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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

기상청장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마무리 시기이다.

가을처럼 말이나 사람이나 갓 거둔 오곡백과로 풍족하게 즐길 수 있는 좋은 계절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천고마비를 가을의 쾌청함과 풍요로움을 표현하는 말로 쓰고 있으나, 원래 이 사자성어는 가을을 조심하라는 의미를 담은 말이었다.

중국 역사서인 '한서(漢書) 흉노전(匈奴傳)'에 따르면, 중국 황하 유역은 기름진 땅으로 수시로 흉노족의 침입을 받은 곳이다.

북쪽 초원지대에 살고 있는 흉노족은 가을철 풀이 시들기 전에 말을 살찌워 놓고, 남쪽 황하 유역으로 식량을 약탈하는 경우가 많았다.

북방 초원과 황하 유역 사이에는 지형지물이 거의 없어서, 흉노족의 기병을 막기 매우 어려웠다.

중국의 전성기였던 한나라 사람들도 가을 흉노족의 침입이 늘 근심거리였던 것이다.

농부들이 무슨 수로 재빠른 말을 막을 수 있었으랴.

오늘날에도 가을철 여물어가는 곡식을 노리는 흉노족이 있다.

바로 '서리'이다.

서리는 온도가 낮은 물체의 표면에 공기 중 수증기가 얼어붙어서 생긴다.

서리가 생기면 식물에게 필요한 수분과 영양분을 운반하는 물관, 그리고 세포 속 수액을 얼린다.

얼어버린 수액은 해가 뜨고 기온이 오르면 다시 녹으면서 세포벽이 갈라져 터지고, 조직이 파괴돼 잎이 갈색으로 변하고 마르는 서리 피해를 입는다.

농부들의 근심거리가 오늘날에는 서리가 된 것이다.

서리는 맑은 날 바람이 약해 밤 기온이 빠르게 내려가고, 공기 중에 습기가 있을 때 발생한다.

통계적으로 아침 기온이 영상 3도 이하로 떨어지면 생길 수 있고, 산간 계곡이나 분지처럼 하층에 찬 공기가 모이기 좋은 지형 조건에서 더 잘 발생한다.

통계청 농업면적조사(2018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농지의 95%는 노지 재배로 기상 조건의 영향을 직접 받는다.

따라서 서리 가능성이 있는 날에는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

농촌진흥청 '농사로 누리집'에서 안내하는 방법은 크게 네 가지가 있다.

첫째는 농지 주변에 큰 나무들을 심어 냉기가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

둘째는 불을 태워 온도를 높인다.

다만 10아르당 20개 정도로 불을 많이 피워야 효과가 있으나, 화재 위험에 유의해야 한다.

셋째는 서리 방지용 팬을 가동해서 찬 공기가 머무르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다.

하루 중 기온이 많이 내려가는 5~6시에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돌리는 것이 좋다.

마지막은 스프링클러 등으로 물을 분사해서 얼음으로 얼 때 내놓는 잠열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으로 기온 영하 7~8도에서도 나뭇가지의 온도를 0도로 올려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다만 물이 부족해 분사가 끊기면 도리어 동해가 생길 수 있고, 물이 너무 많으면 토양의 양분이 빠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기상청은 서리 피해를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기상청 날씨마루 누리집(bd.kma.go.kr)에서 서리 예측 정보를 제공한다.

'기상청 날씨마루'에 접속한 뒤 융합서비스, 농림수산, 서리예측정보 순으로 누르면 예측정보 창이 보인다.

위치찾기 란에 위도, 경도나 주소를 입력해 '검색' 버튼을 누르면 해당 지점의 서리발생확률을 확인할 수 있다.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서리예측정보를 통해 서리에 대비하며, 올해도 풍성한 농작물 수확에 대한 마무리를 잘 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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