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집요한 데가 있다. 먹고사는 경제 문제보다도 강하고, 죽고 사는 코로나 사태보다도 중요하다. 온 나라가 코로나로 아우성을 치는데도 4·15 총선준비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앞두고 어떤 사람을 선출해야 하는 가에 대한 문제로 고심할 때도 많다. 충북을 대표하는 의원은 겨우 8명이다. 이들이 우리를 대신해서 국정을 논의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8명을 어떻게 구성해야 효율적으로 민의를 대변할 수 있을까? 이상적인 사회는 남녀노소가 조화롭게 구성된 사회라고 할 수 있듯이 우리의 대표 8명도 남녀노소는 물론 직업까지도 조화롭게 선출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특히 선수(選數)에 따라서 대우를 받는 국회에서 선수는 대단한 의미가 있다. 가능하다면 초재선 의원이 2~3명, 2·3선이 2~3명, 4선 이상이 1~2명이면 좋을 것 같다. 왜냐하면 초선은 국회에 들어가도 거수기 역할을 하기에 바쁘고, 재선 정도는 되어야 상임위 간사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3선은 되어야 비로소 상임위원장 등을 하면서 영향력도 행사할 수 있다. 지역숙원을 해결하려면 다채로운 의원들이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 문제는 충북에는…
'여보 일 년만 나를 찾지 말아 주세요. 나 지금 결혼 안식년을 떠나요. ···' 문정희 시인은 '공항에서 쓸 편지'라는 제목으로 이런 시를 썼다. '병사에게도 휴가가 있고, 노동자에게도 휴식이 있잖아요. 조용한 학자들조차도 재충전을 위해 안식년을 떠나듯이' ···내 말이 그 말이다. '사막인지 오아시스인지 아무튼 그 안에다 잔뿌리를 내리고, 가지들도 무성히 키웠으니.' 이제 일 년만 나를 찾지 말라고 편지 한 장 써서 부치고 훌훌 훨훨 떠나고 싶었다. 6년 동안 하던 일을 그만두었던 터라, 시인처럼 일 년까지는 아니어도 이 봄 한 계절만큼은 여행지에서 보내고자 야무지게 세웠던 계획이 실현 불가능해졌다. 갑작스럽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는 바람에 여행은 고사하고 도서관도 문을 닫고, 체육관, 수목원 등, 어디도 편하지 않다. 원치 않는 집콕을 하면서 소화도 안 되고, 자고 나면 늘어나는 감염자 소식은 편두통을 불러왔다. 이래저래 시장 보는 일도 줄어 자연스럽게 냉장고를 비우기 시작했다. 장을 봐오면 다 못 먹고 냉장고 살을 찌웠던 터라 어렵지 않을 듯했다. 제일 먼저 냉동실 맨 앞에서 발등을 찧는 흉기로 변해버린 검은 봉지 속 떡 뭉
폭설과 욕설 이수진 충북시인협회 한겨울 늦은 밤 지인과의 술자리가 파장되고 만취와 함께 귀가하던 중 하늘은 나를 향해 폭설을 마구 퍼부었다 즉각 응사하듯 나도 하늘을 향해 욕설을 마구 퍼부었다 에라이~ 쓰발, 쓰발…… 어느 공화국에서나 있을 법한 수령 모독죄가 잣눈으로 쌓이고 쌓여 인민은 갈지之자 고난의 행군이다 밤새, 폭설도 취해 쓰발!
[충북일보]자화자찬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자화는 자신이 그린 그림이라는 뜻이고 자찬은 스스로 칭찬한다는 의미다. 자신이 그린 그림을 스스로 칭찬하는 것은 누가 보아도 어색하다. 겸손은 전혀 없어 보인다. 오로지 자신의 관점에서 스스로 만족할 뿐이다. 코로나 외신 평가 우리나라 의료기술은 상당한 선진국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보험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과 일본, 중국 등 글로벌 강대국 보다 우리나라 의료는 훨씬 더 발달된 상태라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심지어 의료보험 시스템이 낙후된 미국이 우리나라의 보험제도에 열등감을 느끼고 있다는 의료계 얘기도 들린다. 미국의 해외의료 관광객을 유치하자면서 수년 전 충북도는 첨단의료복합단지와 헬스케어까지 추진했을 정도다. 이어 영리병원과 원격의료 시스템까지 도입하려고 했지만, 수많은 반대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원격의료의 중요성이 더욱 절실해진다. 코로나 사태로 병·의원 방문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또 전국의 몇몇 병원이나 단체 시설에서 집단 감염 사태가 벌어지는 것을 보면서 원격진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바뀌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의료기
[충북일보] 코로나19 사태가 다소 진정 기미를 보이고는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마스크 문제도 아직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자가 격리 지침을 지키지 않는 사례도 많다. 일선 현장의 방역 관리가 여전히 혼선을 겪고 있다. 마스크 5부제가 9일부터 전격 시행됐다. 대리구매를 허용하지 않겠다던 정부 방침이 상당히 완화됐다. 장애인에 대해서만 허용하겠다던 기존 방침을 10세 이하 어린이와 80세 이상 고령자에 대해서도 적용키로 했다. 당연한 조치이면서도 불과 사흘 전의 발표를 번복한 것이어서 미덥지 않다. 불신만 더 키운 꼴이 됐다.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한 행정 전반에서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내놓은 마스크 관련 대책은 그때마다 국민 불안을 키웠다. 정부는 수출 물량을 제한하고 국내 판매·소비를 늘리기 위한 공적 판매까지 각종 대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불만이 줄지 않았다. 대부분 정부가 대책을 내 놓을 때마다 점점 더 구하기 힘들었다는 푸념이다. 마스크 수급 이 좋아지길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정부는 그동안 많은 대책을 내놓았다. 중국 등지로 무분별한 마스크 수출 물량을 제한했다. 최근엔 원천적 수출 금지 조
포근한 날씨와 야외 활동하기 좋은 봄철은 건조하고 바람도 강하게 불어 조그마한 불씨라도 삽시간에 큰 불로 확대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형성하고 있다. 이에 봄철기간 동안 전국의 모든 소방관서에서는 봄철소방안전대책과 더불어 산불예방대책을 운영하고 있다. 화재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화재는 사람들의 사소한 부주의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 최근 5년간('2015년~ '2019년) 소방청 자료에 의하면 화재발생 연평균 1만2천522건의 화재가 봄철(3~5월)에 발생했으며, 계절별로 화재를 보면 봄(29.2%), 겨울(27.7%), 여름(22.3%), 가을(20.8%)순으로 계절별 화재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봄철 화재발생원인 현황을 살펴보면, 부주의3만6천798건(58.8%), 전기1만1천158건(17.8%), 기계5천510건(8.8%), 방화1천477건(2.3%)순으로 부주의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부주의 사유를 보면 담배꽁초(31.2%), 쓰레기소각(17.5%), 음식물 조리(13.4%), 불씨·불꽃방치(12.1%)순으로,'아차'하는 순간 우리 가족의 웃음과 행복이 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화재
긴 겨울이 지나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생기는 걱정이 있다. 강아지와 고양이의 털갈이를 보면서 탈모를 우려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더욱이 "커피를 많이 마시면 머리카락이 빠진다"는 말까지 나돌면서 커피혐오증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 주장을 제법 그럴듯하게 뒷받침하는 게 '탈수작용'이다. 아메리카노를 5~6잔 마시면 카페인의 이뇨작용으로 몸에서 2.6% 가량의 수분이 배출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수분이 1% 정도 빠져 나가면 갈증을 느끼고, 5~6%가 빠져나가면 체온조절이 어렵다. 수분이 11% 이상 빠져 나가면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지경이 된다. 신체에서 수분이 2.6% 빠지면 두피뿐만이 아니라 피부가 건조해지는데, 모발 성장에 악영향을 끼친다 카페인이 중추신경을 흥분시키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변형체인 DHT(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가 증가되고, DHT가 모낭을 공격해 탈모를 부추긴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카페인 하루 섭취량을 넘지 않으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카페인이 혈관을 좁게 만들어 효소와 호르몬의 이동을 방해하고 독소가 쌓임으로써 탈모를 악화시킨다는 말도 돌지만, 이에 대해선 우려가 지나친 것이 아니냐는 반론이 거세다. 커피가…
봄은 왔지만 봄 같지가 않다(春來不似春)는 시구(詩句)는 전한시대 절세의 미인으로 궁녀(宮女)였던 왕 소군(王昭君)과 관련된 동방규(東方虬)의 시(詩)의 한 구절인데 우수(雨水) 경칩(驚蟄)이 지난 이 땅의 3월 모습과 너무 흡사하다. 중국 우한 발 코로나19는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로 확산되어 일상생활을 헝클어 놓았고 공포 속에 정상의 멈춤이 지속되고 있다. 졸업식과 입학식을 비롯한 각종 행사나 모임이 무기한 연기되거나 취소되었고 초중고 개학도 연기되어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의 모습은 찾아 볼 수가 없다. 공기감염의 공포 속에 마스크를 사려는 줄이 끝없이 늘어서는 등 불안에 떨며 위축된 생활이 계속되고 있다. 대구 경북지역엔 신천지 교인을 중심으로 확진환자가 하루에 몇 백 명이 발생하고 사망자도 늘고 있어 전 국민이 긴장하고 있다. 확진 판정을 받고도 병상이 모자라 몇 천 명이 자가 격리상태로 대기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의료진과 간호사들이 대구로 달려가 환자를 돌보기 위해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며 방역 복을 입고 쪽잠을 자며 사투를 벌이는 모습은 거룩해 보이기까지 하다. 코로나바이러스(cor ona virus)는 호흡기 및 소화기 질병을…
폭설 신승희 충북시인협회 너 두고 돌아오는 길 하늘은 무수히 많은 생각을 던져주었지 해풍(海風)이 발목을 잡아 흔들고 짙은 먹구름이 눈앞을 가린 이유 침묵의 끝에서 쏟아놓은 하얀 눈꽃 사태 천국과 지옥 그곳이 여기 있었네
[충북일보] 꼼수에 꼼수가 이어지고 있다. 모순에 모순이 늘어지고 있다. 집권여당마저 스스로 부정한 모순을 인정하려 들고 있다. 꼼수정치가 판을 치는 모순의 세월이다. 위성정당 창당을 두고 하는 말이다. *** 선거법 개정이유 알아야 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정치권은 자기 생각뿐이다. 당리당략에 빠져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비례 의석 확보용 위성정당 창당이 거론되고 있다. 당대표가 '의병론'까지 언급했다. 정치개혁을 스스로 부정하는 논리적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민주당의 위성정당 창당은 이미 예고됐다. 미래한국당 창당 때부터 짐작이 됐다. 지금 흐름을 보면 그저 시기의 문제였다. 총선 후보 등록일이 점점 다가오면서 드러나고 있다. 서두르지 않으면 자칫 기회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당의 존재 가치는 의석수로 증명된다. 욕을 먹어도 의석수를 포기할 순 없었을 게다. 어쩌면 4년 전 총선 결과를 교훈으로 삼았는지도 모른다. 20대 총선 결과 제1, 2당의 의석 차는 단 1석이었다. 제1당의 자리를 새누리당에 내줄 수도 있었다. 민주당은 지역구에서 새누리당에 5석이나 앞섰다. 하지만 비례선거에서 4석을 졌다. 결국 1석 앞섰다. 이…
[충북일보] 코로나19의 위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역감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여전하다. 8일 현재까지 7천134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사망자도 49명에 달하고 있다. 이번 주가 코로나19 대량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한다. 감염 억제·차단을 위해 사회 모든 구성원의 협조가 절실하다. 느슨해진 시민의식을 다시 한 번 더 다잡아야 할 때다. 자가 격리 위반은 감염병 만큼 위험하다. 자가 격리자들이 제멋대로 나돌아 다닌다면 우려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난주엔 국립발레단 소속 단원들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자가 격리 조치를 위반한 처신으로 물의를 빚었다. 자가 격리라는 방어선이 의외로 쉽게 뚫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게다가 이런 사례가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대구에서는 감염확진 통보를 받은 자가 격리자가 마스크를 구입하려고 시내 길거리를 여러 시간이나 돌아다녔다. 자가 격리 조치는 한정된 의료자원을 위급한 환자 치료에 집중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고위험 집단감염 차단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자가 격리 대상자는 현재 전국에 걸쳐 3만 명에 이른다. 당연히 관리 불가능한 숫자다. 다시 말해 어느…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장애인 체육이 멈췄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5일 현재 5천760여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것으로 집계됐다. 전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재난에 가장 취약한 장애인들에게 이번 사태는 큰 위기로 다가왔다. 충북도장애인체육회는 정부의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된 지난달 24일부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종목별 선수단의 수시훈련을 전면 중단 했고 각 훈련장을 방역한 후 사용을 금지시켰다. 오는 3월 20일부터 청주일원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충북소년체전(장애학생부포함)과 5월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던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도 잠정 연기 됐다. 장애인생활체육지도자의 현장배치사업은 배치를 요청한 특수학교(급)와 장애인단체시설 등에 유선안내 및 안내문을 보냈으며 담당자와 주기적인 연락망을 구축해 대상자들의 건강상태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또 시·군장애인체육회, 복지관, 장애인시설에서 열릴 예정이던 생활체육교실 및 동호회 활동과 각종 어울림대회 등의 행사를 모두 잠정 연기토록 했다. 하지만 코로나19사태로 행사가 연기 또는 취소되며 외부활동이 제한된 장애인들이 받게
봄이 왔다. 칙칙하게 흐르던 개울도 재깔재깔 노래 부른다. 군데군데 헤엄치는 물오리가 보이고 돌막에 부딪치면서 하얗게 부서지는 물보라. 물에도 봄빛이 들었던 걸까. 코로나19 때문에 어수선한 중에도 절기는 찾아왔다. 물가에는 바싹 마른 갈대가 어우러졌고 버들까지 푸르러졌다. 벚꽃이 피기 시작하면 꽃여울로 흐르겠지. 물은 다양한 움직임으로 계절 감각을 연출한다. 가령 요즈음 같은 초봄의 풍경은 메마른 중에도 산뜻하다. 장마철에는 흙탕물로 뒤집어지다가 가을에는 참빗질이나 한 듯 빤질빤질했다. 가랑비 뿌릴 때도 얼레빗으로 넘긴 듯 어글어글하더니 단풍이 지고 철새가 드나들 즈음에는 그믐달마냥 새치름했다. 밭고랑 켤 때 흙덩이를 부숴 명주이불처럼 고르듯 물이 얼 것을 대비해서 엉성한 자리를 가라앉히며 매만지는 것 같다. 그 다음 추워지면서 두껍게 얼음 천장을 해 붙이고 삼동을 나곤 했다. 언 땅을 뚫고 나오는 보리 싹과 냉이 등은 그래서 푸르렀을까. 올해는 별반 춥지 않아서 그렇지 이른 봄 나물도 냉기 때문에 맛있었다고 생각될 만치 차가웠다. 얼음이 풀리고 난 뒤 물 가의 풍경은 썰렁했지만 지금 물오리 두 마리가 헤엄치는 모습은 꽃샘추위 중에도 화사했다.
모자는 소중한 머리를 보호하는 목적과 함께 하늘을 이는 예절의 표시도 있다.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 고구려인이 책 절풍 등 모자를 썼다고 하며, 조선시대에는 검수적각(黔首赤脚)이라 하여 백정들이나 민머리였을 뿐 모두 모자를 썼으니 이제 그 신분의 방증도 된다. 샤를르 달레의 『조선천주교회사』에 의하면 빠리외방전교회 소속 프랑스 선교사들이 조선인 집을 방문할 경우 어디가 주인의 아랫목인지를 빨리 살펴 주인의 심경을 거슬리지 않아야 하는데 방법은 갓 걸린 벽을 찾는 것이란다. 조선 사람들은 아랫목 쪽 벽에 갓을 모셔두기 때문이다. 공식 행사와 빈객 접대 시 의관 정제로 모자는 예와 의를 갖추는 으뜸 복식이었다. 여러 해 전 겨울에 프랑크푸르트의 지하 화장실을 가게 되었다. 앞에 있는 체구 건실한 사람이 검정색 롱코트 어깨와 챙 넓은 중절모에 방금 내린 눈을 이고 서 있는데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 뒤 어느 해인가 졸업식 뒤에 학부모가 아들의 진학 답례라며 선물을 내 민다. 이러실 필요 없다고 해도 교감선생님이 공부 안하던 우리 애한테 희망을 주신 보답이라 하여 하는 수 없이 받아보니 바로 내가 원하던 중절모이다.(해트보다 챙이 약간 좁은 페도라였다)
"퇴직금을 받았는데 세금을 왜 그렇게 많이 뗐죠. 700만 원을 넘게 떼더라고요?" 최근 어느 수강생에게서 받았던 질문이다. 퇴직금을 얼마나 받으셨는데요? "한 2억 정도 됩니다." 회사는 몇 년간이나 다니셨고요? "33년 정도 됩니다." 그럼 그 정도 나오는 게 정상입니다. 바야흐로 퇴직의 전성시대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절정을 이루고 있는 이즈음, 지난 연말에도 많은 분들이 퇴직을 했다. 정년퇴직, 명예퇴직, 희망퇴직 등으로 명칭은 다양하지만 오랫동안 몸담아왔던 직장에서 밀려난다는 것은 매한가지다. 정년나이는 같더라도 퇴직하는 시기는 회사마다 다르다. 호적상 생일을 기준으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퇴직이 이루어지는데, 그 중에서도 연말에 퇴직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다. 연초에 실업급여 수급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장에 가보면 자리가 꽉 차서 앉을 데가 없을 정도다. 퇴직을 하면 퇴직금을 받게 된다. 퇴직금은 오랜 기간 직장생활을 하며 차곡차곡 모아온 돈이다. 퇴직을 하는 직장인들의 유일한 희망이다. 퇴직으로 월급이 끊겨 서운하지만 퇴직금이라도 받으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 퇴직금은 은퇴 후 당분간의 생활비로 쏠쏠하게 쓸 수 있고, 자녀 결혼
사회에는 수많은 법과 규칙, 원칙, 권고사항과 같은 것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것들을 모두 다 지키고 사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운전을 해보면 알 수 있다. 얼마나 많은 규칙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로부터 무시되고 지켜지지 않는지를. 하지만 이것도 아무 생각 없이 아무 규칙이나 무시되는 것은 아니다. 무시하면 사고가 날 상황에서 규칙을 무시하는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은 무시해도 괜찮겠다 싶을 때 무시한다. 살면서 '규칙에 어긋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내 지식과 경험으로 판단해볼 때 지금 이 상황에서는 이 규칙을 지키지 않아도 별 문제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라는 생각을 안 해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판단을 행동으로 옮긴 경험도 대부분은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행동방식이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당연하고 꼭 지켜야 된다고 알고 있는 규칙이 과연 당연하고 꼭 지켜야하는 것인가 의문을 던지는 사고방식 자체는 인류의 정치, 사회, 문화, 예술, 과학 등 대부분의 발전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러나 개인의 지식과 경험으로 판단해서 규칙을 무시해서는 안 되는 영역이 있다. 의학영역, 그중에서도 특히 전염병 예방에 관련된 원칙이
겨울비 송재분 충북시인협회 비 맞으며 찾아 간 시골 길 풍습 낯설어 설익은 마음 갈 곳을 잃어 버렸다 불에 구운 삼겹살 된서리 맞아 목으로 굴어 가는지 넘겨 가는지 애꿎은 배추만 쌈장 묻혀 하늘 바라보고 다가오지 않은 내일만 마신다 봄바람에 새싹 품어 풍년 기다리는 눈 눈싸움 못하고 지나 가려나 청산 하자며 덤벼 오는 목련꽃 뽀얀이 내밀어 속삭인다.
[충북일보] 21대 총선 관련 공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선거 때마다 늘 보게 되는 익숙한 풍경이다. 볼썽사나운 건 여야 모두 마찬가지다. 우열을 가리기도 어렵다. '시스템', '투명', '혁신', '공정'이란 단어는 그저 포장일 뿐이다. 결국은 낙하산과 같은 하향식 공천이다. 한 마디로 측근정치와 비선정치에 매몰된 구태의 부활이다. 공천은 정치생명이 걸린 문제다. 당연히 잡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야 모두 이번 총선에선 하향식의 전략공천을 최소화 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선을 통해 자연스러운 물갈이를 유도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 중심에 '시스템 공천'이 있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전략공천이랄 수 있는 단수공천이 많았다. 친문(친문재인) 인사들이 대거 진출했다. 특정 계파 위주로 이뤄진 공천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미래통합당은 영입 인사의 전략공천과 현역 의원의 지역구 이동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다. 충북도내 지역구를 예로 들면 훨씬 이해가 쉽다. 민주당과 통합당의 도내 8개 선거구에 대한 공천은 마무리 단계다. 민주당은 청주 흥덕과 청주 청원, 충주, 중부3군(증평·진천·음성) 등 4개 지역구 후보를 공천했다. 모두 경선…
조연 손경희 충북시인협회 손가락으로 얼굴을 묻어 보아요 눈과 입은 묻을 수 있지만 머리만은 묻을 수 없어요 눈과 입은 밖으로 드러나지만 머리는 안으로 꼭꼭 숨어 숨바꼭질 해도 볼 수 없어요 딱 ! 눈과 입이 나서 주면 머리의 생각을 볼 수 있어요 두 손바닥이 조연과 주연을 볼 수 있다며 환호해요 조연이 없으면 어디에도 주연은 볼 수 없어요 주연이 숨바꼭질 해도 조연이 없으면 찾을 수 없어요
업(業)이란 일을 말하며 직업의 준말이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을 말한다. 자(者)는 ~하는 자로 사람을 낮추어 말할 때 쓰인다. '자'의 예사말은 '사람', 높임말은 '분'으로 표시한다. '지키는 자'의 예사말은 '지키는 사람'이며 높임말은 '지키는 분'이 된다고 표준국어대사전은 적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업'과 '자'로 합성된 '업자(業者)'라는 용어가 많이 쓰이고 있다. 부동산업자, 목축업자, 사채업자 등등 무수히 많은데 하는 일인 업(業)에다 자(者)를 붙이기만 하면 되는 것 같다. '업자'란 단어는 우리에게 나쁜 이미지를 주는 것 같다. 업자와 결탁하여 공금을 빼돌린 공무원, 주택 알선업자에게 사례금을 지급하다 덜미 잡힌 브로커, 악덕 채권업자보다 더 악랄한 임대업자 등 언론을 통해서 나타난 '업자'란 용어는 대부분 부정적인 이미지로 사용된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업자'하면 다른 사람보다 자기 주머니만을 채우려 노력하는 사람 같고, 공정하고 정직해 보이지는 않는 것 같다. '사(士)'자는 어떤가. 선비 사로 불리는 이 '사'는 학식이 있고 행동과 예절이 바르며 의리와 원칙을
'공유경제'에 대해 알고 있는가? '공유경제'란 한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협업 소비를 기본으로 한 경제를 의미한다. 대량 생산, 대량소비의 문화가 만연해 있는 요즘 조금은 생소한 단어이지만 세계적으로 이미 '공유경제'는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적으로 '공유경제'의 예로는 요즘 뉴욕 등 대도시와 대학가에서 뜨고 있는 차량 공유 서비스인 ZIPCAR가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아닌가 싶다. 차량 공유 서비스는 차를 소유할 필요도 없고, 보험을 들 필요도 없고 심지어 차에 기름도 채워져 있다. 저렴한 차량 공유의 경우에 시간당 20달러 정도 또는 하루 100달러 정도의 요금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물품 공유는 미국 사람들에게는 일반적이다. 미국 사람들은 태어나면서 물품 공유의 훈련이 돼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태어나면 다른 아이가 쓰던 물건을 물려받아 쓰는 것은 미국 사회의 중산층에서 흔한 일이다. 학교에 가면, 미국 학생들은 교과서를 사는 대신에 학교에 비치된 교과서를 1년만 쓰고 반납한다. 물론 책표지는 단단하게 싸고 낙서를 하지 않는 것은 학생의 책임이다. 어릴 때부터 이런 훈련은 성인이 돼서도 책을 구입하기보다는 도서관에 세금을 내고
내가 근무하는 곳 양지쪽 한 귀퉁이에 언제부턴가 노란 민들레가 피었습니다. 벌써 오래전부터 그곳에 있었는지 잎이 약간 마른 듯합니다. 그 앞을 수십 번 지나쳤을 텐데 지금껏 못 보고 살았습니다. 요즘 우리 사는 게 이렇듯 정신이 없습니다. 뭐에 홀렸는지 봄이 오는 줄 까마득히 잊고 살았습니다. 지금 우리에겐 이렇게 봄이 와도 봄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19가 좀체 잦아들지 않고 자꾸만 거세어지는 것 같아 우려가 커지기만 합니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우리가 그렇게도 염려했던 코로나바이러스가 만연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온 나라에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져있습니다. 지역 간 감염이 일상화되었습니다. 이제는 누구에게서 감염되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더는 확산하지 않게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수천 명의 감염자와 수십 명의 죽음이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일상의 모든 접촉이 금지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국가에서 우리 국민의 입국을 꺼리거나 격리 조치를 하고 있습니다. 하늘길도 끊긴 채 혐오와 배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세계는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이 기하급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세상 그 어느 곳도 안전
속없이 핀 동백이 요란하다. 간절히 기다릴 때는 고개를 외로 꼬고 앉아 영 고운 얼굴 보여주지 않을 것 같더니 바라봐 줄 사람도 없는데 반짝 고개를 들고 꽃망울을 터트린다. 우리 집으로 오고 처음 겨울을 지내신 엄마가 동백이 피기를 학수고대하셨다. 쟤가 피기는 하는 거냐고 묻고 또 물으셨다. 병원에서 열흘 쯤 지내고 집에 와보니 베란다가 환하다. 일반 병원에서 요양병원으로 엄마를 옮겨 입원을 시켰다. 엄마를 요양병원에 맡기고 나 혼자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밤 이슥하도록 걸어 다녔다. 오늘따라 봄은 언제나 쉽게 오는 것은 아니라는 듯 꽃샘바람이 불고 눈이 내렸다. 살 속으로 파고드는 추위를 엄마가 때리는 매로 생각하고 달게 맞았다. 이어폰을 끼고 장사익의 음악을 틀었다. 바위 하나 들어앉은 가슴을 풀어줄 것은 그의 음악이라기보다는 통곡인 것 같았다. 언제나 슬픔이 턱까지 차오르는 날이면 장사익의 음악을 듣는다. 피를 토하듯 슬픔을 토해내는 그의 음악을 몇 바퀴 듣고 나면 잠을 잘 수 있었다. 꽃구경 가지고 어머니를 등에 지고 가는데 어머니는 솔잎을 뜯어 길에 뿌리신다. 너 혼자 돌아가는 길에 길 잃고 헤매지 말고 가라고 뿌리셨다는 가사다. 이 무슨 지
겨울산은 황량하다. 산등성로 날리는 눈발이 잘다. 칼바람이 한차례 불어오더니 바위에 기대어 둥글게 굽은 채로 자란 한그루 소나무를 냅다 흔들어댄다. 바르르…. 춥다 못해 아프다는 듯 굽은 소나무가 길게 떤다. 눈이 아릿해진다. 어느 전설 같은 날, 친절한 바람의 손길이 척박한 바위 틈새에 소나무 씨앗을 날라다 주었을까. 믿음직 하려거든 저 바위만큼은 되어야지. 강인함을 말하려면 저 소나무만큼은 되어야지. 선鮮또한 곱게 굽은 저 정도는 되면서 말해야 어설픈 뽐냄이 아니지. 바위는 소나무 씨앗을 품고, 소나무는 바위를 의지하여 합방한 것이 의좋은 부부를 보는 것 같다. 땅을 가르고 뿌리를 뻗고 하늘 향하여 오르는 위용 당당 낙락장송은 아니지만, 높은 산꼭대기에서 유구한 시간을 두고 빚어낸 자연 분재를 한참 구경한다. 등이 굽었던 내 어머니를 닮은 소나무 표피를 만져본다. 어머니는 바위 틈새에 뿌리내린 소나무 씨앗처럼, 무뚝뚝한 아버지 가슴에 뿌리내리고 의지하며 육 남매를 낳아 기르셨다. 아버진 잘 웃지 않으셨다. 함묵한 바위처럼 퉁소를 불어도 춤추지 않는 분이셨다. 가난하면 살갑기라도 하실 것이지, 한미한 가산만큼이나 표정은 건조하기 이를 데 없으셨다. 어
[충북일보]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이 2주 더 연기됐다. 더불어 가정에서 자녀 돌봄 공백도 더 길어지고 있다. 맞벌이 부부와 한 부모 가정의 고통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 보니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긴급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려 해도 감염을 우려 때문에 멈칫거리고 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맞춤형 대응이 절실하다. 교육부는 추가 개학 연기를 발표하면서 개별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긴급 돌봄 서비스를 제공토록 했다. 유연근무제나 가족 돌봄 휴가제 등을 활용해 가정 내 돌봄을 돕도록 했다. 하지만 가정마다 닥친 어려움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다. 게다가 더 큰 걱정은 따로 있다. 감염을 우려해 학교에도 안 보내는 자녀를 긴급 돌봄 교실에 보내야 하는 문제다. 실제도 충북도내 긴급 돌봄 교실 참여율은 아주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긴급 돌봄 교실은 지난 2일 문을 열었다. 첫날 유치원 146곳이 1천96명, 초등학교 133곳이 685명의 원아·학생 학부모들로부터 사전 신청을 받았다. 하지만 실제 유치원생 442명(40.3%), 초등학생 326명(47.6%)만 긴급 돌봄 교실에 참여했다. 사전 신청자의 절
[충북일보] 충북도내 시·군 중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은 보은·영동·증평·진천·괴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없는 곳은 괴산·단양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시군구 및 전문과목별 활동의사인력 현황'에 따르면 2024년 7월 기준 우리나라 전체 인구 1천명당 의사는 3.2명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의사 2.1명, 치과의사 0.6명, 한의사 0.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1천명당 활동의사수가 가장 적은 지역은 '강원 고성'으로 인구 천명당 1.0명으로 전국 평균의 3분의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강원 양양(1.0명)·강원 인제(1.1명)·강원 정선(1.3명)·강원 횡성(1.3명) 순이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은 229개 시군구 중 66개 지역이나 됐다. 충북에서는 보은, 영동, 증평, 진천, 괴산 등 5개 군이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도 229개 시·군·구 중 14개 지역이나 됐다. 충북에서는 괴산, 단양군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도 11개 지역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산부인과 전문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에서 자궁출혈 증상이 있는 임신 15주차 임신부가 병원을 전전하다 신고 접수 2시간 만에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5시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임신 15주차 산모인데 복통이 심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임신부가 하혈과 함께 복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등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구급대는산모를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로 이송했으나, 응급 수술이 필요하단 이유로 상급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구급대는 청주권 주요 병원 6곳의 수용 가능 여부를 알아봤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며 이송을 모두 거절했다. 소방당국은 충북 권역까지 넓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수소문 했다. 이후 진천의 한 병원에서 산모를 수용할 수 있단 답변을 받았고 119 신고 접수 2시간 만인 오전 7시 10분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당시 산모는 자궁출혈이 심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었다"며 "안타깝게도 태아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재 산모는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되찾았다. /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