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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숙

관기초등학교 교장

3월의 학교는 유난히 밝고 활기찼었다. 긴 겨울방학 동안 동면하듯 웅크리고 지내다 개학과 동시에 아이들은 기지개를 펴고 활동을 시작했었다. 축구를 하며 땀을 뻘뻘 흘리고 정글짐을 요리조리 빠져나가며 신나게 노는 것이 일상이었다. 옹기종기 앉아 재잘거리고 선생님 옷자락을 붙잡고 졸졸 따라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은 귀엽기만 했었다.

나는 지금 문장 끝을 모두 과거형으로 표현하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3월인데 아이들이 학교에 없다. 봄은 어느 해 보다 빨리 찾아와 학교 운동장의 햇살은 따사롭기만 하다. 미선나무가 하얗게 꽃망울을 터트렸고 진홍색으로 꽃망울을 맺었던 살구꽃이 화사한 분홍으로 피어났다. 숨을 참았다가 몰아쉬기 놀이를 하는 것처럼 학교 뜰의 새싹들은 흙덩이 뚜껑을 밀어 올리며 일제히 숨을 몰아쉬며 쏙 고개를 내밀고 있다. 아이들 불러 모아 보여주고 싶은 것도 많고 해 주고 싶은 봄 이야기도 많은데 아이들이 학교에 없다.

새 학년이 되어서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아이들에게 가장 큰 설렘 중에 하나인데 아이들은 아직 가정에 머물러야 한다. 교사들에게 있어서도 3월은 한 해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달이라고들 하는데 재택근무로 서로 얼굴을 마주하지 못한다. 4월이 코앞인데 새로 전근 오신 선생님은 아이들의 목소리만 들었을 뿐 얼굴조차도 모른다.

이렇게 3월을 허송세월 할 수는 없기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생님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개학연기 첫 2주간은 EBS온라인 클래스, 충북 e-학습터, 학교가자 사이트 등을 이용한 온라인 학습을 운영하였다. 인터넷 보급률 및 속도에 있어서 세계 그 어떤 나라보다도 첨단을 걷고 있는 우리나라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가정에 데스크탑이나 노트북이 없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을 파악하고 대체 방안으로 학교에서 사용하는 학습용 패드를 지원하기도 했다. 그것마저도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선생님들은 학습지를 만들어 출력해서 학교버스를 타고 각 마을을 다니면서 배달하는 서비스까지 이루어졌다.

수업시작일이 또 미루어지고 4월이 되어야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고 했을 때 선생님들의 한숨은 더 길어졌다. 아이들을 위한 학습 서비스 또한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졌다. 도교육청에서 발 빠르게 개통해준 『바로학교』 시스템을 활용한 온라인학습 계획을 촘촘하게 짰다. 한꺼번에 모든 자료를 주면 아이들에게 큰 부담이 될까봐 주별로 학습 꾸러미를 만들어서 편지와 함께 배달하는 세심함을 보여주었다. 다음 꾸러미 배달하는 날 그 동안 해 온 학습내용을 받고 새로운 꾸러미를 주겠단다.

원격수업까지 해야 할 지도 모르는 상황을 대비해서 다양한 대처방안을 준비하느라 선생님들은 바빴다. 그러면서도 선생님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들과 만나고 있다. 온라인학습, 전화, 카카오톡, 편지, 학급밴드 등으로 매일 아이들과 교류하고 학습을 이어나간다. 아이들과 만나고 싶은 내 마음을 아는지 교무와 연구부장은 나에게 아이들에게 보내는 낭만편지를 제안했다.

"모든 구름 뒤엔 햇빛이 있다." 이 문구를 발견하고 편지지를 만들었다. 선생님들과 교직원들이 학교에서 아이들을 맞을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적었다. 따로 떨어져 있지만 늘 마음은 학생들과 학부모님들과 함께 하고 있음을 전했다. 우리 모두의 『사회적 거리두기』의 실천이 가까이 만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임을 이야기했다.

이제 곧 4월이 온다. 4월의 학교에는 아이들의 즐거운 웃음소리와 밝고 활기찬 발걸음이 가득차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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