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드는 "신체 구조가 운명이다"라고 했단다. 이즈막 프로이드의 이 언명이 유독 가슴에 와 닿는다. 세상의 절반은 여성이다. 이 절반의 여성들이 자신의 신체 구조에 의하여 남성들로부터 성폭력, 성추행등의 위협 속에 삶을 살아야 한단 말인가. 김계옥 수필가는 자신의 수필 「여성 상위 시대」에서, "모든 여자는 자궁이다. 자궁 속에 있다." 라고 여성성의 정체성을 정의했다. 신체 구조상 여성은 여성성을 벗어날 순 없는 노릇이다. 실은 이러한 여성의 신체 구조가 '어머니'라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숭고한 단어를 여성에게 선사하기도 하였다. 이 땅에 어머니가 없다면 어찌 인류의 역사가 이루어질 수 있었으랴. 흔히 "달걀이 먼저냐? 닮이 먼저냐?" 논쟁을 벌이지만, 아무리 씨앗이 훌륭해도 그것이 뿌려져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게 할 기름진 대지가 없다면 좋은 씨앗도 무용지물인 셈이다. 여성을 굳이 생명의 원천이라는 칭송을 하지 않아도 '어머니'라는 자격만으로도 여성의 몸이 얼마나 신비롭고 위대한지를 알 것이다. 남자로부터 받은 한 톨의 정자를 열 달 동안 태중에 품었다가 뼈를 꺾는 산고를 겪으며 새 생명을 탄생 시키는 게 여성이다. 이러한 여성들이…
꽃이 피었다. 꽃이 활짝 피었다. 온화한 기운에 만물에 물이 오르고 초록빛이 돈다. 그러고 보니 곧 청명이다. 하지만 맘 놓고 꽃구경을 할 수 없는 봄을 맞이하고 있다. 외출이 어렵고 사람 만나는 것이 부담스러운 봄을 맞이하고 보니, 피는 꽃도 슬며시 눈치를 보며 고개를 내미는 듯하고 꽃을 보는 사람도 환호하며 꽃을 반길 수가 없는 실정이다. 먼발치에서 꽃나무를 보고, 창밖으로 꽃길을 본다. 그러다 보니 휴대폰으로 보내 온 사진 한 장도 귀하고 반갑다. 아울러 따뜻한 뉴스도 긴 여운으로 남는다. 그 힘으로 코로나19와의 어려움을 잘 견뎌내고 있다. 사진 한 장이 휴대폰 카카오톡으로 왔다. 베트남이 고향인 제자가 흐드러지게 핀 벚꽃나무 사진을 보내 온 것이다. 올해 중학교에 입학하는 제자는 코로나19로 아직 학교에 나기지 못하고 있다. 사진을 보는 순간 마음이 환해졌다. 꽃 사진을 보고 또 보면서 꽃구경을 실컷 했다. 그런가 하면, 한국에 유학을 와 대학원에서 같이 공부했던, 지금은 중국에 있는 교수도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쑥으로 만든 떡 사진이었다. 반가움에 떡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청명단자'라고 했다. 곧 청명이니,…
개화 김호숙 충북시인협회 망설이지 않는다 가슴에 묻을 만큼 묻었다고 불붙었다고 확확 밀어붙이는 패기를 굳이 나무라고 싶진 않다 허허 대단해 나도 따라서 물들고싶은 이 봄 마음 만은 파릇파릇 울긋불긋 실지 않게 난해하다 더, 더, 터트려도 괜찮다고 너그러워지는 세상 푹 파묻혀 보이지 않아도 좋다 난 이미 다 보여줬을 것 같은 생 더 필 것도 접을 것도 없는 시절에 섰다
[충북일보]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유치전이 뜨겁다. 전국의 지자체들이 미래 첨단기술과 신물질 개발의 필수 장비를 유치하기 위해 뛰고 있다. 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추가 입지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충북에서는 4·15총선 후보의 공약으로 제시됐다. 충청권은 4개 시·도가 뭉쳤다. 지난 30일 충북도와 대전시, 충남도, 세종시가 함께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충청권유치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4개 시·도 단체장과 지방의원, 여야 국회의원 17명, 21개 대학교 총장, 15개 연구기관 대표, 경제단체·기업체 대표 48명 등 100여 명이 참여했다. 공동위원장은 이시종 충북지사와 변재일 국회의원,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맡았다. 충청권 유치 활동의 전면에 나설 참이다. 구체적으로 결의대회 개최, 범 충청권 공감대 확산과 지지기반 만들기 등을 주도할 계획이다. 충북도는 오창을 후보지로 정하고 일찍부터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3월 유치 계획을 수립한 데 이어 방사광가속기 전문가 등 32명으로 자문단도 꾸렸다. 지난해 하반기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과학기술전략연구소 등을 참여시켜 사업 타당성 연구까지 진행했다.…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강화된 내용이 금년 8월14일에 시행된다. 주요 개정사항은 소방안전관리 대상물의 작동기능점검 및 종합정밀점검 결과의 제출 기간을 단축하여 소방본부장 또는 소방서장이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명령을 신속하게 하기 위해, 종전에는 작동기능점검 및 종합정밀점검 실시 결과 보고서를 점검 실시 후 30일 이내에 제출하게 하였으나 앞으로는 7일 이내에 제출하게 해 고장난 소방시설을 최단 시간내에 수리해 화재에 대비하도록 하고 있다. 또, 스프링클러설비가 설치된 특정 소방대상물은 면적에 관계없이 모두 종합정밀점검을 실시하도록 변경하여 소방시설관리업자 등 전문가가 점검하게 했다. 2017년에 화재가 발생한 제천스포츠센터건물은 스프링클러설비가 설치되어 있음에도 연면적이 5천㎡ 미만인 관계로 종합정밀점검대상이 아니어서 비전문가인 관계인에 의한 셀프점검으로 부실점검 지적과 함께 관리업자가 점검할 수 있도록 국회 및 언론 등에서 종합정밀점검 대상 확대요구가 제기됐다. 금번 관련 법 규정 시행으로 연면적 5천㎡ 미만인 스프링클러설비가 설치된 대상을 전문 점검업자가 점검을…
얌전히 물이 끓던 냄비가 덜그럭 소리를 내며 시끄럽다. 꼬르륵거리던 배꼽시계는 와글와글 덜그럭 거리는 바지락 소리에 기세가 눌렸는지 조용히 시곗바늘을 멈춘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며 기포를 뿜어대는 물총 세례에 놀란 듯. 바지락은 꼭 다문 입을 벌리며 항복을 부르짖는 듯하다. 펄펄 끓는 바지락 육수에 칼국수를 넣는다. 면이 익기를 기다리는 동안 지구본을 한 바퀴 돌려본다. 냄비 안의 시끄러운 바지락 소리처럼 코로나 19가 대한민국이라는 땅에서 들끓고 있을 때. 비아냥거리고 손가락질하던 나라들을 하나 둘 세어 본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 누군가를 위해 희생한다는 것. 쉽게 결정하고 행동에 옮길 수 없는 일이지만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전장에 나가는 살신성인의 사람들. 그들이 있기에 내가 지금 이 순간에도 편하게 살아 숨 쉬고 있지 않은가. 머리에서 발끝까지 온몸을 감싸고 땀범벅이 된 모습으로 자신의 수고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응당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겸허함으로 인터뷰에 응하는 자원봉사자의 얼굴이 나를 숙연하게 한다. 사방에 꽃향기 가득하고 파릇파릇 연두색 새순이 올라와 대자연은 싱그러움을 더해가고 있다. 사람들이 어려움에 처해 발버둥 치고 있
추사 김정희는 쉰다섯 가을에 제주도로 유배되어 8년 3개월간 모슬포에서 위리안치형을 살았다. 위리안치(圍籬安置)는 유배지에서 달아나지 못하도록 가시울타리를 두르고 그 안에 가두는 중형으로 추사는 환갑 진갑을 다 그곳에서 맞았다. 어려울 때는 가족이 제일이고 떨어져있는 자식이 걱정인 법이다.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 강진에서 아들에게 "오직 독서만이 살아나갈 길이다"고 편지를 보냈듯이 추사도 아들 상우에게 책 많이 읽으라는 편지를 썼다. "서권기 문자향(書卷氣 文字香:책을 많이 읽고 교양을 쌓으면 그림과 글씨에서 책의 기운이 풍기고 문자의 향기가 난다)이니라" 유배 4년 째인 쉰아홉에는, 권세를 따르는 세속과는 달리 옛정을 잊지않고 중국에서 어렵게 책을 구해 가져다 주는 이상적의 고마움을 세한(歲寒:겨울에 홀로 푸른 소나무)에 비유한 《세한도》를 그려서 "날씨가 추워진 뒤라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공자님의 말씀을 적은 후, '장무상망(長毋相忘:오래도록 서로 잊지말자)'이란 인장을 찍어 보냈다. '어려운 지경을 만나고 나서야 진정한 친구의 의미를 알게되다'가 함의된 《세한도》는 국보 제180호로 지정되어 국립중앙박물관에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누굴 선택해야 나라를 살릴 수 있느냐는 문제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국가가 처한 위기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단순히 국회의원만 뽑는 선거라면 이렇게 걱정하진 않을 것이다. 대통령의 임기 중간에 실시하는 선거라서 정권의 신임을 묻는 성격도 강해서다. 문제는 어느 한 편에 치중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청주시의 중심에 중앙구라는 행정구역이 있고, 거기서 한 명의 국회의원을 뽑는다고 치자. 이 선거구는 상당·흥덕·청원·서원 선거구의 일부씩을 흡수해서 구성했으며, 여기에 출마한 후보는 2명이라고 가정해보자. 가칭 진보당 후보 A는 지방과 중앙을 오가며 행정을 한 행정 전문가이고, 가칭 보수당 후보 B는 대학 시절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오로지 검찰에서만 활동해온 수사 전문가라고 치자. 그 선거구에 사는 60대 노인과 20대 청년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노인은 문재인 대통령 이야기만 나오면 입에 거품을 물며 비난할 정도로 보수 성향이 강하다.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이번 선거에서 반드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여 나라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역설한다. 노인 입장에서는 보수당 후보 B를 지지해야만 정권 심판이란 소신을
[충북일보] 성경사전을 보면 새 술은 New Wine, 즉 완전히 발효되지 않아 아직 당분이 많이 남아 있는 '향이 좋고 달콤한 포도주'를 의미한다. 새 술은 발효성이 매우 강해 새 부대에 넣어 보관하는 습관이 있었다. 우리는 시시때때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얘기한다. 낡은 전통에서 벗어나 왕성한 생명력을 가진 새로운 삶을 의미할 때도 이런 표현을 사용한다. 총선판 물갈이론 대통령과 국회의원,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농협조합장 등. 우리는 숱한 선거를 치른다. 그럴 때마다 '물갈이론'은 단골 구호다. '물갈이론'을 가장 상징적으로 표현하면 바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로 귀결될 수 있다. 오는 4·15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공천에서 탈락한 국회의원만 거의 100명에 육박한다. 총 300명을 뽑는 국회의원 중 30% 이상이 물갈이된 셈이다. 물갈이는 유권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 특히 3선 이상의 다선 물갈이를 통해 신선한 인물을 공천할 경우 해당 정당의 지지도는 올라간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유권자들의 가슴 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무조건적
[충북일보] 코로나19 여파에 하늘길이 잇따라 닫히고 있다. 항공업계의 위기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은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7월 '재팬 보이콧(일본 제품 불매운동)' 이후 체력이 고갈됐기 때문이다. 국내 LCC 상황은 현재 최악이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이미 지난 24일부터 국내선(김포·청주·군산~제주 노선) 운항을 중단했다. 국적 항공사로는 처음으로 운행을 멈추는 '셧다운'에 들어갔다. 잠정적인 운항 중단 기간은 4월25일까지다. 이런 상황에서 에어로케이(Aero-K)가 경영권 분쟁으로 지역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다. 에어로케이는 청주국제공항을 기반으로 한 신생 LCC다. 그리고 AIK(에어이노베이션코리아)는 에어로케이의 지주회사다. 그런 AIK가 무리한 이사진 교체를 시도했다. 지배권 강화를 노린 경영권 재편 의도다. 지역 정·관가 안팎에선 격앙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와 21대 총선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나온 꼼수란 지적이다. 당연한 반응이다. 충북도는 청주공항을 중부권 허브공항으로 키워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 하고 있다. 그게 가장 큰 궁극의 목표다. 사기업이지만…
[충북일보] 4·15총선 흐름이 심상치 않다. 이슈도 정책도 실종된 '깜깜이' 선거로 흐르고 있다. 재·보궐선거는 더 심각하다. 알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아무도 예상 못한 기막힌 선거정국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만든 이상 현상이다. *** 먼저 유권자가 바른 선택해야 재·보궐선거는 결원이 생기면 치른다.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지방자치단체장, 교육감 등이 대상이다. 매년 4월과 10월 상황에 맞게 실시된다. 4·15총선도 재·보궐선거와 동시에 진행된다. 충북에선 광역의원 선거구 3곳이다. 재·보궐선거는 당연히 치러야 한다. 관련법에 그렇게 규정돼 있다. 문제는 비효율적 선거비용이다. 치르지 않아도 될 선거에 비용을 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재선거는 후보였던 당선자 잘못을 국민의 혈세로 책임지는 꼴이다. 충북의 재·보궐선거구는 세 곳이다. 정확히 말해 보궐이 아닌 재선거 지역이다. 모두 지병이나 사망 등으로 어쩔 수 없이 궐위된 경우가 아니다. 당선자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불법 행위를 해 당선무효 처리돼 치러지는 재선거다. 재·보궐선거, 특히 재선거의 부작용을 논의할 때가 됐다. 원인자는 당연히 후보였던 당선인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포괄적 책임에선…
3월 24일, 송미애 도의원이 대표 발의한 '충북도 국외소재문화재 보호 및 환수활동 지원 조례안'이 도의회에서 의결됐다. 이로써 충북도에서 탄생한 국외소재 문화재의 환수 활동이 본격화됐다. 조례에는 15명 이내의 향토사학자, 문화재위원, 관계 전문가를 위촉해 '충북도 국외소재 문화재 실태조사단'을 구성해서 실질적 조사와 환수 활동을 전개하도록 한 점이 눈에 띈다. 현재 조례를 제정하고 환수 활동하는 광역단체는 서울시, 부산시, 충남도 등 6곳이고 기초단체는 부여군이 유일하다. 실태조사단을 구성해 지속적인 활동을 진행하는 곳은 충남도가 유일한데, 충북도 역시 그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각계인사의 참여를 바탕으로 활동을 전개할 수 됐다. 국외 소재 문화재 환수 활동은 지속성이 중요하다. 2005년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서 환수한 북관대첩비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기까지 100여 년의 시간이 걸렸다. 2011년 환수한일본 궁내청 소장 조선왕실의궤는 2006년 환수위원회가 구성되고 2011년 환수되기까지 6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엘긴 마블이라 불리는 파르테논 신전의 조각상을 환수하기 위해 그리스 정부는 187년째 반환 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속성은 지역민들
나는 6.25 전쟁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다. 전쟁이란 말 그대로 '참혹'과 '살벌', 그리고 인간의 내적 외적 파괴행위다. 그 결과는 죽음과 가난과 불행이다. 우리나라가 전쟁의 한가운데 놓여 있던 그 시절 나는 어머니를 따라 벽촌의 어느 농가에서 피난살이를 하고 있었다. 공포와 극빈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던 마을, 그러나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몇 안 되는 작고 허름한 초가집 앞뒤 뜰에는 모두 화초를 심어 기르고 있었다. 분꽃, 봉숭아, 채송화, 접시꽃, 해바라기 등이 전쟁과는 아무 상관없이 피어 있었다. 그들은 왜 전쟁과 기아의 황망함 속에서도 돈이 되는 것도 아니요 밥이 되는 것도 아닌 꽃을 심고 가꾸었을까· 왜 그 꽃들에 바가지로 물을 퍼다 부어 주었을까? 그것은 한마디로 좋아했기 때문일 것이다. '좋아한다'는 그 한마디 외에 무슨 다른 이유를 댈 수 있겠는가. 송강 정철은 '한 잔 먹세 그려/ 또 한 잔 먹세 그려/ 꽃 꺾어 산 놓고 무진무진 먹세 그려'라고 했다. 아마도 '자원방래(自遠方來)'한 유붕(有朋)과 반갑게 술을 마시고 있었을 터이다. 그때에 꽃을 참여시키는 심미안이 대단하다. 하기야 이백도 '양인대작 산화개(兩人對酌 山花開)
3월의 학교는 유난히 밝고 활기찼었다. 긴 겨울방학 동안 동면하듯 웅크리고 지내다 개학과 동시에 아이들은 기지개를 펴고 활동을 시작했었다. 축구를 하며 땀을 뻘뻘 흘리고 정글짐을 요리조리 빠져나가며 신나게 노는 것이 일상이었다. 옹기종기 앉아 재잘거리고 선생님 옷자락을 붙잡고 졸졸 따라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은 귀엽기만 했었다. 나는 지금 문장 끝을 모두 과거형으로 표현하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3월인데 아이들이 학교에 없다. 봄은 어느 해 보다 빨리 찾아와 학교 운동장의 햇살은 따사롭기만 하다. 미선나무가 하얗게 꽃망울을 터트렸고 진홍색으로 꽃망울을 맺었던 살구꽃이 화사한 분홍으로 피어났다. 숨을 참았다가 몰아쉬기 놀이를 하는 것처럼 학교 뜰의 새싹들은 흙덩이 뚜껑을 밀어 올리며 일제히 숨을 몰아쉬며 쏙 고개를 내밀고 있다. 아이들 불러 모아 보여주고 싶은 것도 많고 해 주고 싶은 봄 이야기도 많은데 아이들이 학교에 없다. 새 학년이 되어서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아이들에게 가장 큰 설렘 중에 하나인데 아이들은 아직 가정에 머물러야 한다. 교사들에게 있어서도 3월은 한 해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달이라고들 하는데 재택근무로 서로 얼굴을 마주하
올 우수(雨水)엔 박찬승 충북시인협회 금봉산 산도랑 옆 생강나무 가지의 꽃봉오리가 피울 날 받아놓았다가 날을 밀렸다고 기별이 온다 어름덩이 달린 두엄더미 헤쳐 농사 일 당기는 손길 바쁜 곳에 후끈한 김이 오르는 모습에서 부지런한 농부의 눈에 숨어 든 봄이 들켰고 씨닭으로 둔 닭몇마리는 양지쪽 촌가 뜰에 옹기종기 모여 햇살 달게 받는 날 기상캐스터는 중부지방 영하 10도 내외로 한파주의보라 대비하라 경고하더니 아침부터 대구 경북 서울 경기에 코로나 19 확진자가 스물두명이나 대거 추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시끄럽다
[충북일보] 코로나19가 인류에 전례 없는 위협을 가하고 있다. 전 세계가 비상사태다. 그나마 국내 확진자가 점차 줄고 완치자가 늘고 있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국민 모두의 노력이 이뤄낸 결과다. 하지만 2차, 3차 지역감염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감염자 한 명이 어느 집단에, 어떤 규모에 노출되느냐에 따라 산발적인 감염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별 유행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얼마 전까지는 신천지 신도를 중심으로 대량의 집단발병이 일어났다. 지금은 해외 입국자들이 종종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상당수는 자가 격리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생긴 일이다. 충북 증평의 60대 여성은 미국을 다녀온 뒤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검체 채취 후 자가 격리 권고를 무시하고 다수의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했다. 어이없는 일이다.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 불안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코로나19를 퇴치할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람 간 전파를 차단하는 최선의 방역방법이다. 자칫 방심하면 지금껏 쌓아올린 방역의 둑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해외 입국자들에 대한 관리소홀도 그중 하나다. 해외 입국자 확진 사례가 늘고 있다. 공항 검역
아픔도 폭 삭으면 때로는 그리운 것 대은 김동원 전 제천문인협회장 우리는 때론 어려웠던 시절을 생각한다. 지금 우리가 죽도록 힘들고 아파 고개 꺾을 때 자, 조금 더 멀리 바라보자 함께 참고 이길 수 있는 거잖아 흙탕물 속 연꽃은 물들지 않고 환히 웃고 있잖니
세월이 흐른 만큼 나이는 들어간다. 노화는 피해갈 수 없으며, 노화되어 간다는 것은 새로움보다 익숙해진 일상을 벗어나지 않아야 하는 압박감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칫 실수하면 그동안 쌓아온 것들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과 가족, 쌓아온 명예와 자산 등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건강을 위해 달리기를 시작해봤으나 발목과 무릎 통증으로 포기해야 했다. 그러던 중 찾아낸 운동은 자전거 라이딩이었다. 5년 전 처음 시작했을 땐 그럭저럭 자전거그룹에 뒤처지지 않고 잘 따라붙을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앞서가는 라이더를 따라잡기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앞서가는 라이더를 추월하는 재미가 엊그제 같은데 점점 더 어려워져감을 실감하고 있다. 지난 젊은 시절 펄펄 날던 때가 있었는데 서글픔이 앞선다. 몸이 마음 같이 움직여주지 않아 심한 쇼크에 빠져 있던 날 평소 친밀하게 지내던 사람으로부터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밀려오는 서글픔이 한이 없으며, 고요함을 유지해보려 애써 보지만 역부족이라 했다. 여러 취미가 있지만 평정심이 흔들린 상황에서는 그마저도 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헤어짐에는 여러 원인이
'n번방'을 스치듯 처음 들었을 때 뜬금없이 비슷한 영화 제목이 생각났다. 성 노예, 미성년자, 착취 등의 끔찍한 기사를 읽기 전까지 나는 전혀 상관없는 영화를 떠올릴 정도로 너무나도 무지했다. 텔레그램에 대해 들어는 봤지만 그 세계에서 이토록 참혹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문득 대학 교양수업 때 공창제도에 대해 토론했던 기억이 났다. 디지털 성범죄가 일어나는 세상이니 이제는 그런 논의도 매우 낡은 주제가 됐구나 싶어 격세지감을 느꼈다. 고릿적부터 끊임없이 성행한 성매매의 그 지난한 옳고 그름의 입씨름을 떠나서 이번 사건은 미성년자 성(性) 착취라는 점에서 심각한 범죄다. 가해자들은 미성년자를 가스라이팅과 겁박으로 글로 옮기기에도 손이 떨리는 요구와 조롱을 해댔다. 가스라이팅(gaslighting)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들어 통제하는 걸 이른다. 분별력이 약한 어린 나이에 성인 남자들의 교묘한 협박과 조종을 대범하게 뿌리칠 수 있는 이가 몇 있으랴. 그러하니 왜 그런 범죄 대상이 됐느냐고 피해자에 대해 의아해하고 손가락질해서는 안 된다. 또한 누군가는 모든 남자들이 가해자인 양
지난 3.1절 아침, 동이 틀 무렵, 경건한 마음으로 나라를 위하여 순국하신 영령들을 기리며 게양대에 태극기를 꽂았다. 흰색 바탕천 사방에 위치한 건곤감리4괘, 중앙에 만물의 근원이 된다는 청홍색 나선형의 태극무늬가 바람에 휘날린다. 지난해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100주년을 맞이하는 해였다. 많은 기념행사가 곳곳에서 열렸는데, 101년 되는 올해는 1년 전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나라 안 밖이 세상을 공포 속에 몰아넣은 코로나19 전염병의 확산방지를 위해 행사가 축소되거나 취소되었다. 사회적 제도는 예전과 달리 정규교육 과정이 아니라도 평생공부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취미나 적성에 맞게 자기 계발을 하고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으니. 시대에 편승하여 몇 곳을 기웃거려 보던 어느 날, 텔레비전에서 유명한 역사학자의 강의를 듣게 되었다. 타래에서 실이 솔솔 풀려 나오는듯한 역사이야기에 매료 되어 언젠가 한유한 시간이 오면 꼭 공부를 해보리라 마음먹었던 터. 임정100주년이 되는 해, 이때다 싶어 책장의 역사책을 펼쳐 들었다. 학창시절 책상 앞에서 보낸 역사공부 시간에는 무엇을 했는지, 하얀 백지 같던 머릿속으로 파스텔 물감처럼 은은하면서도 선명하게…
현대는 기술과 사회 변화의 속도를 개인이나 집단도 따라가기 어렵다. 집단과 개인의 사회적응은 더욱 어려워지며 이를 통해 개개인간 편차로 집단의 유대관계도 더 어려워진다. 새로운 형태의 집단에 대한 유대 방식 변화가 요구된다. 집단의 유대방식이 필요한 이유는 효과적 통제의 가장 중요한 기본 요소이기 때문이다. 안정적 통치를 위해 유대의 정의에 대한 공유는 집단유지에 반드시 필요한 충족 요인이다. 유대를 위한 노력은 산업 구조에 따라 계속해서 변해 왔다. 농경사회의 필요요소인 집단노동력과 생활습성의 동질감이 산업 사회로 변화되며 큰 변화가 생겼다. 토지를 중심으로 생겨난 농경사회는 이동에 제한을 두고 동일 생활 방식을 통해 동질감을 형성 시켰다. 농경사회의 사회 유대구조는 1인이 만들어 내는 노동력으로는 농작물 생산이 어려운 것에 기인한다. 4개절이 있는 경우 1년 중 농작물 수확이 한차례밖에 이루어 질 수 없고 1년 동안 수확물을 이용하여 생존하려면 보다 많은 경작지가 필요로 한다. 그렇기에 소수인원이 경작하는 방법보다는 집단 경작하는 것이 보다 유리했다. 경작에 대한 집단 노동은 분배를 통해 정의가 이루어진다. 1년에 한 차례 있는 수확물의 고른 분배가 당
벚꽃 안광석 충북시인협회장 봄빛 물결 비친 무지개 동그랗게 매달려 있다 하늬바람에 살랑이는 소녀의 순정 차라리 담고 있으렴 피면 꺾이는 법 비밀은 풀지 않고 간직해야 하는 우주 촌각을 버티고 있는 저 찬란한 외침을
[충북일보] 유·초·중·고교 및 특수학교 개학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여전히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교육당국은 개학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어렵게 진정시킨 상황을 악화시켜선 안 되기 때문이다. 충북도교육청은 '신학기 등교 준비 지원단'까지 구성했다. 당초 예정대로 4월 6일 개학이 진행될 경우 등교하는 학생들의 코로나19 집단감염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다. 홍민식 부교육감을 단장으로 기획국장이 부단장, 20개 본청 팀장들이 단원으로 참여한다. 등교준비 지원단은 개학일 전후 학교방역과 위생관리, 학생 학습지원 대책 등 준비사항을 점검할 계획이다. 일선 학교들도 남은 기간 교육·방역 당국과 함께 방역 체계를 탄탄하게 갖춰야 한다. 준비 부족이나 방심으로 학교 내 집단감염이 일어나서는 결코 안 된다. 교육부는 지난 24일 전국의 시·도교육청과 학교에 감염병 예방 관리 지침을 배포했다. 거기엔 교직원들부터 학교와 가정, 등하교 공간에서 지켜야 할 위생수칙과 대응 매뉴얼이 적시돼 있다. 일선 학교 관계자들은 우선 이 지침 내용을 숙지해야 한다. 그런 다음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가정통신문 등을 통해 이 지침 내용을 적극적으
요즘 공무원은 피곤하다.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다. 백성이 자각한 시민으로 거듭나서다. 인권과 복지 분야 어젠다가 커지고 보니 공직 안팎으로 동네북 되기 십상, 뭔가 길들여진 모습이다. 기자 시절 공직을 바라보던 시각은 안쓰러움과 응원, 비판 사이 어디쯤이다. 창의적이거나 헌신적인 주역은 추어올리고 영혼 없는 나그네들에겐 다 그렇듯 펜을 칼처럼 들이댔다. 그럴 때마다 20대 80의 파레토 법칙을 실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새삼 두 양상이 오버랩된다. 마스크공장을 운영하는 지인에게 얼마 전 들었다. 서울의 모 구청장은 직접 공장에 찾아와 읍소했다. 경기도 한 시의 공무원들은 아예 그 공장으로 출근, 생산 일손을 보탰다. 서울 또 다른 구청도 공장출근 작전에 성공하고도 자원봉사대를 꾸려 면마스크를 자체 생산, 공급해 박수를 받았다. 현장에 진정이 녹아든 사례다. 관찰자 시점을 청주로 옮겨보면 착잡해진다. 친절도 향상은 물론이고 홈페이지를 보면 업무 신장에 감동이 없지 않지만 20여 년 간 관찰 결과는 좀 냉소적이다. 먼저 시내 주행 소감이다. 몇 년째 온통 미세먼지 몸살인데 교통개선에 눈을 별로 돌리지 않는 게 의아하다. 신호…
1940년대 이후 출생해 초등학교 교육을 받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아동문학가 방정환 선생을 기억하지 않을까 싶다. 방정환 선생은 1899년 11월 9일 서울시 종로구 현 세종회관 뒤에서 태어나 일찍이 어머니를 잃고 계모 밑에서 자랐다. 그가 문학에 꿈을 갖게 된 것이 열 살 때인 1908년 어느 미술가가 선물한 환등기를 가지고 놀며 상상의 세계를 영상으로 연출하면서 연기에 관심을 가지면서라고 했다. 1920년 손병희 선생 딸과 결혼을 하고 난 뒤 천도교 소년회 모임을 조직 소년운동을 전개했으며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선포 그리고 책 '사랑의 선물'과 '어린이'를 창간했으며 색동회를 조직해 어린이 복지 향상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다. 어느 날 저녁 방정환 선생 집에 강도가 들었다. 방정환 선생에게 돈을 내 놓으라고 위협을 했다. 방정환 선생이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강도에게 줬다. 강도가 그 돈을 받아 그냥 나가자 방정환 선생이 강도에게 "여보세요, 돈을 받았으면 고맙다고 인사를 해야 하지 않겠소?"라고 말했다. 강도가 그 말을 듣고 "그래, 이 새끼야. 고맙다."라고 하며 나갔다. 얼마 뒤 경찰이 그 강도를 데리고 찾아와 방정환 선생에게…
[충북일보] 청주에서 자궁출혈 증상이 있는 임신 15주차 임신부가 병원을 전전하다 신고 접수 2시간 만에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5시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임신 15주차 산모인데 복통이 심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임신부가 하혈과 함께 복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등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구급대는산모를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로 이송했으나, 응급 수술이 필요하단 이유로 상급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구급대는 청주권 주요 병원 6곳의 수용 가능 여부를 알아봤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며 이송을 모두 거절했다. 소방당국은 충북 권역까지 넓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수소문 했다. 이후 진천의 한 병원에서 산모를 수용할 수 있단 답변을 받았고 119 신고 접수 2시간 만인 오전 7시 10분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당시 산모는 자궁출혈이 심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었다"며 "안타깝게도 태아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재 산모는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되찾았다. /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청주에서 자궁출혈 증상이 있는 임신 15주차 임신부가 병원을 전전하다 신고 접수 2시간 만에 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5시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임신 15주차 산모인데 복통이 심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임신부가 하혈과 함께 복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등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구급대는산모를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로 이송했으나, 응급 수술이 필요하단 이유로 상급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구급대는 청주권 주요 병원 6곳의 수용 가능 여부를 알아봤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며 이송을 모두 거절했다. 소방당국은 충북 권역까지 넓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수소문 했다. 이후 진천의 한 병원에서 산모를 수용할 수 있단 답변을 받았고 119 신고 접수 2시간 만인 오전 7시 10분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당시 산모는 자궁출혈이 심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매우 긴급한 상황이었다"며 "안타깝게도 태아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재 산모는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되찾았다. /
[충북일보] 오곡이 풍성한 추석이 다가왔다. 누구나 풍요로울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엔 손을 잡아야 주어야 할 이웃이 많다. 이런 이웃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나눔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해 온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30여년간 일상의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최종길(48) LG에너지솔루션 오창2 업무지원팀 책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중학생때인 15세부터 일찌감치 나눔의 의미를 알고 몸소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다. 최 책임은 "당시 롤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보육원에서 체험활동을 온 5살짜리 아이를 케어했던 적이 있다.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쉬는 시간에 품에 안겨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며 "당시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5살 아이와의 만남 이후 그의 시선은 달라졌다고 한다. 성인이 돼 원료 공장에 입사했던 그는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 아이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와 손주 두 명이 사는 조손가정이었다. 당시 할머님을 설득해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이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