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의면 소재지는 문의면 미천리(米川里)에 있다. '미천(米川)'이란 '쌀을 가꾸는 논에 물을 공급하는 내'를 의미하는 말이므로 참으로 좋은 의미이지만 행정구역 단위인 '리(里)'가 붙어 미천리(米川里)가 되매 발음할 때의 이미지가 좋지 않은 의미를 연상하게 된다. 그러나 소금 장수에서 일약 고구려 제15대 왕이 된 미천왕(美川王)은 왕이 된 후 낙랑을 점령하고 요동에 진출해 동북아의 강대국이 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훌륭한 왕이었으며 사후에 '미천왕'이라 부르게 된 것을 보면 '미천'이라는 말이 옛날에는 정말로 좋은 의미의 말로 쓰였음에 틀림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좋은 의미를 되찾기 위해서도 미천리라는 지명이 어떤 의미에서 연유되어 어떤 변화를 거쳐 이렇게 부르게 되었는지를 밝혀보고자 한다. 미천리(米川里)는 본래 문의군(文義郡) 읍내면(邑內面)의 지역으로서 뒷산의 절에 중이 천여 명이 있어서 조석으로 쌀을 씻는 뜨물이 내를 덮었으므로 새미실, 또는 미천(米川)이라 하였는데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신대리(新垈里)와 덕은리(德隱里)를 병합하여 미천리라 해서 청주군 양성면에 편입되었다가 1930년에 다시 문의면에 편
일본인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다께의 저서 '미움받을 용기'는 알프레도 아들러의 개인 심리학을 알기 쉽게 대화형식으로 풀어 준다. 중, 고등학교 시절 이래로 심리학하면 프로이드의 정신분석세계가 자리 잡아 트라우마가 좌우하는 원인론에 사로잡혀 불행이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고정되었다. 이 책은 이러한 사고로부터 벗어나, 과거의 트라우마는 현재와 미래에 대한 자신의 복잡한 문제를 합리화하려는 아주 '저렴한 사고'일 뿐이며 결코 갇혀 살아 갈 이유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일깨워 준다. 즉 인생은 자기 자신의 개척의 산물이지, 과거 트라우마의 결과물이 아닌 것이다. 지금, 현재의 순간에 내게 주어진 '인생의 과제'에 춤추듯 즐겁게 몰두해야 한다. 그래야 '내 인생'을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고 행복을 바꾸어 나가는 수많은 방법 중에 하나를, 나는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가진 사람으로부터 간접 경험을 얻는 걸 선택했다. 그리고 그것을 누구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전할까 고민하다 강연 주관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행복이라는 가슴 벅찬 주제를 사명(社命)으로 삼고 강연 주관을 시작한 지 1년이 흐른 지금 기억에 남는…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이 이색 사업을 시작했다. 이름하여 '28청춘 서포터즈'. 언뜻 젊은이들을 위한 단체인가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28청춘 서포터즈는 만 60세 이상의 노인층으로 구성된 문화 알림 모임이다. 김호일 사무총장의 아이디어로 재단이 야심차게 시작한 사업이라고 한다. 문화와 예술에 관심이 많은 60세 이상 청주 거주 노인 19명이 참여했다. 지난달 엄격한 서류 심사를 통해 선발됐다. 교장, 언론인, 사업가, 강사 등 다양한 전직 출신들이 모였다. 이들은 앞으로 3개월간 청주에서 열리는 각종 문화 예술 행사를 블로그나 SNS에 올려 홍보하는 일을 맡게 된다. 지난 10일 열린 발대식에서 김호일 사무총장은 "청주의 문화 예술 정보를 다양하게 알리기 위해 28청춘 서포터즈가 탄생하게 됐다"며 "현대 사회는 산업도시에서 문화도시로 문화도시에서 관광도시로 발전하는데, 청주는 문화도시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청주를 국제 문화도시로 발전시키면 자연히 관광도시로 발전하게 되며, 국제 문화도시가 되면 시 위상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올해 초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문화 소년단'을 창단했고 이번에 60세 이상의
뜨거운 감자인 피해자보호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범죄 피해자보호는 헌법과 법률에 의해 보호되고 있으며, 범죄피해 후 피해자가 인생의 방향을 결정지을 수 있기에 매우 중요한 것이다. 범죄피해자는 범죄피해 발생 후 여러 반응과 문제점을 겪을 수 있는데, 대표적인 심적 반응으로는 감정의 마비, 피해 당시의 공포 상기, 피해에 대한 수치심, 무력감, 자기 자신 비하 등이 있고, 심적 문제로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트라우마(Trauma), 우울증 등을 겪을 수 있다. 극단적으로는 자살을 결심하는 피해자도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경찰청은 효과적인 정책시행과 노력을 하고 있는데, 첫 째, 경찰청은 2017년 5월 '트라우마 척도(Victim Trauma Scale·VTS)'를 개발해 전국 경찰서에 배포하였고, 2017년 9월 7일 충북지방경찰청 진천경찰서는 VTS 모바일 검사지를 개발하여 피해자들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이용 할 수 있게 하였고, 개인정보유출의 위험성도 방지하였다. 둘 째, 피해자 심리전문요원(CARE)의 지원제도와 피해자 전담경찰관 제도가 있다. 피해자 심리전문요원과 피해자 전담경찰관은 관련 자격증 소지와
[충북일보] 규제 '프리존(Free Zone)' 정책이 다시 한 번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큰 논란을 빚었던 사안이다. 민주당은 당시 규제프리존 정책을 반대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핵심적으로 추진됐던 이 정책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찬성했고, 대선 주자 중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역시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규제 프리존 찬성을 소재로 안철수 대표를 코너로 몰아붙였다. 규제 단두대가 갖는 의미 규제 프리존은 '규제 기요틴(Guillotine)'이다. 규제를 단두대 또는 절단기 위에 올려 놓고 싹을 자른다는 의미다. 경제자유구역(Free Economic Zone)과 비슷하다. 다만, 훨씬 더 파격적인 규제완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은 다르다. 우리나라는 특화된 정책이 필요하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 경제대국들과 비교할 때 우리의 조건은 너무도 좋지 않다. 땅의 면적이 다르고 매장된 자원의 양도 큰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노동력 문제는 심각하다.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기술력 밖에 없다. FEZ와 규제프리존은 이를 보완하기 위한 미래지향적 정책이다. 우리는 노무현 정부 시절 행정중심복합도시와 혁신·기업도시 등
[충북일보] 문화재 관리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게 지적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문화재 관리 소홀을 질타했다. 주먹구구식의 문화재 보존·수리 과정 등도 지적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가 등록문화재 30% 이상이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돼 전수조사 및 보수정비·긴급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먹구구식 문화재 보존·수리 문제를 제기했다. 문화재청은 지난 2013년 숭례문 화재 이후 2014년 국가문화재 1천477건, 시·도지정문화재 5천305건 등 야외에 노출된 건조물 문화재 전반에 대한 특별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138개 문화재가 D~E등급을 받았다. 충북의 문화재 관리 사정도 좋지 않다. 청주의 용두사지철당간(국보 41호)의 경우 수년째 제대로 된 보수·정비 없이 방치되고 있다. 지난 2014년 문화재청의 특별점검에서 정밀조사 또는 보수정비가 필요한 'E' 등급을 받았다. 이어 2015년 조사에서도 '보존관리방안 마련 필요'를 의미하는 최하 등급을 받았다. 문화재청 조사에서 '보존관리방안 마련 필요' 판단이 내려진 문화재는 전국 14개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별다른 조처가 이뤄지지 않
그는 동해바다 속초, 삼포에 있었다. 그녀는 남해 땅 끝 해남의 바닷가에 서있었다. 불과 얼마 전, 그는 사방이 탁 트인 필리핀 어느 식당에서 입안에 소주를 털어 넣으며 '살라미스 해전'을 읽었다. 연휴가 시작되는 날, 그는 예술의 전당에 실내악 연주를 들으러 갔고,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듯 러시아 작곡가의 음악을 전율하며 들었다. 피아노에서 바이올린과 첼로로 흐르는 음들의 긴장감을 연주 내내 품은 채, 하얀 자작나무 숲에 눈이 내리고, 눈썰매가 바람처럼 지나가는 풍경을 머릿속으로 그려갔다. 그리고는 중국 대화가의 새우, 게, 생쥐, 병아리, 호박, 나팔꽃 등의 그림을 보고난 후 삶이 가끔씩은 터무니없이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대학선생인 그녀는 세미나 발표에 지친 학생들에게 아이스크림을 90개나 나눠주면서, 공부하는 젊은이들이 예쁘고 귀엽고 대견하고 사랑스럽다고 연신 말했다. 틈틈이 그림을 그리는 그녀는 버킷리스트중 하나를 완수하기 위해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 후 자그마한 커피가게를 열었으며, 수십 가지 이국의 음식을 거뜬하게 요리하기도 했다. 스스로 1인 N역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러던 그녀가 아름다운 여주인공이 나오는 세편의 영화를 보고
난세는 영웅을 낳는다고 했다. 우리에게 난세는 외세의 침략을 받는 것이었다. 우린 얼마나 많은 침략을 받았을까· 무려 90여 회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하는 기록도 있다. 그때마다 어려움을 겪었지만 결국은 물리치고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다. 을지문덕, 강감찬. 최영, 이순신 같은 장군들이 다 국난을 극복한 영웅들이다. 이상한 건 병자호란만은 영웅이 없다는 사실이다. 어떤 전쟁이든 끈질긴 저항 끝에 적을 물리칠 수 있었지만 병자호란만은 왕이 무릎을 꿇고 항복한 전쟁이었다. 그만큼 굴욕적이었다는 것은 그 정도로 외침이 폭악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당연히 굴욕을 참고 국난을 극복한 주인공이 있었을 것이고, 마땅히 영웅으로 대접 받아야 할 것이다. 굳이 병자호란의 영웅을 들라면 척화를 주장한 김상헌과 임경업 장군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불행이 임경업 장군은 청과 단 한 번도 전투를 하지 못한 장수다. 청군은 임경업이 지키는 백마산성을 피해 서울로 진격했기 때문이다. 김상헌의 의기는 아직도 찌렁찌렁 울리는 듯하지만 죽어가는 백성을 살리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병자호란의 진정한 영웅은 누구일까. 당연히 최명길일 것이다. 만고역적이란 누명을 쓸 줄 알면서도 화
문득, 문화계의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고, 리스트에 오른 개인과 단체의 정부지원금을 부당하게 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변호인인 남편 박성엽 변호사가 생각나는군요. 정확히 그들이 보였다는 법정에서의 눈물이 생각납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던 결심 공판에서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은 최후 진술 도중 울먹이며 말했다지요. "탄핵 당한 정부에서 주요 직책을 거친 한 사람으로서 정치적 책임은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가 블랙리스트 주범이라며 그에 대한 책임을 묻는 특검 측의 주장은 참기 힘들다." 필자는 남편인 박성엽 변호사의 변론이 두고두고 뇌리에서 떠나지를 않는답니다. "변호사 생활 30여 년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형사 법정에 한 번도 서 본 적이 없다. 미숙한 모습을 많이 보였지만 오히려 잘 설명해 주시는 등 이해해 준 재판부에게 감사드린다. 조 전 장관이 블랙리스트 주범이라는 신문 보도가 나온 이후 하루하루 안타까움에 시달렸다.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한 적이 없다'라고 외치는 것뿐이었다. 특검 조사를 받고 보니 정말 많은 오해가 쌓였구나 생각했다. 결국 구속영장이 청구됐
충주지역을 중심으로 한 중원문화는 우리의 오감을 자극해줄 문화예술의 프레임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는데, 그 중심엔 우륵문화제가 있다. 전국 6대 문화제 중의 하나인 우륵문화제는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중원문화의 중심지, 문화와 예술의 혼이 살아 숨 쉬는 예향의 도시 충주에서 중원문화 전통의 계승 및 발전을 위해 매년 가을에 열리고 있다. 올해로 47회째를 맞는 우륵문화제는 오는 21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24일까지 관아골, 성서동 일대와 충주천 등에서 축제의 장을 펼친다.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며 미래를 지향하는 우륵문화제의 슬로건은 '문화가 흐른多! 중원이 신나多!'이다. 많을 다(多)를 통해 축제의 기대감과 발랄함 그리고 웅장함을 표현했다. 문화·예술적 가치를 표현하고 있는 수많은 문화행사와 경연대회, 체험행사 등을 통해 충주(중원)의 다양성과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문화제로 기획했다. 특히, 올해는 제98회 전국체전(20~27일)과 우륵문화제가 함께 하기에 그 어느 해보다도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가득한 크고 작은 문화예술 프로그램들이 진행돼, 축제의 장을 찾는 이들 또한 '多'로 인해 즐겁고 행복한 동행에 함께 할 수 있을 것이
[충북일보] 사립대학은 주인 있는 기업과 다르다. 설립자 개인은 재산을 출연했어도 법적으로 주인이 될 수 없다. 대학의 소유자는 학교법인이다. 학교법인의 양식에 따라 설립자의 교육이념도 생사를 거듭한다. *** 불법과 편법이 있어선 안 돼 학교법인은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과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야 한다. 그래서 교직원의 사학연금과 건강보험 등 법정부담금을 대학에 지급해야 한다. 다시 말해 대학이 아닌 학교법인이 해야 하는 의무다. 그런데 학교법인 법정부담금이 또 문제가 되고 있다.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학생 등록금에서 불법 지급은 예삿일이 됐다. 이미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엔 교육부의 직무유기가 불법을 더욱 조장하고 있다. 전국의 대다수 학교법인들이 법정부담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학교법인이 법정부담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할 수 없을 경우 그 부족액을 학교에서 부담할 수 있다'는 단서 규정이 있다. 교육부는 2012년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을 개정했다. 그리고 법정부담금의 부족액을 학교가 부담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교육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
[충북일보] 선심(善心)을 악용하는 사건들이 잇따라 터지고 있다. 그 사이 기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함께 확산되고 있다. 아예 기부를 하지 않겠다는 '기부 포비아(Phobia·공포증)'도 우려되고 있다. 충북도내 모금단체들도 별로 다르지 않다.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는 기부 공포증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날씨가 추워지며 '기부의 계절'이 다시 찾아오고 있지만 나눔의 정이 얼어붙을 것 같아 걱정이다. 최근 터진 일명 '어금니 아빠사건'의 영향이 가장 크다. 어금니 아빠로 불린 이영학(35)씨는 희귀병을 앓는 딸을 앞세워 후원금을 모금했다. 지난 2005년부터 인터넷·SNS 등을 통해 딸 치료비를 이유로 후원 활동을 펼쳐왔다. 그는 '어금니 아빠의 행복'이라는 제목의 책까지 발간해 모금활동 영역을 넓혀갔다. 사람들은 이씨의 사연에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중학생 딸의 친구를 잔혹하게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게다가 경찰조사 결과 이씨는 복지혜택을 받으며 생활하면서도 외제차 등을 몰고 다니며 호화생활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성매매·성폭행 등 각종 범죄 혐의와 전과 18범이었던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이씨의 범
어린 아이 몇 명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무엇일까를 놓고 이야기를 하다가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어떤 사람은 배고픔이라고 했고, 어떤 사람은 세월이라고 했던 것 같다. 내 기억으로는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본 것 같으니 50년 가까이 지난 일인데도 어느 노인이 망각이 가장 무서운 것이라고 한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아마도 망각이란 말속에 들어있는 의미를 잘 모를 때라 왜 무서운지 너무 궁금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난 그 노인이 왜 망각이 가장 무서웠다고 했는지를 오랫동안 이해하지 못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인간은 누구나 망각과 함께 살아간다. 한편으론 새로운 기억들을 끊임없이 만들어가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자연스럽게 잊히기 때문이다. 때에 따라서는 망각이 필요할 때도 있다. 누구에게나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이 있고, 기억하는 것이 더 고통스럽거나 좌절을 부를 때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때는 아픈 상처와 기억을 잊지 않고 극복하려는 투지가 새 삶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지만, 모든 것을 툭툭 털어내 잊고 새로 출발하려는 의지도 그럴 수 있으니 망각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때문에 망각은 상실이자 새로움이기도 하다. 시대에 따라 가치관이
추석날이면 인천과 수원에 사는 딸과 사위들이 손자들과 함께 찾아온다. 가뭄이 극심했을 때 물을 주어가며 고구마 싹을 심으면서 '가을에 고구마를 제대로 수확할 수 있을까'라며 지켜봤는데 파란 고구마 싹이 밭을 덮은 것이 대견해보였다. 혼자서 고구마 캘 일이 걱정이었는데 가족이 모두 모였을 때 고구마 캐기 체험학습을 하자고 하였다. 아이들은 저녁부터 고구마 언제 캐러 가느냐고 물으며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명절에 가족이 모이면 사람 사는 집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년 추석날 저녁에는 우리 집에 온가족이 모여서 저녁을 먹는다. 증손자들의 재롱을 보며 파안대소 하시는 구순의 노모의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였다. 조카 딸 정아의 세 살짜리 '예서'의 춤과 재롱을 보며 모두 박장대소하였다. 모처럼 모이면 12시를 넘겨서 잠자리에 든다. 늦잠을 자고나서 10시가 되어 작업복차림으로 20분 거리에 있는 고구마 밭으로 향했다. 올해 농사도 고구마를 캐면 들깨만 밭에 남는다. 토마토, 가지, 고추, 오이, 참깨는 이미 수확이 끝났다. 밭에 들어서니 옆집도 온가족이 모여서 고구마를 캐고 있었다. 나는 낫으로 고구마 싹을 베고 멀칭비닐을 걷었다. 손자들은 모종삽을 들고 고구마…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세월호 사고 당일 박 전 대통령이 최초로 보고를 받은 시점을 의도적으로 30분 늦게 사후 조작한 정황이 담긴 보고서 파일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사고 이후 청와대가 국가 위기관리 컨트롤타워를 청와대에서 안전행정부로 바꾸는 등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불법으로 변경한 자료도 발견했다고 공표했다. '문재인호'가 닻을 올리고 출항, 엔진속도를 올릴수록 적폐와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고인물은 반드시 썩고, 독식하는 정치는 부패한다는 정치논리를 그대로 세월호가 증명해 주고 있다. 그렇기에 정권은 물 흐르듯 바뀌어야 한다. 세월호 사고 동안 사라진 '박근혜 7시간'도 하루빨리 규명돼야 한다. 그렇다면 이제 세월호 민심은 누가 수습해야 할까. 결자해지(結者解之)다. 공은 다시 해경이다. 대한민국은 해양국가다. 북한과 대치해 절벽이나 다름없는 휴전선을 제외하고 삼면이 바다다. 청해진을 설치해 당을 비롯해 신라, 일본을 잇는 해상무역을 주도한 장보고. '동양의 해군사령관'으로 평가받는 이순신 장군을 보더라도 대한민국은 해양강국이었음이 분명하다. 선조의 DNA를 물려받은 해경. 1953년 창설돼 해양안전, 주권수호, 조난구조, 오
알파고의 충격이 대한민국을 휩쓴 지 1년 반이 지났다. 인공지능의 드라마틱한 등장에 인류는 큰 충격을 받았고, 때마침 세계경제포럼에서 등장한 4차 산업 혁명이라는 이슈는 대선기간을 거치며 우리나라에서 주요 정책 의제로 다뤄졌다. 하지만, 2025년에는 로봇 약사가 등장하고, 머지않아 3D프린터로 인간의 장기를 생산해낼 것이라는 식의 기술측면에서의 접근은, 우리로 하여금 중요한 것을 간과하게 만든다. 바로, '연결'과 '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 혁명이 우리의 정치·사회 지형을 이미 변화시키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촛불집회를 보자. 참가자들은 사이버상에서 직접 의제를 제시하고 담론을 형성하며, 집회현장을 생중계한다. 10여 년 전만 해도 불가능했던 일들이다. 하지만, 2017년의 대한민국은 스마트폰 보급률 세계 1위, 세계 최정상급의 인터넷 환경을 자랑한다. 국민의 85%가 SNS 등을 통해 거대한 신경망을 공유하며, 개인은 세계와 광범위하게 '연결'된 존재가 되었다. 인터넷 초창기 친목도모에 머물던 '연결'의 의미는 '아이스버킷챌린지'를 거쳐, 마침내 '촛불집회'로 확장되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 이후에 진행된 논의들이다. 촛불집회 이후,
[충북일보] 한반도는 여전히 정전 상황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상황의 위급함을 잊고 사는 듯하다. 핵을 머리 위에 이고 있는데도 안보불감증이 심하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영화 '판도라'는 가상의 원전 재난을 다루고 있다. 영화의 장면에 나타나는 상황은 참혹하다. 도로가 막히고 사람들의 아우성이 들린다. 멀리서 방사능 구름이 몰려온다. 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떠밀려 넘어지고 쓰러진다. 찬핵 전문가들은 이 영화에 대해 "과장이 심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경주 월성원전 등 핵발전소 주변에 사는 주민들의 반응은 달랐다. "실제로 사고가 일어난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느냐"고 묻고 있다. 당연한 반응이다. 북한은 핵 도발을 계속하며 한반도에 위협적인 상황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하고 있는 대책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민방위훈련을 통한 주민대피시스템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그나마 있는 주민대피시설마저 생존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다. 민방위 대피시설 한쪽에는 대피 시 사용할 수 있는 손전등·라디오 등 비상용품 함이 설치돼 있다. 그러나 잠금장치가 없어 분실이 우려된다. 화생방 대피소도 허술하긴 마찬가지다. 방독면 등 필
불현 듯 긴장을 깨고 들려오는 차분한 멜로디. 나름 조율이 끝나고 반주와 함께 연주가 시작되는데 듣기가 어째 거북하다. 얼마 후 연주자가 음향기기 옆으로 가서 뭔가 귀띔을 하고 있다. 갑자기 장내가 술렁거렸으나 곧 이어 새로운 반주와 함께 울려 퍼지는 장중한 클라리넷 소리. 모모라 하는 가수의 연주는 수준급이었는데 참으로 아찔한 순간이었다. 연주자가 원했던 악보가 아닌 엉뚱한 반주가 나온 것 같다. 아마추어도 아닌 프로 가수다. 잘못 와전이 되면 실력을 의심하게 될 만치 심각한 사태로 번질 수 있다. 특별히 오프닝 쇼로 색소폰을 연주했던 몇 몇 사람은 가수가 어찌 저런 실수를 하느냐고 대뜸 비난이다. 그럴 때는 보통 연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악기를 다룰 줄 안답시고 얼핏 속단했는지 모르겠다. 절대 음감이 있을 경우 반주와 상관없이 즉흥적으로 맞춰서 연주가 가능하다. 가령 교회에서 예배를 볼 경우 반주자가 오기 전에 찬미를 시작할 때가 있고 뒤늦게 와서도 무난히 반주를 하곤 했으나 연주자로서는 평소 익혀 온 멜로디가 만만한 법이다. 상식적으로는 가당치 않은 일이었으되 사설 요양원에서 개최한 소규모 음악회다. 조촐한 행사에 안면이 있는 가수를 청한…
어느 영화제나 마찬가지로 이번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도 가장 조명을 받았던 행사는 개막식에 앞선 레드카펫 행사였다. 최고의 예를 갖춘 휘황찬란한 행사의 상징이 레드카펫(Red Carpet)이다. 그 중에서도 영화제에 참석한 여배우들의 황홀한 레드카펫 위의 자태는 폐막 후까지 잔상이 남아 팬들을 설레게 한다. 천을 염색하는 염료의 가격이 엄청나게 고가였던 중세시대에는 염색한 보라색 직물은 귀족과 사제의 전유물이었다. 보라색 염료는 염료 가운데 가장 얻기 힘든 까다로운 염료였다. 해서 까다로웠던 보라색 염료 제조비법을 국가기밀로 관리했다. 페니키아에서 비잔틴제국으로 전승된 염료의 생산과 판매는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됐다. 그런데 지나치게 비밀을 유지한 나머지 비잔틴제국의 멸망과 함께 보라색 염료의 생산법도 영영 묻혀버리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보라색 직물의 생산이 끊기자 황제와 추기경의 예복은 보라색에서 붉은색으로 바뀌게 된다. 붉은 색의 염료를 얻는 것도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붉은 색 직물 10㎏을 얻기 위해 곤충인 연지벌레 14만 마리가 필요했다고 한다. 왕족들은 평민의 붉은색 직물 사용을 막았다. 그래서…
우리는 말로서 의사를 전달한다. 젖먹이 때 울음을 필두로 생명이 다할 때까지 말로서 주변과 관계를 맺고 인연을 이어간다. 이렇게 중요한 말을 감성적 분류로 구분한다면 좋은 말과 좋지 않은 말로 가름되겠다. 좋은 말은 격려, 존중, 감사, 사랑 등으로 생각만 해도 가슴이 따스해 지며 주변과의 관계도 좋게 만드는 말들이다. 좋지 않은 말이라면 비판, 무시, 짜증, 경멸, 모욕 등 가급적 내가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말들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삼가야 할 비(非)자가 포함된 말로 비난, 비평, 비교의 3단어를 들게 된다. 비난의 사전적 의미는 '남의 잘못이나 결점을 책잡아서 나쁘게 말함'이다. 주변의 언론인에게 왜 당신들은 사회의 건설적인 면이나 좋은 점을 홍보하는 것 보다 잘못된 점이나 비리나 부조리 등을 고발하는데 집중하느냐 물으니 미담 사례는 사람들이 안 보기 때문이란다. 인류 역사가 발전하지 않는 이유로 언론도 응당 책임을 져야 된다고 말은 했지만, 우리의 마음 저변에는 영화를 보면서도 주인공의 비극적인 결말을 바라고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것이 상정이다. 다른 사람의 잘한 점을 이야기하는 것 보다는 잘못을 말하는 것이 훨씬 편하고 동시에 남모를…
꽉 끼는 바지를 당기듯 긴 겨울을 지난 산은 한 점 두 점 초록잎을 아랫도리부터 가려 올려 갔다. 추석이 지나고 여기저기에서 알록한 스웨터를 입듯 산은 다시 꼭대기부터 물들기 시작했다. 그 초록과 단풍이 지나면 한 해가 또 저물고 무채색의 나신을 드러낼 것이다. 그렇게 산은 입었다 벗었다를 반복하며 그 자리에 묵묵히 지켜서 보고 있었다. 작년에 대대적으로 쳐낸 가로수는 다시 제법 컸다. 그러나 올해는 톱질을 당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벌써 은행알을 떨구는 녀석들도 있다. 무심코 그것을 밟기라도 하면 그 역한 구린내에 질색팔색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벌써 가을은 옴팡 도심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오래된 도심 한복판에 버티고 있는 건물이 하나 있다. 구 조선식산은행 충주지점이 그것이다. 2년 전에 충주시에서 매입한 후 그 운명을 두고 말들이 많았다. 철거해야 한다는 쪽과 복원·보존해야 한다는 쪽의 논리가 팽팽했다. 올해 문화재청에 등록문화재 지정신청을 통해 살아남기는 했다. 그러나 여름이 지나며 그것의 활용 방안을 놓고 물밑 작업이 진행됐다. 충주시립미술관으로 만든다는 것이 충주시청의 입장이라고 한다. 여름을 지나며 녀석의 수난도 계속되었다. 지난해 걷어낸
최초 군사용으로 개발됐던 드론은 2013년 12월 아마존이 드론 배송 서비스인 '프라임 에어'를 발표한 후 민간부분 산업에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드론계의 애플이라는 중국의 DJI가 혁신적인 드론을 잇따라 출시하며 취미용 드론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현재는 4차 산업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장난감용 드론부터 고급 촬영용 드론까지 다양한 상품이 생산되고 있다. 시장 전문 분석기관인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민간 부분 드론 판매량 299만여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것은 지난해보다 39%로 늘어난 수치이다. 하늘을 자유자제로 날아다니는 물건이라는 매력 때문인지 몰라도 키덜트의 한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드론의 판매량은 급속도로 늘고 있다. 공원 등에서 드론을 날리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아무데서나 드론을 날리면 안 된다. 장난감 드론을 가지고 노는데 법을 지켜야 한다는 사실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하늘을 날아다니는 드론의 특성상 항공기와 충돌할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대부분의 드론이 카메라를 탑재하고 있어 국방상의 보안을 침해할 우려도 있어 항공기에 준하는 규칙을 준수해야 하는 것이다. 항공법상 무게
이제 또 있을까 말까한 추석 연휴는 끝이 났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만큼이나 나의 마음속에 구멍이 뚫리는 기분이 든다. 벌써 한해가 다 가고 있구나! 그렇지만 축제의 계절임을 말해주듯이 여기저기서 축제 개최소식이 들려온다. 지난달 독일의 옥토버 페스티벌과 스페인 라마르세 축제를 다녀온 이후 나는 한동안 몸살을 앓았다. 시차 탓, 계절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문화적인 축제 충격도 분명 무시하지 못하겠다. 1985년 이후로 해외마케팅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것과 축제에 자원봉사자도 없고 시민참여 기회도 없다고 말하던 옥토버 페스티벌 마케팅 담당자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왜 이 축제에 많은 사람들이 오는 것이냐는 질문에 12년째 감독직을 맡고 있는 감독님의 말씀은 단지 전통의상을 입고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사람'을 만나기 위해 오는 것이란다. 허를 찔리는 답변이지만 울림이 있다. 사람... 난 이번 여행에서 친구가 생겼다. 이 나이에 누군가를 만나 친해진다는 기대는 감히 하지도 않았지만 처음 본 사람과 불편한 마음으로 호텔방을 함께 쓰고 여행기간을 보내지 않기만을 바랐었다. 그런데 이번 여행을 통해서 즐겁게 여행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또 행복한 여행이 무엇
교육부는 2015년 7월에 '사회수요 맞춤형 고등교육 인재양성 방안'을 마련하였다. 대학은 폐쇄형 종점교육체제 모델을 탈피하여 새롭게 형성되는 사회수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맞춤형 대학교육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주요 개선 방안으로는 첫째, 지역산업 수요 맞춤형 교육모델을 확산시키는 활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대학과 지역 중소·중견기업 간 산학협력 강화, 취업보장형 고교-전문대 통합교육 육성사업 추진, 대학-지역 산업체 간 계약학과 설치·운영 활성화 등이 포함될 필요가 있다. 둘째로 성인학습자 계속교육·재교육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성인 전담 평생교육 단과대학 신설 등 대학의 역할을 확장하고, 전문대-폴리텍 간 상호 강점분야를 활용한 단기 비학위과정 공동운영 등 전문대의 재직자 직업교육 기능 강화 방안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또한 성인학습자의 학습 수요 창출과 관련된 핵심적인 방안은 제3차 평생교육진흥 기본계획을 통해 제시되어 있는 대학중심 평생교육체제 실현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고령자 노동참여율은 높으나 조기은퇴 또는 정년 이후 제2의 인생을 설계하기 위한 재취
1차 퇴출자 명단이 공개되고 나서부터 사자들의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에서 칼날과 같은 예리한 빛이 나왔다. 자칫 긴장을 풀면 상대방의 칼날에 베일 거라는 불안감이 만들어 낸 빛일 것이다. 이 일이 있기 전에는 실적평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에 서서 불만을 내비치던 사자들이 대다수였지만, 일부 약삭빠른 사자들은 염라차사 강림 주변에서 분주히 움직였다. 실적평가 때문에 사자들 모두가 긴장과 초조,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는 중에도 그들은 느긋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런 모습을 보고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저자들은 아마 강림차사에게 뇌물을 받쳤을 게야. 그러니 저렇듯 태평하지."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나· 나도 진즉부터 저놈들이 수상했네." 수군대던 사자들은 서로의 말에 고개를 끄떡이며 맞장구를 쳤다. "1차 명단에 저놈들 중에 단 한명도 없는 걸보면 확실하다니까." "맞아. 분명히 뭔가가 있어." 수군대던 사자들 눈알 돌아가는 소리에 맞춰 귓속말이 오고갔다. "여보게. 우리도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 뭔 짓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기는 하지만……. 뭘 어찌해야 할지 알아야지."…
[충북일보] 산과 들이 펼쳐진 청주 낭성면 추정리에 마당 가득 항아리가 늘어서 있다. 천여 개의 크고 작은 항아리 근처에는 구수하게 익어가는 장 냄새가 은은하게 퍼진다.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정겨운 풍경이 벌써 맛있는 기억을 되살린다. 전순자 대표의 옥샘정은 1995년 청주 금천동에서 선식 가게로 출발했다. 곡물가루 등을 취급하며 메주와 고춧가루에도 관심을 가졌다. 알음알음으로 주문하는 가정에서 원하는 대로 장을 담가준 것이 옥샘정의 시작이다. 더 맵게, 혹은 달지 않게, 각자의 입맛에 맞춰 장을 담가 주며 입소문이 났다. 몇 번의 이전 끝에 2012년 지금의 추정리에 완전히 정착했다. 서늘한 기온과 맑고 풍부한 물이 장 담그기에 최적이었기 때문이다. 30년 전 씨간장으로 숙성하는 옥샘정의 간장은 진하고 깊다. 온전한 콩이 한 알도 들어가지 않은 시판 간장과는 색부터 향까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십여 가지가 넘는 첨가물이 재료로 쓰인 시판 간장과 달리 옥샘정의 원재료는 국산 콩, 국산 천일염, 정제수로 간결하다. 작은 항아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뚜껑마다 날짜와 이름이 쓰여있다. 매년 초 이곳에 찾아와 담그는 손님들의 장이다. 햇볕과 바람 등 숙성을 위한 관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에서 자궁출혈 증상이 있는 임신 15주차 임신부가 병원을 전전하다 신고 접수 2시간 만에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5시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임신 15주차 산모인데 복통이 심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임신부가 하혈과 함께 복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등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구급대는산모를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로 이송했으나, 응급 수술이 필요하단 이유로 상급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구급대는 청주권 주요 병원 6곳의 수용 가능 여부를 알아봤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며 이송을 모두 거절했다. 소방당국은 충북 권역까지 넓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수소문 했다. 이후 진천의 한 병원에서 산모를 수용할 수 있단 답변을 받았고 119 신고 접수 2시간 만인 오전 7시 10분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당시 산모는 자궁출혈이 심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었다"며 "안타깝게도 태아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재 산모는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되찾았다. /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