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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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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1절 아침, 동이 틀 무렵, 경건한 마음으로 나라를 위하여 순국하신 영령들을 기리며 게양대에 태극기를 꽂았다. 흰색 바탕천 사방에 위치한 건곤감리4괘, 중앙에 만물의 근원이 된다는 청홍색 나선형의 태극무늬가 바람에 휘날린다.

지난해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100주년을 맞이하는 해였다. 많은 기념행사가 곳곳에서 열렸는데, 101년 되는 올해는 1년 전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나라 안 밖이 세상을 공포 속에 몰아넣은 코로나19 전염병의 확산방지를 위해 행사가 축소되거나 취소되었다.

사회적 제도는 예전과 달리 정규교육 과정이 아니라도 평생공부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취미나 적성에 맞게 자기 계발을 하고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으니. 시대에 편승하여 몇 곳을 기웃거려 보던 어느 날, 텔레비전에서 유명한 역사학자의 강의를 듣게 되었다. 타래에서 실이 솔솔 풀려 나오는듯한 역사이야기에 매료 되어 언젠가 한유한 시간이 오면 꼭 공부를 해보리라 마음먹었던 터. 임정100주년이 되는 해, 이때다 싶어 책장의 역사책을 펼쳐 들었다. 학창시절 책상 앞에서 보낸 역사공부 시간에는 무엇을 했는지, 하얀 백지 같던 머릿속으로 파스텔 물감처럼 은은하면서도 선명하게 역사가 들어왔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는데, 관심을 갖고 보니 새롭게 들리고 조각으로 흩어져 있던 기억이 되살아나며 이해가 되었다. 역사의 뒤안길에서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있을 때는 재미있기도 했지만, 일제 강점기시대 망국의 설움을 안고 이역만리에서 풍찬노숙을 해 가며 떠돌던 항일 운동가들의 고된 여정을 볼 때는 숨이 멎을 듯 한 아픔이 느껴졌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으려고 자신의 일생을 초개같이 버린 독립 운동가들, 그분들의 희생이 오늘 우리에게 이 나라를 있게 했으니 새삼 가슴이 뭉클해져 왔다.

고려 500년, 신라의1000년 왕조는 세계사적 유래가 없는 역사이었고, 세력을 넓히려고 부인을 스물아홉명이나 얻었던 왕건. 윤봉길의 홍커우 공원 거사 전에 모던보이 이봉창의 실패는 조연이 주연을 있게 한 결과였다. 1943년 카이로 회담에서는 식민 지배국80%중 최초의 독립을 보장 받았다는 것과 엄혹한 시절 일제의 만행 앞에서도 굴하지 않았던 기상과 용맹의 사나이 박열, 투철한 민족정신에 감명 받은 일본 여인과의 로맨스. 또 박열을 위해 목숨을 걸고 변론을 했던 후세 다쓰지는 국경을 초월한 인권변호사였다. 독립운동가 33인의 민족대표는 나라뿐만이 아니라 우리말 과 글을 지키려고 언어독립 투쟁위원회도 만들었다. 한글학자 이극로의 결정적인 역할. 영화 '말모이'에서 보여준 내용은 그 일부분임을 알게 되었고, 유태인들이 결코 멸망하지 않은 이유도 히브리어인 자기네의 말과 글을 지켰기 때문이었다. 순국열사 홍범식은 경술국치에 통분을 이기지 못하고 자결했다. 자식에게 결코 친일을 하지 말며 나라를 되찾으라는 유언을 남겼고, 아들인 벽초 홍명희는 끝내 변절하지 않았다. 암흑의 시대, 민족운동의 구심점이 되었던 천도교. 임시정부의 국무위원이었던 조소앙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하였다.

작년 삼월, 학부 때부터 해오던 과(科)모임이 있다. 격월로 하는 만남이라 특별한 이야기 주제가 없던 차, '임시정부 수립100주년 기념'으로 이야기를 하려고 자료를 준비하여 인원 수 만큼 인쇄하여 가져갔다. 독립 운동가 몇 분과 그들의 활약상을 A4용지에 담아 각자 나누어 주며 짧은 설명을 하였더니 의외로 무척 좋은 반응을 보이며 엄지손가락을 펼쳐 '최고' 라는 찬사까지 들었다. 오늘 아침,창밖 바람에 펄럭이는 태극기에서 역사 속 만주벌판을 달리던 선구자들의 함성과 말발굽 소리가 들려 오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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