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20.2℃
  • 맑음강릉 19.4℃
  • 맑음서울 20.1℃
  • 맑음충주 21.6℃
  • 맑음서산 18.5℃
  • 맑음청주 22.5℃
  • 맑음대전 21.7℃
  • 맑음추풍령 21.1℃
  • 맑음대구 23.6℃
  • 맑음울산 15.8℃
  • 맑음광주 22.5℃
  • 구름조금부산 15.5℃
  • 맑음고창 20.5℃
  • 맑음홍성(예) 19.4℃
  • 맑음제주 17.2℃
  • 구름많음고산 16.9℃
  • 맑음강화 16.5℃
  • 맑음제천 20.0℃
  • 맑음보은 21.2℃
  • 맑음천안 21.6℃
  • 맑음보령 16.2℃
  • 맑음부여 20.0℃
  • 맑음금산 21.1℃
  • 맑음강진군 20.0℃
  • 맑음경주시 21.3℃
  • 맑음거제 15.8℃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모자는 소중한 머리를 보호하는 목적과 함께 하늘을 이는 예절의 표시도 있다.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 고구려인이 책 절풍 등 모자를 썼다고 하며, 조선시대에는 검수적각(黔首赤脚)이라 하여 백정들이나 민머리였을 뿐 모두 모자를 썼으니 이제 그 신분의 방증도 된다. 샤를르 달레의 『조선천주교회사』에 의하면 빠리외방전교회 소속 프랑스 선교사들이 조선인 집을 방문할 경우 어디가 주인의 아랫목인지를 빨리 살펴 주인의 심경을 거슬리지 않아야 하는데 방법은 갓 걸린 벽을 찾는 것이란다. 조선 사람들은 아랫목 쪽 벽에 갓을 모셔두기 때문이다. 공식 행사와 빈객 접대 시 의관 정제로 모자는 예와 의를 갖추는 으뜸 복식이었다.

여러 해 전 겨울에 프랑크푸르트의 지하 화장실을 가게 되었다. 앞에 있는 체구 건실한 사람이 검정색 롱코트 어깨와 챙 넓은 중절모에 방금 내린 눈을 이고 서 있는데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 뒤 어느 해인가 졸업식 뒤에 학부모가 아들의 진학 답례라며 선물을 내 민다. 이러실 필요 없다고 해도 교감선생님이 공부 안하던 우리 애한테 희망을 주신 보답이라 하여 하는 수 없이 받아보니 바로 내가 원하던 중절모이다.(해트보다 챙이 약간 좁은 페도라였다) 함박눈 펑펑 내리는 밤에 덕다운 벤치코트에 그 페도라를 처음 쓰고 걷는데 어깨에는 눈이 소복하고 이따금 고개를 숙일 때마다 머리에서 눈이 우수수 떨어진다. 혼자 걸어도 흐뭇한 밤이었다.

골프 연습장에 드라이버가 120M 정도 나가는 연로한 분이 있는데 접수대의 아주머니에게 들으니 은퇴하신 경레오 신부님이란다. 이름은 들은 터라 다음 날 인사를 드렸더니 그러고도 한참 후에야 겨우 아는 체를 해 주신다. 친해진 뒤야 감곡 분으로 그 곳 성당 초대 신부이신 임가밀로 신부님을 모시고 어릴 적부터 복사를 하다가 서울 소신학교와 대신학교를 나오셨음을 알게 되었다. 가밀로 신부님이 프랑스 루르드 부근 출생이라 엄마 손을 잡고 다녔던 기억을 바탕으로 감곡 성당에 루르드 성모 동굴을 지었으므로 감곡은 성모 동굴의 원조라는 내력까지 소상히 알려 주신다. 알고 보니 청주교구의 살아 있는 역사로 들을 이야기가 많다. 80대 중반이시라 청력이 안 좋아 그분 말씀은 로비의 모든 사람들이 다 듣지만 그래도 재미있다.

어느 한겨울 날에 여름 모자를 쓰고 오셨기에 겨울 모자 하나 드릴까 여쭈었더니 '나 모자 많아. 안 쓰는 중절모도 3개나 되는 걸?' 하시며 필요하면 하나 주시겠단다. 지나가는 말씀임에도 그 중절모가 궁금하여 신부님 댁을 방문했더니 이게 웬 일? 방안에 펼쳐 놓은 모자가 중절모 뿐 아니라 베레모와 헌팅캡 그리고 동계용 골프 모자까지 일곱 여덟 개는 된다. 이렇게 많이 필요 없다 해도 이제 버리는 중이니 사양 말라신다.

모자를 써 본 즉 맞춤처럼 잘 맞는다. 모자가 잘 어울린다는 말은 익히 들었지만 너무 신기하여 시렁에 모자가 이미 한 가득 있어도 다른 사람 주기는 아깝다. 작년에 골프와 운전을 그만두신다 하여 식사를 대접하려는데 주변 사람들도 합세하여 대여섯 번 식사 자리를 마련한 때문인가. 감곡 출신 가르멜 수도원 박신부님을 안다고 말씀드린 때문일까. 아무튼 주신 모자만 보아도 마음이 풍요롭다.

그런데 생각지 않은 문제가 생겼다. 신부님께서 수십 년간 아끼시던 모자를 몽땅 주셨으니 이제 나는 처신을 더 잘 해야 되는 거다. 내야 모자에 닿았던 신부님의 지식과 지혜 그리고 팔십 평생 삶의 경륜까지 전수받으면 좋지만, 모자 주신 신부님이 보시기에 흐뭇하려면 말과 행동에 더 신중해야 할 것이라. 그동안 애착을 갖고 소장하던 나의 것들도 신부님처럼 주변에 나누어야 보답일 텐데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받을 땐 좋았는데 중절모에 대한 욕심으로 의발전수(衣鉢傳授) 제자 비슷한 모자전수 제자가 되게 생겼다. 이거 참 야단났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기술을 넘어 협력으로" 성장 네트워크 구축하는 충북이노비즈

[충북일보] "충북 이노비즈 기업들이 연결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은 지역 내 탄탄한 경제 기반으로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 30일 취임한 안준식(55) 신임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장은 회원사와 '함께 성장하는 기술혁신 플랫폼'으로서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 역할을 강화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안 신임 회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해야할 부분은 이노비즈기업 협회와 회원사 위상 강화"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대외협력위원회(위원장 노근호 전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경영혁신위원회(위원장 이미연 ㈜유진테크놀로지 대표) △회원사 협력위원회(위원장 한연수 ㈜마루온 대표) △봉사위원회(위원장 함경태 ㈜미래이앤지 대표) △창립 20주년 추진위원회(위원장 신의수 ㈜제이비컴 대표)로 5개 위원회를 구성했다. 안준식 회장은 도내 회원사들이 가진 특징으로 빠른 적응력과 협력네트워크를 꼽았다. 그는 "충북 이노비즈 기업은 제조 기반 기술력과 신사업으로의 적응력이 뛰어나다. 첨단산업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다수 분포해 있고, 산업단지 중심 클러스터화도 잘 이뤄져 있어 협력 네트워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