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중동부지역에 가을 이후 겨울가뭄으로 그곳 주민들이 생활용수부족 등 많은 고통을 겪곤 했다. 이런 현상이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다. 지구온난화로 지구생태계가 더 없이 위태롭다. 세계적인 기상전문가들이 밝힌 기후모형에 의하면 21세기 미국 남서부를 비롯한 인도 중북부, 중국내륙 등에 대가뭄이 예상된다고 했다. 그 원인으로 '태평양 10년 주기 진동의 하강국면'과 '20년~30년을 주기로 북태평양에서 일어나고 있는 엘니뇨와 비슷한 현상' 그리고 '온실가스에 의한 기온상승'으로 비구름이 특히 미국 서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 미국 남서부지역에 가뭄이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장기적으로 상승한 기온이 태평양의 대기 순환을 또 다시 몰고 간다면 중세에 덮쳤던 대가뭄이 다시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런 기후변화현상은 지구촌 어느 한 곳도 예외 없이 나타난다.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풍부한 것이 물이었다. 물은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것만큼 얻을 수 있었다. 그런 우리나라를 1992년 유엔이 물 부족국가로 분류했다. 물 부족 원인이 기후변화에 따른 강수량이 줄어진 이유도 있었지만 전국 모든 하천이 공장폐수 또는 가정과 각종 사업장에서
움직임 속의 고요함, 고요함 속의 움직임을 느껴보시라. 세상은 온통 동(動)과 정(停)이다. 참새가 시끄럽게 재잘거리면 제비는 조용히 날아오르고, 배가 통통거리며 지나가면 물살은 가만히 번진다. 천둥번개가 요란하면 머잖아 햇살이 부드럽게 퍼지고, 격정의 시간이 지나면 평화가 찾아온다. 벌판을 뛰는 노루가 있는가하면 그 아래로 소리 없이 피어나는 들꽃이 있고, 열정을 다하여 노래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조용히 경청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동(動)과 정(停)은 함께 있다. 우리 부부가 사는 방법도 이 둘의 화음이다. 어쩌다 함께 외출이라도 하려면, 설거지하고 화장하고 옷을 다림질하고 넥타이 골라놓고 남편 구두를 현관에 돌려놓는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눌러놓는다. 그는 몸에 옷만 걸치고 나오는데도 번번이 기다리는 건 나다. 운전만 해도 그렇다. 한없이 양보만 하는 그가 답답해서 운전대를 거의 내가 잡고 다녔더니, 자기 남편은 운전을 못하느냐고 누군가 작은 소리로 물은 적도 있다. 좋아하는 음식도 반대이고, 연속극 취향은 물론 취미도 다르다. 둘이 어떻게 끌렸을까. 젊은 날에나 지금이나 동동거리는 처녀와 슬로우 맨 총각이 만나 스파크가 튀었다. 세상을 몰라
곰을 잡는 방법이 있다. 그 내용은 이러했다. 큰 돌에 꿀을 발라놓고 돌을 나무에 매달아 놓으면 꿀 냄새를 맡고 곰이 오게 된다. 곰은 꿀을 먹기 위해 돌을 건드리게 되고 돌은 힘을 받은 만큼 진자운동에 의해 곰에게 부딪치게 된다. 곰은 미련하여 이것이 자기를 공격한다고 생각해서 더욱 힘차게 돌을 밀게 되고 돌은 가해지는 힘만큼 다시 곰에게 반응을 준다. 이러한 행위가 반복될수록 곰의 공격과 돌의 공격이 진행되고 결국 곰은 돌에 맞아 쓰러지게 된다는 것이다. 머리에 혹이 난 곰이 사람에게 알리려는 살신성인은 남에게 주는 상처는 되돌아온다는 것일 것이다. '미련곰탱이'라는 말이 맞는다면 나무 밑에 혹이 난 체 누워있는 곰을 쉽게 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곰 잡으려는 돌도 못 봤으니 돌에 맞아 화가 잔뜩 난 곰이나 뇌진탕에 걸린 체 누워있는 곰을 보긴 더 어렵다. 이 이야기처럼 단순하고 직접적 공격과 반응도 많겠지만 사회가 커지고 다양해지면서 예기치 않은 간접적 상처를 주는 것이 많을 것이다. 피곤한 사람이 버스를 타고 가고 있는데 노인이 버스를 탔다. 경로석은 아니었지만 피곤한 사람은 노인을 위해 자리를 양보했고 노인은 거절을 하려 했지만 약간의…
행복하다. 출근길에 6·13지방선거 후보자들이 사거리마다 허리 굽혀 인사하니 대접받고 사는 기분이다. 하루 주인대접 받고 4년 머슴 노릇하는 것이 선거라지만 이번 기회가 아니면 언제 높으신 분들에게 깍듯이 인사를 받아보겠는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이 지방의원이다. 술좌석에서 지방의원이 안주로 오르면 어찌 그리도 잘근잘근 맛나게도 씹어대는지. 그도 그럴 것이 언론에 오르내리는 지방의원의 평가는 썩 좋지 못하다. 잘한다는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고, 일감몰아주기, 시 소유 정자 무단철거, 아내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업무추진비 사용, 물난리 때 해외연수, 직무과련 업체와 필리핀 골프여행 등의 부적절한 처사와 언행으로 시민을 화나게 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렇다 보니 지방의원이 뭐 필요하냐며 월급 주기도 아깝다는 시민의 의견이 다수인 것이 놀랍지 않다. 그렇다면 정말 지방의원은 필요 없을까· 지방의원은 하는 일 없이 월급만 타 먹고, 의회에서 싸움만 할까· 그렇지는 않다. 국민으로부터 가장 많은 원성을 듣는 곳이 국회라고 해서 국회의원 모두가 뒷돈 챙기고, 특권만 누리는 곳이 아니다. 국민에게 꼭 필요한 법안을 만들기 위해 밤샘하는 국회의원도 있고, 사회적 약자를…
[충북일보] 6·13지방선거에서 선거펀드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충북에선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이 가장 먼저 나섰다. 6·13지방선거 충북교육감선거 출마를 위해 선거펀드 모집 준비를 하고 있다. 김 교육감은 지난 2014년 5월 선거 때도 '행복교육 희망펀드' 5억 원 모집에 나서 인기몰이를 했다. 선거펀드를 예비후보 단계에서 진행하면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사전여론을 조성하고 지지자들로부터 다짐 계약을 받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돈도 모으고 홍보도 하는 일석이조의 선거홍보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선거펀드 홍보용 콘텐츠를 만들면 SNS전략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시민에게 빌린 깨끗한 선거자금을 공정하게 운영하는 후보자 이미지도 큰 장점으로 부각된다. 무엇보다 선거자금 조달이 투명해져 신뢰 확보가 쉽다. 선거펀드가 선거 출마자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건 몇 년 됐다. 유시민 펀드가 2010년 4월 하루만에 4억 원을 모아 이슈가 됐다. 4일 만에 8천명 이상 참여해 41억 원이 모아졌다. 유 후보는 낙선했지만 15% 이상 득표해 그해 8월에 원금과 이자를 모두 상환했다. 문재인 펀드는 지난해 4월 출시 61분
동서고금을 통하여 학생이 중심이 돼 정권교체를 이룬 일은 4.19혁명이 유일하다. 1960년 4월19일을 전후해 대한민국의 젊은 사람들(대학생, 고등학생)은 3.15부정선거를 규탄하며 "3.15부정선거 다시하라, 자유당 정권 물러가라"고 거리로 뛰쳐나와 격렬하게 외쳤다. 청주에서도 4월18일과 19일에 청주대학교를 비롯한 청주공고, 청주상고(현 대성고), 청주농고, 청주고, 세광고, 청주여고, 청주여자기고 등 수천명의 학생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충북도청을 향해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수백명의 학생들을 연행해 청주경찰서와 충북경찰국에 구금하고 혹독한 심문을 자행했다. 전국 5대 도시에 계엄령을 선포해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 총격을 해 맨주먹, 맨손으로 저항하던 186명의 꽃다운 고귀한 생명이 스러져갔다. 고귀한 학생들의 대가를 치르고 쟁취한 4.19혁명은 제2공화국에서는 혁명으로 정의됐으나 1961년 총칼로 정권을 탈취한 5.16 군부독재 정권은 4.19혁명을 의거로 폄하했으나 1987년 10월29일 제정된 대한민국 헌법전문에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명시해 4.19민주혁명 정신이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이며 헌법정신임을 밝히게 됐다.…
우리사회는 저출산과 고령화의 인구구조의 변화와 경제의 저성장단계 진입, 급격한 기술변화로 인해 일상생활에도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곧 다가올 2020년대에는 교육과 직업, 가족생활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자리하게 될 것이다. 1970년대 이후 형성된 평생직장의 개념은 1997년 금융위기(IMF)이후에 평생직업의 개념으로 이동하고 4차 산업혁명의 급격히 변화하는 기술발전으로 직업의 생성과 소멸이 빨라진다고 한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져 일을 그만두는 연령도 늦추어질 것이다 그래서 평생교육을 통해 직장의 순환, 직업의 순환을 준비해야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이런 변화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21세기를 살아갈 청소년들에게 기성세대에게 적용했던 20세기의 방식으로 교육하고 있다. 최근에 문제풀이와 암기로 성적을 평가하고 줄을 세우는 것에서 바꾸려는 모습들이 조금씩 보이고 있다. "우리 아이들의 즐거운 배움과 행복교육의 토양을 일구기 위해 학교와 마을, 지자체가 그리고 교육청이 함께 힘을 모았다. 이런 우리 마을 이야기 함께 들어볼까요·" 라는 글로 행복교육지구사업을 소개하고 있다. 배움과 교육을 위해 학교와 마을이 힘을 모은다는 설명에 관심이 간다. '모두를
"선생님, 제 사주는 좋은지, 나쁜지 봐 주세요." 평생 명리학(命理學)을 연구하고, 강의하면서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입니다. 이는 곧 많은 이들이 좋은 사주와 나쁜 사주가 별개로 존재한다고 믿는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인생은 참 불공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주의 좋고 나쁨을 묻는 질문을 받으면, 슬쩍 창밖의 풍경을 가리킵니다. "봄은 좋은 것인가요, 나쁜 것인가요?" 그렇게 반문하면, 사주를 의뢰한 사람은 살짝 당황합니다. "봄은 봄이지, 좋고 나쁜 것이 어디 있어요? 아, 어쩌면 취향은 있겠군요. 전 추운 겨울보다는 봄이 더 좋아요." 의뢰인은 이렇게 스스로 답을 구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사주에는 자연이 변화하듯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성향이 존재합니다. 그러니까 그 사람의 타고난 성향은 있지만, 그 성향의 좋고 나쁨은 없다는 말입니다. 중국의 유명한 명의(名醫) 화타는 10년 동안 자신의 문하에서 의술을 배운 제자에게 뒷산에서 약에 쓸 수 없는 재료를 찾아오라고 말했죠. 제자는 종일 산에서 헤맸지만 약에 쓸 수 없는 재료는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어요. 제자는 어둑어둑한 저녁 무렵 빈손으로 스승 화타 앞에 나타났습니다. "제
부모가 노비신분이면 자식도 노비로 살아야 하는 신분질서로 꽉 막혔던 시대가 있었다. 자식 된 도리로 부모를 장남이 모시는 게 절대적이던 시대가 있었고, 결혼하고도 여성이 직장생활을 하면 남편의 무능력으로 내몰던 시절도 있었다.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자녀를 집에서 키우는 것이 당연하던 시기도 있었다. 지금이야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세상에나"할 일이지만 불과 몇 십 년 전의 사고방식이었고, 우리의 문화였다. 그것을 완전히 뒤바꿨다고 할 수는 없지만 현 시점을 기준으로 그런 생각이 주류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세상은 달라졌다. 아픈 부모를 전문시설로 모시는 게 현명한 시대이고, 결혼여부와 상관없이 직장생활을 통해 자아성취와 경제적 독립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 버렸다. 초등학교 입학 전 어린이집에 다니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고 오히려 그 과정을 국가가 책임지고 있다. 전혀 어색한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혼인관계를 유지하지만 각자 따로 살면서 한 달에 한두 번 만나는 부부들이 늘어나고 있다. 부부가 서로의 삶에 간섭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면서 좋은 감정을 갖고 부부로서의 만남을 이어가는 것이 본래의 목적이다. 말하자면 '결
"죄 없는 그대들은 가고 / 잔인한 달 4월에 / 이제야 들었다. 그대들 음성이 / 메아리 되어 / 겨레의 가슴에 징을 치는 것을" '학생혁명 시집'에 실린 김춘수 시인이 쓴 시 '이제야 들었다 그대들 음성을'의 일부다. 참여 인원 10만 명이상, 사망자 수 185명, 부상자 수 1천500여 명. 4·19 혁명(四一九革命) 또는 4월 혁명(四月革命)은 19일인 오늘로부터 58년 전인 1960년 4월 19일 대한민국에서 제1공화국 자유당 정권이 이기붕을 부통령으로 당선시키기 위한 개표조작에 반발하여 부정선거 무효와 재선거를 주장하는 학생들의 시위에서 비롯된 혁명이다. 3·15 부정 선거의 무효와 재선거를 주장하던 3·15 마산 시위에 참여한 마산상업고등학교 입학생 김주열이 실종된 지 27일 후인 4월 11일 아침 마산 중앙부두 앞바다에서 왼쪽 눈에 경찰이 쏜 최루탄이 박힌 처참한 모습으로 떠올랐다. 이러한 이승만 정부의 강경진압에 맞서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교수와 시민들도 동참하게 됐다. 결국 4월 26일 오후 1시에 이승만은 라디오 연설을 통해, 대통령 자리에서 하야했다. 그 후 대한민국 최초이자 최후의 의원내각제 정부이자 헌정 사상 두 번째
[충북일보] 충북좋은교육감추대위원회(추대위)가 제안한 6·13지방선거 충북도교육감 보수 후보 단일화가 결국 무산됐다. 보수진영의 후보단일화 작업이 4년 전과 똑같은 전철을 밟고 있는 셈이다. 추대위는 지난 16일 황신모 전 청주대 총장을 단일후보로 결정했다. "추대위 검증 방식인 여론조사 50%와 추대위 평가 50%를 합산해 적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심의보 후보는 "단일화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심 후보는 추대위의 발표와 관련해 단일화 무산 의지를 분명히 했다. 기자회견을 통해 추대위의 참 나쁜 단일화 방식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단일화와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교육감 선거에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보수 진영의 단일화 실패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4년에도 후보단일화 추진위원회가 구성됐다. 최종 본선 후보까지 낙점했다. 하지만 컷오프 후보가 반발해 무산됐다. 여론조사 제외 후보까지 선거에 나섰다. 선거에서 후보 단일화 작업은 대개 세력이 비교적 약한 쪽에서 이뤄진다. 최종 목표는 말 할 것도 없이 선거 승리다. 물론 목표대로 승리할 때도 있다. 선거 때마다 당리당략이니 이합집산이니 하는 식의 비난을 받는 이
최근에 정부는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보행자 중심으로 차량의 제한속도를 도심지역은 60→50㎞/h로, 이면도로는 30㎞/h로 낮춘다고 했다. 우리나라 사망자 중 보행자 비중의 40%로 대단히 높고 보행자 사망사고의 52%가 이면도로에서 발생되고 있다. 이면도로란 보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은 폭 9m 미만의 도로를 말한다. 그러나 보행자 사망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도로는 주택가 이면도로가 아니라 2차로로 구성된 지방도, 국도에서 발생되고 있다. 왜냐하면 보도는 비좁고 포장이 안 되어, 특히 야간이나 비가 오는 날에는 차도를 이용 보행하다, 치명적인 사고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2개월 전 정하동 토성길에서 최 모씨가 야간에 길을 걷던 중 1,5t 차량에 치여 숨졌다. 참고로 아직도 보도가 비포장인 도로가 많은데 이러한 도로를 걸어가야 할 경우 보통 때와는 반대로 좌측으로 차량을 마주 보며 걸어야 사고를 피할 수 있는 안전한 보행방법임을 강조하고 싶다. 사례를 들면 진천~초평 간 지방도 592번 도로(지금은 4차로로 확장됨)는 도로 선형이 좋아 차량은 80㎞/h이상 과속을 하는데 보도는 정비되지 않아 보행자 사망 사고가 많았다. 결국 진천경찰서에서
세상을 살다보면 억울한 일을 당하게 마련이고, 이런 때 찾는 게 법이다. 물론 법에 호소하기 전까지는 대화로 해결해 보려고 무진 애를 쓴다.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때 마지막으로 찾는 게 법이다. 그렇다면 법은 억울한 사람에게 희망이어야 하고, 절망한 서민에게 길잡이여야 한다. 문제는 법으로 해결하려고 찾아가면 더 절망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법에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하다. 억울한 사람을 보호하지 못하는 법이라면 현실에 맞도록 개정하는 게 국회의원의 임무다. 정치권에서 이런 일을 못 하면 법조계라도 들고 일어서야 한다. 이런 일을 맨 먼저 파악하는 게 법무사나 변호사이고, 마침내 판사나 검사도 알게 마련이다. 이들이라도 나서서 법 개정 필요성을 제기해야 한다. 이런 법이 부지기수이고, 수많은 사람이 고통당하는데도 아무도 고치려고 하지 않는다. 예를 하나 들겠다. 올해 칠십 세인 한 농부의 이야기다. 나이도 많고 건강도 좋지 않아서 농사짓던 땅 1천여 평을 임대주기로 하고 부동산에 내놓았다. 어느 날 벌을 키우는 양봉업자가 찾아왔다. 일 년에 30만 원씩 받기로 하고 계약했다. 계약 기간이 다 되어가자 기간이 만료되어가니 원상회복해서
꽃눈이 날리는 황홀한 봄날이다. 따스한 햇살이 옷 속으로 파고들어 살갗을 간지럽힌다. 사방을 둘러봐도 꽃들에 취한 얼굴들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 여유롭게 거니는 쌍쌍의 커플들은 찰칵찰칵 낭만을 담기에 바쁘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행색에서 느껴지는 평화로움 속에 유독 눈에 띄는 아주머니 한 분이 계신다. 포대기로 어린아이를 업은 듯한 자세로 조금은 분주하게 바삐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옆에서 나와 걷고 있던 딸아이가 "엄마, 아줌마가 개를 업었네."라고 한다. 정말이지 개를 업고 걷고 있었다. 순간,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사람은 더불어 함께하는 사회적 동물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이, 서로가 함께 의지하며 공동체 속에서 살아오고 있다. 그런데 산업사회가 발달할수록 개인 중심의 사회로 변화하며 홀로 사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홀로 사는 사람들이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반려동물을 애지중지 키우면서,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밥 먹고 함께 산책하곤 한다. 물론,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을 나쁘다고 말하고 싶진 않다. 맞벌이인 나도 아이들이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 강아지를 키운 적이 있다. 친구들은 학교 끝나고 집에 가면 엄마가 반갑게 맞아주는데, 집에 오
옛날 천년 고도라 부르는 우리 고장 청주에서 난데없이 온 나라를 뒤흔드는 쿠테타가 일어났었다. 그것을 보통 '이인좌의 청주 반란'이라 일컫고 역사에는 '무신 난 戊申亂'이라고 적었다. 1728년 영조 4년 3월 15일의 일이었다. 그날, 청주는 당연히 발칵 뒤집혔고 이인좌가 이끄는 반란군은 단 하루만에 관아를 점령했다. 그때, 청주목사 박당은 혼자 도망쳤고 병마절도사 이봉상, 영장 남연년, 비장홍림은 목숨을 잃었다. 그 일로 홋날 박당은 삭탈관직 당했고, 순국한 그 세 사람은 나라로부터 그 충성심을 높이 사서 청주 수동 표충사에 배향되었다. 그뿐만 아니었다. 그에 관한 책임을 물어 충청감사 권참은 섬으로 유배되고 충청어사 이도겸은 파면 당했다. 그리고 청주는 서원현으로, 충청도는 공충도로 강등되었다. 무려 9년 동안이었다. 그토록 엄청난 재앙의 폭탄을 터트린 이인좌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는 세종대왕의 11세손으로 명문대가 집안 출신이었다. 그의 증조부는 공조판서, 조부 형제는 형조판서 전라감사를 지냈고 좌찬성 윤후의 손자사위로 남인에 속했다. 그의 외가가 괴산 송면 이어서 자주 그곳과 청주를 들락거리면서 많은…
[충북일보] 영국의 유명 작가 제인 오스틴(Jane Austen, 1775~1817년)의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 오스틴은 6남 2녀 중 7번째이자 둘째 딸로 태어났다. 정규교육을 받은 것은 겨우 11살까지에 불과하지만 15살부터 단편을 쓰기 시작했다. 1796년, 첫사랑에 빠진 오스틴은 남자 쪽 집안 반대로 결혼이 무산되는 아픔을 겪으면서 '첫인상' 집필에 몰두했다. 이 책이 1813년 '오만과 편견'으로 개작된 뒤 빛을 보게 됐다. 시장 논리 무시한 국토부 영국의 시골 롱본(Longbourn)에 사는 베넷 일가의 딸들이 배우자를 찾는다. 베넷 씨가 죽으면 롱본에 재산을 상속시킨다는 계약에 따라 다섯 자매와 베넷 부인은 재산을 모두 잃을 처지에 놓였다. 베넷 일가 상속 계약에는 여자에게 상속을 금지하는 조항이 있었다. 이럴 경우 친척인 목사 콜린스가 재산을 상속하게 된다. 베넷부인은 그런 사태를 걱정해 딸들에게 빨리 배우자를 찾아주려 필사적이었다. 그러나 베넷 씨는 부인과 달리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았다. 주인공 엘리자베스도 경제적 사정이야 어찌됐든 사랑을 위해서만 결혼하려 결심했다. 그녀의 소망은 친절하고 아름다
[충북일보] 국내 항공업계의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대형항공사(FSC) 위주의 기존 항공시장이 저비용항공사(LCC)에 위협받는 분위기다. 충북도 등 자치단체들의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공항과 지역경제 활성화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LCC 유치에 더 집중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만 지방공항을 모기지로 한 에어로케이 등 3개 항공사의 면허 신청이 예고돼 있다. 충북도의 관심은 남다르다. 지난해 말 반려된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다시 신청하기 위해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항공업계 간 과당경쟁과 지방공항 활성화 및 지역민 항공편의라는 상충된 이해관계에 의한 진통이 예상된다. 충북도는 청주공항을 중부권 거점공항으로 육성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특히 국제노선 다변화와 LCC 설립 지원에 주력하고 있다. 6·13 지방선거에 나선 충북지사·청주시장 선거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이미 주요 공약 목록에 LCC를 반영했다. 충북도나 지방선거 후보들이 청주공항 LCC 모기지에 신경 쓰는 이유는 분명하다. LCC가 갖고 있는 여러 장점 때문이다. 그중 저렴한 비용은 가장 큰 강점이다. 궁극적으로 공항 활성화를 이끌 가장 큰 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충북일보] 6·13지방선거가 두 달도 남지 않았다. 선거전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후보들과 관련된 미투 의혹도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해명과 반박이 거듭되고 있다. *** 수직적 지시의 시대 지났다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도 20년이 훨씬 넘었다. 하지만 주민이 주인 되는 진정한 지방자치는 아직도 요원하다. 지역은 주역을 맡지 못하고 여전히 변방이다. 허상만 가득해 홀대 받는 지조차 모른다. 진정한 지방화 시대는 곧 도래 한다. 본격적인 지방시대를 대변할 목소리가 필요하다. 코앞으로 다가온 6·13지방선거부터 잘 치러야 한다. 거기서 지방자치 시대에 적합한 인물을 골라내야 한다. 그게 시대적 요청에 부합하는 길이다. 지방화 시대는 결코 한가할 수 없다. 시장경쟁은 이미 국제적이다. 지역 간을 넘어 국가 간으로 치닫고 있다. 국내적 경쟁은 물론 국제적 경쟁까지 이겨내야 한다. 지자체를 중심으로 지역은 이미 그런 이중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 과제를 빨리 해결해야 선진 지자체로 우뚝 설 수 있다. 충북이 이번 지방선거를 잘 치러야 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그런데 후보들 면면을 보면 예나 제나 비슷하다.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다. 여당이나 야당
여자는 봄을 타고 남자는 가을을 탄다고 했던가! 여자의 계절, 봄이 왔다. 새싹이 돋아나고 나무들이 녹색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산천이 기지개를 켠다. 따스한 봄바람에 마음이 살랑살랑해져 나도 모르게 봄의 정취에 이끌려 거리로 나선다. 발길 닿는 대로 걷다보니 무학시장 근처 대봉교와 소봉교 중간지점이다. 이곳은 충주시내 중심을 흐르는 교현천과 지현천이 하나로 만나는 곳이다. 바람이 불 때마다 이름 모를 산나물, 텃밭에 심을 묘종 등이 즐비하게 주인을 기다리는 인근 전통시장에서 풍기는 싱그러운 초록의 봄 내음이 코끝을 간질이는 것 같다. 물길이 합쳐져서인지 여기부터는 하천이 제법 너른 폭을 유지하면서 삼원초등학교 뒤편으로 흘러 국원고등학교를 부채 호 모양으로 돌아서 하천에 새들이 많아 봉계라 불리던 주택가를 지난다. 이어 방씨들이 많이 살아서 상방과 하방이라 불리게 된 봉방동 푸르지오아파트와 대규모 하우스 단지를 끼고 무심히 흘러간다. 대봉교 아래 하천 산책길로 내려가다 보니 누군가 길가 벚나무 아래에 꽃을 몇 송이 줄지어 심어 놓은 것이 눈에 띈다. 아직 작은 꽃망울만 빨갛게 보이는 초록 한 움큼이 절로 미소 짓게 한다. 4월 따스한 바람을
북 콘서트를 다녀오다가 다섯 정류장을 남겨놓고 버스에서 내렸다. 내가 좋아하는 산책길에 들어서니 양쪽 길의 가로수가 다정하게 손잡고 있다. 연녹색의 단풍잎은 이제 갓 돌을 지낸 아가의 손처럼 작고 귀엽다. 봄비를 먹고 있는 초목은 밖에서 실컷 놀다 들어와 깨끗이 세수한 일곱 살 적의 아들 얼굴 같다. 4월의 중간쯤을 달리고 있는 요즈음에만 볼 수 있는 수채화 같은 풍경이다. 집으로 향하는 길에서 같은 노래를 반복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 철새 따라 찾아온 총각 선생님" 아무래도 한 시간 전에 다녀온 북 콘서트 행사에서 최시선 작가의 하모니카 연주에 맞춰 불렀던 노래 때문인가 보다. 지난 3월, 청주시 성안길 한 서점에 인문학 소통 공간인 '문화공간 우리'라는 사회적 협동조합이 생겼다. 인문학 강좌 '공감' 인문학 프로그램 '동행' 예술체험 프로그램 '끌림' 청소년 동아리 지원 '키움' 열린 마당 '소풍' 등 아홉 가지가 테마별로 운영된다. 각 월별로 요일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을 기다리고 있다. 북 콘서트는 지난 3월에 있었던 권시우 작가의 '사람을 배우다'에 이어 오늘이 두 번째 행사다. 모든 일을 미루고 서점
국내 커피시장이 최근 10년새 3배 이상 커져 그 규모가 11조 7천억 원을 넘어섰다. "물보다 커피를 더 자주 마신다"는 말이 실감나는 지표가 아닐 수 없다. "커피는 교양이다"는 말이 생활 속에 스며들면서, 커피를 이야기하며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커피이야기 중 널리 회자되는 것이 기원설이다. 커피의 탄생과 관련해 가장 오래된 이야기는 '에덴동산의 기원설'이다. 창조론을 믿는 사람들에게 모든 생명체는 천지창조 때 만들어져 에덴동산에 있어야 한다. 커피나무는 과연 에덴동산의 어디에 있었을까· 구약성서의 창세기는 에덴동산 한 가운데에 '생명나무(tree of life)'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tree of knowledge of good and evil)'가 있었다고 전한다. 인류는 생명나무의 열매를 먹으면 영원히 살 수 있었던 것인데, 아담과 이브가 뱀의 유혹에 빠져 선악과를 따먹음에 따라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됐다고 성경은 가르친다. 창세기는 기원전 1446년~1406년 모세에 의해 쓰여졌는데, 그는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와 '선악과'로 표기했을 뿐 '사과'라고 적시하지 않았다. 선악과가 '사과'라고 구체적으로 표기된 것
진상품으로 임금 수라상에 오른 매생이국은 음력 3월이면 끝물이다. 지금에야 냉장시설이 좋아 사시사철 먹을 수 있지만, 옛날에는 찬 기운이 사라 질쯤에 매생이도 같이 사라져 다시 겨울이 오면 먹을 수 있었다. 매생이(每山伊)는 한자로 이끼를 뜻하며 뻘밭이나 자갈, 바위 등에 붙어 자라는 그런 것이란 이름이다. 청정해조류 매생이는 물발이 강하지 않고 수심이 깊지 않으며 오염되지 않은 바닷가에서 자란다. 또 수온에 민감한 매생이는 바닷물 수온이 높으면 녹아버리기 때문에 20도 아래로 떨어지는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수확이 이뤄진다. 바다의 별미 식재료인 매생이는 우리나라에서만 먹는 음식인데, 잘 알려진 대로 '미운 사윗국'이란 애칭이 붙어 있다. 딸을 힘들게 하는 사위가 몹시 미웠던 장모가 매생이국으로 찾아온 사위를 한바탕 골탕 먹이는 이야기다. 매생이국은 팔팔 끓여 대접에 담아도 김이 잘나지 않는데, 이 사실을 모르고 급히 먹으면 혀와 입천장을 데여서 말 못할 아픔까지도 감수해야만 한다. 그간 이름조차 낯선 매생이는 장흥, 강진, 완도, 고흥 등 전라도 일부 해안지방에서 주로 먹을 뿐 1990년대 후반부터 전국적으로 알려진 음식이다. 예전에는 어쩌
더불어 민주당 충북 청주시장 예비후보인 유행열 전 청와대 행정관이 미투 폭로로 곤경에 처했다. 민주당 충북도당 홈페이지에 '미투를 말한다. 당장 피해자에게 공개사과하고 청주시장 후보 사퇴하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서부터다. 자신을 유 씨의 후배라고 밝힌 작성자는 "청주시장 예비후보인 유씨가 1986년 4월 초 우암산 산성에서 후배인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1986년이면 32년 전이다. 유후보는 황당해했고, 일부 여론은 유후보를 동정했다. 40년 전 자신이 신생아 때 목욕을 시키며 성적 수치심을 안겨 준 산부인과 간호사를 미투한다는 식의 농담이 유행열 32년 전 미투 폭로기사 아래 붙기도 했다. "공개 사과와 함께 당장 청주시장 후보를 사퇴하지 않으면 이후에 어떤 문제가 일어나더라도 도당과 유씨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 경고했던 작성자는 연이어 미투 자료를 유포했다. '지원'이라는 가명이 아닌 본인의 실명으로 충, 남북도 언론사와 기자 수십 명에게 당시의 성폭행 시도사실을 자세히 기록한 메일을 발송한 것이다.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A씨는 '그 날의 기억'이라고 제목을 붙인 메일에 32년 전의 사건을 어제 일처럼 정리했다. 1986
[충북일보] 권력자들에 대한 'Me Too(나도 당했다)' 사례가 터져 나오고 있다. 과거 성폭행과 성추행 관련 폭로와 고발이 대부분이다. 충북에서도 미투 후폭풍이 거세다. 6·13지방선거판을 뒤흔들고 있다. 대부분 여권의 예비후보를 겨냥한 폭로여서 관심이 더 증폭되고 있다. 해당 후보의 재직시절이나 학창시절 일이다 보니 지금도 진실공방이 거듭되고 있다. 충주시장 선거 예비후보로 나선 여권의 한 후보는 얼마 전 미투 의혹에 휘말렸다. 곧바로 진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거짓말 탐지기 조사까지 자처하며 규명에 나섰다. 최근엔 청주시장 예비후보가 미투 의혹 제기와 관련돼 곤욕을 치르고 있다. 미투 운동은 오랜 시간 파장을 낳고 있다. 적잖은 유명인들이 충격적인 폭력의 가해자로 언론에 오르내렸다. 사회 각계에서는 미투로 드러난 성폭력 문제를 개선하려 하고 있다. 일상의 성폭력 문제를 논의하고 대안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미투 운동은 기본적으로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높이는 운동이다. 그동안 피해자임을 드러내지 못했던 사회적 분위기를 뒤집는 운동이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 일침을 가하는 사회적 행위다. 좀 더 적극적으로 보면 혁명적 운동이다. 사회적 권
날씨가 차다. 비바람에 창문은 덜컹대고 가뜩이나 어수선한데 아랑곳없이 따스했던 도서관. 이른 시각이라 한 두 사람만 열람실을 오갈 뿐 조용하다. 불현듯 여직원이 틀어놓은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 내 집 서재에서 따끈한 차를 마시며 좋아하는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 것 같다. 여기서 더 무엇을 바라랴 싶게 깨알같이 아기자기한 도서관의 하루가 천금보다 귀하다. 남들은 그깟 정도에 뭐 그러랴 하겠지만 나로서는 그보다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 또 없을 듯싶은 그 기분. 오래 전 나의 소원은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있었으면 하는 거였다. 서점이 없어 책을 사기도 힘들었다. 책이 필요할 때는 인근의 도시를 찾아다니면서 구입했는데 20년 후에 마침내 도서관이 생겼다. 이따금 가서 책을 읽다 보면 해 지는 줄도 몰랐다. 얼마나 좋은지 그 때의 감격이 아직도 선하다. 그러나 외진 데라 버스도 없고 택시를 타자니 왕복 만원이 넘었다, 주변의 아파트 사람들이 최고 부러울 때였다. 비가 오고 추운 날은 더 간절했다. 도서관 원정을 다니던 것과 비교하면 가당치 않은 타박이었으나, 15년 뒤 마침내 집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생겼다. 걸어서 3분 정도라 조용히 앉아 책 읽는 것만 빼고는…
[충북일보] 산과 들이 펼쳐진 청주 낭성면 추정리에 마당 가득 항아리가 늘어서 있다. 천여 개의 크고 작은 항아리 근처에는 구수하게 익어가는 장 냄새가 은은하게 퍼진다.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정겨운 풍경이 벌써 맛있는 기억을 되살린다. 전순자 대표의 옥샘정은 1995년 청주 금천동에서 선식 가게로 출발했다. 곡물가루 등을 취급하며 메주와 고춧가루에도 관심을 가졌다. 알음알음으로 주문하는 가정에서 원하는 대로 장을 담가준 것이 옥샘정의 시작이다. 더 맵게, 혹은 달지 않게, 각자의 입맛에 맞춰 장을 담가 주며 입소문이 났다. 몇 번의 이전 끝에 2012년 지금의 추정리에 완전히 정착했다. 서늘한 기온과 맑고 풍부한 물이 장 담그기에 최적이었기 때문이다. 30년 전 씨간장으로 숙성하는 옥샘정의 간장은 진하고 깊다. 온전한 콩이 한 알도 들어가지 않은 시판 간장과는 색부터 향까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십여 가지가 넘는 첨가물이 재료로 쓰인 시판 간장과 달리 옥샘정의 원재료는 국산 콩, 국산 천일염, 정제수로 간결하다. 작은 항아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뚜껑마다 날짜와 이름이 쓰여있다. 매년 초 이곳에 찾아와 담그는 손님들의 장이다. 햇볕과 바람 등 숙성을 위한 관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에서 자궁출혈 증상이 있는 임신 15주차 임신부가 병원을 전전하다 신고 접수 2시간 만에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5시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임신 15주차 산모인데 복통이 심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임신부가 하혈과 함께 복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등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구급대는산모를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로 이송했으나, 응급 수술이 필요하단 이유로 상급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구급대는 청주권 주요 병원 6곳의 수용 가능 여부를 알아봤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며 이송을 모두 거절했다. 소방당국은 충북 권역까지 넓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수소문 했다. 이후 진천의 한 병원에서 산모를 수용할 수 있단 답변을 받았고 119 신고 접수 2시간 만인 오전 7시 10분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당시 산모는 자궁출혈이 심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었다"며 "안타깝게도 태아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재 산모는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되찾았다. /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