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보이스피싱 예방, 전화를 끊어야 한다

김정훈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보이스피싱은 개인정보인 전화번호나 신용카드번호, 은행계좌번호, 이메일주소 등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탈취하여 그 정보를 이용하여 금원을 사취해가는 범죄이다. 전화를 걸어서 금융기관이나 수사기관의 직원이라고 속이고, 대출을 빙자하여 입금을 요구하든지, 계좌가 범죄에 이용되어 새로운 계좌로 이체해야 안전하다는 등의 수법이 많고, 귀한 자식을 납치해서 데리고 있다든가, 사고를 당했으니 급히 돈을 보내라고 하는 등의 전화는 고전적인 방법이다. 가족이나 친척, 친한 친구를 사칭하여 급히 돈이 필요하다는 문자를 보내 송금을 받는 수법도 있다. 최근 부산경찰청에서는 중국에 진출하여 보이스피싱을 위한 범죄단체를 만들어 무려 50여명에게서 85억원을 뜯은 조직폭력배 121명을 검거하였다고 한다. 보이스피싱으로 돈을 쉽게 벌 수 있으니 이제는 조직폭력배들까지 진출하여 활동하고 있는 웃지 못할 일이다.

보이스피싱 발생사례를 분석하여 보면, 금년 9월말까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의 피해액이 무려 4817억원이라고 하니, 하루 평균 17억 6천여만원이 보이스피싱범들의 수중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2018년에는 일평균 피해액이 11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피해액의 증가율이 무려 60%이다. 전년도에 3만 4천여건이 발생하여 하루 편균 100여건 가까이 발생하였는데, 이 수치는 2017년도 대비 41% 정도 증가한 수치로, 이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것이며, 일반범죄가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18년 상반기에 발생한 사건의 피해자 연령대는 6,70대가 14%, 50대 이하의 피해자가 86%였는데, 특히 20대 여성 피해자가 49%였다. 나는 절대 보이스피싱의 피해자가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범죄의 피해자들은 범죄로 인하여 강한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그 체험이 기억 속에 남아 지속적인 정신적 후유증이 되어 심리적 외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한다. 보이스피싱범죄의 피해자들은 막대한 경제적 손해로 인한 피해와, 내가 사기범죄의 피해자가 되었다고 하는 자책감으로 인하여 더욱 큰 상처를 경험하게 될 수 있다. 이렇게 심각한 피해를 양산하는 이 범죄의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끊는 것이 상책이 아닐까 한다. 그것이 휴대전화이든, 집전화이든 마찬가지이다. 내 계좌가 범죄에 이용되었다고 하면 은행에 전화하여 확인하면 될 것이며, 금융기관에서 신청도 없이 대출해 줄 일도 없겠지만, 대출을 빙자하여 먼저 일정 액수를 입금하라고 할 일은 더욱 없을 것이다.

또 알지 못하는 사람이나 번호로부터 날아온 문자에 앱의 주소가 있는 경우 확인하지 말고 삭제하여야 한다, 보이스피싱범들은 정보탈취를 위해서 문자를 보내는데, 그 문자를 클릭하게 되면 앱이 깔리면서, 내 전화기의 정보를 자동적으로 빼내 가든지, 내 전화로 걸려오는 발신전화번호를 조작하여 국제전화나 인터넷전화임에도 일반 국내전화로 바꿔버린다고 한다. 심지어는 내 전화로 거는 전화를 자기들이 심어 놓은 번호로 걸리게 전화바꿔치기를 하는 경우도 생겼다고 한다. 가족이나 친척, 친구가 이유없이 위기에 처하게 되었으니 급하게 돈을 보내달라고 하는 것도 보이스피싱이므로 과감하게 문자를 삭제할 일이다. 불필요하게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가, 또는 이유없는 문자를 보고 나도 모르게 클릭하였다가는 여지없이 낚이게 되는 것이다. 지인이 위기에 처하여 금원을 요구하는 문자라고 하면 실제 그 지인이 그러한 일에 처했는지 확인하여 보는 일이 먼저이다. 자녀를 납치하였다고 하면 학교나 당사자에게 전화하여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고, 사고를 당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사자에게 확인해 보는 것이 먼저여야 한다. 근절되어야 할 보이스피싱범죄가 날로 증가하는 사실을 주지하고, 그 예방을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반드시 전화를 끊는 것임을 명심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