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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환

에세이스트

그저께 점심에 노르웨이산 고등어구이와 미국산 콩으로 만든 두부찌개를 먹었다. 저녁때는 호주산 소고기로 외식을 했다. 함께 구워먹은 마늘은 중국산이었다. 어제 마트에서 고른 오렌지는 미국산이었다.

오늘저녁 비빔밥에 넣은 참기름은 인도산 수입참깨로 만들었고, 식사 후에 집어든 쌀과자와 식혜의 재료조차 미국산이었다.

난 요즘 내가 먹는 음식이 국내산인지 수입산인지를 알아보는 중이다. 그런 중에 난 놀라운 사실을 알아내었다. 마트에 진열되어있는 식료품 80%의 원산지가 수입산이라는 점이다.

정작 내가 놀랐던 것은 수입산이 80%라는 수치가 아니었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이 20% 정도라는 통계수치를 마트나 식당에서 나 스스로 터득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자료를 찾아보았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이 24%로 OECD국가 중 최하위였다. 1인당 해외 식품 수입량은 세계 최고였다. 이는 일본의 1.3배에 달했다.

난 그동안 식량주권과 식량자급을 혼동해왔다. 우리나라는 분명히 식량주권을 획득했다. 굶는 사람이나 영양실조로 고통 받는 사람이 거의 없는 나라가 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식량주권은 우리가 수출이나 수입 등의 교역을 통해 필요한 식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이지 식량자급은 아니라는 것이다.

식량자급은 우리나라 사람에게 영양을 공급할 만큼 우리의 국경 안에서 식량을 생산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 자급률이 24%에 불과하다. 우리는 식량주권의 착시 속에서 여유롭게 밥을 먹고 있는 것이다.

식량 유통과정에 어떤 변수, 즉 전쟁, 자연재해, 기상이변, 거대 곡물회사의 횡포 등이 생긴다면 우리나라 국민의 80%는 곧바로 기아선상에 놓이게 된다.

우리가 풍요한 행성이라 여기는 지구상에서 어린이가 5초에 한 명씩 굶어죽는다. 매일 기아로 6만 명이 죽고, 세계 71억 인구 중에 9억 명 가량이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에 있다.

이러한 현실이 그 나라의 가뭄, 내전, 부패한 정권 탓만이 아니라 세계 과두금융과 경제구조의 문제라는 점은 심각한 일이다. 이것은 다국적 식량 투기세력의 살인적인 이윤 추구, 선진국들의 이기적인 농산물 덤핑의 결과라는 것을 되짚어봐야 한다.

카길같은 미국의 거대 곡물회사가 우리가 매일 먹는 밥상위의 식량을 지배하고 값을 매기는 현실이 아찔하기만 하다.

때마침 농협에 근무하는 친구가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 헌법 반영'을 위한 국민동참 서명지였다.

농업은 농산물 생산뿐 아니라 식량안보, 경관 및 환경 보전, 수자원 확보와 홍수방지, 지역사회 유지, 전통문화 계승 등의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데, 이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명시하고 국가의 책무를 강화하자는 내용이었다.

난 왜 이제야 이런 걸 하냐며 친구를 질책했다. 난 내 서명과 함께 아내와 두 아들과 며느리, 아흔 살 가까운 장모의 서명도 받았다. 할 수만 있다면 이제 21개월 된 손자의 서명까지 받고 싶었다. 농업의 문제는 내 손주들이 살아갈 미래에도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전투기와 잠수함 확보를 통한 군사안보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식량안보는 생존과 직결된다. 물과 식량, 에너지 등 생존에 불가결한 것들은 공공재로 그 위치를 재정립해야 한다. 유럽에서는 농민들을 공무원으로 취급하고 대우한다지 않는가.

오늘 아침에 "내전중인 예멘 국민 700만 명이 국경봉쇄로 아사 위기"라는 신문기사를 접했다. 식량자급률 24%인 우리의 농업이 정상인지 난 지금 묻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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