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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프로이드는 "신체 구조가 운명이다"라고 했단다. 이즈막 프로이드의 이 언명이 유독 가슴에 와 닿는다. 세상의 절반은 여성이다. 이 절반의 여성들이 자신의 신체 구조에 의하여 남성들로부터 성폭력, 성추행등의 위협 속에 삶을 살아야 한단 말인가.

김계옥 수필가는 자신의 수필 「여성 상위 시대」에서, "모든 여자는 자궁이다. 자궁 속에 있다." 라고 여성성의 정체성을 정의했다. 신체 구조상 여성은 여성성을 벗어날 순 없는 노릇이다. 실은 이러한 여성의 신체 구조가 '어머니'라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숭고한 단어를 여성에게 선사하기도 하였다. 이 땅에 어머니가 없다면 어찌 인류의 역사가 이루어질 수 있었으랴. 흔히 "달걀이 먼저냐? 닮이 먼저냐?" 논쟁을 벌이지만, 아무리 씨앗이 훌륭해도 그것이 뿌려져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게 할 기름진 대지가 없다면 좋은 씨앗도 무용지물인 셈이다.

여성을 굳이 생명의 원천이라는 칭송을 하지 않아도 '어머니'라는 자격만으로도 여성의 몸이 얼마나 신비롭고 위대한지를 알 것이다. 남자로부터 받은 한 톨의 정자를 열 달 동안 태중에 품었다가 뼈를 꺾는 산고를 겪으며 새 생명을 탄생 시키는 게 여성이다.

이러한 여성들이 남자들의 삐뚤어진 성의식에 의하여 평생 트라우마로 각인될 온갖 성 폭력성추행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에 불거진 N 번방 사건만 하여도 그렇다. 일명 채팅방인 '박사방'이라는 곳에선 수 십 여명 여성의 성 착취 영상물을 제작 및 유포할 때 아동, 미성년자도 이 피해자 중에 섞여 있었다는데 분노가 치민다. 텔레그램을 통하여 이들의 알몸 사진을 가족들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하고 신상정보까지 공유 했다고 하니 피해자들이 지녔을 공포가 가히 짐작 할만하다.

훗날 성장하여 어머니가 될 아동 및 미성년자들이다. 이런 아동, 청소년들이 어른들의 그릇된 성적 욕구에 의하여 그 희생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통탄할 일인가. 이번 일로 인생의 감미로운 꽃으로 자리할 성을 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왜곡되게 생각하지 않으란 법 없잖은가.

유리 천장이 사라지고, 양성평등 시대가 찾아왔다고 흔히 말하지만, 아직도 사회곳곳에 드리운 성차별의 그늘을 이번 '박사방'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면 지나칠까. 피해 여성들을 성 노예라고 지칭한 것만으로도 인격 모독이요. 인권 침해가 아닐까싶다.

이 모든 범행이 실은 삶 속의 근본 덕根本德이 결여된 탓이란 생각이다. 희랍의 철학자 플라톤은 인간의 네 가지 근본 덕으로 지혜, 용기, 절제, 정의를 강조 하였다. 그 중 절제만큼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덕은 없는듯하다. 그러나 일련의 '박사방' 사건을 살펴보면 일부 남성들은 고귀하고 성스러운 성을 한낱 자신들의 추악한 성적 본능을 충족시키는 도구로 만 일삼았다. 평소 절제라는 덕을 깨우쳤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었다.

성욕은 인간의 본능임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여 인간이 짐승처럼 본능에 따라 심신이 움직여서야 되겠는가. 이에 힘입어 여성의 성을 착취하여 돈벌이로 삼는 자들이 이 땅에 존재하는 한, 우리 곁에서 디지털 성범죄가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한동안 전 세계를 달구었던 미투 Me Too 운동만 하여도 그렇다. 여성을 인격체로 바라보지 않고 한낱 남자들의 성적 노리개로 여긴 결과가 불러일으킨 운동이었다. 하긴 여성을 남자의 노예, 씨받이, 성노리개로 삼은 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김계옥 수필가의 수필 「여성 상위 시대」를 다시금 살펴보면 여성은 육천 만 년 전부터 남성 지배하에 놓이게 됐다고 하였다. 당나라 현종은 후궁을 무려 사 만 명이나 거느렸다고 한다. 프랑스에선 여자를 sex, 성性이라고 부르는 것은 남자에게 여자는 육체 그 자체뿐이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조심할 일이다. 가슴 속 음풍淫風에 의하여 자신의 뿌리가 송두리째 뽑혀 설자리를 순간에 잃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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