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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8.30 17:40:44
  • 최종수정2023.08.30 17:40:44

이정균

시사평론가

외국인들이 한국을 바라볼 때 이해할 수 없는 몇 가지가 회자 된다고 한다. 하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협박으로 한반도에 금방이라도 전쟁이 터질 것 같은데 서울 거리에 다니는 시민들은 너무나 평화로운 일상이어서 놀란다고 한다. 둘째는, 한국사회에서 종교 문제가 뜨거운 논쟁을 유발하므로 서로 종교 얘기를 꺼내지 않는 불문율이 있을 정도여서 종교전쟁이라도 일어날 분위기인데 묘한 공존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지역감정이 심각해서 상대 지역과 화합하지 못하고 시시때때로 지역 간 갈등이 충돌하는 것을 보면 언제 어느 때 내전(內戰)이 발발해도 이상하지 않은데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국인들의 눈에 비치는 남북전쟁, 종교전쟁, 지역내전 위험의 일촉즉발 상황을 관리하고 견디어 내며 국력을 키워온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 정치사회적 내전상태

그럼에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한국사회가 사실상 정치사회적 내전상태라는 점이다. 옳고 그름을 분별해 따지기 이전에 정치적 입장이 내 편이냐 네 편이냐를 최우선 순위에 놓고 적과 동지로 갈려 사사건건 전쟁이 벌어진다. 크고 작은 이슈를 가릴 것도 없이 사안마다 국민 여론이 찬반으로 극한대립을 벌여 나라가 온통 홍역을 치르는 일이 빈번해져 상시적 내전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건이 진행되는 과정도 예외가 아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기 전부터 예상했던 대로 한국사회는 내전상태가 격화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는 '일본' '원전' '먹거리(수산물)'라는 민감한 사안이 중심에 자리 잡아 폭발력이 강한 특징을 감안하더라도 오염수는 일본이 방류하는데 정작 내전은 한국에서 벌어지니 이 국제적 민망함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대통령실과 집권여당은 일본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국제원자력기구의 안전성 보고와 과학적 수치를 들어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오염수 투기 중단을 요구하며 격렬한 반대활동을 벌이는 중이다.

일본 오염수 방류를 규탄하는 민주당과 공동행동 단체의 주장은 지난 주말 서울 도심 집회에서 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발언에 들어있다. "핵 오염수 방류는 태평양 연안 국가에 대한 전쟁을 선포한 것" "일본이 총과 칼로 전세계 인류를 침범하고 살육했던 태평양 전쟁을 다시 한 번 환경 범죄로 일으키려 한다" "일본이 이웃나라 눈치를 보며 방류를 망설일 때 이런 패악질을 가장 합리화하고 지지한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 "윤 대통령은 자신이 일본의 심부름꾼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대리인임을 명심하라"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오염수를 방류하는 일본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책임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대통령실은 "많은 국민과 기업들이 가짜뉴스와 괴담으로 피해를 입거나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어민을 위해 수산물 소비를 늘리고 있다" "방류 관련해 구체적이고 실중적인 수치들이 나오면서 가짜뉴스나 괴담이 줄어들고 정치적 공격도 힘을 잃은 듯하다" " "아직 국민들 사이에 정서적 우려는 남아 있어서 그런 문제를 해소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과학의 힘으로 가짜뉴스와 괴담을 잠재워 가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민주당과 야권으로서는 판을 키워야 할 필요가 있고 대통령실과 집권측은 조속히 가라앉혀야 정국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으므로 내전상태의 충돌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가늠하기 쉽지 않지만 여야 가릴 것 없이 모두 일본에 이용당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 국민 아닌 권력 사랑하는 내전

이러는 와중에 죽어나는 건 어민과 수산물 상인, 식당 등 자영업자와 서민들이다. 수산물을 취급하는 상인이나 식당은 손님이 줄어 직격탄을 맞았고 소비 위축으로 서민경제 전반이 악영향을 받아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창궐로 3년 이상 긴 기간 동안 간신히 살아남은 서민들은 코로나 때 받은 대출금 상환 부담으로 코너에 몰린다고 한다.

서민경제를 위협하는 시한폭탄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는데도 집권세력과 야권은 서로를 향한 악다구니를 멈추려 하지 않는다. 이들은 국민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오직 권력을 사랑하기에 벌이는 나쁜 내전일 뿐이다. 총성이 멈추지 않는 내전의 희생양이 애꿎은 국민이라는 사실은 아프리카 대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총성없는 정치사회적 내전의 피해자도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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