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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청주시 팀장·수필가

꽃눈이 날리는 황홀한 봄날이다. 따스한 햇살이 옷 속으로 파고들어 살갗을 간지럽힌다. 사방을 둘러봐도 꽃들에 취한 얼굴들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 여유롭게 거니는 쌍쌍의 커플들은 찰칵찰칵 낭만을 담기에 바쁘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행색에서 느껴지는 평화로움 속에 유독 눈에 띄는 아주머니 한 분이 계신다. 포대기로 어린아이를 업은 듯한 자세로 조금은 분주하게 바삐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옆에서 나와 걷고 있던 딸아이가 "엄마, 아줌마가 개를 업었네."라고 한다. 정말이지 개를 업고 걷고 있었다. 순간,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사람은 더불어 함께하는 사회적 동물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이, 서로가 함께 의지하며 공동체 속에서 살아오고 있다. 그런데 산업사회가 발달할수록 개인 중심의 사회로 변화하며 홀로 사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홀로 사는 사람들이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반려동물을 애지중지 키우면서,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밥 먹고 함께 산책하곤 한다. 물론,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을 나쁘다고 말하고 싶진 않다.

맞벌이인 나도 아이들이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 강아지를 키운 적이 있다. 친구들은 학교 끝나고 집에 가면 엄마가 반갑게 맞아주는데, 집에 오면 아무도 반겨주는 이가 없어 너무나 슬프다고 말한 연유에서다. 강아지는 하루가 다르게 사람 말소리도 알아듣고 사람이 하는 대로 흉내도 내고 마치 또 하나의 자식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함께 살며 정이드니, 아이들과 똑같이 행여나 병이 날까 봐 걱정이고 외모도 신경을 써 미용도 해주고 새 옷도 사 입히고 그렇게 한 가족처럼 살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업무상 타지로 출장을 간 어느 날 아들의 전화가 걸려왔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며 대성통곡을 했다. 평소 침착하던 아이가 무슨 일이기에 이러는가 하고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마음을 달래며 울지 말고 얘기 하라하고 들어보니, 쭈쭈가 죽었단다. 6년여를 함께 동고동락한 친구이자 가족이었던 쭈쭈 죽음에 아들 녀석은 1시간을 넘게 대성통곡을 하며 슬퍼하였다. 조금만 일찍 병원에 데려갔으면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탓하면서 말이다. '얼마나 친구가 필요했으면, 엄마의 정이 그리웠으면 그럴까!' 그동안 바쁘다는 이유로 많은 대화도 나누지 못하고 안아주지 못했던 나 자신을 반성하며 아들에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밀려왔었다.

나에게도 좋은 친구이며 가족이었던 쭈쭈. 축 처진 지친 몸으로 퇴근하여 문을 열고 들어서면 얼른 옆에 와서 꼬리 흔들며 반겨주고 졸졸 따라다니던 애교쟁이. 혼자 앉아서 밥 먹으면 같이 웃어주며 이야기하던 수다쟁이. 혼자 앉아 TV를 보면 무릎에 앉아 같이 보던 센스쟁이. 피곤해서 누워 있으려면 함께 발랑 누워 있던 따라쟁이. 어쩌면 사람과 그렇게도 똑같이 행동할까 하고 신기해하며 사랑을 듬뿍 주었던 쭈쭈가 눈에 보이지 않으니 가슴 한끝이 시리도록 아프고 구멍이 뻥 뚫린 듯 허전했었다.

개를 포대기에 업고 가는 아주머니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까? 따스한 봄 햇살을 친구이자 가족인 강아지와 함께 즐기고 싶은 마음으로. 아니면 아파서 칭얼대며 보채는 엄살쟁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느라 그리 발걸음을 재촉했을까? 무슨 일일까? 쭈쭈가 우리 곁을 떠나간 지도 8년이 넘었건만 아들 녀석은 아직도 쭈쭈의 사진을 벽에 붙여 놓고 그리워하고 있다.

이렇듯 반려동물과 함께하며 쓸쓸함을 달래거나 고독을 이겨내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는 사회이다. 반면에, 소중한 생명을 출산 후 인간의 존엄성을 망각한 채 무책임하게 버리는 끔찍한 사건들을 매스컴을 통해 종종 접하기도 한다. 포대기로 개를 업고 가는 아주머니의 모습에서 현시대의 사회적 각박함과 모순에 허탈함이 전해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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