨던 엄마가 몇 년 사이 많이 늙으셨다. 여기저기 몸이 아픈 곳도 늘었지만, 더 큰 문제는 방금했던 말도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기억을 못 하는 등 건망증이 심해지셨다는 것이다. 얼마 전 마트를 다녀온 후 신용카드가 없어졌다며, 나에게 전화를 걸어 "너희 아빠가 어디다 카드를 숨겨 놓고 안 준다." 푸념을 늘어놓으셨다. 의심을 받은 아빠도 기분 나쁘다며 부부 싸움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신용카드는 엄마의 이불장 안에서 발견됐다. 혹시라도 치매 초기 증상일까 걱정이 돼 지역 치매안심센터의 지원으로 치매 조기검진을 받았다. 검진 결과 다행히 치매는 아니었으며, 뇌혈관의 노화로 발생한 기억력 저하인 경도인지장애라고 한다. 지금부터 3권장(운동, 식사, 독서), 3금지(절주, 금연, 뇌 손상), 3행동(건강검진, 소통, 치매 조기 발견)의 333수칙을 준수하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
시월의 느티나무 雲影 권 오정 충북시인협회 양지 바른 동산 여섯 줄기 곱게 뻗은 동그란 나무하나 실핏줄 같은 투명한 가을 햇살에 황홀히도 고운 아름다운 잎들 그 빛으로 꿈으로~ 꽃으로~ 가슴 자락 파헤치는 한줄기 바람에 쏟아져 내리는 엽우葉雨 잎들의 향연 꿈속 같은 나무 아래 꽃비 속에 이 가을을 안고 서있는 나는 또 한 그루의 나무.
[충북일보] 충북도내 시·군 중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은 보은·영동·증평·진천·괴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없는 곳은 괴산·단양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시군구 및 전문과목별 활동의사인력 현황'에 따르면 2024년 7월 기준 우리나라 전체 인구 1천명당 의사는 3.2명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의사 2.1명, 치과의사 0.6명, 한의사 0.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1천명당 활동의사수가 가장 적은 지역은 '강원 고성'으로 인구 천명당 1.0명으로 전국 평균의 3분의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강원 양양(1.0명)·강원 인제(1.1명)·강원 정선(1.3명)·강원 횡성(1.3명) 순이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은 229개 시군구 중 66개 지역이나 됐다. 충북에서는 보은, 영동, 증평, 진천, 괴산 등 5개 군이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도 229개 시·군·구 중 14개 지역이나 됐다. 충북에서는 괴산, 단양군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도 11개 지역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산부인과 전문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에서 자궁출혈 증상이 있는 임신 15주차 임신부가 병원을 전전하다 신고 접수 2시간 만에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5시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임신 15주차 산모인데 복통이 심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임신부가 하혈과 함께 복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등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구급대는산모를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로 이송했으나, 응급 수술이 필요하단 이유로 상급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구급대는 청주권 주요 병원 6곳의 수용 가능 여부를 알아봤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며 이송을 모두 거절했다. 소방당국은 충북 권역까지 넓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수소문 했다. 이후 진천의 한 병원에서 산모를 수용할 수 있단 답변을 받았고 119 신고 접수 2시간 만인 오전 7시 10분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당시 산모는 자궁출혈이 심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었다"며 "안타깝게도 태아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재 산모는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되찾았다. /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