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도 이제 낙엽을 떨구고 저만치 멀어지고 있다. 기온은 뚝 떨어졌고 이제 우리도 겨울채비를 할 때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김장을 했는가를 물어보는 것이 인사다. 김장도 해야 하고 겨울옷도 꺼내어 손질해야 한다. 추위가 오기 전에 혼례를 치르려는 지인들이 참으로 많은 계절이기도 하다. 더불어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라서 그런지 돌아가시는 분들도 많아졌다. 이래저래 몸도 마음도 바쁜 계절이지만 손에 일이 잡히지 않는다. 집안의 우환으로 마음이 심란한데 김장철이다. 가까이 지내는 지인이 전화를 했다. 김장을 했는데 한통 주고 싶은데 괜찮겠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지만 감사하다고 했더니 엄청 반기는 목소리다. 꼭 한통 주고 싶었다는 말에 마음이 울컥해진다. 요즈음은 김장을 나누는 시절이 아니라 그런지 받는 마음도 주는 마음도 모두 조심스럽다. 하기는 핵가족화 되다보니 김장을 하는 사람도 별로 없고 또한 남에게 나의 음식을 나누어 준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막내 시누이가 오랜만에 전화를 했다. 오빠가 겉절이 김치를 좋아하는데 김장을 하면서 오빠 생각이 나서 겉절이 한통과 김장김치 한통을 인편에 보내 주겠다고 한다. 벌써 생각지도 않은 김장이 세
에메랄드 빛 해변에 아기자기한 예쁜 까페들이 즐비한 한 제주도 바닷가에서 자그마한 해물라면집을 하는 젊은 사장의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이름만 대도 알만한 우리나라 대기업 IT분야에 종사하던 이 젊은 사장은 매일 밥 먹듯 이어지는 야근과 격무로 지칠대로 지친 심신에 나름의 휴식을 주기 위해 입사한지 3년만에야 처음 '연차'라는 이름으로 도망치듯 휴가를 내고 제주로 향했고, 그 이후 회사원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 끝에 제주도에 터를 잡았다는 것이다. 그는 3년간 치열한 경쟁을 거치면서 사원에서 대리로 승진하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지만, 문득 양치하다 거울을 쳐다보니, 시뻘겋게 충혈 된 눈, 부스스한 머리, 잦은 야근과 회식으로 불룩하게 나온 배, 거뭇거뭇해진 까칠한 피부의 중년 남성이 서 있더란다. 매일매일 이어지는 일과 속에서 나만의 시간을 갖거나 충분한 휴식을 갖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든 조직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기업의 내규가 문제가 될 수도 있고, 개인의 성장 욕구 때문에 스스로 본인을 혹독하게 다루는 경우도 있다. 조직의 문화가 너무 경쟁적일수도 있고, 기업의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 어쩔
기생충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총상을 입고 수술한 JSA 귀순 북한 병사의 배에서 수많은 회충이 발견돼서다. 병사의 총상을 치료하고 있는 담당 의사는 "외과 의사 경력 20년 만에 이렇게 큰 기생충을 본 건 처음"이라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병사 몸에서 발견된 가장 큰 기생충은 길이가 무려 27㎝에 달한단다. 실뱀처럼 엉켜 있는 회충의 성충을 이국종 교수는 수술 중 일일이 손으로 잡아냈다고 한다. 굵은 지렁이처럼 생긴 회충은 근육질로 이뤄져 지렁이보다 훨씬 운동성이 좋고 행동이 빠르다는데, 50마리 이상의 꿈틀대는 회충을 집어내며 기가 막혔을 것이다. 봉합한 소장 속에 아직 남아있는 크기 1㎜ 이하 기생충이 약 2주 후면 10㎝ 크기의 성충으로 자라기 때문에 장 파열 위험성이 높다니 걱정이다. 기생충 감염에 의한 질환은 저소득국가의 풍토병이다. 우리나라 역시 위생 상태가 열악했던 1990년대 이전에는 대다수의 국민이 회충에 감염됐을 정도의 국가적 질환이었다. 구미가 당기거나 무엇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의미로 '회가 동한다'는 말을 쓴다. 여기서 회는 생으로 먹는 음식인 회(膾)가 아니라 회충의 회(蛔)다. 곧 회충이 먼저 알아
[충북일보] 국내에서 또다시 강진이 발생했다. 지난해 경주지진에 이어 역대 2번째로 큰 규모다. 지진 발생 원인과 향후 한반도의 지진 위험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지진에서도 포항을 비롯한 인근지역 건물의 외벽이 무너지거나 금이 가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국내 건축물 대부분은 지진에 무방비 상태다. 전국 건축물 중 내진 성능을 확보한 건축물은 약 6.8%다. 내진설계가 의무화된 큰 규모의 건축물도 지진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긴 마찬가지다. 건축법 및 동법 시행령에 따라 내진 설계를 하도록 정하고 있는 건축물 143만9천549동 중 67%가 내진 설계를 하지 않고 있다. 필로티 공법을 사용한 소규모 다세대 주택은 지진에 더 취약하다. 기둥이 막중한 건물하중을 떠받치도록 하는 공법이기 때문이다. 지진으로 땅이 옆으로 흔들릴 경우 기둥이 그 힘을 고스란히 받게 돼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필로티 공법은 최근 소규모 건축물을 지을 때 주차 공간 확보를 위해 유행처럼 번졌다. 같은 공법이라도 아파트 등 대규모 건축물은 좀 다르다. 철근량을 늘리고 철근이음을 강화하는 등 나름의 보완을 하기 때문이다. 지진 관측 이래 충북에서 모두 33
쌀쌀한 바람에 옷깃을 여미게 되고 나무들도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는 겨울의 문턱에 들어섰다. 입동이 지나 날씨가 추워지면서 자연스레 난방기 사용이 증가하고 동시에 화재발생 건수도 상승하면서 전국 소방서에서도 화재예방 분위기 조성과 예방활동을 위해 분주해지는 시기가 다가왔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화재 통계를 보면 4만3,413건의 화재 가운데 주택화재가 26.6%(1만1,541건)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사망자는 193명, 부상자는 691명에 이르고 있다. 또한 최근 3년간 화재 발생으로 인한 사망자의 60.7%가 일반 주택화재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른 화재에 비해 주택에서 사망자가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고 있는 이유는 주로 화재에 취약한 심야시간대에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조기에 인지하지 못해 유독가스를 흡입하거나 인지를 하더라도 소화기를 비치하지 않아 초기진화에 실패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11일 음성군 생극면 생리 한 단독주택에서 전기적 요인으로 추정되는 불이나 외벽 일부를 태우고 10여 분 만에 진화된 일이 있었다. 이날 화재는 방에서 TV시청 중이던 집주인이 개가 짖어 나와 보니 외벽에 불이 붙은 것을 발견하고 119에 신고
국민의 74%가 공동주택에 거주하면서 매달 관리비를 공과금처럼 납부하고 있다. 전국에서 한해에 납부하는 관리비와 장기수선충당금은 무려 10조원이 넘는다. 입주자들은 이 자금을 운용하면서 공동주택을 위탁관리하는 주택관리업자에 대하여 궁금해 한다.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매년 관리비 집행을 위한 사업계획서를 관리주체가 작성하여 조목조목 안내해야 하는데 이런 관리주체와 입주자대표회의는 드물다. 관리비 운영과정에서 횡령 등의 비리가 검·경 수사결과로 보도될 때에도 남의 일로 여기기 일쑤다. 공동주택 관리를 주택관리업자에게 위탁했으니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책임을 질 일이 아니라고 한다. 입주자가 물어보면, 관리사무소의 운영책임은 전적으로 주택관리업자가 지는 것이고, 입주자대표회의는 관리를 잘하도록 지원하고 감독하는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공동주택의 위탁관리란, 주택관리업자가 자기의 직원인 관리사무소장과 관리직원을 공동주택 관리사무소에 투입하고 매월 위탁관리수수료를 대가로 받고 공동주택을 관리하는 사업이다. 이 점이 입주자가 공동주택의 관리사무소장과 그 직원을 채용하고 관리사무소를 자치적으로 관리하는 경우와 다르다. 그런데 위탁관리의 외형만 주택관리
햇살이 시리다. 바람에 흔들리며 떨어지는 마음들이 그리 편치만은 않다. 사무실에서 내다보이는 건물들 사이로 한줌만한 수암골이 어른거린다. 그 곳에서 어린아이들의 손잡고 그리던 벽화는 이제 다 무너지고 번듯한 커피숍들이 온 산을 다 차지하고 있다. 저건 아닌데 하며 애써 외면해보지만 뒤통수를 내리치는 반사된 햇살이 목덜미에 섬뜩하다. 최근 도시재생 사업에서의 문화적 결합 다각화 방안에 대한 담론들이 여러 부처에서 제출되고 있다. 도시재생에 대한 이러한 적극적인 의지는 매우 유효한 시각이다. 그간 추진되던 도시재생 사업은 거시적 차원에서 도시개발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었고 문화적인 내용이나 인력이 사상된 도시공학적 과정이 중시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문화가 그 안에 스며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단순 도구적 참여는 있을지언정 도시 전체를 문화적 시각에서 바라보고 의미를 만들어 내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것이다. 기존 도시재생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실패를 했고 설사 그것이 잘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결국 젠트리피케이션의 현상 속에서 수없이 좌절해 왔다. 관에서 실시하는 도시재생 사업들 대부분이 섣부른 관광화에 대한 욕심으로 계획과 설계과정에서
가을이 깊어간다. 해마다 가을이 오면 결코 잊을 수 없는 일이 기억 저편에서 떠오른다. 1990년대 초쯤, 나는 어느 고객의 집에서 엉망으로 조율을 하고는 도망치듯 나와 버린 황당한 기억이 있다. 조율의뢰를 받고 나섰던 그날아침, 아파트 화단엔 된서리가 하얗게 내렸고 찬란하던 단풍들은 낙엽이 되어 굴러다니고 있었다. 의뢰인의 집은 우암산 기슭 다랑이 논처럼 층층한 곳에 있었다. 산자락을 타고 내려온 아침안개가 지붕을 뽀얗게 드리우고 있어 지척을 분간키 어렵고 이른 아침 이었음에도 정적마저 돌았다. 비스듬한 사립문을 지그시 밀고 들어가니 중년의 남성이 맞이한다. 낯선 남성 혼자 있는 것이 마뜩찮다 생각했지만 들어설 수밖에 없었다. 어둠침침한 방의 형광등 불빛 아래 피아노 한대가 덩그마니 놓여있다. 반짝거리는 피아노 경첩들이 한미해 보이는 집안 분위기와 동 떨어진다는 생각을 했었다. 조율을 하려면 먼저 피아노의 상판과 하판을 분리해야한다. 강한 조율 핀에 현들이 공작새가 날개를 펼친 것 같이 교차를 이루며 사선으로 걸려있다. 학이 내려앉은 것처럼 생긴 고운 상아색 해머들이 정렬해 있다. 가지런히 줄지어 있는 해머 뒤로 향판나이테가 잔물결을 이룬다.
추운 날씨에 손을 호호 불며, 병원 주차장의 흡연실에서 옹기종기 모여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보면 생각나는 아저씨가 있다. 암병동에 입원해 있던 칠순 노모를 간병하기 위하여 매일 저녁 서울에서 청주로 퇴근을 하고, 6인실 병실의 보호자 침대에서 새우잠을 자고 새벽이면 다시 서울로 출근을 하던 분이었다. 담당 주치의여도 병동에서는 환자 상태 이외에는 별로 할 이야기가 없기 마련인데, 가끔 당직일에 병원 주차장에서 담배를 피우다 말을 붙이고 했다. 그래서 할머니는 댁은 제주도이고, 아드님은 경기도에서 살며 직장을 다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할머니는 이미 여러 곳에 암이 전이를 하여 수술을 할 수도 없는 상태였고, 항암치료에도 반응이 없는 암종인데 통증 조절이 되지 않아 입원해서 한 달 넘게 있는 상황이었다. 낮에는 할머니 혼자 병실에 계셨는데 대부분 잠을 주무시거나 창밖을 바라보고 계셨다. 할머니는 교수님과 회진을 가도 통 질문도 없었고, 내가 혼자 회진을 가도 별다른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다. 간혹 아파서 힘드니 진통제를 달라고 하는 정도였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신혼여행으로 제주도를 한번 다녀온 나로서는 제주도 사투리가 궁금하기도 해서 할머니에게 말을 붙
[충북일보]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강원도는 물론 충북 등 인근 지역도 평창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모두가 올림픽 관련 특수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강원과 접경한 충북의 관심은 더욱 크다. 평창을 찾은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충북으로 유도하기 위해 각종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눈에 띄는 게 없다. 충북이 내세운 '관광충북'이 무색할 정도다. 평창올림픽 개최가 확정된 후 전국 시·도는 강원도를 주목했다. 무엇보다 서울시는 물론 전국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근거리임에도 준비가 늦었다. 평창특수를 활용한 해외 관광객 유치 계획도 별로 없다. 충북의 행보는 서울·경기 등 인접 시·도와 비교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평창올림픽과 관련된 종합계획도 지난 9월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 집중계획조차 충북도가 아닌 제천시와 단양군에서 추진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충북도가 수립한 관광마케팅 종합계획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관광업 관련 종사자조차 관련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있다.특수를 누리고 싶어도 알지 못해 못하는 형국이다. 도내 다른 시·군의 상황은 더 참담하다. 일선 시
산하를 울긋불긋 물들이던 단풍이 떠나가고, 그 빈자리엔 차가운 바람과 하얀 백설이 내려앉아 내년 봄이 올 때까지 다양한 겨울 풍경을 선보일 것이다. 계절마다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하는 산천이 일제강점기와 6·25동란을 겪으면서 전체 면적의 3분의 1에 가까운 200만㏊가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정부에서는 이를 복구하기 위해 1967년부터 '치산녹화(治山綠化)' 10년 계획을 세웠고, 국민들은 산주(山主)도 산림의 관리자도 아니면서 그저 우리 강산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정부시책에 동참해 오늘날과 같은 산림녹화를 일구어냈다. 산림녹화사업은 산소(酸素)나 생명의 원천인 물을 확보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다. 정치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정치가 우리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사회 각 분야에서 정치인들이 움직이고 있지만, 그 중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아직도 낮은 것 같다. 우리는 1948년 5월 10일 초대 국회의원선거를 시작으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20여 회에 이르는 국회의원 및 대통령선거를 치러왔고, 또한 1995년부터는 지방자치시대를 열면서 내년이면 7번째 지방선거를 치르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정치인을 뽑을 때만 관심을 가졌지, 정
젓가락은 음식을 먹을 때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도구다. 나무나 금속으로 만들며 한·중·일 동북아시아 3국을 비롯해 베트남, 태국 등 주로 동아시아에서 사용하고 있다. 이어령 박사는 "젓가락에는 가장 오래된 문화 유전자가 있다"며 "인간이 최초로 젓가락을 만들었을 때 생명, 평화, 사랑이 실천됐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젓가락의 최대 가치는 생명을 나누는 것"이라며 "2000년 이상 이어온 문화 중에 지금까지 원형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이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이가 자라면 제일 먼저 걸음마를 배운다. 젖을 떼고 음식을 먹기 시작하면 젓가락질을 배운다. 젓가락은 IQ 개발과 손재주를 극대화 하는데 기여한다는 속설도 있다. 머리와 손의 속응성으로 IQ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중·일의 평균 지능지수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집고, 누르고, 펴는 등 대뇌, 팔, 손가락 등의 협업을 유도하여 지능을 발달시키는 것이다. 젓가락은 음식을 먹는 도구이지만 생명의 문화, 전통, 조화로운 협동을 가르치는 스승이다. 따라서 한·중·일 3국은 젓가락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논의도 펼치고 있다. 단순한 도구이지만 그
사람들의 생각은 다 각기 다르기 마련이다. 한 자리에서 잠을 자도 꿈은 다르다는 뜻으로 동상이몽이라고 했다. 부모의 뜻대로 자녀들이 실행하는 경우 역시 드물다. 해서 부모자식 간에도 불협화음을 내는 일이 잦다. 직장에서 상급자와의 견해차가 커질 경우 심지어 그 직장을 떠나는 극단의 사례도 때때로 목격되기도 한다. 동지를 전후해 각 가정마다 김장을 담그느라 분주하다. 우리민족은 오랜 전통의 하나로 겨우내 부식으로 삼는 것 중에는 김치가 단연 으뜸이다. 필자의 집 역시 근간 며칠 째 김장하느라 북새통을 친다. 세 아이들 네 김장까지 하자니 아내가 몸이 상할 정도라 우두커니 구경만 하던 적이 있었는데 이 역시 아득한 옛날이야기가 됐다. 도우미로 팔을 걷고 덤벼들었으나 할 줄 아는 건 무거운 걸 옮겨주는 게 고작이다. 한 가지를 하고나자마자 저것 좀 어떻게 하라. 이걸 저리로 치워라. 그나마도 한나절 하고 나니 파김치가 되고 만다. 심부름이란 생색도 안 나고 따라서 보람도 느낄 수 없는 형편이다. 차라리 내가 할 줄 알아 내 생각대로 주도했으면 싶다. 조수하기란 더 힘이 든다. 종일토록 심부름이나 하다 보니 지난날을 되돌아보게 된다.
영동군 영동읍에는 미선나무 자생지와 배밭으로 유명한 매천리(梅川里)라는 지명이 있다. 문의의 미천리는 '미'를 '美, 米' 등 좋은 의미의 한자로 표기하여도 소리가 좋지 않은 이미지를 연상하게 되므로 원래의 아름다운 의미를 되찾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어원을 밝혀본 바가 있다. 그에 비하여 매천리는 '매화(梅)'의 의미를 지닌 한자로 표기함으로서 듣는 사람에게 좋은 이미지를 연상하게 해 주는 훌륭한 지명임에 틀림이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어원을 밝혀보면 미천리와 매천리는 결국 같은 말에서 나온 것이고 매천리라는 지명이 미천리의 어원을 찾아주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재미있는 일이 아닌가? 영동의 매천리는 본래 영동현 남남일면 마군천리(馬郡川里)였다가 1909년 영동군 군내면 매천리로 바뀌었고, 1914년 행정구역통폐합에 따라 매천리라 이름하고 영동면에 편입하였다. 이곳에는 자연마을인 매끄내와 밴드골(반곡동), 새심이(鳥心洞)가 있는데 밴드골은 굽지 않고 평평하며 반듯한 골짜기라 하여 불리워진 반드골이 밴드골로 변하였고 한자로는 반곡동(盤谷洞)으로 표기하였다. 여기에서 매천리는 원래 매끄내라 불리어 왔는데 매끄내란 용두봉 끝 냇
[충북일보] 이승훈 청주시장에 이어 권선택 대전시장도 14일 낙마(落馬) 했다. 충청권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두 시장의 동시 공석사태가 빚어진 셈이다. 권 시장은 2012년 11월 사단법인 '대전미래경제연구포럼'을 설립 운영하면서 사전 선거운동을 하고 이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 1억5천9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2015년 12월 3일 재판에 넘겨졌다. 1·2심 재판부는 사전선거운동과 불법정치자금 수수 등 검찰 공소사실을 대부분 유죄로 판단해 권 시장에 대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권 시장은 상고했고 대법원 전원 합의체는 지난해 8월 2014년 6·4지방선거 전 권 시장이 설립한 지역경제 포럼이 선거법에서 금지한 선거운동기구 유사단체가 아니므로 포럼활동도 사전 선거운동이 아니라며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어 대전고법은 지난 2월 16일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정치자금법(정치자금 부정수수) 위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권 시장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건은 또 다시 대법원 상고로 이어졌고, 대법원은 이날 권 시장과 검찰의 상고 모두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권 시장은 2015년 12월 3일
[충북일보] 전국단위 선거가 있을 때 정치권은 늘 합종연횡(合從連衡)의 길을 걸었다. 합종연횡은 약자끼리 세로로 연합해 강자에게 대항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국내 정치권에서 강자는 누구일까. 정당지지율만 놓고 보면 당연히 민주당이다. 그렇다면 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은 언제든지 통합과 분열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한국당의 몸집불리기 중앙에서 시작된 정계개편이 본격화되면서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여야 후보군 동향에 관심이 쏠린다. 이는 여당인 민주당과 달리 확실한 지사 후보 카드가 없는 한국당 충북도당의 지사 후보 선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흐름이다. 도내 정치인 중 가장 먼저 지사 출마를 공식화한 인물은 민주당 소속 오제세(청주 서원) 의원이다. 여기에 이시종 지사도 최근 내년 3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내·외부 조직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국당 일각에서 박덕흠·이종배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들은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배수의 진'을 쳐야 한다는 부담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상황에서 이승훈 청주시장의 낙마는 한국당에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겨주고 있는 모양새다. 그동안 이 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지난 10월 18일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과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을 의결했다. 일자리 5년 로드맵은 대통령 임기 중에 '일자리, 분배,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해 5대 분야 10대 중점과제, 100개 세부추진 과제를 제시했다. 10대 중점과제는 △일자리 중심 국정 운영 시스템 구축 △일자리 안전망 강화 및 혁신형 인적자원 개발 △공공일자리 81만명 확충 △혁신형 창업 촉진 △산업경쟁력 제고 및 신산업·서비스업 육성 △사회적경제 활성화 △지역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남용 방지 및 차별 없는 일터 조성 △근로여건 개선 △청년·여성·신중년 등 맞춤형 일자리 지원 등이다. 산림청도 이에 발맞춰 공공일자리, 민간일자리, 사회적경제일자리 3대 분야와 공공일자리, 사회서비스일자리, 지역산업일자리, 직접일자리, 사회적경제·창업일자리, 전문일자리 등 6개 유형의 중점추진과제를 설정하여 '2022년까지 일자리 6만개 창출을 목표로 산림일자리 종합대책을 수립하였다. 아울러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산림일자리 환경 추진체계를 구축하고자 산림청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산림일자리 혁신본부'도 지난 8월 출범하였다. 무엇보다도
그저께 점심에 노르웨이산 고등어구이와 미국산 콩으로 만든 두부찌개를 먹었다. 저녁때는 호주산 소고기로 외식을 했다. 함께 구워먹은 마늘은 중국산이었다. 어제 마트에서 고른 오렌지는 미국산이었다. 오늘저녁 비빔밥에 넣은 참기름은 인도산 수입참깨로 만들었고, 식사 후에 집어든 쌀과자와 식혜의 재료조차 미국산이었다. 난 요즘 내가 먹는 음식이 국내산인지 수입산인지를 알아보는 중이다. 그런 중에 난 놀라운 사실을 알아내었다. 마트에 진열되어있는 식료품 80%의 원산지가 수입산이라는 점이다. 정작 내가 놀랐던 것은 수입산이 80%라는 수치가 아니었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이 20% 정도라는 통계수치를 마트나 식당에서 나 스스로 터득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자료를 찾아보았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이 24%로 OECD국가 중 최하위였다. 1인당 해외 식품 수입량은 세계 최고였다. 이는 일본의 1.3배에 달했다. 난 그동안 식량주권과 식량자급을 혼동해왔다. 우리나라는 분명히 식량주권을 획득했다. 굶는 사람이나 영양실조로 고통 받는 사람이 거의 없는 나라가 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식량주권은 우리가 수출이나 수입 등의 교역을 통해 필요한 식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에서 2018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했다. 이상한 것은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을 하자고 하면서도 행정수도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세종 대전 충남 등지에서는 대통령이 행정수도 개헌의지가 약화된 게 아니냐는 여론이 일었던 모양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비슷한 사례가 또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26일 전남 여수에서 열린 '지방자치의 날' 행사에서 발표된 '지방분권 로드맵'에도 행정수도 개헌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주도권 경쟁을 하고 있는 야권에서 이런 호재를 놓칠 리가 없었다. 자유한국당 충청권 시·도당과 국민의당 대전시당 등은 "지방자치의 날에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행정수도 개헌 문제가 빠진 것은 충청인을 우롱하는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심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불안감을 느꼈을 것이다. 마침내 민주당 충청권 시·도당에서도 지난 6일 "행정수도 세종시 완성을 위해 개헌안에 이를 명시할 것과 세종시를 자치분권의 선도 도시로 발전시키자는 데 뜻을 같이 했다"는 요지의 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 자유한국당도 동참해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월말,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을 의도함으로써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킨 카탈루냐의 바르셀로나를 갔습니다. 모로코와 포르투갈, 스페인의 이곳저곳을 방문하는 여행의 마지막 일정이었지요. 마침 이 날 12시부터 카탈루냐의 주민들이 대대적인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해 바짝 긴장한 채 도시로 들어섰습니다. 안내를 맡은 현지인은 길이 막히면 걸어서 도시를 탈출할 수도 있다고 겁을 주더군요. 버스의 차창 밖으로 스치는 건물들은 750만 명의 인구에 스페인 GDP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부유한 지역답게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모습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조금의 공간도 없이 잇대어 지어진 각 건물들은 각각의 특징을 지니고 있어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느껴지더군요. 밋밋하고 딱딱한 우리네 시멘트 덩어리 건물들과 대비되어 마냥 부러웠습니다. 우리 일행은 바쁜 걸음으로 세계적인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의 혼이 담긴 장소를 차례로 둘러보았습니다. 구엘 공원에서는 자연에서 모티브를 빌린 아르누보 양식의 화려하고 기이한 작품들을 만났습니다. 건축물들은 언덕을 따라 동화 속의 풍경처럼 펼쳐져 있더군요. 야자수를 닮은 돌기둥과 벤치에 새겨진 모자이크, 카탈루냐 특유의…
[충북일보] '2017 젓가락 페스티벌'이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향하고 있다. 개막 사흘 만에 2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을 정도로 성황이다. 폐막 때까지 얼마나 많은 관람객이 다녀갈지 모른다. 젓가락 페스티벌은 숟가락과 젓가락을 주제로 하고 있다. 우리의 가장 오래된 먹거리 도구인 수저를 축제의 주제로 삼았다. 수저는 우리에게 삶의 의미이자 불멸의 도구다. 천년 넘게 거의 원형 그대로 전승되고 있다. 숟가락과 젓가락은 인류 생명의 도구다. 물론 한·중·일 3국이 비슷한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 그중 우리는 젓가락과 숟가락을 함께 사용하는 수저문화를 발전시켰다. 젓가락과 숟가락을 늘 쌍으로 사용했다. 따로 구분하지 않은 일체형 도구였다. 지금도 여전히 숟가락과 젓가락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문화 도구다. 태어나서 가장 먼저 손에 쥐는 일상의 도구다. 죽기 전 마지막까지 사용하는 도구다. 다시 말해 인류 생명의 도구인 셈이다. 청주시는 지난 2015년 동아시아문화도시로 선정됐다. 그해 숫자 '1'이 4번 겹치는 11월11일을 '젓가락의 날'로 선포했다. 그 후 한·중·일의 공통 문화콘텐츠인 젓가락을 주제로 한 젓가락 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충북일보] 결국 그렇게 됐다. 이승훈 전 청주시장이 직을 잃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범석 청주부시장이 권한대행을 맡았다. 기대 반 우려 반이다. *** 엄정한 공직기강부터 세워라 대한민국엔 요즘 '대행'이 유행이다. 곳곳이 권한대행이나 직무대행 체제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뒷맛이 씁쓸하다. 뭔가 속은 듯한 기분이다. 청주는 지금 정치적 혼란기다. 이 전 시장의 낙마로 격변의 회오리가 일고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차기 청주시장 후보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후보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오늘의 주제는 정치 행위가 아니다. 권한대행의 책무다. 그 책무가 결코 가볍지 않음을 지적하려 함이다. 지금 청주시의 상황은 아주 혼란스럽다. 내외부적으로 아주 시끄럽다. 당장 해결해야 할 현안도 첩첩산중이다. 물론 이 권한대행은 믿음직스럽다. 하지만 거는 기대는 반반이다. 우려가 반이고 기대가 반이다. 이 권한대행이 부시장으로서 준 신뢰는 아주 크다. 하지만 시장 권한대행으로서 보여준 건 아직 제대로 없다. 청주시 안팎에 산재한 현안은 대개 난제들이다. 풀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위계질서 파괴와 공직
금수강산을 울긋불긋 물들인 만산홍엽(滿山紅葉)의 계절이 지나가고 있다. 단풍이 북에서 남으로 물결치며 한반도를 붉게 물들였던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 만추(晩秋)의 계절이 아쉬움으로 밀려가고 있다. 도로를 뒤덮은 샛노란 은행잎은 너무 아름다워 차마 밟기가 망설여진다. 노란 양탄자 위를 빨간색 승용차가 미끄러지듯 지나가는 은행나무 가로수 길은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바야흐로 낙엽의 일생 중 가장 화려한 절정의 순간이라 생각된다. 이제 옷깃을 여미게 하는 싸늘한 바람에 아름다운 옷을 벗어 던지고 색 바랜 낙엽이 되어 땅바닥을 뒹굴고 있다. 낙엽과 작별한 나목(裸木)은 벌거숭이가 되어 너무 쓸쓸해 보인다. 고운단풍 마저 떨어지고 스산한 바람이 스치고 지나가면 마음 한구석 허무함을 달래기 위해 친한 벗과 함께 따끈한 커피 한잔을 나누고 싶어진다. 낙엽의 일생을 되돌아보면 물오른 나뭇가지에서 싹을 틔우며 연녹색의 유년시절을 보내고 희망을 안겨주었다. 싱그러운 녹음이 짙어가는 청년시절을 보내며 맑은 산소를 내뿜으면서 햇볕을 받아 탄소동화작용으로 양분을 만들어 나무를 살찌우고 성장을 도왔다. 무더운 햇살을 가려주는 시원한 그늘이 되어 더위에 지친 사람들을 나무
바알갛게 한껏 빛이 오른 감이 주렁주렁 달린 가지가 담을 넘어 우리 주차장까지 늘어졌다. 앙상한 가지에 감만 덩그러니 매달린 모습은 아련하고 쓸쓸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고향 마을 어귀의 감나무를 연상케도 한다. 그 감은 푸근하고 정이 넘치는 고향 인심을 떠올리게 해 절로 미소를 짓게도 한다. 누군가가 담을 넘어 왔으니 우리 거라며 따먹자고 농담 삼아 하는 얘기에 주억거리며 호응하기도 하고, 오성과 한음에 얽힌 이야기를 들먹이며 따면 안 된다는 사람도 있다. 어느 날 보니 감이 모두 사라졌다. 언제 어떻게 땄는지 담을 넘어온 감까지 한 톨도 남김이 없다. 잎은 아직 무성하게 남아있었지만 감이 사라진 나무는 퀭하기 그지없다. 바람이 일 때마다 잎이 부딪히며 서걱거리는 소리가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어떤 사람이 어쩌면 까치밥도 안 남겼냐며 감나무 주인이 매정하다는 듯 탄식한다. 까치밥은 인정과 사랑이다. 꼭 까치가 먹어야 해서 까치밥이라고 한건 아니다. 까마귀도 좋고, 비둘기가 먹는다고 안 될 것도 없다. 지나가는 나그네가 남겨 둔 감 하나로 허기를 채울 수 있다면 더 할 나위가 없다. 아마도 까치가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이면서도 길조라 여겨 그 이름을…
지난 3일 제55회 소방의 날 기념식이 열린 천안 중앙소방학교 야외 무대. 단독 소방청 개청 후 첫 기념식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다는 소식에 외빈초청에 응했다. '대통령의 선물'을 기대하고 '역사의 현장'에서 박수를 치고 싶었다. 리허설이 시작되면서 예보대로 비는 거세졌다. 좋지 않은 징조가 분명했다. 한기를 품은 비였지만 '개청을 축하하는 메시지'라고 에둘러 포장, SNS에 포스팅을 했다. 기념식이 시작할 때 잠시 그친 비는 계속됐다. 하늘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 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지역마다 다른 소방관들의 처우, 인력과 장비격차를 해소하고 전국 각 지역의 소방안전서비스를 골고루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일"이라며 "소방관들의 숙원인 국가직 전환을 시도지사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간의 의미를 잘 모르는 듯 청중들은 '소방관 국가직 전환'이라는 말에 박수를 보냈지만, 예상했던 발언이기에 자괴감이 밀려 왔다. 국민안전을 위해 '지방공무원과 국가공무원으로 이원화된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온 한 사람으로서 대통령의 고뇌를 읽을 수 있는 한마디였다. 기념사는 문 대통령이 지난 6월 서울 용산
[충북일보] 산과 들이 펼쳐진 청주 낭성면 추정리에 마당 가득 항아리가 늘어서 있다. 천여 개의 크고 작은 항아리 근처에는 구수하게 익어가는 장 냄새가 은은하게 퍼진다.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정겨운 풍경이 벌써 맛있는 기억을 되살린다. 전순자 대표의 옥샘정은 1995년 청주 금천동에서 선식 가게로 출발했다. 곡물가루 등을 취급하며 메주와 고춧가루에도 관심을 가졌다. 알음알음으로 주문하는 가정에서 원하는 대로 장을 담가준 것이 옥샘정의 시작이다. 더 맵게, 혹은 달지 않게, 각자의 입맛에 맞춰 장을 담가 주며 입소문이 났다. 몇 번의 이전 끝에 2012년 지금의 추정리에 완전히 정착했다. 서늘한 기온과 맑고 풍부한 물이 장 담그기에 최적이었기 때문이다. 30년 전 씨간장으로 숙성하는 옥샘정의 간장은 진하고 깊다. 온전한 콩이 한 알도 들어가지 않은 시판 간장과는 색부터 향까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십여 가지가 넘는 첨가물이 재료로 쓰인 시판 간장과 달리 옥샘정의 원재료는 국산 콩, 국산 천일염, 정제수로 간결하다. 작은 항아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뚜껑마다 날짜와 이름이 쓰여있다. 매년 초 이곳에 찾아와 담그는 손님들의 장이다. 햇볕과 바람 등 숙성을 위한 관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에서 자궁출혈 증상이 있는 임신 15주차 임신부가 병원을 전전하다 신고 접수 2시간 만에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5시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임신 15주차 산모인데 복통이 심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임신부가 하혈과 함께 복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등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구급대는산모를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로 이송했으나, 응급 수술이 필요하단 이유로 상급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구급대는 청주권 주요 병원 6곳의 수용 가능 여부를 알아봤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며 이송을 모두 거절했다. 소방당국은 충북 권역까지 넓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수소문 했다. 이후 진천의 한 병원에서 산모를 수용할 수 있단 답변을 받았고 119 신고 접수 2시간 만인 오전 7시 10분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당시 산모는 자궁출혈이 심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었다"며 "안타깝게도 태아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재 산모는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되찾았다. /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